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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위터시즘 크로니클

2009.04.13 21:09

웨건 조회 수:633

extra_vars1 CHAPTER 1 . Lowest Place of the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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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산허리에서


 


 


 


 


 


깡마른 체구의 한 남자가 능선을 타고 천천히 걸어갔다. 머리는 이미 하얗게 세었고 이마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었다. 그는 흘러가듯 특징없는 걸음걸이로 천천히, 그러나 쉼없이 부지런히 산을 탔다. 그가 입고 있는 갈색 로브 끝자락은 걸을때마다 천천히 땅에 끌려서 작은 흙먼지를 만들었다. 머리 위로는 구름이 나긋나긋 태평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노인의 한 손에는 마법사들이나 노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케인(Cain;등잔이 달린 지팡이)이 들려 있었다. 상수리나무의 단단함과 우아함이 살아있는, 노인의 키만한 나무 막대기 위에 네모난 등불이 걸려있었다. 낮이라서 그런지 불이 밝혀져 있지는 않았다. 그는 묵묵히 산을 올랐지만 땀 한방울 흘리지 않았고 입가에 은은히 떠올라 있는 미소 역시 여전했다.


 


 


 


마침내 노인은 산의 정상까지 올라섰다. 그때서야 그는 발걸음을 늦추고 케인을 땅에다 꽂았다. 한눈에 대도시 흰타림의 경치가 내려다 보였다. 북쪽에는 상아로 만든 거대한 탑이 서 있었다. 중앙에는 백금으로 만들어진 우아한 궁전이 있었고, 남쪽에는 거대한 도넛처럼 보이는 대리석으로 세워진 웅장한 원형 경기장이 보였다. 동쪽은 작은 집들이 올망졸망 규칙적으로 들어서 있는 걸 보니 주거지구 인 듯 했다. 서쪽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동쪽보다 훨씬 화려하다는 것을 멀리서만 보고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저기가 바로 상업지구였다. 그리고 이 수많은 건축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하고 높은 성벽이 보였다.


 


 


 


노인은 드디어 흰타림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는 물끄러미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대륙"의 중추, 등뼈, 심장. 그는 이 모든 수사들은 흰타림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가장 거대한 도시이자 모든 상업과 유흥과 예술과 권력의 중심. 멀리서 내려다보아도 그 위용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아가야, 대단하지. 그렇지 않니?" 노인은 지팡이에 대고 속삭였다. 케인이 작게 떨리며 희미한 빛과 함께 작은 웅웅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노인은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었다. 만족한 듯 지팡이는 다시 잠잠해졌다. 노인은 지팡이를 다시 움켜쥐고 이번엔 강하게 땅을 내리쳤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멎었다. 주변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일이 더 장엄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미동도 하지 않는 가운데 변화가 일어난 것은 하늘이었다. 불현듯 검은 무언가가 해의 표면에 드리워졌다. 검은 그림자는 해를 천천히 둥글게 먹어치웠다. 거기에 따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모든 것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흰타림도, 노인이 서 있는 산 정상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침내 그림자가 해를 모두 삼켜버렸다. 그리고 나자 주변은 어둠 밖에 남은 게 없었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지팡이 끝에 달린 등불에서 고결한 흰색 불꽃이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둠에 둘러쌓인 채 흰색 불빛을 얼굴에 받은채 여전히 흰타림을 내려다 보고 있는 노인은 어쩐지 으스스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