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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푸른 달의 아이

2007.10.08 03:11

경화수월 조회 수:627 추천:3

extra_vars1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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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같아야 할 것은 달라지고 달라져야 할 것은 그 자리에서 변치 않았다.
 애써 호의로 지정해 준 법칙도 그들은 반발하며 그 법칙을 무시했다. 그 때의 나는 그런 그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재앙이 그들에게로 도래했다. 그들은 재앙이 그들에게 도래한 것을 알자마자 나에게로 찾아오더니 애원했다. 그 애원의 내용은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제발 자신들을 무사하게 할 방도를 찾아 주라고


 나는 언제나와 같이 그들의 애원을 들어 주었다.


 언제나 같았던 단 하나의 조건, 나를 잊지 말아 주라는 것을 걸고서… 그들은 지키지도 못할 나의 조건을 승낙하였다. 그리고 그 재앙이 그들을 지나치자 그들은 나를 그들의 머릿속에서 지웠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은 나에게서 점점 멀어졌고 나도 나라는 존재를 눈물로서 잊었다. 내가 나를 부정하다니 참으로 모순되었지만 나는 할 수 있었다.
 애초에 나는 멀쩡하게 있는 자를 무시하는 무관심이 싫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그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면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그들의 애원을 들어준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도와준 그들은 그에 따른 보상으로 또 다른 무관심을 주었을 뿐 이었다… 왜 나는 외로워야 하는 걸까… 신이시여 있으시다면 저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앞으로 방랑하는 세월 가운데 저를 지켜 주소서, 관심을 얻고자 하는 저를 그 자비로서 보살펴 주소서, 이세리아여 다시 한번 비나이다. 앞으로 방랑하는 세월 가운데 저를 지켜주소서, 보살펴 주소서,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그것뿐 이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후 신은 나의 기도를 들어주었다. 오래전 해어 졌었던 오빠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비록 한명이 나의 곁에 머물렀을 뿐이었지만 나는 그것으로도 크나큰 만족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한번의 이별이 찾아왔다. 나의 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 크게 상심하지는 말아줘, 우리는 언젠가는 다시 한번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그 때부터는 영원히 같이 살 수 있을 테니까… 기다려 줘 내가 오는 그 날까지…”



 그 짧은 몇 마디를 남기고서 나의 오빠는 떠나버렸다.


 오빠가 떠난 지 몇 년이 되었을까? 나는 하나의 편지를 받고서 ‘밖’으로 나섰다. 그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나는 너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하였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직접 너와 만나서 얘기할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 편지를 쓰고 있구나.


너하고 헤어진 지 어언 3년 다행히 어떤 은인께서 나를 도와주셔서 나는 바깥에서 그럭저럭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단다.


나는 앞으로도 몇 년 동안 ‘밖’에서 지내야 할 것 같구나, .....야 혹시 마음이 있다면 나를 만나려 ‘밖’으로 나오지 않겠니? 나는 현재 은인과 함께 리오시타에 머물고 있단다. 현재 머물고 있는 장소는 뒤에 적어 놓았으니 보고 찾아오렴, 꽤나 유명한 건물이기 때문에 찾는 데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자세한 위치는 적지 않는다.


                                                                 이만 줄이며 루이거스


추신: 보낼 때 생각 난 것이 하나 있어 적는다. 만약 내가 그 장소에 없으면 나는 이미 떠난 것이니 나를 거두어 주신 은인과 함께 있어야 한다. 비록 그 앞에 무엇이 있을 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익숙한 글씨체, 그 것은 확실한 오빠의 글씨체였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 나는 내 마음 속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고개를 당당히 들고서 ‘밖’으로 나섰다.
 비단 내가 오빠를 찾는 데에 의지할 것이 달랑 이 편지 하나라고 해도 나는… 나는… 오빠를 찾고 말 것이다. 그리고 만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기다렸다고…
 
