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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인형아가씨

2005.06.28 04:38

제이 조회 수:38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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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철퍽.
철퍽.
철퍽... 철퍽....
피투성이가 된 방 안에서, 피처럼 붉은 드레스를 입고, 그 드레스에는 어울리지 않는 레이피어를 든 소녀.
철퍽.
철퍽.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얼굴로.
그녀는 이미 죽은것과 다름이 없는 상태로 간신히 숨을 쉬고있는 노인의 심장에 레이피어를 찔러넣었다.



끼릭-.
끼릭-.
끼릭-.

어느 마법사의 공방에서, 무언가 작동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긱. 끽- 끼릭-.
작업장의 위에 놓인 것은 새하얀 여성의 나신-. 아니. 나신처럼 보였다.
그것은- 인형.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
흰 피부와 대조되는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아름다운 인형이었다.

"후우..."

막 작업이 끝난 붉은 '눈'을 비어있는 인형의 왼쪽 눈을 채워넣는다.
'마법사'(그가 정말 마법사인지, 아니면 단순한 인형사인지는 알 수 없다.)는 곧 오래된 옷장에서 붉은색의 드레스를 꺼내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마치 어린아이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옷을 입힌 그는 인형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곧, 모든게 끝날거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마법사는 곧 작은 레이피어와 붉은색 보석을 챙기고 인형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공방을 나섰다.



무덤.
죽은자들이 육신이 잠들어있는 곳.
그리고 간혹, 그 죽은자의 '혼'이 떠돌기도 하는 곳.

Selena de silence

       981~1013

".... 안녕......? 오랫만이구나...."

묘비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지은 '마법사'는 흰색 꽃을 무덤위에 내려놓고 돌아섰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그래...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녀'의 무덤은 단지 이름뿐.
실제 '그녀'는 이미, '그'의 집에 마련되어있다.
뼈가 가진 기억.
'그녀의 뼈'에 남은 기억.
남은것은

"그 몸을 움직이는 혼..."

푹.
마법사의 손에 들려있던 레이피어가, 잠들어있는 여성의 심장을 꿰뚫었다.

"!!"

비명을 지를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단 한번의 찌르기로 어이없이, 자신이 죽어야할 이유조차 모른채 죽어버린 여성.
마법사는 웃었다.
웃을 수 밖에 없다.
살인의 죄책감도, 지금 눈앞의 여자에게 느낄 미안함도 없다.
마법사는 검을 뽑고 뿜어져나온 피 위에 붉은 보석을 올려놓았다.
철퍽.
보석은 한층 더 붉게 변했다.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빛났다.

어째서일까.
보석의 중심에 무언가 알 수 없는 흰색의 무언가가 채워졌다.
마법사는 밝게 웃었다.

성공했어, 성공했다. 드디어 해냈다. 50년도 더 걸려서 드디어 성공했다.
'그녀'를 살려낼 수 있게 됬다.
살려낼수 있어, 살려낸다, 그녀를, 50년 전에 죽은 그녀를, 살려낼 수 있어.

이걸 위해 몇년을 기다려왔는가. 자그마치 50년이다.
인생의 절반도 더 되는 시간을 투자했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싶어서.

단지 그것때문에.
단지,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왜지...?"
"어째서 나를향해 웃어주지 않지?"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붉은색 보석은 여성의 '심장'이 있을 장소에 위치했다.
끼릭.
끼리릭. 끼긱. 끼릭.

계산은 완벽했다.
내부를 실제 죽은 여성-... 가장 사랑했던 여성의 뼈를 이용해 틀을 잡고.
영구보존마법을 걸어둔 뇌, 혈관, 폐... 모든 장기를 만들어 넣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소.
'기억'은 그녀의 몸... 다시말해 '뼈'가 가지고있다.
심장을 대신하는 '보석'. 보석에는 혼과 마력이 담겨있다.
심장은 보석이. 피는 마력이.
물론, 그 계산은 자그마한 오차가 있었다는것을 제외하곤 '거의' 완벽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죽어버린 여자.
그리고 그 혼.
그 여자의 혼은, 자신의 '죽음'. 그리고 '인형'따위가 되었다는 사실에.
미쳐버린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공방.
마법사가 그토록 살려내고 싶었던 '그녀'는 이미 세상에 없다.
그리고 마법사가 살려낸 인형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미쳐버린 유령에 불과했다.
자신을 죽이려 하는 인형을 향해 마법사는 말했다.

"웃어-"
"웃어줘."
"나를 향해... 그때처럼."
"그때처럼...... 나를 향해... 미소지어줘..."

그때의 당신처럼 나를 향해 아름답게 미소지어줘.


인형의 표정은 분노도, 기쁨도, 슬픔도.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인간의 혼이 들어있고

인간을 주 재료로 만들었다 해도

인형은 인형일 뿐, 사람이 될 수 없으니까.



끝입니다.
하.
하하.
인형은 인형에불과하지요.
설령 죽어있는 '진짜 인간'에게 다른인간의 혼을 넣었다 해도, 그건 '시체'일뿐.
시체는 인간이 아니라 과거 인간이었던, 인간의 모습을 한 뼈와 고기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누가 했던 말이더라.[웃음]
사실 저 인형이야기는 두가지 엔딩을 생각중이었습니다.
자신을 죽이거나.
미쳐버린상태로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을 모두 죽이거나.
뭐...
결국 본편에선 마법사 하나만 죽이고 끝나버리긴 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판타지일것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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