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The Daybreak

2009.09.20 11:58

RainShower 조회 수:346 추천:2

extra_vars1 ~ notturno For FALLING ~ 
extra_vars2 55 
extra_vars3 114101-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종장. 황혼 혹은 새벽


 


+  +  +


 


------------------------


View Of Isuemia La Erka


------------------------


 


+  +  +


 


 “------!!”


 


 간절히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조금만 더 들어보기로 한다. 아직 눈을 뜨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아!!”


 


 자세히 들어보니 어디서 듣던 목소리다. 왠일인지 큰소리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데...?


 


 “이슈미아!!”


 


 뚜렷히 들리는 목소리와 함께 시야가 열린다. 흐릿하게 보이지만 사인이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품을 뿌리치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왜지? 왜.. 사인이를 다시 만나러 온 주제에....


 


 “야! 너 상처가 크단 말이야. 아직 움직이면 안돼.”


 


 사인이가 나를 부축하려고 다가온다.


 


 “됐어. 난 괜찮아. 그리고 잊은건 아니지? 다시 만나면 나는 너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마음은 반가워서 어쩔줄 모르는데,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는 가시가 묻어난다. 내 말을 듣더니 사인이는 굳은 표정으로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물러선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사인이를 보는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이게 아니였는데...


 


 “그래? 알았어. 괜찮다니 다행이네. 그럼 난 간다.”


 


 그리고 평소처럼 아무 일 아니라는 것처럼 돌아선다. 그냥 돌아서는 사인이가 야속하기도 하지만 붙잡지 못하는 자신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히다. 속으로만 전전긍긍하는 사이, 사인이는 걸음을 옮겨 골목을 빠져나가려 한다.


 


 체념하고 상처를 감싸고 일어나려던 찰나에, 사인이의 차가운 말이 들린다.


 


 “아, 참. 저번에 헤어질때 잊어먹고 못한 말이 있는데.. 나도 니가 싫어.”


 


 “그래. 다시는 만나지 말자.”


 ...


 


 서로를 싫어한다. 나는 너의 태도, 삶의 방식, 생각. 등 모든 것이 나와는 반대인 니가 싫다. 짜증난다. 어찌 저리도 쉽게 포기하는 건가. 미련하나 없는건가. 아니 분명 미련이 있으나 모르는 척 하는 거지. 그래서 짜증난다. 그래, 정말 싫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말 못 볼지도 모른다. 차라리 실컷 미워라도 해보고 끝을 내야 시원할 것 같다.


 


 몸이야 무리를 하면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다. 게다가 사인이는 이제...


 


 평범한 고등학생일뿐...


 


 “아니, 그럴 필요없이 그냥 이 자리에서 끝을 내자.”


 


 ‘끝을 내자’라는 내 말에 사인이의 걸음이 서서히 느려지더니 멈춰버린다. 걸음을 멈춘채 생각을 하는건가. 사인이는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는다. 그것도 잠시뿐.


 


 “좋아. 그게 서로간에 편하겠지.”


 


 이상하다. 내 귀가 어떻게 된건가. 고막을 울리는 사인이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들떠있다. 심한 상처로 인해 청각이 이상해졌나? 아니면, 사인이가 미쳐버린걸까. 돌아선 사인이의 얼굴에는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한 표정. 옅은 미소가 뒤섞여 있었다.


 


 “자, 그럼 내가 먼저 간다!”


 


 사인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향해 곧장 달려온다. 그것은 항상 사인이가 보이던 태도, 자신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살마. 나에게 달려들어도 결코 이길 수 없고,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치, 죽음을 바라는 듯이. 그게 싫다.


 


 도망칠 곳이라고는 ‘죽음’ ‘소멸’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니가 싫었던거야. 아니 싫어! 어떻게 그렇게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달려오는 사인이를 향해 나는 속에 담아둔 말들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일종의 화풀이나 다름없었다. 나와는 다른 삶의 방식과 생각을 가진 사인이에게 품어왔던 불만.


 


 사인이의 주먹이 얼굴을 향해 날아온다. 진심이었다. 있는 힘껏 날린 펀치. 나는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는 걸로 간단히 피해냈다.


