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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파괴의 연주 [세 번째 이야기]

2009.12.06 01:22

블라블라울라블라 조회 수: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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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연주




[세 번째 이야기 : 냄새]




“그러니까, 결론은 땅을 파고 나가자는 거냐?”




“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요. 어차피 이곳을 돌아다니며 감시하는 인간은 없으니…….”




어느새 나는 이 살인자들과 친해졌다. 많이 맞고 그들의 비위를 잘 맞춰서인가, 그들은 이제 날 때리지 않는다. 이제 내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기회에 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탈출하도록 완벽히 유도해야한다. 나는 지하감옥을 총괄하는 베이가드라는 인간과 마주치지 않는 루트를 생각해냈다. 첫 번째로 땅을 파고 나가는 것이다. 이 감옥의 바닥은 돌로 되어 있어서 쉽게 파이지 않지만 이 돌만 뚫으면 그 다음은 흙으로 이루어져서 나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포이스는 그러다가 우리가 나가다가 중간에 무너져 내리면 어쩔 거냐고 반박하였다. 난 할 말아 없어서 그냥 멀뚱멀뚱 앉아있었다. 이 논제의 답은 하나다. 그냥 잘 무너지지 않게 파면된다. 하지만 이 말을 하면 오랜만에 주먹을 맞볼 수 있으므로 그냥 입을 다문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방법을 제시했다. 밑이 아니면 위로가자! 이들 말에 의하면 이 바로 위는 술 창고로써 각도를 잘 계산하여 술 창고 중 아주 조그만 틈새를 향해 파면된다고 한다. 그곳으로 가기만 하면 베이가드는 걱정이 없다. 베이가드가 있는 위치는 그 술 창고와 지하 감옥으로 가는 중간에 있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고 조용히 이동하면 탈출은 가능하다. 나의 두 번째 의견은 다들 만족하는 듯 했다.




“그런데 너 그렇게 해서 나가면 뭘 하려고 그러는 거지?”




포이스가 내게 물었다. 나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암살입니다.”




포이스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계속해서 질문했다.




“암살? 누구를?”




“빙자드요.”




지하 감옥은 다시 광기어린 웃음으로 가득 찼다.








오란 황제는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뒤에 있는 빙자드가 문제다. 그에 대한 소문은 나도 익히 알고 있다. 매우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어서 모든 전쟁에서 그의 전술에 상대가 농락당한다. 그의 뛰어난 마법실력은 상대방이 ‘억’이라고 외치는 순간 상대방의 목숨이 사라진다. 그런 그가 오란 황제 밑에서 있는 것은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이다. 오란 황제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내 생각에는 빙자드는 라이칼을 키울 때로 키운 다음 자신이 한 입에 꿀꺽 할 생각이다. 그래서 오란 황제 밑에 있으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이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이웃 나라들도 다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빙자드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오란 황제보다 더 떠받든다. 이런 명성을 가지고 있는 그는 역시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내 몸 전체를 빠르게 훑어본 뒤 오란 황제 옆에서 호위하는 자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인다. 쳇, 들킨 것 같다. 하긴, 내 모습을 오란 황제만 보았다고 해서 빙자드가 모르란 법은 없다. 빙자드가 그에게 뭐라고 속삭이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와 나를 경계한다. 하지만 오란 황제는 내 뒤에 있는 엘을 보고는 그를 다시 뒤로 보낸다. 나는 안심한다는 표정을 하고 그에게 더 다가간다.




“오랜만입니다. 오란 황제시여.”




“그렇군. 그동안 어디서 무얼 했는지 모르겠지만 엘과 함께 있는 이유는 뭐지? 엘, 네가 말해 볼테냐?”




“아, 안녕하십니까.”




엘은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당황할 것이 없다. 이제 최대한 예의바르게 내 용건만 말하면 된다. 그래도 뒤에 있는 빙자드와 날카로운 검을 만지작거리는 호위병이 신경 쓰인다.




“제 용건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오란 황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는 한숨을 조용히 내쉰 뒤 입을 연다.




