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모순의 세계

2007.10.27 22:50

라갈빠 조회 수:630 추천:3

extra_vars1 귀찮은 멍멍이 
extra_vars2
extra_vars3 112592-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클리프의 볼품없는 몸뚱아리에서는 짜증날 정도로 땀이 패연히 쏟아진다.


그의 하루는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권태로웠다. 그는 과연 행복할까?


신경써서 그 과정을 보자면, 그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아침운동을 한 후 경갑주를 입고 저기 저 보이는 그다지 높지 않은 탑에 올라가 감시를 하는 일 뿐이다. 물론 사적인 일도 있겠지만 그 이야기는 묵살한다. 그의 공적 업무, 즉 감시 및 순찰 업무는 사실 끝이 없는 지겨움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다지 필요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소득을 분배하고, 그 소득으로 하여금 의식주 챙기는 일에 꼬박꼬박 소비하여 순환하는 경제를 계획하는 요크 제국에 있어서는 너무 당연했다. 미래로 간다면 아무래도 우리의 전형적인 잉여인간 클리프는 거지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무능력한 (하지만 재수는 좋은) 그는 물론 오늘도 여지없이 일과를 계속해 나가야한다. 아무도 그를 주목해 주지 않아도, 묵묵히 일을 했다. 그의 그러한 겉으로는 재수없으며 안으로는 쓸모없는 짓이라고 일컬어지는 행동들은 동료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는 결과를 일으켰다. 틈만 나면 골탕먹임을 당하는 그는 저번주에 이어 오늘도 동료들의 짖궃다기 보다는 이제 습관처럼 되어버린 갈굼과 그에 상응하는 또다른 벌칙으로 교대없는 순찰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도 이 시간 지나면 당분간 안식을 되찾겠군... 후.....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지.'


 


하지만 멍청한 그에게도 장점이 있다. 무융통성.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단점이라는 평을 받긴 하지만, 적어도 요크 제국의 동쪽 변방에 위치한 비주류 소도시 써머드의 치안을, 양상군자가 대놓고 들이댈 수준에선 면하게 만드는데 꽤 지대한 공헌을 했다. 오늘도 그의 천성은 변함이 없는가보다.


 


능력도 없는 그에게 그나마 주어진 것은 경비병의 착용감 최악인데다가 말만 경갑주이지 사실은 엄청나게 무거운 구리제 경갑주,  손에는 강철이라고 동네 대장장이가 주장했지만, 아무래도 주석이 좀 많이 들어간 걸로 보이는 족보없는 양산형 숏소드가 끝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허접한 무장이라도 찌질이 시정잡배가 설치고 다니는 걸 제재할 능력 없어서 눈뜨고 봐주는 경우가 일어나지 않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금의 상황에서는 어떨까?


 


저 앞을 내다보면 제국의 환경 관리 산업에 포함된 식수(植樹)의 흔적이 방렬히 남은 듯, 무수한 나무들이 질서없이 땅에 처박혀있었다. 그리고 포장되다가만 자갈도로. 클리프는 별 일 없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말했듯이 그는 융통성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면 될 것이지 동공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어떤 빛과 마주쳤다. 그리곤....


 


퍽!


 


클리프의 구리제 허접한 투구는 내동댕이쳐졌다. 잘 보니깐 저기 투구 옆에 피가 좀 흐르는 것 같다. 많이 흐른다. 그리고 조금 아래로 시선을 돌리면 촉수가 4개 달린, 쓸모없는 형체 (인간인가?) 가 있다. 구리제 허접한 투구와 동일시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갑옷이 입혀져 있음을 보면  방금전까지는 붙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 클리프는 처맞고 목이 달아났다.


