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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Fate [탈출]

2005.07.05 01:08

SoranoChki 조회 수:36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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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쳐다보지마."

갑작스럽게 뒤에서부터 들려온 여자의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루아즈에게 나는
차갑게 대꾸했다. 나의 말에 루아즈는 후우, 하고 한숨을 쉬더니 조금은 불만스런
얼굴로 나에게 묻는다.

"어째서 그렇게 차가운거야. 누군가 위험하다면 도와주는게 보통이라고."
"나의 일이 아니면 상관하지 않는게 좋아. 괜히 골치 아픈일을 떠맡을 필욘 없어."

나의 대꾸에 루아즈는 질려버렸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지금 우리가 있는곳은
잠시 지나가던 마을 - 이름따윈 알지 못한다 - 의 BAR. 시설이 좋은것도 아니고 사
람이 많은것도 아닌, 전형적인 작은 마을의 술집 답긴했지만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
던것은 사실이였다. 그것이 바로 내가 루아즈에게 경고했던 것이고.

"도, 도와줘요!"

...탁.
루아즈는, 마시던 맥주잔을 신경질적으로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스윽,
하고 의자를 빼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것을, 내가 손을 잡아 일어나지 못하게 저지
했다. 그는 꽤나 불만스런 얼굴로 나를 노려보다가, 결국 내 손을 뿌리치고 자리에
서 일어나 그곳을 향해 가버렸다.

...골치아픈 녀석이로군.
여러가지로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니까.

"그만둬."
"어랍쇼, 이건 또 뭐야?"

조금 멀긴 하지만 상황을 알기엔 어렵지 않은 거리여서 루아즈와 건달 녀석이 주고
받는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전형적인 동네 건달처럼 보이는 상대는, 꽤나 건들거
리는 모습으로 도발적인 몸짓을 하고 있다.

파팟-
루아즈는 가볍게 여자를 둘러싸고 있던 셋을 뿌리치면서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는 가볍게 무릎을 꿇어 무언가를 속삭이는데, 뭐, 들리지는 않는다. 그리 신경쓰고
싶지도 않아 나는 그저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을 뿐이다.

"감히 시비를 걸다니!"

차창-
...이봐, 내가 뭐라고했어. 일반 동네 건달들이 저런 롱 소드를 가지고 꺼내들 것이
라 생각하는거야? 역시나 저건 시비 거리를 만들기 위한 미끼라구. 그리고 저 여자
는 어디선가 굴러먹던 창녀쯤이나 되겠지. 그러니까, 이곳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털어먹는 전형적인 도적 소굴이라고."

콰앙-
가볍게 테이블을 걷어차서 나를 향해 달려드는 녀석들에게 날려버렸다. 역시나 일에
간섭하지 않은 동료인 나까지 가만두지 않겠다는거겠지... 뭐, 실제로 동료가 아니
더라도 나 역시 털어먹어야 하는 목표중 하나였을테니까 말이다.

"으악-!"

꽤나 처참한 비명을 지르면서 나에게 달려들다가 내가 걷어차 날려버린 테이블과 함
께 날아가버린 녀석들은 결국 테이블과 함께 벽에 쳐박혀 버린다. 가벼운 상처라면
갈비뼈가 몇 개 날아갔을테고, 좀 허약한 녀석은 즉사일 것이다. 어차피 살려둘 가
치따윈 없다.

"크아아아악-!"

루아즈도 한 판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신경써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살 녀석이라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비명소리로 보아서 벌써 이리저리 날려버리고 있다는걸 알 수
있다. 동시에, 여관문이 열리면서 우르르 몰려오는 꽤 많은 수의 녀석들. 술집 안에
있던 한패들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죽여버려!"

리더인 듯한 녀석의 고함과 함께 삼십여명의 쓰레기들이 몰려온다. 나는 가볍게 비
웃음을 허공에 흘리고 허리에 찬 검을 검집채로 꺼내들었다. 이런 녀석들을 상대로
검에 피를 묻히는것 자체가 수치다.

"멍청이 루아즈, 앞으로 눈치 정도는 있게 살라구. 내가 뭐랬어."
"시끄러워! 냉혈한 같은 녀석."

할 말이 그것뿐인가, 루아즈 녀석. 나는 친구로서 좋은 충고를 해 주었는데 녀석은
오히려 버럭 소리를 지른다. 보나마나 아픈곳을 찔려서 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여
유있는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검집으로 두들겨 패다 보니, 어느새 남은건 우리를 공
격하라고 지시했던 그 리더 녀석 뿐이다.

"괴... 괴물들..."
"실례군."

