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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존재하지 않는 신의 비망록

2009.09.25 12:54

ArQu 조회 수:543 추천:1

extra_vars1 신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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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별장'으로 가는길에 제국민이라고는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이 빛을 몰아내고 서서히 세상을 장악해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은 '세월이 기지개를 켜는날'. 기지개를 켜고 세상을 내려다보는 '세월'의 눈에 띄이면 삶이 허무해져버린다는 미신때문에 제국민이 일찍 잠자리에 든것같다. 세월의 눈에 띄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진다. 그러면서도 미신따위에 무력한 나를 비웃게된다.


 


'신의별장'에 도착하자 신의사자가 (꽤나 하위권의 사자인듯하다)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 알카트라즈 제6장군 버나드 C. 나그네 되십니까?"


 


"그렇소. 제16사자께서 찾으셨다고 해서 왔소이다."


 


"이리로..."


 


신의사자는 날 신의별장 깊숙한곳으로 안내했다. '세월이 기지개를 켜는날'에는 신의별장 또한 아주 어둡다. '존재하지 않는 신'은 세월이 기지개를 켜는날에 휴식을 취한다고 알려져있다. 그때문에 알카트라즈에 흩어져있는 13개의 신의거주지 및 신의별장은 세월이 기지개를 켜는날에 불을 밝히지 않는다. 그의 휴식에 방해가 될까봐. 온통 어둠이 만연하지만 신의사자는 이리저리 익숙하게 길을 찾아갔다. 이윽고 별다를것 없는 평범한 문 앞에 도착했다. 신의사자는 '여기로 들어가시면 제16사자님을 만나실수 있을겁니다' 라고 하고는 다시 왔던길을 되짚어갔다. 난 어둠속에 홀로 남게되었다. 이상한일이다.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되건만 들어가기 싫다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왠지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생길것같은 느낌. 피곤하거나, 재수없거나, 혹은 짜증나는. 이전에도 이런 느낌이 든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그 느낌을 무시했고 결과로 난 알카트라즈의 제6장군이 되었다. 이거 꽤나 신빙성있는 느낌이지 않은가? 그런 느낌이 현재 날 지배하고 있지만 현실은 느낌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제16사자는 나보다 윗선에 포진하고 있고 나는 기껏해야 제6장군일뿐이다. 현실의 냉혹함에 치를 떨던 나는 결국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설 수 밖에 없었고 날 기다리던 제16사자를 대면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알카트라즈 제6장군 버나드 C. 나그네, 왔는가."


 


"불렀다고 들었소."


 


형식적인 인사를 하던 나의 눈에 제16사자가 아닌 다른 존재가 들어왔다. 아, 아까전의 그 여행자다. 여행자는 놀랍게도 제16사자와 같은 높이의 의자에 앉아있었고 예의 그 이채가 서린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해야할지 잠시 망설이던 나는 발칙하게도 '제16사자와 같은높이의 의자에 앉아있는자'에게 가벼운 목례만을 던졌다.


 


"으흠..."


 


제16사자의 책망하는듯한 헛기침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문앞에서의 이상한 느낌이란건 이자로 인해서 기인한 것 같으니까. 제6장군이 되는 순간부터 '느낌' 이란것에 상당히 의존해온 나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나에게 왠지 귀찮거나 한 일을 던질것같은 이자에게 차마 예를 차릴수가 없었던 나를 보던 그 여행자는 곧 이채를 지우고는 제16사자에게 말했다.


 


"아, 괜찮습니다. 대접받을 목적으로 온것도 아니고 난 그냥 신탁만 전하면 되니까요."


 


발랄한 목소리. 길목 앞에서 경비병과 실랑이를 벌일때와 똑같은 목소리다. 목소리를 듣고 판단하건대... 존재가 태어난 후 세월이 빚어낸 빛과 어둠의 두루말이의 수는 적으면 열일곱, 많으면 열아홉정도 될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정도의 빛과 어둠의 두루말이라면 모두 펼쳐 보였을때 능히 판게아를 덮을 수 있는 개수이기 때문이다. 어느정도의 개수가 차면 결국 중요한것은 두루말이를 펼쳐낼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고 많이 펼쳐내 보일수 있을수록 높은 직위를 받는것은 당연한것이다. (물론 두루말이가 많을수록 더 넓게 펼치는것이 용이하기 때문에 개수를 뒤집을 수 있는정도의 능력이 있는 천재가 아닌이상 거의 모든 직위가 두루말이의 개수순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예외로 자신의 두루말이를 다른사람.. 예를들면 친족이나 혈족이 대신 펼쳐주는 편법을 이용해서 직위를 득하는자도 있지만.)


 


"무슨 소리인지..."


 


난 제16사자를 보면서 의문을 떠올렸다. 하지만 대답은 여행자로부터 나왔다.


 


"이름이... 버나드 크리스 나그네... 맞으시죠?"


 


"그렇소...만."