 


 “후. 그런식으로 말해도.. 사실 넌 내가 부러운거야.”


 


 사인이는 입꼬리를 올려 작제 미소짓는다. 내가 널 부러워한다고? 뒷통수를 걷어차는 사인이의 말. 그 말에 잠시 얼을 빼놓고 있는 동안, 사인이의 왼쪽 주먹이 날아온다.


 


 이번엔 살짝 힘을 써 뒤로 뛰어오른다. 황당한 사인이의 말에 잠시 거리를 두고 조목조목 따져볼 생각이다. 착지한 지점은 사인이와 어느정도 떨어진 지점이었다. 무리를 한 모양인지 상처가 욱신거린다.


 


 “뭐? 부럽다고?”


 


 “그래.”


 


 사인이는 또 다시 달려든다.


 


 “나는 항상 포기하며 체념한 채로 살아왔어. 그래. 아무것도 남지 않는 삶. 하지만 어차피 삶이라는건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잖아?”


 


 사선을 그으며 질주하는 사인이의 주먹. 동시에 나는 사인이의 주먹을 왼손으로 붙잡고 오른판을 휘둘러 사인이를 쳐낸다.


 


 사인이는 바람에 날리는 종이조각처럼 뒤로 넘어진다. 흥분을 한 탓에 힘조절이 안된 모양인지 사인이는 넘어진채 몇바퀴를 굴러서 겨우 멈춘다. 거기에 또 한번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죽으면 어차피 아무것도 남지 않는 삶. 그래서 다 포기하고 체념해도 괜찮다?


 


 사인이의 말이 자꾸 가슴속을 맴돌며, 흥분과 울화의 불길을 집힌다.


 


 비틀거리며 땅을 집고 일어서는 사인이. 한손으로는 목구멍으로 치밀어오르는 선혈을 막기위해 입을 가리고 있었다. 사인이가 걱정이지만, 나도 상처에서 한 방울 두 방울 피가 흘러 바닥을 적시기 시작하면서 심장이 세차게 뛴다.


상처가 어느정도 회복되고 있지만, 그에 따라 이성을 지배할는 흡혈충동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꾹 눌러참는다. 사인이의 피를 빨 수 없다. 만일 지금 상태에서 피를 빨게 된다면, 사인이의 심장에 남은 단 하나의 빗방울까지 전부다 먹어 치워버릴테니까.


 그토록 싫어했으면서, 난 사인이를 위해 억지로 이 억센 충동을 거스르고 있다.


 


 “그런데, 넌 나와 달리 포기할 수 없는 거야. 무엇 때문인지는 이야기 않해도 알지? 너는 이대로 삶을 끝낼 수 없어. 하지만 너의 그 집착이, 삶에 대한 집착이 항상 너를 조이는 올가미가 된거야.”


 


 ...


 


 새벽의 지배자, 사인이,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의 기억과 의식의 일부분은 둘로 갈린 새벽의 지배자가 다시금 하나가 되는 순간 뒤섞여버린 것이다. 지금의 사인이라면..


 


 자신의 부모님이 누구에게, 또 왜 죽었는지도 알겠지.


 


 사인이는 허리를 힘겹게 펴며 똑바로 선다. 하지만 심한 출혈과 함께 무리한 행동을 한 대가로 균형을 잡지 못하고 한차례 비틀거리다가 다시 자세를 바로 잡는다.


 


  “그래서 넌 내가 싫었겠지. 내가 너무나도....”


 


  “자유로워 보였을테니까.”


 


  뭐!?


 


 “아니야.”


 


 아니야. 사인이가 달려온다. 간단히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내 발은 바닥에 붙은건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라니까. 난 절대 부럽지 않아. 그건 자유가 아니잖아.


 


 “다 포기하고 남는게 자유라니, 그건 죽음보다 못한 삶이잖아! 그런 너를 내가 부러워하다니! 바보같은 소리좀 그만해!”


