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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내 안의 검은 피.

2008.12.08 07:17

한국우승을 조회 수:627 추천:3

extra_vars1 올라오는 서막, 그리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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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르는 핏방울이 내 몸에 타고 흘러가, 죽음이란 달콤함을 느낀다.


 모든 것의 이상. 그것은 결코 달콤함의 유혹.


 선명한 눈동자 속에 핏물이 새어 들어간다.


 붉은 선혈을 띈 그 눈동자는 유혹을 떨칠 수 없는 쾌락이란 것만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저........ 손님.......... 손님.......”




 고운 목소리. 성악이라도 한 사람인 마냥 아름답고 깨끗한 목소리였다. 나의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꿈에서 깨워준 건. 나는 그 목소리가 한 빛이 되어준 것 같아 그것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덕인가. 나는 아주 깊었던 잠에서 바로 깰 수 있었다.




“아, 드디어 눈을 뜨셨네요.”




 금발에 포니테일을 한 여성은 내가 잠에서 깨어나 다행인 듯 환한 미소를 띠었다.


 눈부신 광채가 내 눈에 흘러 들어온다.


 여태껏 꾸어왔던 내 악몽조차 씻어 버릴 만큼.




“거기서 주무시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고요. 더군다나 비도 내리는데.......”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건물의 의자에 걸터앉아 잔 모양이다.


 아무래도 계속 내리는 저 호우를 피하기 위해 여기로 왔다가 잠이 든 것 같군.




“저, 혹시 시간이 있다면 제 공연을 보실 수 있어요?”




 그녀는 내게 팸플릿 하나를 건네주며 말을 이어갔다.


 ‘세계 제일의 사이보그 쇼.’ 라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로봇 쇼 비슷한 공연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접수대와 입구에선 ‘어서 오세요! 기쁨의 쇼에!’ 라는 문구가 떡하니 현수막으로 걸려 있었다.


 아마 난 꽤 큰 돈 들이고 하는 공연장에 발을 들인 모양이다.




“손님 입장료는 받지 않을게요. 당신이 ‘첫 번째’ 손님이시니까요. 그러니........”




 첫 번째? 그렇다는 것은 이 공연은 인기를 끌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다. 라는 설명이 될 테지.


 그렇다면 사절이다. 뭐 하러 재미도 없는 공연에 들어가 지루하고 따분하게 보면서 졸음이 닥치는 건 싫으니까.


 게다가 기계란 단어에 대한 아련한 추억.


 그 추억이 미치도록 악몽을 만들어 내기에 더 더욱 싫다.


 아무리 100번 공짜로 볼 수 있다 해도.........




 하지만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광채는 온데간데없어졌고, 눈망울은 가련하기 짝이 없으며 그녀의 환한 미소조차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난 다시 한 번 그녀의 광채를 느끼고 싶었다. 다시 한 번 그녀의 미소를 보고 싶었다. 나의 악몽조차 사라지게 한 그녀의 모습을. 그래서 난 어떻게 해서든 그녀에게 그 모습을 되찾게 해주고 싶었다.




 난 잠시 몇 분 간 생각을 한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연을 보겠다는 뜻으로 한 행동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내가 그녀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 뜻을 알았는지 그녀는 다시 생기 있는 얼굴로 돌아왔다. 다시 그 환한 미소의 그녀로........


 남자는 이런 여자의 모습에 약한 존재 일까나?




 그녀의 안내에 따라 들어 간 곳은 가득 찬 어둠 속에 조그마한 빛을 내는 별들의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절대적 희망인 것처럼.


 절망이라는 마음 속 철장은 우릴 사로잡는다. 그로써 희망의 빛은 어둠에 먹힌다.


 약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능성이. 빛이. 용기가.........


 그렇게 빛들은 죽어간다. 마음은 어둠 속에 지배당한다.




 지금 그렇게 인간들은 타락해진다.


