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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The Daybreak

2009.09.21 03:01

RainShower 조회 수:306 추천:1

extra_vars1 ~ notturno For FALL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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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모든 것은 저 먼 옛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지금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을 머나먼 고대에서부터.


 


모든 것의 뿌리를 찾으려는 사람아.


 


잘들어


 


운명이란,


 


이유가 없는...


 


그런 황당한 녀석이야.


 


*  *  *


 


 


찢어진 악장. 운명


 


 


*  *  *



 온갖 괴기한 실험도구. 책장을 빼곡히 채운 책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건 커다란 관.

 그곳은 마치 마녀의 소굴같았다.

 "테아...?"

 그리고 내 뒤에서 그녀가 나타났다.



*  *  *




 리시엔은 테아에게 모두 이야기했다. 자신의 이름이 리시엔 라 에르카이며, 저주받은 가문의 후손이라는 것을. 어머니, 아버지는 리시엔을 이곳에 숨기고, 행방불명되었다고 한다. 이 마을이라면, 라 에르카라는 가문이 어떤 건지도 모를꺼라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리시엔은 자기가 저주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테아는 '그러면 도망칠 필요가 없잖아'라고 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리시엔의 우울한 목소리.

"나 사실... 동생이 있어."

"어? 뭐야? 진짜? 그 동생은?"

"내가 처음에 너에게 다가간 이유가, 니가 동생이랑 너무 닮아서 였어.."

테아는 리시엔을 처음 만났을때를 생각한다. 참 황당한 소녀였지.

"그래서 그랬구나.."

"사실... 나와 동생은 쌍둥이거든.. 내가 조금 일찍 나왔나봐. 그게 조금 잘못된걸까...?"

리시엔은 자조적인 어투로 이야기를 계속한다.

"난 이시스의 저주를 피해,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났어....."

리시엔은 테아를 지나쳐 커다란 관앞에 선다. 그리고 관뚜껑을 살며시 옆으로 밀어낸다.

"그 대신.. 내 동생이.. 내 저주까지 다 끌어안고 말았어.."

 관안에는 새하얀 소녀가 있었다. 좋은 꿈을 꾸는지 평온하게 잠든 소녀. 하얀 원피스에 하얀 머리. 테아의 머리처럼 새하얀 그녀의 쌍둥이 동생. 그녀의 이름은...

 이슈미아 라 에르카.



*  *  *



 세월이 흘러, 테아와 리시엔은 서로의 이해자가 된다. 아니, 연인이었다. 그들은 서로 말로 하지 않았지만..
그런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다가..

 아르에니시아 대륙은 또 다시 전란에 휩싸인다. 그리고 숲속에 가려진 테아의 마을까지도 전쟁의 여파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징병.
병사가 모자르니까, 평소에는 있던지 말던지, 살던지 죽던지, 신경도 안쓰던 이 마을로 찾아와 남자들을 강제로 끌고간 것이다.


그곳에 당연 테아도 끌려가게 된다.



*  *  *



 나는 또 다시 전쟁으로 소중한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리시엔. 그녀에게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했는데. 또 화내겠지. 멋대로 가버렸다고...

 미안..

 하지만 꼭 살아 돌아갈께.

 나의 그 다짐은 정말 바보같았다. 결국 난 죽어버리고 말았으니까.



*  *  *



 죽음. 처음엔 가까스로 피했으나 두번째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난 전쟁때문에 죽을 운명이었나봐.
그렇게 눈을 감고 어서 숨이 끊어지길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 떠요."

 아름다운 목소리었다. 평범한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천상의 울림. 천사인가? 그렇다는 여긴 천국?

"아니요. 당신은 살아있어요."

 그 말에 황급히 눈을 뜬다. 살았다는 그 말에, 나는 리시엔의 얼굴을 떠올려버렸다. 그녀를 만날 수 있다.
나는 검은 공간에 둥둥 떠있었다. 순간 놀라서 비명을 지를뻔 했으나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당신은... 누구...?"