 


비록 레슬링하다가도 푸윽 꺾일 염려가 있을 정도로 약한 목뼈지만, 그래도 항상 중추신경을 떠받들고 있다. 그리고 레슬링하다가 꺾여도 그 사유는 빌어먹을 중력 때문이지 사람 힘에 기인함은 아니다. 저렇게 목뼈를 간단히 날릴 수 있는 존재는 뭘까나?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니들이 한번 골라봐라. 오우거? 그래. 클리프의 몰골을 들어올리는 저 미친놈의 신장을 보니 적어도 3미터는 되어보인다. 피부는 뭔 씹다만 껌딱지가 구두바닥에 씹질한 것 같고, 목은 뭐 저리 굵은지. 니들이 방금 한 추측이 맞는 것 같다.


 


"크웨에에!"


 


오우거의 귀를 괴롭히는 포효음, 그리고 그 포효음은 써머드의 다른 하급 경비병들을 떨게 했다. 이러한 참혹한 일이 한두번 일어나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벌써 13번째, 경비병의 마지막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과 오우거의 괴성이 들릴 때마다 시민들의 오금을 저리게 했다.


 


그 순간, 참혹한 살육이 일어난 후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는데


 


한 말쑥한 청년이 무엇을 떠올린다. 정련된 철로 만들어진 갑옷을 입은 청년이 저 수풀 넘어 보는 오우거를 보며 떠올린다.


 


"당신을 보면 차마 마음이 편해집니다. "


 


어제 조나단이 거울을 보며 한 말이다. 조나단 폰 브록스턴, 이것은 그의 풀 네임이다. 폰이라는 것이 중앙에 자리를 차지한 것을 보면, 그의 신분은 귀족임이 틀림없다. 관자놀이가 약간 튀어나온 것을 보면, 마나 유저의 초입 단계에는 들어간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비록 그가 귀족이긴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노예 매매를 하다가 새로운 법에 덜미를 잡혀 재산을 몰수당했고, 그의 가문은 몰락했다. 그런 관계로 인하여, 조나단의 입신양명을 위해서는 새로운 반환점이 필요했고, 검을 수없이 휘두르고, 짚단을 무수히 벤 결과, 마나를 검에 맺게 할 수 있는 마나 유저, 소드 엑스퍼트의 초입에 비교적 젊은 나이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는 병신일까? 자아도취에 걸렸을까? 거울을 보며 그따위 소리를 할래야 할 수가 없다고 일반인은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조나단의 상황을 들여다 본다면 그리 무개연성한 일은 아닐 것이다.


 


조나단은 15세 때, 가문이 몰락했고, 그로 인하여 또래의 다른 귀족 자제들에게 놀림을 당했다. 하지만 그의 옆에서 그에게 쓸모없는 동정심을 보낸 이가 있었으니, 트라트리아였다. 철학자들의 혹평을 받는 동정심이지만, 외로운 조나단에게는 어느정도의 힘이 되었다. 그리고, 조나단은 트라트리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때는 흘러 그가 이성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됬을 때도, 그 관심을 트라트리아에게만 오직 보내었다.


 


"너의 능력을 보이어 봐."


 


"마을에 큰 도움을 주는 것."


 


하지만 트라트리아는 조나단에게 단순한 동정심만 보냈을 뿐, 그의 몰락한 가문 때문인지 그에게 별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조나단이 그녀에게 쓰레기같은 구애를 보내자, 이 2가지의 조건을 대서 대충 시간을 보내게 하였다. 물론 그녀는 조나단이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리라곤 생각않았다.


 


이 쯤, 마을은 오우거로 인하여 크나큰 피해를 입었고, 조나단은 이 것을 그의 소원성취를 위한 호기로 머리에 낙인새겼다. 키가 3미터에 달하는, 험상궂은 인상의 거구는 자신에게 죽음의 기운이 박두하는 것도 모른 채 고함만 질러댈 뿐이었다.


 


"크아아아!!"


 


그리고 오우거는 뒤를 돌아보았다. 오우거의 등에, 영롱한 빛이 번뜩이었다. 그리고 오우거의 등에서는 피가 났다.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빛이 지나간 자리는 거울만큼 편평하였다.


 


오우거는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