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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존재하지 않는 신의 비망록

2009.09.23 07:56

ArQu 조회 수:354 추천:1

extra_vars1 신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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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에서 왔다고 하셨소?"


 


상당한 속도로 뛰어온 제16사자는 헉헉대면서 그 여행자에게 물었다. 그의 표정을 보니 약간의 놀람과 의문이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시찰을 목적으로 조그만동네 내부를 돌다가 이 소란을 발견했고, 그도 역시 곧 흥미를 잃고는 돌아가려 하다가 '은신처' 라는 말을 듣고 달려온듯했다. 여행자는 '은신처' 라는 말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것을 알자 조금은 다행이란 표정이었다.


 


"알아듣는 사람이 있구나... 예, 저는 은신처에서 누군가에게 신탁을 전하라는 명을 받고 왔어요."


 


"그... 그렇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은신처를 증명하는 뭔가를 보여주실수 있습니까?"


 


"물론 보여드려야겠지만... 증명이 어떤건지 아신다면 여기서는 좀 무리라는것도 아실텐데요?"


 


"...경비병, 중요한 손님이다. 비켜드려라."


 


제16사자는 필요 이상으로 근엄한 목소리로 경비병에게 명령을 내렸고 경비병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가로막은것을 풀 수밖에 없었다. 여행자는 경비병에게 '흥' 이라는 콧바람을 새차게 날리고는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제16사자 정도 되면 꽤나 높은 직책이다. 물론 상위의 열번째까지의 사자들보다는 한참 못하지만 알카트라즈의 장군들에게도 거침없이 하대를 할 수 있는 직책인것이다. (물론 알카트라즈의 제1장군이자 특급기사단 '흑천(黑天)'의 대장인 에리스 R. 아르쿠 만은 예외지만) 그런 제16사자가 온대를 하고 있는것이다. 모여있던 제국민과 경비병 대부분이 상당히 놀라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듯 '신의별장'으로 향했다. 나 또한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여행자는 살짝 날 흘겨보았고, 그의 눈에 이채가 서리는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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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해프닝이 끝나고 좀더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온 내게 리하르트가 말을 걸어왔다.


 


"대장! 그 소문 들었소?! 제16사자가 쩔쩔 매는 신원 미상의 어떤놈이 여기에 들어와있다는?!"


 


내가 놀란만큼 이들에게도 상당한 놀라움이었던것 같다. 삼삼오오 모여서 모두가 수근대고 있었고, 리하르트는 내가 들어오는걸 보자마자 달려와서 떠드는듯 싶었다. 카츠는 항상 그래왔던대로 혼자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저렇게 살면 지루하지 않을까? 항상 하는 생각이건만 그의 앞에서 말한적은 물론 없다.


 


"아아... 물론."


 


"그것때문에 지금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라구요. 어딜 가도 쑥덕쑥덕, 안그래도 시끄럽고 어수선한 곳인데 또 이런소문이 돌고 있으니..."


 


"우리가 신경쓸것 없지않나. 우리는 정찰임무를 부여받았고, 그 임무만 잘 수행하면 되는거야. 그런 일에 신경쓸만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텐데?"


 


약간을 들으란듯이 읊조린 나의 말에 쑥덕거리던 비상들은 움찔하더니 슬그머니 해산했다. 그러나 역시 리하르트는 달랐다.


 


"그렇진 않다구요. 혹시 이 소문 때문에 조그만동네가 더 어수선해져서 우리 임무에 약간이라도 지장을 줄 수도 있단 말입니다."


 


"어디에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지장을 준다는거지?"


 


담담한 나의 물음에 리하르트는 벙어리가 되었다. 그때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던 카츠가 입을 열었다.


 


"이런곳은 어수선해지는 만큼 우리같은 이들에대한 적대감이 더 높아질 수도 있죠. 그들의 관점으로는 마냥 조용하던곳에 우리들이 옴으로 인해서 또 다시 이상한 일이 생긴거니까. 다수의 제국민은 작고 유치한것에 크게 반응하면서 그것들에 대한 약간의 관련성을 가진 대상을 찾으면 밑도 끝도 없이 파고드는, 그러면서 그 관련성의 대상을 적대하는 습성이 있더군요."


 


"그렇지? 그렇지? 그렇다니까요."


 


카츠의 지원사격을 받은 리하르트는 자신이 이겼다는듯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말했고 난 '자네는 저말이 무슨말인지 이해나 하고 하는말인가' 라고 해서 입을 막은다음 카츠를 바라보았다.


 


"그런게 우리의 임무와 상관이 있는건 아니지 않은가."


