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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무한정다각면체환상곡

2005.06.27 09:57

misfect 조회 수:195

extra_vars1 어둠의 아라크네 빛의 거미줄 
extra_vars2 전주[Prelude] (3) 
extra_vars3 1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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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핑에 시간이 좀 걸려서 늦었네요. 어쨌든 3화 올립니다. 되도록 이 연재 속도를 유지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거, 변변찮은 실력으로 칭찬만 듣고 있네요. 이것도 나름대로 행운이랄까요...뭐, 장기적으로는 그리 좋지 않다고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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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깨끗한 시냇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 ‘유난함’이란 것 자체가 곧 어떤 ‘이상’
감히 접근할 수조차 없는 물의 냉기는, 원래대로라면 여울 어딘가에 쌓여 부패해야 할 부유물들마저도 그대로 떠밀어버린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는가 하면, 나 자신이 그런 부유물이, 이물질이 된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서.

“편히 쉬세요.”

중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관리인의, 편히 쉬라는 상냥한 말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 여자 아이의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할 모양이다. 처음 방에 첫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나는 이미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방이 지저분하다던가, 가구가 낡았다거나, 정체 모를 벌레가 꾸물거린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 방 외에는 얻을 수 있는 방이 없는데다가 - 그렇기 때문에 집주인의 일방적인 요구를 아무런 이의 없이 받아들여야 했지만 - 오히려 방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너무나 깨끗해 이질감마저 느껴지는 공간. 그것이 내가 이곳을 불편해하는 이유다.
이질적으로 깨끗한 방에 누워 있으려니 이건 마치…….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집 같은데.”

이렇게 중얼거리고 나니 마음은 한결 풀어지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감 끝에 터져 나온 웃음은, 더 진심에 가까웠지만 차마 꺼내지 못한 내 솔직한 심정을 애써 묻느라 잔뜩 쉰 목에서 나는 소리처럼 변해버렸다.

                                                                                        ……이건 마치 화장터에 납골당 같잖아.


다음 날 아침 일찍 나는 선산에 오를 준비를 갖추었다. 두 명의 집주인 모두 여자인데다, 좋게 봐야 중학생과 대학생, 엄격히 보자면 중고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음에도 아침 6시라는 꽤 이른 시간에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물론, 조용히 넘어가지는 못했다.

“괴짜네, 정말. 하숙집서 새벽같이 밥 내놓으란 녀석이 어디 있어?”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나이가 많은 쪽의 여자로, 이름은 이선이라 한다. 그 곁에서 묵묵히 식사 준비를 하는 어린 쪽의 여자의 이름은 현아. 지금으로서는 두 사람의 성씨도, 학교를 다니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이 쪽은 워낙 바빠서 말이지.”

나는 최대한 능청을 떠는 것처럼 보이도록 목소리를 꾸며 이선에게 답했다. 상대가 이선이 아닌 다른 이였다면 미안하다거나 하는 표정을 지어주었을 테지만, 저 여자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그럴 기분이 나지 않는다. 이상하게 얄밉게 느껴지는 여자다.

“괜찮아요. 바쁘시다는 데 어쩔 수 없죠.”

현아의 말이었다. 이선은, 정말 어쩔 수 없네 하며 휴우 하는 한숨을 내쉬었고, 나는 잔잔히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것은, 단순히 승리를 자축하는 미소만은 아니었다. 어쩐지 저 현아라는 아이는 사람의 기분을 즐겁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 어제도 그랬다.

“와, 드디어! 잘 오셨어요. 하숙이죠? 남자 분이시니까 1층 방을 쓰시면 되겠네요. 마침 방이 하나 있어요. 1달에 15만원이고요. 식사도 원하는 때 드실 수 있어요. 어, 그리고…….”

실례합니다. 이 한 마디를 중얼거리듯 내뱉으며 집안으로 들어선 내게 현아는 다짜고짜 다가오더니 이쪽이 말을 꺼낼 틈도 주지 않고 미리 준비해놓은 느낌의 멘트를 연달아 날리기 시작했다. 듣는 이쪽으로서는 황당하고 난감하고 정신없었지만, 기분이 나쁘다던가 하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어, 그러면 이것 좀 써 주시겠어요?”

스스로도 한숨이 나올 정도로 두서없이 긴 멘트를 마친 현아는 곧바로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간단한 서식으로 된 일종의 계약서였다. 그 종이와 현아를 번갈아 쳐다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던 나는, 일단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저기…….”
“아, 방을 보여드릴까요? 맞아. 그렇죠…….잊고 있었어요. 절 따라오세요.”
“아, 아니! 그건 아닙니다!”