 


난 순간적으로 어떤식의 화법을 구사해야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했고, 아무래도 의자높이를 무시하지 못했던 나는 온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당신은 '나그네'의 뜻을 아세요?"


 


그 여행자는 나의 혈족이름인 '나그네'를 걸고 넘어졌고, 난 대답할 수 없었다.


 


"당신의 혈족들은 어디있나요?"


 


난 혈족이 없다. 내가 나를 자각할 무렵에 내게 남겨진건 버나드 크리스 나그네 라는 이름 뿐이었고 날 지탱해줘야 할 혈족은 단 한명도 없었다. 덕분에 난 버나드 크리스 나그네 라는 이름만 가지고 치열하게 살아남아야했다.


 


"대답이 없는걸 보니 점점 제 생각에 확신이 들기 시작하네요."


 


"무슨..."


 


"존재하지 않는 신의 비망록. 그거 가지고 계시죠?"


 


여행자는 갑자기 존재하지 않는 신의 비망록을 언급했다. 난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제1사자로부터 '존재하지 않는 신의 비망록'을 받은 사실을 아는사람은 단연코 말하건데 한명도 없다. 제1사자가 누군가에게 떠벌릴만큼 경솔한 사람도 아니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떠벌린적이 없기 때문이다. 제16사자가 날 바라본다.


 


"그게... 무슨말이오."


 


난 일단 잡아떼기로 했다. 아직은 정체파악이 되지 않는자에게 순순히 모든것을 말해줄 수도 없었고, 일단 이자가 그 책을 내게 준 제1사자에 대해 가진 일련의 감정이 어떤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걱정마세요. 저도 다 읽어본거니까. 그책, 개관 말고는 아무 쓸모 없어요. '비망록'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붙은 주제에 개관정도의 분량이면 왠지 김빠지잖아요. 그래서 뒤에있는 내용은 그냥 대충 끄적여놓은거래요. 항간에 떠도는 미신, 소문 등등을 규합해서 쓸데없다는 확신이 드는것만 고르고 골라서 짜집기해놓은거죠. 결국 그 책은 개관이 다에요."


 


여행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줄줄 말했고 제16사자는 점점 경악한 표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로서는 '신의사자'들만이 열람이 가능한 '존재하지 않는 신의 비망록'을 단숨에 시중에 떠도는 잡지(雜紙)로 격하시켜버리는 여행자의 언변이 기가 막힌듯 했다.


 


"이보시오, 은신자. 말이 심하지않소."


 


제16사자는 그를 '은신자'라고 표현했다. 은신자는 제16사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얼레? 몰랐어요? 은신처에 있는 은신자들은 다 아는건데."


 


제16사자에게 툭 던진 은신자는 다시금 나를 바라보았다.


 


"뭐, '존재하지 않는 신의 비망록'의 내용은 중요한게 아니에요. 어쨌든 나그네, 꼭 가지고 계세요. 그거 이후에 당신한테 꼭 필요할테니까."


 


은신자는 제1사자가 내게 한 말과 거의 비슷한 말을 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난 안중에도 없다는듯 은신자는 제 할말만 하기 바빴다.


 


"아참, 신탁을 전해야 하는구나. 나그네가 조그만동네에 있다고해서 힘들게 왔다구요. 자 그럼 신탁을 전할게요."


 


"자...잠깐만."


 


난 은신자의 말을 끊었다. 제16사자와 같은높이의 의자에 앉아있는 자에게 해서는 안될 발칙한 행동이었지만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말하는 은신자를 용납할수 없다는 내 감정도 한몫 했다. 게다가 난 지금 그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신의 비망록 건에 대해서는 넘어가기로 하고 나에게 꼭 필요하다는건 무슨뜻이오? 그리고 신탁은 또 무슨소리요? 난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을 하나도 못알아듣겠소!"


 


은신자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내뱉었다.


 


"뭐, 좀 있으면 필요하다는거에 대한 의미는 알게될테니까 지금 입아프게 말해주고 싶지 않으니 넘어가죠. 그리고 바보에요? 존재하지 않는 신의 신탁이 버나드 크리스 나그네 에게 떨어졌으니 그걸 전하겠다는거잖아요."


 


"그러니까, 신의 신탁이 왜 내게 떨어졌냐는거요?"


 


"존재하지 않는 신 마음이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억울하면 나그네라는 이름을 가지질 말던가. 아, 빨리 신탁받아요!!"


 


은신자는 거의 강압적으로 날 꿇리고는 제16사자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개인에 대한 신탁은 제3자가 들어선 안되는거 알죠? 그럼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제16사자는 조용히 물러났다. 난 여전히 의문가득한 표정으로 은신자를 바라보았고 은신자는 그것을 무시했다.


 


"자, 신탁갑니다."


