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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흑마법사

2005.07.05 07:35

야스 조회 수:80 추천:1

extra_vars1 노예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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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열기는 뜨겁다. 특히나 뜨거운 태양에 의해 모래마저 녹아내려버릴듯한 지열까지 합쳐진 상황이

라면 더욱 뜨거웠다. 나는 로브로 온 몸을 태양으로부터 보호한채 어디론가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한다

.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그저 무작정 걸어가는 것이다. 스승을 죽이고 탑에서 나온지 얼마나 지났을까

. 면도를 안해서 수염이 거칠거칠하고 피부도 푸석푸석하다. 게다가 몇날몇일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

지도 못한채 무작정 걷기만 했더니 목이 마치 가뭄에 메말버린 논처럼 쩍쩍 갈라지는듯 하다. 하지만 그

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그러다가 내 발에 내가 꼬여 넘어진다.

털썩-

온 얼굴에 모래가 들어붙는다. 입안에는 모래가 들어가 푸석했고 껄끄러웠다. 지금이라도 다크울프를 소

환해내어 달리게 할까. 하지만 지금은 수인을 맺을 기운은 커녕 주문을 외울 기력조차 없다. 게다가 넘

어진 이후로 온 몸의 기운이 모조리 사막의 땅에 스며들어 버린듯 꼼짝도 할 수가 없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사막아래. 나는 무언가 모를 거대한 그림자를 느끼며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

*        *        *        *        *

서늘한 느낌에 정신을 차려보니 손과 발은 묶이고 안대로 눈은 가려진채 어딘가에 태워져 있었다. 귀로

들려오는 다그닥 거리는 소리들과 덜컹거리는 느낌으로 보건데 마차임에 틀림없다. 나는 조금 답답함을

느끼고 몸을 비틀어 본다. 그러자 뭔가 닿는느낌이 있다. 내 주위로 다른 사람들이 있는듯 하다. 불행인

지 다행인지 죽기직전 이렇게 살아 있게되기는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는 나로써는 일단 별 다

른 행동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다. 그리고 마차는 어디인지 모를 곳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어딘

지 모를 곳으로......


사흘만에 처음으로 안대를 벗었다. 그동안 듣고 얼핏으로나마 느낀바로 지금 나는 노예가 되어있는듯 하

다. 그리고 지금 이렇듯 눅눅하고 음습한 지하감옥에 오랜만에 포박이 풀린채 갖혀있는 것이고. 주위를

둘러보자 한 감옥당 열명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각 입구마다 두명씩의 보초가 서있는 삼엄한 경계때

문인지 감옥안의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고요히 앉아 있었다. 지하 감옥 안에는 기름타는 냄

새와 함께 횃불들이 하나 건너 뛰어 하나씩 걸려 있었고 두개의 환풍구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유난히

밝고 눈부셨다. 햇빛이 통과하고 있는 그곳에 먼지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떠다니는 것이 한가로이 보인

다. 마치 아무일도 없는 평화로운 오후를 보여주는 듯이.

끼이익-

지하 감옥의 문이 열리며 다섯명의 병사가 음식이 담긴 바구니들을 가져온다. 그리고 각각 감옥마다 공

평하게 음식을 밀어넣어 주자 이제까지 고요했던 그 평화로움이 깨어지고 전쟁이라도 난듯 지하감옥 안

은 난장판이 된다. 하지만 보초병들은 별다른 제재도 가하지 않고 그저 딱하다는 눈빛만을 보낼 뿐이다.

나는 작은 빵 하나와 치즈 한덩어리를 가지고와 구석에 앉아서 먹으며 멍하니 환풍구의 햇빛을 바라본다

. 공기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들.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그냥 귀찮아진다. 이곳에서 탈출을 하는 것

도 나에게는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이곳을 탈출해서 무얼 할 것인가. 아무런

목적도 없이 살 동기없는 인생일 바에야 차라리 노예로 팔려가서 주인에 의해 목적이 생기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는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내가 배운 흑마법은 스승을 죽이기위해

배운 것이기 때문에 굳이 그걸 쓰면서 까지 탈출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대충 모자란감이 있는듯이 배를 채우고 나자 이번엔 각 감옥방 별로 우르르 끌고 나와

어디론가 데려간다. 그리고 우리방 차례가 되어서 끼이익 거리는 녹슨 철문을 열고 나서서 우리가 간 곳

은 커다란 욕탕. 욕탕은 딱 10명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는데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온천

물인것 같았다. 옷을 벗고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5분정도 그곳에 있다가 나와서 물을 퍼다가 먼지가 들

어붙은 머리칼과 몸 구석구석을 씻고 이미 앞의 누군가가 썼던듯한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그리고 새 옷

을 입는다. 그렇게 새옷을 입다가 보니 나는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피빛로브와 지팡이 그리고 주머니 가

득들었던 돈들이 생각난다. 돈들은 이미 강탈당했을 테고 지팡이 역시 내가 정신을 차렸을때부터 없었다

. 게다가 피빛로브 마저 내가 정신을 잃었을때 벗겨 가버린것 같다. 그걸 지금에서야 생각해 내다니. 하

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돈이야 어차피 별로 미련없는 쇠붙이일 뿐이고 지팡이와 로브가 조금 아깝기

는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다음에 다시 찾으면 되는 것이다. 설령 못찾는다 하더라도 아쉬움은 없다.

아니, 오히려 후련하기 까지 하다. 끝끝내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어야만 했던 스승의 유품들을 정리하

게 해줘서.

"일동 차렷."

새 옷을 입은 우리들이 사열종대로 줄을 서자 한 사내가 우리들 앞으로 나와서 군호를 붙인다.

"잘들어라. 나는 앞으로 너희들을 가르치게될 교관이다. 너희는 다들 알다시피 노예이다. 그러므로 노예

는 노예답게 살아야 한다. 하지만. 네놈들 모두가 각기 이곳까지 오게된 동기가 다를 터이니 순순히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터. 내 너희들의 그런 썩은 정신상태를 일주일동안 철저히 교육시켜 주겠다. 알겠

나!"

교관이 권위있는 목소리로 소리친다. 하지만 대답하는이가 없다.

퍽- 퍼억!

대답을 하지 않자 여기저기에서 서있던 보초병들에게서 날아오는 몽둥이들. 사람들은...아니 노예들은

몸을 웅크리며 매를 피하기에 급급하다. 나 역시 몸을 숙이고 매를 피한다. 피한다고 피해보지만 어김없이

몽둥이들은 우리의 살과 뼈에 닿는다. 나는 매를 맞는다. 그 매를 맞으며 생각한다. 고통이야 말로 살아있

다는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아닐까 하고. 뭔가 둔탁한것이 내 머리를 친다. 머릿속이

윙윙 울리는 것이 마치 골이 비어버린것 처럼 아무생각도 할수 없게 되어버린다. 어쩌면...이대로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내 머리속을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그다지....상관없다고 생각되는건 왜

일까. 물론 죽음은 두렵다. 하지만 그런만큼 내게는 뭔가 모르게 매력적인 유혹이 아닐까 싶다. 산다는것

살아 간다는 것 그리고 죽는다는 것. 모두 이 세상 그 어떤 대 현자라도 알수 없는 진리일 것이다. 그것에

대해 진실로 깨닫는 자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나는 그에게 물어보고 싶다. 나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것이

맞냐고.

그리고 그렇게.... 노예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