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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Revlis # 프롤로그

2009.11.23 14:29

kerberos 조회 수:408 추천:1

extra_vars1 ─죽지 못하는 자의 황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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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라, 엘라……. 조금만 기다려 줘, 곧 내가 구해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줘……!」


 


 나는 요즘 똑같은 꿈을 계속 꾸고 있다. 하지만 그 꿈은 깨어나면 「꿈을 꾸었다」는 느낌은 남아 있지만, 「꿈의 내용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 자각하는 이유는,


 


 「이 자식들……!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내 앞을 막는 거냐!」


 


 바로 이 남자 때문이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이 남자가 나오면, 그 순간 나는 내가 꾸고 있는 이 꿈이 「매일 꾸던 그 꿈」이라고 자각해 버린다.


 꿈속의 나는 3인칭 관찰자가 된다. 꿈속의 남자의 뒤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는 곳으로 가기도 한다. 마음 먹은대로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간섭은 하지 못한다. 내 몸은 물건이나 사람을 통과해 버린다. 왠지 서글픈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괜찮다.


 꿈속의 남자는 애인을 구하기 위해 소위, 우리가 말하는 마족이나 몬스터라는 것들과 싸운다. 간혹 마족의 검에, 몬스터의 날카로운 손톱과 이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렇게 깊은 상처는 아니다. 꿈속의 남자는 피를 흘리며, 마족의 검을 부러뜨리고, 몬스터의 몸통을 반으로 가르기도 하며, 앞으로 전진한다.


 벌써 몇 십 번이나 봐온 장면이다.


 꿈속에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 나」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나는 꿈속에서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어째서 존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


 


 이 목소리도 몇 번이나 들어왔다. 처음에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그러니까. 내가 이게 꿈이고 나는 이 꿈속에서 「존재하지 못한다」를 자각했을 때 들려왔다.


 


 ─ 자, 봐. 너라면 할 수 있어. 마음 먹은대로 말이야.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너는 너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고만 인식하면 돼. 이것 봐, 얼마나 재미있어? 저 남자를 방해할 수도 있어. ………네가 인식만 하면. ─


 


 그럼 네 모습도 볼 수 있다는 거네?


 물었다. 이 또한 「목소리」에 대해 몇 번이나 해온 대답이다. 그리고 잠시 조용해진다. 꿈속의 남자는 조금만 더 가면, 마족들의 우두머리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왠지 모르게 나는 이 꿈의 룰을 깨고 싶지 않다.


 


 ─ 아아, 또 다시 깨버리겠어. 부탁이야, 딱 한 번. 딱 한 번이라도 좋아. 너의 존재를 부정하지 마. 지금 너는 이 상황을 보고 있잖아? 인식만 하면 돼, 인식만……. ─


 


 「목소리」가 부탁을 해온다. 이 역시 반복된 패턴이다. 꿈속의 남자는 이제 피로 인해 미끄러지는 대검을 고쳐 잡고는, 마족들의 우두머리가 있는 홀의 문에 손을 얹으려고 한다.


 순간, 내가 저 「목소리」 말대로 「나의 존재」를 인식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찰나에, 나는 나의 존재를 「인식」해 버렸다.


 


 ─ 멋져, 정말 멋져! 드디어 너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게 되었구나! 고마워, 나를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해 줘서. 그리고. ─


 


 「목소리」의 말투에서 「목소리」가 웃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 너 정말 멍청하구나? 꺄하하! ─


 


 뭐? 무슨…….


 주위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자각하자, 나의 눈앞에 커다란 키의 남자가 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넌 누구지? 마족이냐?」


 


 꿈속의 남자다. 꿈속의 남자가 거대한 대검을 내 눈앞에 들이대고 있었다.


 


 「다시 묻겠다. 넌 누구지? 마족이냐?」


 「내가 보여요?」


 「넌 누구냐.」


 


 그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구지? 「나의 존재를 인식」하자마자 꿈속의 남자가 나를 볼 수 있게 되다니?


 


 「그 문양……은……!」


 


 갑자기 남자의 눈이 매섭게 변한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느낌이 그랬다.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대검을 높게 치켜 들었다.


 


 「그 문양은!!」


 


 죽는다.


 


 「이런 순진해 보이는 꼬마가, 레블리스일 줄은!!」


 


 피하지 않으면, 도망가지 않으면 죽는다.


 


 「엘라에게 그런 저주를 건!! 죽어라!!」


 


 . . . . . . . . . .


 


 “아아악!! 헉, 허억. 헉……, 헉. 뭐, 뭐야. 죽어……? 내가? 으……, 재수 없어.”


 


 리이는 절로 몸서리 쳐지는 몸을 추스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좋은 아침……, 아니. 점심인가?”