 그렇게 허황된 이상을 찾아 덧없이 어둠에 물들여간다.


 빛이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는 생물.


 그것이 현재로서 불리는 우리 인간이다.




 하지만, 저 별들을 보아하니, 아무리 거대한 어둠이 와도 자신의 빛을 잃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인가, 그 별의 빛은 더욱 고귀하고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가상으로 만든 별이라 할지라도 저것이 인간의 마음보다 몇 천배 아니 그 이상일 테지.




“자, 그럼 최고의 쇼를 보기 전에 일단 아름다움을 선사하겠습니다!”




 여태껏 공연을 다른 사람들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포니테일의 여성은 아주 신나게 멘트를 날리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손짓에 별들은 움직인다.


 움직이며 더욱 빛을 낸다.


 빛을 내며 더욱 많아진다.


 내가 바라던 환한 빛. 희망.


 언제나 항상 어둠을 걸어왔던 내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색.




 아른거리는 옛 추억.


 저 포니테일의 그녀와 같은 하얀 여성이 있었지.


 천사라고 할 만큼 가히 예쁘고 상냥했던 그녀.




“빛을......... 잊지 마. 어둠을....... 이겨.......”




 그 때 지은 그녀의 환한 미소와 이 말 한마디 밖에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 생에 최고의 선물이자 추억거리이다. 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포니테일의 여성의 미소에 기분이 좋았다.


 절대 악이 존재치 않는 그야말로 순수한 빛을 지닌 소녀.




 그렇게 흘러가는 별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좋은 향기가 나는 추억을 떠올린다.




‘당신은............ 상냥하군요........’




‘고마워요.........’




“욱!!!”


 두통이 밀려온다.




 하얀 옷을 입은 여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점점 차가워가는 손길을 뻗어 내 손을 붙잡으며 그렇게 말했다.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


 그녀를, 빛을 어둠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한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그 죄책감 탓이랄까 구역질이 날 정도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젠장, 너무 깊이 추억에 파고들어 안 좋은 기억까지 떠올려진 모양이다.


 이젠 예전 일이라 그녀와 함께 해왔던 시간들이 가물가물 해지지만 아직 몇 안 되는 추억거리가 내 머릿속을 휘젓는다. ‘그녀의 죽음’이란 추억도 그 중 하나다.


 어째서 사람의 기억 중에 안 좋은 기억만큼은 더욱이 사라지지 않는 걸까.


 본디 자신의 마음 속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기억을 못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분명 틀림없는 거짓말일 것이다.




 내가 그렇게 헛구역질을 해대자 걱정 한가득 쌓인 표정을 지은 포니테일의 그녀가 다가와 나의 등을 토닥여 준다.




 “괘, 괜찮으세요?”




 “으, 응. 미안하게 됐군.”




 포니테일의 여성.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하얀 빛을 냈던 그녀와 너무나 흡사하다.


 웃는 미소, 걱정해주는 마음. 따뜻하고도 푸근한 성격.


 그 덕이려나, 나의 마음은 어느새 빠르게 진정되어 가고 있다.




끼-익


 하고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때였다. 포니테일의 그녀의 얼굴이 확 바뀐 건.


 뭔가 무겁고 칙칙한 공기로부터 그녀는 맞서려는 듯 했다.




“손님. 이벤트 더 보여주고 싶지만 나가주셔야겠습니다.”




“뭐?”




“빨리 나가세요. 안 그럼 손님마저 죽습니다.”




 그녀는 문 밖으로 다 나오지 않은 인물을 향해 빠른 스피드로 돌진해 갔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새 7척이 넘는 장도를 뽑아 들어 사정없이 벨 기색을 나타냈다.


 푸른 섬광을 띈 그녀의 기력은 보통 거구의 남자한테라도 지지 않을 정도였다.


 피의 냄새, 위험한 공기, 죽음의 그림자.


 그 모든 것을 지금 이제 와서야 또 재현되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려는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