 


 성이 나서 크게 외친다. 이유를 알 수 없이 화가 난다. 마치 무언가를 감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 냄비처럼 서서히 달아오르는 나의 마음.


 


 “알아. 그래도 넌 내가 부러운거야. 머리로는 그 삶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지만, 갇혀있던 너의 마음은...”


 


 “시끄러워!”


 


 사인이의 말에 이성을 잃어버린 채 손을 치켜 세우고 달려오는 사인이를 향해 매섭게 휘둘렀다. 달빛의 잔상을 허공에 새기며 사인이를 찢어버리려는 나의 손길.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손을 빼기엔 늦었어.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등뒤에 식은땀이 흐른다. 어떻게든 멈춰야하는데. 사인이의 얼굴, 한치앞까지 다가선 손톱이 갑자기 멈춘다.


 


 내 손목을 움켜쥔 타인의 손. 그 손의 주인이 사인이라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어떻게 될일일까. ‘새벽의 지배자’가 없는 사인이는 평범한 인간일뿐인데.


 


 “너...?”


 


 예상밖에 상황에 나는 말문이 막힌다.


 


 “생각보다 쉽네? 인터럽트라는거.”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짓는 사인이. 그 미소에 자꾸 시선이 멈춘다. 마음의 동요에 흔들리는 사이 그의 몸이 움직인다.


 


 쾅!


 


 사인이가 왼손으로 바닥을 내려치자, 굉음과 함께 붉은 바람이 폭사한다. 마치 용이 승천하듯이 휘감겨 오르는 적풍. 재빨리 사인이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선다.


 


 “너, 그렇다.... 죽어.”


 


 “알아. 상관없잖아? 내가 죽던 말던.” 


 


 인간인 사인이가 인터럽트를 사용한다는 건 자신의 생평을 판다는 것이다. 나와의 싸움으로 행한 두차례의 인터럽트는 최소한 사인이의 수명은 1/10은 줄었을 것이다. 그 전에 했던 인터럽트와 존재중복현상까지 따지고 나면.... 사인이는 얼마나 더 살수 있을까..


 


 자꾸 가슴이 아린다. 죽일 정도로 미워하면서 뭘 이렇게 망설이지. 왜. 왜.


 


 우리가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마음을 품었던 건, 우리가 각각 새벽의 지배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라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결국 우리가 느낀건 새벽의 지배자의 자기 사랑일뿐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 둘에게 있던 새벽의 지배자는 사라져버렸는데...


 


 더 이상 이런 거짓된 감정은 남아 있을 리가 없는데....


 그런데도 이 사라지지 않는 마음. 너무도 견딜 수가 없어서..


 


“아니, 상관있어.”


 


 나도 모르게 그만 내뱉엇다. 의외의 대답에 사인이는 놀랐는지 눈을 살짝 부릅뜰뿐 더 이상 말을 건네오지 않는다. 말문이 막힐 정도였을까. 내 말?


 


 “억울하지도 않아? 그렇게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삶이라고 해서, 넌 정말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은 거야? 하다못해, 네 부모님을 죽인 나한테 복수같은 것도 하고 싶지 않아?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저 죽음만을 원할 뿐이야??”


 


 감정이 격해진 탓일까 사인이의 대꾸는 상관없이 나는 말을 이어간다.


 


 “너에게도 분명 바라는게 있었잖아. 남들보다 더 많이 바라고 원했잖아. 그런데 왜 그러헥 쉽게 포기하는거야? 너의 과거는 그럼 다 거짓말이야? 아니잖아!”


 


 “이미 늦었어. 이대로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어. 난.”


 


 아무것도 잡지 않은 손을 공허하게 바라보는 사인이. 그 모습이 화가나고, 또 안쓰럽다.


 


 “아니, 늦지 않았어. 늦는다는 건 절대 없어. 봐. 영원을 사는 나조차도 수없이 다시 시작하고 실패하는걸! 늦었다는 건 변명일 뿐이야. 두려운 거잖아? 다시 실패할까봐 두려운 거잖아? 또 다시....”


 


 추락할까봐 겁나는 거잖아!