“웨이브란 나라가 당신 손에 들어갔습니다. 그것은 저에겐 매우 커다란 일입니다. 사실 제가 의카타 부족에서 맡아 온 임무는 웨이브가 강탈해간 저희 부족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 이였습니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흥분하여 일을 과격하게 진행하였습니다. 한 나라 왕의 목에 칼을 들이댔고, 그의 다리를 찔렀습니다. 그것은 부족의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함 이였습니다. 그는 결국 위치를 말했죠. 지하라고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크라노우스는 생전에 모든 유물들을 땅속에 묻고 말없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크라노우스 2세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보였습니다. 그래도 죽일 마음은 없었죠. 그 때 그의 부하 중 하나가 그를 업고 뛰었습니다. 저는 그를 쫒았지만 난데없이 불덩이가 날아왔습니다. 그 때문에 크라노우스 2세는 목숨을 잃었고, 저는 임무를 실패했다 생각했죠. 하지만 웨이브에서 빠져나갈 때에 전 당신과 빙자드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전 이 마법이 모두 오란 황제께서 벌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냐! 그래서 오란 황제페하께서 너의 임무를 실패하게 했으니 대가를 치르라는 이야기더냐!”




빙자드는 갑자기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계속 했다.




“이제 웨이브의 그 모든 영역은 오란 황제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전 오란 황제페하에 의해서 크라노우스 2세를 죽인 암살범으로 전 나라에 알려졌습니다. ‘크리아’와 ‘키컬리’라는 이름이 말이죠. 그것에 대한 보상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제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어차피 오란 황제께서 강탈해 가지도 안으셨으니 까요. 저희 부족의 물건을 넘겨주십시오.”




오란 황제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그는 잠시 후 우리보고 일단 나가있으라고 명했다. 나와 엘은 왕의 방보다는 덜 아름다운 방으로 들어가 앉아있었다. 잠시 후 우린 다시 왕의 방으로 불려갔다. 오란 황제는 나의 부탁을 수락했다. 하지만 자신들도 지하에 들어갈 방법을 모르므로 라이칼에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고, 방에서 나왔다.








“에이씨…, 되게 단단하네.”




최연소 살인범인 리콜라는 입을 쭉 내민 채 천장을 파고 있었다. 나는 그를 받치고 있었고, 다른 동료들도 서로를 받치고 천장을 팠다. 그리고 포이스가 망을 봤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생활하고 있었고, 점점 천장을 파는 요령을 알게 되어 속도가 붙었다. 포이스는 속도가 막 붙기 시작할 때 일을 중단시키고 이제 세밀하게 파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을 입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 어느 각도를 파야 자그마한 틈새가 나올까 생각했다. 모두다 힘을 합쳐 연구한 끝에 우리는 가장 알맞은 각도를 찾아냈고 그곳을 중심으로 파기 시작해 마침내 우린 틈새를 발견했다. 이제 이 틈새로 들어가기 위해 파고 들어가야 한다. 일단, 1차 시도는 가장 몸집이 작은 리콜라가 들어가기로 했다. 리콜라는 약간 낑낑대더니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구멍을 더 크게 팔까 하다가 그러다가는 위에 있는 술통들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포이스가 막았다. 하지만 이렇게 고생한 걸 그냥 포기할 순 없다. 나는 그 틈새를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마침내 해답을 찾아내었다.




“아! 발부터 집어넣으면 될 수도 있어요.”




나는 흥분하며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갸우뚱하면서도 일단 해보자는 듯이 다시 리콜라를 받쳤다. 총 다섯 명이 리콜라를 받치고 들어서 가장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게 한 다음 리콜라를 거꾸로 들었다. 그 다음 리콜라가 발을 집어넣었다. 아주 잘 들어간다. 그것에 흥분하여 우리는 저절로 목소리가 커졌다. 리콜라의 무릎까지 성공했다. 이제 들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인 듯 했다. 그런데………




“이런 짓을 하고 있을 줄이야.”




왠지 연로하지만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것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