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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파괴의 연주 [첫 번째 이야기]

2009.11.28 08:40

블라블라울라블라 조회 수: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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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연주




[첫 번째 이야기 : 라이칼로……]




나는 지금 웨이브와 라이칼 사이에 있는 광활한 대지를 거닐고 있다. 이곳은 살이 타는 듯한 뜨거움과 입이 저절로 떨릴 정도의 추위를 가지고 있다. 그 만큼 기후의 변화가 심한 곳이다. 그러기에 인간들은 이곳으로 자주 오지 않는다. 준비 없이 왔다가는 얼마 못가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니아들은 사정이 다를 수도 있겠다.-아쉽게도 난 아직 코니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지금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자신을 크리아라고 부르기를 원한다. 난 그가 원하는 대로 크리아라고 부르고 있지만 세상은 그를 의카타 부족의 키컬리라고 부른다. 그는 자신을 암살을 주로 하는 살인마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게이치 않고 그를 따라왔다. 어쩌면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일 수 도 있겠다. 어쨌든 우리 둘의 현재 목적지는 라이칼이다. 우리 같은 범죄자가 갈만한 곳이 아니지만 크리아는 꼭 가야한다고 말했다. 난 그를 믿는다.




“거기 가만히 서있으면 어쩌냐. 이제 곧 해도 사라질 텐데 불이라도 짚이지.”




“아, 죄송해요.”




나는 갑자기 들린 크리아의 목소리에 놀라 급히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크리아가 여행을 시작하며 나에게 준 첫 선물은 불을 생성하는 신기한 물건 이였다. 두 개의 둘을 세게 치면 작은 불꽃같은 것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요령 있게 부딪쳐 마른 풀에 향해 작은 불꽃은 던져주면 마른 풀에 불이 붙게 된다. 크리아는 나에게 그것은 단순한 자연 현상일 뿐이라고 알려주었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계속해서 신기해하였다.




“엘, 그건 당연한 거다. 뭐, 이간이 발견하고 잘 쓰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지. 마법이란 것이 발달했으니까. 그러나 난 마법도 쓸 줄 모르니 이런 방법쯤은 백 개나 더 알고 있지. 훗.”




이런 식으로 그는 항상 나의 ‘순수한’행동에 대답했다. 내가 불을 피우자 라이칼은 불이 더 크게 타오르길 기다린 뒤 방금 음식들을 풀어놓았다. 바로 이전에 들렸던 마을에서 얻어온 먹다 남은 빵과 방금 그가 구해온 살아있는 두꺼비가 전부였다. 나는 두꺼비를 처음 보았다. 크리아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나의 표정을 눈치 채고 불에 익히면 아주 맛있고 영양가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난 팔딱팔딱 점프하는 두꺼비를 먹기는 싫었다. 말없이 빵을 집은 나는 크리아의 눈치를 보며 빵을 입속으로 가져갔다. 윽, 역시 오래된 것이라 맛도 없고 딱딱했다. 크리아는 훗 하고 웃으며 두꺼비의 머리를 칼로 잘라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불에 익히기 시작했다.




“정말 먹게요?”




난 혐오스럽다는 생각을 했지만 크리아의 입장을 생각에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두꺼비가 꿈틀 될수록 내 표정은 점점 일그러져갔다.




“너 정말 안 먹을꺼냐?”




난 돌이 된 마냥 꿈쩍도 안하고 있었다. 오로지 잘 익어가는 두꺼비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크리아는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나는 맛있게 익은 두꺼비의 다리 한 쪽을 먹으며 묵묵히 듣고 있었다.




“이제 곧 라이칼이야.”




“…….”




“긴장 되냐? 긴장할 필요 없어. 어차피 범죄자는 나고 넌 아니잖아? 그리고 넌 라이칼의 황제인 오란 황제가 눈독을 들였잖냐. 그런 너를 그가 벌을 줄 리가 없지. 뭐, 나야 잡힐 일은 없을 테니까.”




“왜죠? 크리아 씨가 세다는 건 알고 있지만 오란 황제께서 움직이시면 당신도 어쩔 수 없을 거에요.”




예상 했던 대로 그는 내 말에 비웃는 듯 했다. 나를 무시하는 것이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계속 되어 왔지만 그런 것들에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당연하듯이 받아들인다. 잠시 후 모닥불을 끄고 우리는 근처에 있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현재 나는 라이칼의 궁전 안에 잠복해있다. 나의 목표는 왕의 암살. 이번 일을 성사시키면 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막대하게 많은 양의 금물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자, 집중하자. 곧 있으면 왕이 회의를 마치고 나올 것이다.




심장이 점점 빨리 뛰고, 내 피부에는 기분 나쁜 땀들이 흘러내린다. 나는 이런 쓸데없는 긴장을 없애기 위해 잡생각을 하기로 한다. 무엇이 좋을까? ……엘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녀는 내가 본 인간 여자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다. 그녀에게 마침내 내 마음을 고백하려는데 내가 살던 인간 왕국인 웨이브에 전쟁이 터졌고, 순식간에 궁전은 무너지고 그녀도 내 곁을 떠났다. 거대한 이 땅에,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를 이 땅에서 그녀는 과연 무사할까? 무사하다. 무사할 것이다. 다행이고, 또는 기분 나쁜 것은 그녀가 웨이브 궁전 안에서 나와 엘을 구해준 ‘크리아’라는 인간과 같이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그녀는 이미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나는 더욱 더 그녀를 찾아서 내 마음을 고백해야한다. 그래야 죽어도 미련이 남아있지 않을 테니…….






밤에는 춥고 어둡고 무서웠던 이 광활한 대지가 아침이 되자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하늘도 맑았고 온도도 딱 적당하여 더 그렇게 보였다. 난 일어나자마자 옆에 놓여있는 단검을 집어들었다. 이것은 내가 여행을 시작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그만큼 난 매우 경계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야 아마도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이 여자 때문일 것이다. 날 따라오겠다는 것을 거부하는데 실패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여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향하고 있는 라이칼 이라는 나라에서 어쩌면 헤어질 수도 있겠다. 그곳의 오란 황제는 이 여자와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 나도 둘이 아주 친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서 오란 황제는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으으-”




그녀가 일어났다. 잠에서 깨어나 반쯤 감긴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펴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내가 보기에도 냉정하기 짝이 없었던 나의 암살자의 생활이 점점 막을 내리나보다. 난 언제나 내 뜻대로 행동해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녀에 대해 사심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짜증이 난다.




나는 엘에게 우리가 늘 먹던 간단한 아침식사를 건네주고 먹으며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고향인 의카타 부족의 정착지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목적지는 마법의 도시 라이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