 


 백금발의 긴 머리를 붉은 리본으로 묶으며 리이가 중얼거렸다. 리이는 작은 곰인형과 책상, 꽃화분, 책꽂이로 이루어져 있는 자신의 방을 둘러보다,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동화책을 집어 들었다.


 


 “오후 4시까지니까 어쩔 수 없이 밥 먹으면서 해야겠네.”


 


 마지막 몇 장밖에 남아 있지 않은 동화책을 훑어보며 리이는 방문을 나섰다.


 


 쿵


 


 “으앗!”


 “아파!”


 


 방문을 나서자마자 슌과 부딪친 리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슌은 리이와 부딪치면서 떨어진 자신의 안경을 찾느라 바닥을 기고 있었다.


 


 “으, 뭐야. 응? ……헷, 자! 내 신발을 핥아라, 우매한 인간이여!”


 “뭐래. 야, 내 안경 좀 찾아 줘. 씨, 하나도 안 보이잖아!”


 


 순간 장난기가 발동해, 발을 슌의 앞으로 내민 리이의 말을 재미없게도 잘라버린 슌이 리이에게 안경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리이는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밀며, 자신의 앞에 떨어진 안경을 주워 슌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슌의 옆에 떨어진 동화책을 집어들어, 탁탁, 하고 털었다.


 


 “오, 이제 보인다.”


 “책 모서리가 찌그러졌어.”


 


 리이는 아주 조금 찌그러진 책을 슌의 앞에 들이대며 불만을 토로했다. 슌은 심드렁하게 리이가 내민 책 모서리를 바라보다가 막 생각났다는 듯, 리이에게 말했다.


 


 “카레이 아저씨가 오셨어. 너 찾더라? 어서 가 봐.”


 “아저씨가? 무슨 일이래.”


 “낸들 아냐. 나도 곧 내려갈 거니까, 그 동화책 이리 줘. 이따 갖다 줄게. 손님 앞에서 글 쓸 참이야?”


 “안 돼, 오늘 내로 써야 한다구. 그냥 잠깐 이야기 할 걸, 뭐하러 너한테 맡겨?”


 “예이예이, 그렇습니까? 어서 내려가세요. 계단은 복도 끝에 있는 거 알지?”


 “내가 그런 것도 모르는 바보인 줄 아냐!!”


 


 슌의 말에 리이는 벌컥 화를 내며, 복도를 쿵쿵거리며 걸어갔다. 뒤에서 슌이, “아래층에 울리잖아, 이 돼지야!”하고 외쳤지만 리이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무시했다.


 


 “─라고 해도 말입니다, 엘리츠. 갑자기 「주인」이 나타나다니요. 그것도 이런 때에 말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역시 그때의 봉인이…….”


 “쉿, 잠깐만 기다리게. ……뭘 엿듣고 있는 거냐, 나와라!”


 “에헤헤, 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 오랜만이에요, 카레이 아저씨!”


 


 계단에서 내려오자마자 들려오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리이가 자신의 아버지, 엘리츠에게 호되게 혼나고는 거실로 들어섰다. 거실에는 엘리츠와 카레이가 차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저 찾으셨다면서요?”


 “아, 그래. 글은 잘 써지고 있니?”


 


 카레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리이는 당연하다는 듯, 손가락 두 개를 펴서 브이 자를 만들며 웃어 보였다. 한 순간 엘리츠의 표정에 어두운 기가 스쳐지나갔지만, 리이는 못 본 듯 했다. 카레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리이를 보며, 엘리츠는 생각했다.


 


 ‘제 어미 없이 잘 자란 건 고마운 일이지만……, 하필 그 시기가 다가오다니. 리이, 내 아가. 도대체 너, 요즘 무슨 꿈을 꾸는 거니……!’


 


 엘리츠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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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케르베로스라고 합니다.


허접한 실력으로 이곳에 글을 올리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랄까, 레블리스는 어쩌면 제가 게임을 제작하고 싶을 때의 스토리로 하면 좋겠다─


는 생각이 문체화 된 겁니다.<<


 


그래서 뭔가 앞뒤가 안 맞고, 두서없이 진행되는 경향이 있겠지만……,


창도의 여러분은 그런 것에 태클을 걸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응?)


 


아니, 태클이 걸려야 관심을 받는다는 증거일 텐데.


 


라고 할까요. 어쨌든, 프롤로그입니다.


어디서 끊어야할지 애매해서, 저렇게 미묘하게 끊어버렸지만,


넓은 아량으로 봐주십사……하고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By . 케르베로스


 


 


P.s


 


지옥의 견공 아닙니다.


요즘엔 집 지키는 강아지로 전락했어요.


하지만 싸구려 개껌은 먹지 않습니다.


제 입은 고급 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