우리를 괴물따위에 비유하지 말라고. 우리는 엄연한 인간이니까. 나는 가볍게 얼어
붙은듯한 녀석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볍게 목을 잡고 들어 올리니 녀석은
목을 붙잡은 내 손을 풀을려고 켁켁 거리며 발버둥이다.

"크. 크아..."
"이런 식으로 몇 명이나 죽이고 돈을 빼앗은거지. 웃기지도 않는군..."
"노, 놓..."
"...알았어, 놓아주지."

우두득.
풀썩.

"...목을 부러뜨린 다음에 놓아주는게 문제지만 말이야."
"언제부터 그렇게 잔인해지기 시작한거야, 네 녀석."

루아즈는 툴툴거리면서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나는 가볍게 녀석을 한 번 쓰윽 바라
봐주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시끄러워. 아무튼, 이걸로 이곳은 끝난 것 같은데."
"이렇게 작은 마을에 더 많은 장정이 있을거라 생각하진 않으니까. 뭐, 설사 있더라
도 별로 신경쓰진 않지만."

여유있게 손을 꺾으며 대꾸하는 루아즈.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이 정도 녀
석들을 처리하는것은 일도 아니다.

"길드에서 듣긴 했지만 최근에 이런곳이 많아진 모양이다."

루아즈는 이미 시체, 혹은 기절해버린 부상자들만이 가득한 술집을 휘휘 둘러보며 말
했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잇는 녀석.

"최근에 메시야 왕국의 왕이 사라진 후부터, 여러가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통치자가 없어졌다는건 일의 처리에 있어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거니까
제대로 정책등이 실현 될리가 없어. 결국, 이런 꼴이 되어버린 마을이 많아."
"...원래 도적이 아닌데, 먹고 살기 위해 지내가는 사람을 죽이고 재산은 털어간다,
인가. 마을 전체의 도적화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나는 퉤, 하고 바닥에 침을 뱉고는, 휘적휘적 걸음을 옮겨 술집을 나섰다. 술집 밖
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진 못하고 둘러싼 채로 지켜보고 있어서,  잠시 놀라 버
렸다. 그러다가 그제서야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노약자, 혹은 꼬마 아이들,
아니면 여자들이라는걸 눈치 챘다.

"나쁜 녀석들!!"

휙, 하고 돌이 날아오지만 가볍게 피한다. 루아즈도 뒤늦게 나왔다가 조금 놀란 모
양인지 입을 떡 벌린다. 뭐, 보나마나 우리가 해치운 자들의 아들, 아내, 혹은 뭐
그런거겠지. 어차피 마을에 건장한 남자들만 산다는건 말이 안되니까.

"우리 아빠를 죽이다니!"

휘익-
다시 하번 돌이 날아온다. 가볍게 피해냈지만, 이거 쓰레기 마을이로군. 당신들이
죽인 사람들은 전혀 상관없이 죽이고 돈을   앗았으면서 가족이 죽으니까 나쁜놈들
이라고?

"참아, 엔티."

검병 - 검의 손잡이 - 에 손을 대는 나를 저지하는 루아즈. 이 녀석은 너무 착해 물
러 터져서 문제라고. 이런 곳을 그냥 두었다간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 원한다면 나머지들도 죽여주지! 자아, 저쪽이 어떨까!"

루아즈 녀석은 검을 뽑아들고 한 쪽을 가리키고는 뛰어간다. 나도 녀석의 의도를 눈
치채고는 뒤쳐지지 않고 바로 뒤를 쫓아간다. 루아즈가 가리킨곳의 사람들은 움찔
놀라더니 우우- 하면서 비켜서서 우리가 빠져나가기 쉽게 되었다. 뭐, 보통 누구라
도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테니까.

"다친 사람 없이 잘 뚫었군. 그건 칭찬해 줄만 하지만 도망치는건 내 성격에 맞지
않아, 루아즈."
"시끄러워. 더이상 일을 시끄럽게 만들지 말라고."
"시끄럽게 만든건 네 녀석이잖아. 그 일에 상관만 안했다면 괜찮다고."
"...쳇."

결국 나의 말에 대꾸하지 못하고 혀를 차면서 뛰고 있는 루아즈 녀석. 나는 아무말
없이 녀석의 뒤를 따라 뛰고 있을 뿐이다. 어차피 마을이 큰 편도 아니기에 빠져나
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말, 이런 마을이 늘어가고 있는걸까?
나는 씁쓸함을 얼굴에서 지우지 못한채로, 이제 서서히 어두워지는 공간을 가로질러
길을 따라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