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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파괴의 연주 [두 번째 이야기]

2009.12.02 07:58

블라블라울라블라 조회 수: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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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연주




[두 번째 이야기 : 만남]




오란 황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옆에 있던 한 사내가 내 검을 발로 차버린 뒤 날 단숨에 제압했다. 난 재빨리 황제 뒤에 서 있던 빙자드를 바라보았다. 나를 구해주리라 믿고 있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를 보며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째서 저자가 나에게 저렇게 대하는가! 생각할 여유도 없이 내 검을 차버린 남자가 내 손과 발에 쇠고랑을 채웠다. 그리고는 오란 황제에게 나를 죽여도 되는가 안 되는가를 물었다. 나를 죽이라고 명령할 것 같았던 오란 황제는 나를 그냥 감옥에 넣으라는 명령을 했다. 남자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했지만 고개를 한 번 숙이고 다른 병사들을 시켜 나를 끌고 가게 했다. 다행히 죽지는 안았지만 나는 분노로 가득 찬 눈을 하고 빙자드의 등을 쳐다보았다. 언젠가 저 등에 내 검을 내리꽂으리라!






웨이브가 오란 황제의 손에 넘어간 이 후 그곳은 오히려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바뀌는 듯 했다. 이기심으로 가득 차있었던 웨이브의 마지막 왕인 크라노우스 2세가 사라지고 매우 따뜻하고 자비심 많은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무능한 왕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사실 오란 황제는 지도자로써의 능력은 부족한 면이 있다. 그것을 보완해주고 더 높여주는 이가 빙자드라는 코니아다. 그가 항상 옆에서 귀띔을 해주기 때문에 오란 황제는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고, 역대 라이칼 왕 중 가장 많은 영토를 차지 할 수 있었다. 라이칼은 꾸준히 영토를 넓혀왔고, 많은 코니아와 인간들이 그곳으로 삶의 터전을 바꾸었다. 그래서 현재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의 나라 중에서 가장 거대하고 살기 좋은 나라라 하면 당연 라이칼을 뽑을 것이다. 나는 지금 그런 라이칼에 가서 오란 황제를 만날 것이다. 그것을 이번에 엘에게 말할 작정이다.




“정말이요? 오란 황제를 만나서 어쩌려고요?”




역시 예상대로 그녀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 걱정되는 말투로 말했다. 그러나 난 최대한 여유롭게 답했다.




“걱정마. 웨이브의 일처럼 그렇게 되진 않을 테니까. 단지, 무엇 좀 물어 볼까 해서. 사실, 아직 내 임무는 끝이 난 게 아니거든.”




“그 임무라는 거…, 저에게도 말해줄 수 있어요?”




“좋아. 내 임무는 간단해. 웨이브에서 갈취해간 우리 부족의 물건을 되찾아오기만 하면 되지. 그것이 웨이브의 멸망을 가져올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그 때 너도 들었겠지만 크라노우스 2세는 모든 것을 선대왕이 지하에 묻었다고 했어. 뭐, 예상 못했던 것도 아니지만 다시 꺼낼 방법을 모르는 게 흠이지. 그것을 ……”




“오란 황제께 가서 물어보겠다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고 나니 이 여자가 끝까지 날 따라오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라이칼 성문을 발견했다.








감옥은 매우 외로운 장소이다. 나는 왠 사납게 생긴 인간들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다섯 명 정도 되는 이 방에는 모두 살인을 저지른 인간들이였고, 나는 그들과 함께 평생을 살아야한다. 아니! 절대 그럴 순 없다. 어떻게 해서든 이곳을 빠져나가야한다. 그러기 위해 일단, 이 인간들과 친해져 이 감옥의 구조 같은 것을 파악해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과 친해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였다. 이들은 다짜고짜 날 때리기 시작했고, 반항할 힘까지 다 탕진될 때까지 나를 구타했다. 나를 반 쯤 죽여 놓았을 때 내 이름을 물어보았고, 나를 가족으로 받아주었다. 나는 한 동안 맞고, 또 맞는 생활을 반복했고, 비로써, 그들에게 질문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들에게 바로 질문을 하면 안 될 것 같음을 감지하고, 나는 그들에게 이 감옥에서 빠져 나가는 것을 제안했다. 그들은 미친 듯이 웃으며 또 나를 때렸다. 나는 늘상 있는 일이니 그냥 맞았다. 그들 중 가장 잔인하게 인간을 죽인[이것은 순전히 그들 자신이 말했다] 포이스가 말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경비가 엄청나게 험한 곳이기 때문이지. 먼지 하나라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어!”