 


『 목적지 없이 길을 떠도는 처량한 깃털 한줌에 희미한 향취가 묻어나면 타오르는 자존심은 더욱더 거세게 타오를것이나 상대하기도 싫은것에 의하여 그 불길은 미약해질것이니, 결정은 깃털에게 달렷으리라 』


 


이상한 내용.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신탁에 대한 내 소감이다.


 


"잘 들었죠? 난 전하라는대로 전했으니까 신탁이 가리키는 길은 알아서 찾아내세요. 그럼 가보세요."


 


은신자는 역시 자기 할말만 하고 내게도 축객령을 내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이상 할 말은 없다는 무언의 표시. 난 할말이 많았지만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할수없이 돌아나오는 나의 뒤에서 은신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참, 돌아갈때 세월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문을 열고 나오자 제16사자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


 



내용이 점점 허접해지고 있어... 계획을 짜지 않은 즉석에서의 이야기는 어쩔수 없는건가...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올리네요;; 컴퓨터를 할만한 시간이 잘 없어서...


그래도 왠만큼은 꾸준히 올리려 하고 있으니...


왠지 내용이 누구든지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듯한 기분이 드네요; 조금만 있다가 (언제?) 저만의 이야기를 풀어낼렵니다. 그때까지 일단 탄탄하게 베이스를 깔고 간다고 생각을... -_-;;


아참, 생소한 말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네요. 1회부터 지금까지 나온 말들을 전부 정리해놓고 다음회부터는 그때그때 정리하기로... ㅎㅎㅎ (설정집은 아님;) 그럼 최대한 빠른 시간에 다시 찾아뵙죠...


 


 


판게아 - 이야기가 펼쳐지는 기본적인 무대. 이 세상의 첫번째 나라에서 섬겼던 신인 '끝없는 과거로의 신'이 이 세상의 첫번째 나라의 터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판게아라는 거대한 세계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끝없는 과거로의 신'을 섬겼던 이 세상 첫번째 나라에 대해서는 나라명도 전해지지 않는다.


 


나비의 날개짓 - 판게아의 사방위(동,서,남,북)에는 따뜻한여신, 뜨거운여신, 시원한여신, 차가운여신이 부리는 4마리의 커다란 나비가 한마리씩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판게아에는 바람이 불어온다고 전해진다. 결국 나비의 날개짓이라는건 바람을 뜻한다.      


 


신들의 숨결 - 하늘에서 '빛의결정(태양)'이 뿜어내는 빛을 인간들이 견뎌내지 못하자 자신들을 섬겨주는 인간을 위하여 신들이 뿜어내는 작은 선물. 지금도 하늘의 한켠을 장식하고 있는 존재. 구름이다.  


 


사견 - 판게아에는 염라대왕, 지옥, 천국같은 개념이 없다. 착하게 살았든 나쁘게 살았든 죽은후에는 결국 모두가 사견의 부름을 받고 그에게 잡아먹힌다. 그리고 모든 기억과 인성, 성격이 사견의 뱃속에서 소화되고 깨끄해진 영혼은 다시 판게아로 배출된다. 끝은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고 나쁜인간들만 팽배하지 않은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것이 자신들을 지켜주는 각 나라의 신에 대한 예의이자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제의집, 신의거주지, 신의별장 - 궁전, 신전, 신탁소.    


 


존재하지 않는 신의 비망록 - 우리세계로 치면 성경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편화 되어 있지는 않고 신의사자들만이 열람이 가능하다. 신의사자가 아닌 다른사람이 보는것은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어 있다.



신의사자 - 그 나라의 신을 모시는 사제격.


     


이름이 적힌 종잇조각 - 본문에 설명 되어있듯이 알카트라즈에서 통용되는 신분증이다. 명칭 그대로 손바닥만한 특수한 재질의 종잇조각에 이름하나만 적혀있다. 위조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고 한다.


 


세월이 기지개를 켜는날 - 여기로 친다면 일요일. 판게아에는 모든 나라가 일주일을 5일로 친다. 세월이 눈을 뜨는날, 세월이 산책하는날, 세월이 미소짓는날, 세월이 명상하는날, 세월이 기지개를 켜는날 순이다. 마지막날인 세월이 기지개를 켜는날에는 기지개를 켤 무렵인 일몰 이후에는 세상을 굽어보고 있는 세월의 눈에 띄면 삶이 허무해진다는 미신이 있다.


 


같은높이의의자 - 판게아는 신분에따라서 의자의 높이가 다르다. 의자의 높이가 같다는것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동등하게 인정했다는것을 뜻한다.


 


세월이 빚어낸 빛과 어둠의 두루말이 - 길고 거창한 이름에 비해서 결국 뜻은 '나이'다. 본문의 '두루말이를 펼치다' 라는건 능력을 말하는것이고 넓게 펼친다는건 능력이 많다는것, 넓게 펼치지 못햇다는건 그만큼 능력이 떨어진다는것을 의미한다. 타인에 의해서 넓게 펼쳐졌다는것은 속된말로 친족에 의한 낙하산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