 그러자 내 앞에서 하얀 빛들이 모여들더니, 아름다운 여성이 나타난다.
발끝까지 닿을 것 같은 검은 머리카락. 페리도트처럼 빛나는 보라빛 눈동자.

 "제 이름은 이시스. 여기는 '재생의 방'이예요."

 그렇게 그녀는 살며시 웃었다.



*  *  *



 여신 이시스. 그녀는 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의 연쇄를 막고자, 죽은 인간을 되살려 다섯 반신을 만든다. 전쟁의 원인이 사람의 악감정으로 인한 것이라고 믿었던 그녀는,

나를 포함한 다른 5명에게 각각 사람의 악감정을 담당해 관장하게 했다.

나는 그 중에 '증오'를 담당하게 되었다.



*  *  *



 '증오'를 관장한다. 말이 그렇지. 실은 이 세상사람의 모든 증오를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증오가 내 속으로 빨려든다. 오로지 미움뿐인 인간. 

 금새 알 수 있었다. 인간이란 이토록 더럽다는 걸. 누군갈 미워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끊이지 않고 밀려오는 새빨간 감정.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던 나도 시간이 지나자 변해버린다. 말이 반신이지, 육체적으로는 신에 상응한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으로는 난 인간일뿐이다.

 미쳐버리는게 당연하다.

 세상 사람들의 증오가 내 안에서 모여, 그것이 또 다른 증오로 돌변한다. 나의 증오.

 나의 인간에 대한 증오로. 죽여버리고 싶다. 모조리 다. 그렇게 서로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면 다 죽여버리고 이 증오의 연쇄를 잘라버리자.

 하하하하하하!



 리시엔.


 도와줘......



*  *  *



 긴 전쟁의 끝에서 평화가 찾아오지만, 여신 이시스는 그 평화를 보지 못하고 소멸한다. 한 인간에 의해서. 웃기는 이야기다. 생명의 어머니로 알려진 이시스의 죽음은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재생의 방'에 갇혀있던 나를 포함한 다섯의 반신은 자유의 몸이 된다.

 반신으로써의 기능이 사라지지 않은채로.


 


*  *  *



 "리시엔... 나 돌아왔어."

 퍽!

 "아아!"

 "...바보야! 늦었잖아...."



*  *  *


 


 리시엔의 연금술 덕에 반신으로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었다. 대신 약효가 발휘하는 동안에는 평범한 인간으로써의 기능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인간에 대한 증오는 지워지지 않는다.

 조금은 불안하지만 다시 되찾은 평화.

 나와 리시엔은 서로 사랑하여, 결국 부부가 된다.

 그리고...


 ...


 아이들이 태어났다. 공교롭게도 쌍둥이었다.


 나의 몸은 반신, 리시엔의 몸은 인간. 우리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정상이 아니였다. 반신의 힘을 몸에 담지만 그릇은 인간. 결국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리고 만다. 내가 정말로 신이라면 몰라도, 반쪽짜리인 나와 인간인 리시엔의 결합으로 더욱더 불완전한 존재가 된 것이다.
 
 갖 태어난 아이들의 생존본능. 자신의 깨지는 걸 막기위해. 불완전한 반신의 힘을 담아 살아남기위해.


 그 아이들은 어머니의 생명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라 에르카의 연금술로 만든 약은 충실히 반신의 기능을 억제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눈앞에서 리시엔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걸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새벽의 지배자로써 수천년을 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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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bre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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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들의 싸움이 누구의 승리로 끝났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폐허에는 단 하나의 새벽의 지배자가 서있어서 싸움이 끝났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이슈미아에게로 걸어간다. 콘크리트 덩어리에 깔려서 정신을 잃은 그녀.

 "리시엔..."

 긴 싸움에 정신이 나가버린걸까. 이슈미아를 리시엔이라고 부르며 그녀를 지긋이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는 증오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미동도 하지 않은채 이슈미아를 응시하던 새벽의 지배자는 조용히 고개를 돌린다.