내 말에, 현아는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그제야 나는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저…….사실, 하숙생이 아니라…….며칠 이 곳에 볼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한 삼일 정도 방을 빌릴 수 있을까요? 저 아래, 마을에서 방을 구하지 못했거든요.”

그래, 원래 하려던 말은 이 말이었다. 기차역에서 내려 버스로 15분에서 20분가량 달린 끝에야 겨우 맥도리의 입구에 도착한 나는 일단 민박이라도 찾아보기로 했다. 이미 친척들은 모두 이 지역을 떠났으니 마을에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 발품을 팔아서 알아보는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어엉? 빈 방? 당연 없제. 방학두 아니구믄.”
“여그는 하숙집이 많제, 민박허는 집은 없을 게여?”
“하숙생 받는 것만으루더 방이 부족혀. 미안허이.”

몇 집정도 발품을 판 끝에 얻은 것은 하나같이 방이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대충 이 마을의 최근 정황을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서울의 유명 학원재단이 이 지역에 대학을 설립하면서 이 지방 학생은 물론 인근 지방 학생들까지 그 학교로 몰려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학교 측으로서는 당장 학생들이 묶을 기숙사도 없이 성급하게 각 단과 대학 건물들의 완공에 맞추어 문을 연 처지였고 - 물론, 다른 대학들의 신입생 모집 기간에 맞추려는 의도였겠지만 - 기숙사 한 동이 완성된 지금에 와서도 많은 학생들이 인근 도시뿐 아니라, 대학에서 10여분 정도 떨어진 이 작은 마을에서까지 하숙을 하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더 돌아다녀보았지만 수확은 별로 없었다. 그 가운데서 문득 떠오른 것은 예전, 할아버지와 눈싸움을 벌였던 여자아이의 모습. 한 씨가 아니었던 아이는, 어쩌면 아직 마을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이름이라도 알아두었더라면…….
하지만 나는 곧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설령 이름을 알아서, 수소문해서 그 집에 간다 하더라도 그 아이가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20여년도 넘게 지난 옛날 일인데. 아니, 설령 알아본다고 해도, 외간 남자를 집에 묵게 한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 될 테지.
생각을 접고 몸을 일으키는데, 갑자기 정면으로부터 강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눈을 부시게 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꽤 흘렀지.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나는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내 생각대로 해는 내 뒤편 하늘에서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면에서 온 빛은 대체 뭐였을까.
덕분에 찾은 것이 바로 이 집이었다. ㄱ자형 건물의 모서리가 유리로 된 원통 모양 구조물로 되어 있었던 탓에 마침 반대편에서 지고 있던 햇빛이 반사되어 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태양의 그림자는 여전히 그 유리벽 위에 머물러 있었다.
뭐, 그때 나와 현아가 방법을 의논하던 1층까지는 햇빛이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겉은 층 구별이 없는 단순한 유리벽으로 보였지만, 내부는 층의 구별이 확연히 되어 있었으니까.

“그런가요…….하지만 그런 식으로 해본 적은 없어서…….”

하여간 내가 숙박 이야기를 꺼낸 직후부터 현아는 얼굴을 붉힌 채 곰곰이 생각에 잠기게 되었고, 주위의 분위기를 급속히 가라앉았다. 1층에까지는 아직 태양빛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깨달은 이유도, 주변 공기가 일시에 차분해진 탓이겠지.
내가 얄밉고도 쾌활한 목소리를 처음 만난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하루 삼 만원. 대신 식사는 확실히 챙겨 줄게. 어때, 문맹 양반.”

순간 나는 고개를 홱 돌려 목소리의 근원을 노려보았다. 이제 막 현관으로 들어선 긴 머리의 여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탓에, 솔직히 약간 당황하기는 했다. 그 여자가 그런 소리를 했을까 하고. 하지만, 다른 사람은 현아밖에는 없었기에 나는 다시 이제 막 들어선 여자 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방금, 당신이 한 말이야?”

나도 모르게 반말이 먼저 나왔다.

“문 앞에 하숙 받음이라고 써놨는데 못 봤어? 어떻게 숙박과 하숙이 헷갈릴 수 있지? 거 참, 희한하네.”

그 여자, 곧바로 자신을 집주인이라고 소개한 이선 역시 반말로 답했다. 거침없는 태도에, 어쩌면 그게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껏 생각해 낸 게 바가지나 씌우자?”
“바가지는 무슨. 정당한 대가지. 서울 촌 양반.”

이선은 그렇게 말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바가지다. 하숙이 한 달 15만원이라며.