나는 경비가 어떻게 되어있길래 그러냐고 물었다.




“흠……. 문을 따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돼. 왜냐하면 이 문은 그냥 일반 철이거든. 그것도 아주 오래되고 녹슨 철. 그래서 그냥 미친 듯이 때려도 이 문은 그냥 부서지게 되어있어.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야. 문을 따고 나가면 빙자드 할아범이 설치해놓은 마법 트랩에 걸리게 돼. 우리는 그것에 걸린 지도 모르고 저기 입구까지 빠르게 가지.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베이가드다.”




“베이…가드?”




포이스가 계속 말을 잇는다.




“베이가드는 이 지하 감옥을 총괄하는 녀석이지. 그가 휘두르는 칼은 눈을 크게 떠도 보이지가 안아. 결국 그 보이지도 않는 검술에 우리는 썰리게 될 꺼야. 크크크.”




나는 포이스의 기분 나쁜 웃음을 무시한 채 다시 묻는다.




“베이가드란 자가 없으면요?”




“뭐?”




“문을 부수고 저 입구까진 꽤 가까운데 베이가드가 오기 전에 저곳을 지나면 되잖아요? 아니면 베이가드의 눈을 속여서 빠져나가거나…….”




포이스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흐흐흐. 뭐, 그래 좋아. 베이가드의 눈을 속여서 어떻게든 빠져나갔다 쳐. 너도 알다시피 이곳은 매우 깊은 곳이다. 올라가려면 꽤 시간이 걸리지. 게다가 통로는 하나뿐. 그러니 베이가드가 오기 전에 가는 건 자살행위일 테고, 그가 온 다음에 가도 다른 병사들에게 눈에 뛸 것이다. 그럼 우린…….”




포이스는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한 뒤 다른 인간들과 광기어린 웃음을 쏟아냈다. 정말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라이칼의 첫 인상이라. 일단, 매우 구리다. 지독할 만큼의 많은 마법의 향기가 느껴진다. 물론 마법을 싫어하는 나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역시 엘은 아무렇지도 안다. 그녀는 이미 이곳에 대해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고향에 온 느낌이 들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그녀는 아주 신이 나있다.


나는 엘이 안내를 해준 덕에 궁전에 쉽게 다 달았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아직 세상에 내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의카타 부족의 암살자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란 황제는 나의 얼굴을 안다. 그는 내가 엘과 웨이브를 빠져나가는 순간 우리를 목격했다. 그래서 난 곧 우린 잡히게 될 것이고 목숨을 잃을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오란 황제가 우릴 잘못 본 것이거나 그냥 엘의 얼굴을 봐서 넘어가준 것이거나 웨이브가 자신에 손에 들어왔으니 그냥 넘어가준 것일 수도 있다. 엘은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할 동안 자기 마음대로 경비병에게 가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오란 황제와의 친분을 이야기하며 황제와의 만남을 제안했다. 경비병은 나를 힐끗 보고는 나의 정체를 물었고, 엘은 나에 대해서 대충 둘러댔다. 곧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나와 우리를 데리고 갔다. 이곳 궁전 내부는 웨이브의 그 궁전만큼이나 못하다. 그것은 오란 황제가 궁전 크기나 디자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 백성이 우선이라 이건가? 게다가 자신의 방 문 디자인도 전혀 화려하지 않다. 그냥 푸른 끼가 감도는 적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냥 놔둔 것인가, 아니면 이것을 디자인이라고 한 것인가? 어쨌든 우리는 오란 황제의 방 앞에 섰다. 문이 열리자 앉아있는 오란 황제의 모습이 보였고, 그 옆에는 그를 호위하고 있는 병사들과 빙자드가 있었다. 잘못하면 위험 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