 


 “이미 난 그런 나까지 인정했어. 그 한심한 모습까지 나라는걸.”


 


 “아니, 넌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도망치고 있을뿐이야."


 


 사인이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칫한다. 그러나 나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너의 과거는 실패투성이. 발버둥치는 자신이 바보같아서.. 그렇게 실패를 거듭해오는 동안 너는 자신이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고 느껴버린거야. 그래. 사람은 이것 저것 다 가질 수 없어. 그러기엔 사람이란 너무 짧은 시간을 살아가고, 너무나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런데 너는 그 불가능한 꿈을 꾸다가 실패하고 주저앉았어.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하잖아? 실패라는거.”


 


 “알아.. 나도. 불가능한 꿈이든 가능한 꿈이든, 어찌됐든 실패할 수도 있다는걸. 그래. 꿈을 군다는 건 바로 그거였어. 달콤한 꿈을 꿀수록, 그 대가는 처절하다는 걸.”


 


 사인이는 쓴웃음과 함께 한숨을 내쉰다. 자조의 웃음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비웃는 듯한 미소.


 


 “그래서 그만뒀어. 어차피 죽을 꺼, 이렇게 발버둥 쳐봐야 뭐가 남나. 애초에 태어나질 말았으면.. 그렇게 살다가, 너를 만나게 된거야. 발버둥치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널. 영원이라는 세월동안 살아남기위해 허우적대는 널. 난 싫었어. 왜냐고? 나도 똑같아.”


 


 사실은 니가 부러웠어.


 


 그 말이 내 가슴을 뒤흔든다.


 


 아리송한 안개같은 감정이 표면으로 떠올라 온몸을 가득채운다. 설레면서도 기쁜 이 마음은 대체 뭐란말인가.


 


 “뭐야, 그 표정”


 


 미소와 찡그림을 반반 뒤섞은 사인이가 내 얼빠진 표정을 지적한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서.. 이젠 어떤데..? 니 생각은...?”


 


 “음. 크게 변한건 없지만... 그 속에서 그래도 나름대로 찾은건 있었어.”


 


 머리를 긁적이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 사인이. 그러니까 왠지 더 궁금해지네.


 


“그게 뭔데?”


 


“비밀.”


 


“뭐야 그게!!!”


 


“하지만, 하나는 말해줄수 있어. 이젠 앞으로 갈꺼야."


 


 그래, 이젠 절대로 죽는다는 말 하지마.


 


 사인이가 내 앞으로 손을 내민다.


 


 “뭐야...?”


 


 "화해."


 


 나는 참지 못하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손을 맞잡고 흔든다. 그리고 서로의 손을 놓아준다.


 


 “이슈미아. 이제부터 넌 어쩔꺼야....? 또 정처없이 떠돌아?”


 


 “일단, 리스민트를 찾아야지... 만나서 물어볼게 태산같아 지금은...”


 


 “그 뒤론?”


 


 “으음. 아무래도 계속 떠돌아야지. 새벽의 지배자. 아직 살아있잖아?”


 


 존재중복현상을 수복한 채 사라진 새벽의 지배자. 또 다시 긴 술래잡기가 시작됐구나.


 


“그래, 그럼 여기서 이별이네.”


 


 어?! 뭐야. 아직 할말 다 못했는데!? 사인이는 이젠 진짜로 헤어질 듯이 말한다.


 


 “어,어.. 그러네. 아, 참 너는 이제부터 어쩔건데!? 그 상처는?”


 


 “아? 이거? 병원에 간다고해서 달라지는건 없겠고 몇일 집에서 쉬지. 뭐. 니 몸 걱정이나 해. 바보야. 자, 그럼.”


 


 사인이는 한번 싱긋 웃더니 뒤돌아 서 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빨리..!?


 


 “안녕. 이슈미아.”


 


 정말 너란 녀석은......


 


 “안녕.....”


 


 그렇게 사인이와 헤어졌다.


 


 


 


 종장. 황혼 혹은 새벽 .<끝>


 


+  +  +  +  +  +


 


종장은 끝. 이제 조금의 뒷이야기와


엔딩만 남았어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