“만 원.”

결국 나는 흥정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상대가 받아줘야 이루어지는 일이 흥정 아니던가.

“이상한 시간 계산이네. 끼니 당으로 계산하기도 하나보지? 그 동네는? 아예 그러지 말고 서울식으로, 시간당 어때?”

순간 머릿속에서 열이 확 올랐다. 이선은 짐짓 그런 내 기분을 모르는 채 하고 있었지만, 화를 일부로 부추기는 것이 이선 자신 아니던가. 내가 겨우 화를 억누르고 있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루 만 오천 원.”
“아, 그래. 마당도 괜찮다면.”

장난하나 지금…….그런데 갑자기 이선이 먼저 몸을 돌렸다. 밖으로 나갈 모양이었다. 이렇게 되면, 당황하는 건 내 쪽이다.

“뭐, 뭐하는 거야!”
“피곤해. 어차피 누굴 받던 돈을 받을 건 마찬가진데 왜 내가 당신과 입씨름해야 하지? 당신을 잠깐 받으려다 일 년 동안 꾸준히 돈을 받을 하숙생 한 사람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몰라. 손해에 대한 당연한 요구를 하는데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그냥 돌아가 줘. 현아야. 적당히 돌려보내렴. 소금 필요하면 가져다 쓰고.”

그러고는 정말 어딘가로 가기 시작한다. 급한 마음에 나는 그녀를 다급히 불러 세우려 애썼다. 물론 돈으로…….

“잠, 잠깐. 2만! 2만 2천! 2만 5천!”

마지막 것은 효과가 있었다. 이선의 발걸음이 확실히 멈췄으니까.

“2만 8천에 특실은 어떠실까? 세면시설도 따로 있으니까. 그 정도는 이의 없겠지?”
“아,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러자 이선은 도로 집안으로 들어왔다. 배시시하고, 얼굴에 어울리지도 않는 미소까지 띠고서.

“돈은 나갈 때 주겠어.”
“그러시던가.”

여전히 이선은 얄밉게 웃는다. 당하고만 있는 게 억울해서, 곁의 현아에게 말을 거는 척, 이선을 곯린다.

“언니 때문에 고생이 많겠다. 너도.”

어떤 녀석 덕분에 자연스럽게 반말이었다. 하지만 현아도 별로 개의치는 않았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내 쪽이었다. 현아의 답을 듣는 순간, 나는 내가 이 두 자매로부터 놀림이라도 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분명 현아는 이렇게 말했다. 동시에 이선은 현아를 제지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하였고.

“예? 아, 이선 씨는 언니가 아니에요.” “현아야. 그냥 놔 둬. 그런 사람.”
“……아아, 친언니가 아니로구나. 친척이야?”

충격에서 재빨리 벗어난 나는 다시 한 번 정신을 가다듬어 물었다. 하지만 현아는 역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 여기서 일하는 거예요.”

일? 겨우 중학생 정도 되 보이는 아이가?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상 고용이 가능한 나이가 몇 세부터였더라? 심란한 가운데서도 나는 순간이지만 묘한 생각을 떠올렸다. 이선을, 저 여자를 지금 당장 경찰서에 고발하겠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잔혹하게 끌려 올라가려는 입 꼬리를 억지로 끌어내리려는 스스로가 역겹다.

“무슨 사정으로 이런 어린 아이가…….월급은 제대로 받고 있는 거지?”
“월급……이요?”

그렇게 묻는 현아의 얼굴이 너무나도 순진해 보여서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주 순간. 잠깐의 시간 동안. 그리고 있는 힘껏 괴성을 질러대고 말았다. 물론, 타깃은 이선이라는 불량고용주.

“뭐, 이따위 여자가 다 있어! 야! 너 콩밥 좀 먹어 볼래! 팔찌 묵직한 놈으로 채워 주랴! 어린 애까지 부려먹고 월급도 떼먹어! 경찰 불러!”
“무슨 헛소리며 난동이야! 너야말로 증명사진 찍고 싶어! 가슴팍에 번호판 큼직한 걸로 달아줄까!”

결국 두 사람의 난동으로 인해 사태는 실제로 경찰이 출동하는 선까지 이르고 말았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두 쪽 중 어느 한 쪽이 유치장에 가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선 쪽은 비교적 논리적으로, 이해되기 쉬웠던 이선의 설명 덕에, 그리고 내 족은 현아가 나서 화의를 주선한 덕에. 그렇게까지 난동을 부린 탓에 어제 하루는 내 일생에 있어서도 유난히 피곤한 날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두 사람. 어쨌거나 친척인 건 사실 아냐. 이선의 가까운 친척 수양딸이 현아니까.”