 


"아주 약간의 지장이 있을수도 있지만... 그렇게 큰 일은 없겠지요."


 


"그렇다면 신경쓰지 말도록."


 


나의 말에 카츠와 리하르트 이하의 비상들은 '알겠습니다' 라고 대충 대답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비상은 너무 군기가 들지 않은것같다. 2급기사단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라고 한적이 있다. 그사람은 아주 정확히 본것이다. 난 처음 비상을 맡았을때 그런 군기를 없애려고 무던히도 노력했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왜 그랬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할말은 없다. 그냥 내가 그런 딱딱한 군기를 싫어한다는것 정도? 대장인 내가 싫다는데 어쩔수 없지 않은가.


 


난 카츠와 리하르트를 불러 내일 임무에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일 우리는 조그만동네의 북쪽 '산자락'으로 향한다. 신탁은 '그곳의 북쪽에는 이제는 사라져버린 그가 남긴 희미한 향취가 있다. 그 향취가 이제는 숨겨놓은 자존심을 태우려고 하니, 타오르기 시작하는 그때에 사라져버린 그는 돌아올것이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신의 거주지'에 있는 신의 사자들은 '그곳'을 조그만 동네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리 군사적인 신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신의거주지' 에서는 어느정도 신경이 쓰였는지 우리에게 이런 임무를 내린것 같다. 조그만 동네의 북쪽에는 라트비아의 '산자락'밖에 없으니 그곳으로 향해야 한다는게 나의 판단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탁이... 너무 현학적이군요. 신의사자들이 조그만동네라고 판단했다면 아마도 맞겠지요. 제가 알기로도 이곳의 북쪽에는 산자락 밖에 없으니 그 판단은 찬성입니다."


 


카츠가 찬성하자 리하르트도 군말없이 찬성해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내가 그들에게 말하지 않은것이 있었다. 제1사자가 이 임무의 적임자로 날 지명해 왔다는것. 원래 '신의 거주지'에서는 신탁만을 전할 뿐이지 그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제1사자는 이례적으로 날 지명해왔고, 알렉산더황제는 그것을 받아들여서 나에게 명령을 내린것이었다. 하긴, 조금만 생각해보면 라트비아 국경선을 넘어가는 정도의 임무를 2급기사단에게 맡길리가 없다. 그것을 생각해냈는지 카츠가 말을걸어왔다.


 


"그런데, 그정도의 고급임무를 우리같은 2급기사단에게 맡겼다는게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윗머리 사람들은 충분하다고 생각했겠지. 어차피 거절할 권리따위는 없지않은가. 주어졌으니 한번 해봐야지."


 


난 결국 그들에게 제1사자가 내게 직접 이 일을 맡겼다는걸 말하지 않았다.


 


그 후 임무에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방문을 두들겼다.


 


"제16사자님이 보내셔서 왔습니다만."


 


"무슨일이오?"


 


"제16사자님께서 알카트라즈 제6장군 버나드 C. 나그네 님을 찾으십니다."


 


카츠와 리하르트는 날 바라보았고 난 모르겠다는듯 어깨를 으쓱했다.


 


"알겠소. 곧 가겠다고 전해주시오."


 


"예."


 


사람이 돌아가자 리하르트가 말했다.
 


"제16사자가 대장을 왜 찾는거요?"


 


"글쎄. 별로 생각나는게 없는걸."


 


난 제16사자가 날 찾을만한 일이 있는지를 생각해보았고 아무런 생각나는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유를 모르겠다고는 하지만 나보다 윗선에 서있는 사람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으므로 카츠와 리하르트에게 내일 임무에대한 계획을 짜두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은 조금 쌀쌀했다. 바야흐로 시원한여신이 물러가고 차가운여신이 오려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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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자주 올리지 못하네요. 앞으로도 쭉~~


 


보면 아실테지만 이 세계는 거의 제 머릿속에서 나오는 세계입니다. 그런데 계획과는 다르게 새로운 단어가 너무 많이 튀어나오고 소설내의 가치관이 조금은 특이하다 보니까 저도 가끔씩 헷갈릴때가 있네요. 그렇다고는 해도 뭐 ... 설정집같은건 안쓸렵니다. 그런걸 정해놓고 쓰다보면 '집필의 재미'가 상당부분 사라질거같아서 싫네요 ㅎㅎ


 


계획도 없고 시놉시스도 없고 정해진것도 없는, 모든 글자가 그자리에서 급작스럽게 만들어지는 이놈이 어떻게 흘러갈지 저도 조금 궁금하긴 합니다만 ㅎㅎ (어째 글이 갈수록 짧아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