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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정신 나간 이야기 / 유행 & 유방 버스터

2009.10.28 08:01

losnaHeeL 조회 수:635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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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나간 이야기 7편과 8편인 유행, 유방 버스터 두 편입니다.


 


 


  유행


 


     언제부터가 사람들 사이에서 기묘한 유행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중학생들의 놀이로부터 파생되었다거나, 주술과 같은 오컬트적인 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거나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누가 먼저인가 하는 원조 찾기는 쓸 데 없는 에너지 소모에 불과했다. 주로 연인들 사이에서 머물던 이 신 풍조는 점차 그 세력권을 넓혀나가 중학생, 초등학생 까지도 반 장난 식으로 즐기는 놀이 문화와 같이 되었다.




     아이들이 따라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것이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지만, 별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열에 아홉은 한 번 쯤 해 본, 그런 필수적인 문화 코드로 자리 잡은 탓이었다. 막고 싶다면 초기에 잡았어야지. 나라 전체에 휘몰아치는 이 열풍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행위고, 그 뒤에 일이 꼬일 경우 수습하기가 무지 힘들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 뒤탈이 상당한 확률로 발생한다는 점도 이미 매스컴을 통해 조사된 바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생겨났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답을 주지 않고 있었고, 그러는 동안에도 화를 보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었다.




     나는 이 새로운 문화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나 연인들 사이에서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기에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행동하기에 앞서 자신의 감정이 진정 진실 된 것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새삼 따져볼 것도 없다.




     그녀와 사귄지도 오늘로 1년째다. 나 또한 이 신선한 유행의 바람에 몸을 맡겨 그녀에게 줄 선물을 마련했다. 아니, 조금 더 극적인 효과를 위해 그녀의 눈앞에서 선물을 마련할 생각으로 그 준비를 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미리 준비해 전해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조사해본 결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이 베스트다. 운치 있게 낙엽이 쌓이고 있는 공원 한가운데에서 1주년을 기념하는 시간을 가질 생각에 벌써부터 손끝이 떨려왔다. 계속해서 시계를 확인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간다. 문자가 왔다. 공원 입구를 통과했다는 내용이었다. 고개를 드니 멀리에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 우리 둘은 그대로 벤치에 앉아 소박한 대화를 나누었다. 1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화가 오고 가지는 않았다.




     "저기……."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고 드디어 오늘의 목적을 입 박으로 꺼내어 놓았다.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일주일 전에 사놓은 니퍼를 꺼냈다. 유행을 타고 발매된 심플하고 날렵한 디자인의 남성용 니퍼였다. 가위나 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게를 둘러보던 중 가장 끌렸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이것으로 결정했다.




     "벌써 우리가 만난 지도 1년이나 지났네."




     거창한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별다른 대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남자는 말보다 행동이다. 화려한 수식어가 없더라도 그녀는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청혼을 의미하는 왼손 약지에 니퍼를 가져다댔다. 잘 다듬어진 날이 피부를 자르며 들어왔다. 순식간에 손에서 떨어진 내 약지를 잡아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설마하니 내가 이런 유행 타는 짓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거겠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내 약지를 받아든 손을 꼭 쥐고 다가와 나를 안아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꼭 껴안고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두르고 있던 팔을 떼고 물었다.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A는 내가 달라고 하는 건 뭐든지 줄 수 있는 거지?"




     하고 물었다.




     "그럼. 약지까지 줬는데 다른 거라고 못 줄까봐?"




     그렇게 대답하자 그녀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기쁜 듯이 내 귓가에 저녁 식사 후에 모텔에 가자는 말을 속삭였다.




     이 시점에서 나는, 설마하니 그녀가 1주년 기념으로 그런 것을 가져가리라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도 주머니에 핑크색 하트무늬 디자인의 손잡이가 달린 니퍼를 주머니에 가지고 있었다는 것 또한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뒤 뉴스 앵커는 연인들 사이에 손가락을 절단해 선물하는 것 대신 더욱 은밀한 선물이 유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유방 버스터


 


     그녀의 가슴을 처음 보았을 때였다. 그녀의 집에 놀러갔을 때 마침 샤워 중이었던 그녀는 샤워타월로 몸을 가린 채 나를 맞아들였는데, 나는 그 때 그녀가 미처 다 가리지 못한 상처 자국을 보았다. 그녀의 가슴에 세로로 나있는 자국은 상처를 꿰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사귄지도 꽤 되었고, 서로 간에 별로 숨기는 일도 없었지만, 가슴에 저런 상처가 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그러한 상처를 입게 되었는지 물어볼까 하고 몇 번을 고민했지만, 역시 그녀가 스스로 얘기를 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을 고쳐먹곤 했다.