 눈물은 오빠를 만나는 그 때의 것, 때문에 나는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고서 오빠가 떠난 후 처음으로 밖을 나섰다.
 비록 그 앞에 무엇이 있을 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라는 오빠의 추신에 있던 말을 마음 깊은 곳에 고이 간직해 두며…





 나는 옛날부터 벚꽃이 활짝 핀 벚꽃나무를 좋아했다.
 뭐… 딱히 그 나무의 꽃의 색깔이나 향기가 좋은 것이 아니었다. 내가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의 단 하나 밖에 없었던 진정한 친구와 처음으로 만난 것도, 그리고 그 친구와 친하게 된 것도, 꽃이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였기에…
 고작 친구 하나 만난 것 때문에 벚꽃나무를 좋아하는 것 때문에 어이없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사실이 그런 것을
 나는 눈 같은 새하얀 것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 새하얀 것을 보면 반사적으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에… 나를 노리는 어떤 자의 습격에서 웃으면서 죽어갔던 친구의 기억… 친구가 눈 위에서 죽은 그 날의 기억은 결코 풀리지 않는 올가미처럼 계속 나를 옭죄었다.
 나는 이 상황을 변화 시키려고 노력은커녕 과거의 상처에게서 도망치기만 했다. 나는 다시는 그 괴로운 과거와 마주하기 싫었던 것이었다. 그 때 쌍흑을 가진 그 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당신이 과거의 상처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희 크레센트 문(Crescent Moon)의 저력으로 말이죠, 어떠십니까?”


 그는 자신이 크레센트 문의 소속이라는 것을 알리면서 확신에 찬 어조로 나에게 과거의 상처에서 도망치게 도와주겠다고 말하였다. 크레센트 문… 대륙ㅡ 아니 어쩌면 이 세계 최고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곳, 그런 그들이 확언한다면 십중팔구는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그가 나에게 말했다. 과거의 상처에서 도망치게 해주겠다고, 그가 어떻게 나의 상황을 알았는지 그런 것은 나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거의 상처에서 도망치는 것이었으니까



 “1주일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도망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로부터 말이죠.”



 그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서는 사라졌다. 사라지는 것도 눈치 체지 못했다. 그야말로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남은 1주일의 시간. 나에게는 과거를 돌아보는 1주일이 되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다른 일에 대해서는 냉정하지만 아들에 대한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팔불출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공양하면서 살고 있는 아들


 서로 떨어져 지냈었다가 나중에는 아예 서로가 바로 앞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 체로 죽어갔던 어떤 오누이, ‘공백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무시당하여 사람들이 오지 못할 곳으로 꼭꼭 숨어버린 쌍둥이
 믿지는 못하겠지만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소년과 비록 피는 이어져 있지 않았어도 우애하나만큼은 친자매보다 앞서는 의자매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고 자부했었는데 막상 기억나는 것을 읊어 보니까 별로 되지 않았다. 아, 하나 더 생각났다.


 죽기 위해서 살아가는 텅 비워진 은색의 눈을 가진 아이


 처음 그 아이를 보았을 때는 안타까움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아이의 곁에는 같이할 동료들이 생겼다.
 아이의 텅 비었던 눈동자에는 날이 지나갈수록 무언가가 채워졌다. 나는 그 모습을 미소를 지으면서 지켜보았다.
 아아ㅡ 그래,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슬펐던, 때로는 절망했던 그 과거를 이제 버리게 되겠구나.
 그리고 짧은 시일 안에 나는 그것들을 다 되찾게 될 거야, 그리고 그 때는 당당하게 과거와 맞설 수 있을 테지 하지만 난 할 수 없어 왜냐하면ㅡ 왜냐하면ㅡ


 난 배우지 않았지만 미래의 나는 배웠으니까ㅡ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쉬어도 되겠지? 그리고 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나 더ㅡ



 “지금 이 순간순간이,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래, 꿈은 아닐 것이다. 꿈이라면 이렇게 생생할 수 없으니까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