어제 일이 생각난 김에 나는 문득 떠오른 의문을 해결하려 들었다. 하지만 내가 그 말을 던졌을 때, 분주하게 다음 식사 준비를 하던 두 사람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얼레, 어째서 하며 두 사람을 보는데 별안간 두 사람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후훗, 쿡. 쿠국…….”
“하, 헤헷. 하하핫…….”
“뭐야, 너희들…….설마, 그게.”
“당연히 거짓말이지. 가장 알기 쉬운 변명이었을 뿐이야. 그건.”

이선의 말에 나는 다시 어이가 몇 개쯤 풀려 버렸다. 뭐, 하지만 더 이상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난동부리는 것은, 어제만으로도 충분히 지친다.

“……난 그럼 이만 가보지.”
“몸통채로 가. 이빨만 가지 말고.”

무슨 소린지…….나는 잠시 이선을 의혹 섞인 눈초리로 쳐다본 뒤 짐을 챙겨 문을 나섰다. 현관 앞으로는 키 작은 정원수들이 양 옆으로 늘어선 길 한 줄기가 큰 길까지 죽 이어져 있다. 큰 길이라고 해봐야 주변에는 끝없이 펼쳐진 벌판이 있을 뿐이다. 그 장관을 보며 어제에 이어 오늘도 느끼는 감정은 단 하나.

“정말 괴짜잖아.”

그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한가운데 이런 새 건물 하나가 우뚝 서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일반적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뭐, 납골당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마을로부터 떨어져 산 입구에 더 가깝게 지어진 집은, 설령 동네 안에 있다 하더라도 그리 자연스럽게 보일 것 같지는 않았다. 본관인 ㄱ자형 건물 한 동과, 다용도로 쓰이는 육각기둥 형태의 별관 한 동은, 슬레이트 지붕을 덮은 시골 마을의 단층 건물들과는 전혀 딴판의 모습이다. 차라리 도심 사이에, 혹은 주택가 사이에 끼어 있었더라면 학교로라도 보이지 않았을까. 이런 2층짜리 콘크리트 건물군은.

“중앙 홀 3층도 신경 쓰이고 말이야.”

본관을 바라보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3층짜리 유리 원통을 사이에 두고, 2층짜리 직육면체 두 개를 서로 90도 각을 이루도록 원통에 이어붙인 형태의 본관 건물은, 이상하게도 중앙에 놓인 유리 원통(원통 부분에는 그 층의 홀이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2층은 여자 하숙생들이 사용하는 곳으로, 남자들은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어서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3층만큼은 창을 하나도 두지 않고 콘크리트 외벽으로만 되어 있었다. 이선과 현아의 방이 바로 거기라고는 들은 바 있었지만, 외부에서 보면 채광이나 통풍을 고려한 창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결코 방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이다.
궁금증을 안고서 대문을 나서려고 보니 문득 문에 붙어 있는 쪽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하숙 받음. 한 달 15만원. 식사 제공. 따위가 쓰인, 평범하지만 깔끔한 광고로, 믿기지는 않아도 이선의 솜씨라고 한다. 그리고 별로 기대도 하지 않고 이곳을 찾은 나에게 문을 열고 들어갈 동기를 준 것이기도 하다.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문득 현관을 나설 때 이선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알아듣지 못해서 그냥 넘겨버렸었는데 갑자기 이때에 그 생각이 나는 것은 무슨 조화인지.

“나는 이만…….몸통채로…….몸통도…….이빨만……!! 이런, 야! 빨리 튀어 나와! 아주 결판을 내자! 사람을 가지고 놀아!”

뭐, 혈기가 왕성한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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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소원 한 가지만 이야기해 보라면,
내게 촌철살인의 위트를 주라고 빌고 싶다.
가슴을 서늘하게, 시원하게 만들 독설과
예기치 못한 새로움을 전해 주는 위트.
그리고,
그 가운데서 피어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작법 책을 가벼운 녀석으로 하나 골라 보는 중인데, 소설에서 추구하는 리얼리티란, 실제의 배경이나 인물 같은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 속에서 인물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움직이느냐 하는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판타지에 대한 고민 한 가지가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비까지 쏟아져서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으리라 생각되네요. 아무쪼록 편안하게 잘 보내실 수 있기를.

2화까지는 조회수가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 그게 가장 기쁜 일이랄까요...꾸준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주가 완성되면 다른 홈페이지에도 올려 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P.S. 노을님께서 가사를 제공해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자료란 많을 수록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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