     그렇게 기다리겠노라고 결정하고 한 달쯤 지났을 때, 술김에 그만 그녀의 가슴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칸이 나뉘어 있는 조용한 주점이었기 때문에 얘기가 새어나갈 일은 없었기에 망정이지, 포장마차 같은 데서 그런 소리를 했었다가는 큰일이 났을 것이다. 그런 나의 무례에도 그녀는 가만히 술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역시 그 때 내 가슴에 난 상처를 봤던 거구나?"


     "어? 어……. 그 뭐냐 꽤 큰 상처 같던데, 한쪽에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그게 무진장 궁금했거든?"


     "후……. 솔직한 것과 적당히 그럴싸한 대답 중에 어느 쪽이 좋아?"




     그녀는 분명히 그렇게 물었다. 그런 기묘한 상처가 남은 이유가 평범할 리 없다고 생각한 나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믿을 테니 솔직하게 대답해 달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그녀는 상의를 벗어젖히며 이렇게 말했다.




     "내 가슴에 난 이 상처는 말이지."




     그녀의 맨가슴을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술기운 때문에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얼굴이 한층 더 달아올라 아마 토마토처럼 빨개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 자세한 모습은 기억에 남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가슴 양쪽에 꿰맨 자국이 봉긋 솟아오른 굴곡을 따라 길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만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다. 기억을 못하는 것은 술기운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말이 너무나도 허무맹랑했기 때문일까.




     "사실 내 가슴에는 오래 전에 이식받은 병기가 탑재되어 있어."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술에 취했기 때문이겠거니 하고 황급히 옷을 다시 입힌 나는 비틀거리면서도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들어온 나는 그대로 곯아떨어졌고, 다시 눈을 뜬 것이 한 시간쯤 전이다.




     천천히 일어나 세수를 하고 나니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집으로 좀 와달라고 말했다. 머리도 울리고 배도 고팠지만, 천천히 옷을 주워 입은 것이 40분 쯤 전이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른 것이 10분 전이고, 그녀가 어제의 발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던 것이 7분 전이고, 갑자기 나타난 사내가 창문을 깨고 들어온 것이 5분 전이고, 내가 다급히 그 괴한에게 달려들었던 것 같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얻어터지고 있었던 것이 1분 전의 일이다. 지금 내 목숨은 괴한에게 달려있는 처지였다. 목을 잡혀 그녀가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릴 수조차 없었다.




     그 때 갑자기 뒤에서 날아온 총알이 괴한의 팔뚝에 꽂혔다. 괴한은 괴상망측한 신음소리를 내며 나를 떨어뜨렸고, 바닥에 떨어진 나는 황급히 그녀가 있던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은 그녀의 가슴, 상처 자국을 따라 좌우로 벌려진 가슴, 그 가슴 사이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은빛으로 빛나고 있는 그녀가 말했던 병기가 틀림이 없었다.




     "역시 네년이 가지고 있었군."




     괴한은 그런 말을 남기고 깨진 창문을 통해 뛰쳐나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 뒤로 그녀는 나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10년쯤 전에 여자아이들 사이에 가슴에 무기를 집어넣는 수술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소재를 찾을 수 없는 병원에서 실시하던 그 수술은 여자 아이들의 가슴을 개폐하고 그 안에 온갖 종류의 무기를 심어 넣는 것이었는데, 그녀 또한 그 수술을 받은 아이중 하나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수술을 받은 아이들을 노리는 집단이 나타나 그 집단에 맞서고 있는 중이라고도 했다.




     이후 나는 그녀와 함께 그 정체불명의 조직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하나 둘 씩 밝혀지는 진실, 사라진 의사들의 소재, 소녀들이 가슴에 병기를 품게 된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가슴에 드릴과 나이프를 품은 소녀들을 동료로 맞이하고 우리들, 유방 버스터는 싸워나간다.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지만 그녀와 나는 끝까지 서로를 사랑할 것이다. 헤어지자는 말을 하면 그녀의 가슴에 불이 붙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