 


 "나와라. 시아나."


 


 그 말이 떨어짐과 즉시 그의 손에서부터 뻗어나기는 붉은 바람. 콘크리트 더미를 박살내자, 몸을 숨기며 상황을 지켜보던 리스민트가 모습을 들어낸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못해 죄송합니다. 루나리스의..."


 


 "닥쳐. 너의 인사따위 듣자고 널 부른게 아니다."


 


 새벽의 지배자는 리스민트를 죽일듯 쳐다보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난, 이슈미아의 손에 의해 공간계로 봉인당했다. 하지만 봉인당하는 순간 인과율로 나는 2개로 분열됐다. 그리고 한쪽은 이슈미아에게 빙의, 한쪽은 공간계로 봉인당했다. 그리고 이슈미아의 몸을 빌어 숙청을 계속하려는 나를 시아나, 니가 억제시켰다. 그래서 이슈미아는 나를 느끼지 못한채 한동안을 지내왔지. 그러나 넌 이미, 솔라리스의 금기를 유지하기위해 자신의 힘을 제약받고 있는데 어떻게 나까지 억제시켰을까?"


 


 리스민트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듣고도 대답하지 않는다. 새벽의 지배자, 테아는 생명의 신 이시스의 반신. 그런 그를 솔라리스를 제약하면서 억제시켜왔다는건 리스민트의 힘은 '신'이나 그에 상응하는 존재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된다.


 


 "넌가? 이슈미아에게 그런짓을 한게?"


 


 의미불명의 질문을 리스민트에게 던지는 새벽의 지배자. 하지만 리스민트는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지는 다 이해한 모양이었다.


 


 "네. 그녀의 심장을 이식한건 저예요. 그녀는 자신이 루나리스라고 믿고 있겠지만."

 이슈미아가 루나리스가 되기위해 이식한 심장. 그것은 다름 아닌 리시엔 라 에르카의 심장. 저주받지 않은 리시엔의 심장을 이식한 이슈미아는 벌써 저주가 풀려버렸다. 아니, 저주가 풀렸다라기보단 리시엔처럼 조금더 영생다운 영생을 누릴 수 있게된 것이다. 물론 자신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정말 우연이었어요. 전 당신을 봉인시키려고 그 오래전부터 준비했던게 아니예요. 전 그저 이슈미아의 저주를 풀어주고 싶어서 그녀의 심장을 주었어요. 그리고 당신은 이슈미아에게 빙의됐죠. 전 그녀에게 이식된 심장의 주인을 알고 있으니까, 조금의 힘을 보태주는걸로 당신을 억제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당신은 예상대로 조용히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리시엔의 심장을 느끼며.."


 


 새벽의 지배자는 입을 열기 시작한 리스민트를 감정없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도 깨져버렸죠. 당신의 자기애(愛). 리시엔을 사랑하는 감정을 뛰어넘는 어쩔 수 없는 자기사랑. 반쪽짜리 인터럽트로 공간계에 봉인되었던 당신의 반쪽이 세계의 수정의지로 인해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고 나서, 당신은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해..."


 


 사랑을 위해 복수의 길을 걸었으나, 그조차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랑보다 더 소중한 자신......


 


 "...하나만 더 물어보지. 어째서 리시엔의 심장을 가지고 있던거지?"


 


 리시엔을 죽였던 케일과 시아나. 살기위해서 자신의 어머니를 산산조각냈을 이 증오스러운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왜 그녀의 심장만을 남겨놓아야만 했을까..


 


 그 질문에 리스민트는 깨끗한 미소지으면서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한다.


 


 


 


 


 


 


 


 


 


 


 


 "어쩔 수 없는 부모사랑이니까요."




찢어진 악장. 운명. <끝>


 


+  +  +  +  +  +


 


 


이제.. 이 막장 스토리도 엔딩만 남았습니다...


 


ㅠㅠ 그리고 마지막에 리스양의 삐뚤어진 사랑은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