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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The Magic

2007.07.10 13:42

Rei 조회 수:627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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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기록적인 승률이 터졌다. 그 후로 레이는 승승장구. 꼭 절체절명의 위기가 오면 상대방은 움직임을 멈췄고. 레이는 이겼다.
결투장의 주인은 그것이 몹시 수상해서 몇 번이고 레이를 자세히 살폈다. 싸이킥(Psychic). 초능력자였다.
그 사실을 알아 낸 이후 레이는 특별대우를 받았다. 만약 스스로 지원해서 지하 결투장에 왔었다면 괜찮은 의미로 특별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노예로 팔려온 이상. 위험한 요소는 철저히 배제 되어야했다.
그 날 이후 지하 감옥에 갇혀 지내게 되었다. 첫날은 너무 무섭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 졌다. 재갈만 풀어 줄때는 음식을 줄때고 안대를 풀어주면 나가서 싸우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몇 번인가 이겼을 때 레이의 귓가로 이르니아 말로 싸늘한 음성이 날아들었다.
『그렇게 재미없게 이기면 '처리' 될 꺼다.』
재미없게 이긴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듣는 순간 눈치 챘다. 레이는 그 다음부터 필사적으로 '재미있게' 이기기 시작했다. 첫날은 자신이 한 행동이 너무 충격적이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평범하게 이겼더니 음식을 주지 않았다. 나흘쯤 굶긴 후에 결투장에 와 보니 온몸이 후들거렸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레이의 귓가로 며칠 전 들렸던 음성이 날아들었다.
『자! 먹이다. 먹고 살던지. 안 먹고 죽던지. 네 마음대로 해라.』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겨를도 없었다. 상대방은 비틀거리는 레이에게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레이는 이전처럼 몸을 멈추게 하고 단검을 빼앗아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자신을 데려갈 손길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대신 아까와 같은 목소리가 말했다.
『안 먹고 죽을 테냐?』
안 먹고 죽을 테냐? 레이는 그제 서야 먹고 산다는 뜻이 뭔지 눈치 챘다.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먹었다.'
그 날 이후 레이는 몰랐지만 레이에게 밀트처럼 별명이 생겼다. Iuxhk Uzf Ykb. 슐리아시스 말이었다. 시체 먹는 아이.
다행히 그 이후 제대로 음식이 나왔다. 더 이상 인육(人肉)을 먹을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아무런 감흥이 없지만, 그때 당시는 굉장히 끔찍했던 것 같다.
그 이후 최대한 재미있게 이기기 시작했다. 이긴 후에는 다시 감옥. 반복되는 살육은 레이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기계처럼 죽이고, 또 죽이고. 얼마나 죽였는지 몰랐다. 그리고 문득 레이는 횃불 빛이라도 비추는 결투장에 1초라도 더 있기 위해 천천히 죽였다.
아쉬웠다. 오래 버텨주는 상대가 없었다. 어른이건 아이건. 똑같았다.


레이는 생각을 끝냈다. 얼마 전부터 점점 주변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입이 재갈로 막혀 있기 때문에 감기라도 걸리면 꼼짝없이 질식사 할 것 같았다. 감기에 걸렸다고 재갈을 풀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지독한 암흑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습관처럼 과거를 되새김질 하거나 시에나를 떠올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것마저 잊어버리면 자신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 되어버릴 것 같은 강박관념이 레이를 무겁게 짓눌렀다.
멍청하게 시간을 보냈다. 얼마가 지났는지도 몰랐다. 빗장 치우는 소리가 들리며 두꺼운 철문이 열렸다. '음식? 결투장?' 두 가지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찰칵! 족쇄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결투장?' 아니다. 족쇄만 풀었다. 레이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거친 손길이 레이를 일으켜 세웠다. 어디론가 끌고 간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발걸음을 내딛기가 힘들었다. 한참동안 걸은 것 같았다. 몇 번이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끼이익! 하는 나무문이 열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 것이 마지막으로 걸음을 멈췄다.
『이거야?』
『예.』
레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주 가끔이지만 누군가 말을 할 때는 항상 이르니아 말이었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으니 이르니아 말은 아니다. '슐리아시스 말인가?'
『히히히. 제법 재밌는 소재가 왔군. 그래 며칠 만에 만들어 내라던가?』
『시간은 무기한. 대신 완벽해야 합니다.』
『좋아, 좋아. 이런 물건일수록 깨부수는 맛이 있는 법이지. 아니. 의외로 쉽게 무너질지도? 히히히.』
『그럼 이만.』
사내는 노(老) 마법사에게 레이를 넘겨주고 밖으로 나갔다.
마법사는 레이를 형틀에 묶었다. 이곳은 마법사의 방이 아니다. 인성을 말살하고 절대적인 충성심을 박아 넣는 세뇌실. 페이스리스(Faceless)의 암살자의 대부분은 이곳에서 첫 번째 처리를 거친다.
마법사는 재갈을 풀고 레이의 입안에 무언가를 흘려 넣었다. 레이는 기묘한 맛이 의문을 가졌지만 목이 몹시 말랐기 때문에 단숨에 들이켰다.
『히히히. 멍청한 녀석. 그게 뭔지 알았으면 입이 찢어지기 전까진 벌리지 않았을 텐데.』
레이는 액체를 마신 후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아... 하아...』
레이의 입에서 쾌락에 잠긴 신음이 흘러 나왔다. 단숨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기분이 좋아졌다는 설명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히히히. 특이한 마약이지 실제로는 구강흡입을 하는 것이 그렇게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지 않지만 그건 특제거든?』
마법사는 기분 좋게 웃으며 형틀 옆에 걸려있는 끔찍한 고문 기구들을 들고 왔다. 그것들 중 짧은 바늘 하나를 꺼내 레이의 손톱 사이에 꽂아 넣었다.
『!!!』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고통이 손끝에서 온몸을 관통했다.
『그걸 먹으면 천국에 온 듯한 쾌락과 함께 온몸의 감각이 극도로 팽창되지 히히히. 꽤나 짜릿할걸?』
마법사는 남은 손톱 사이에도 바늘을 하나씩 꽂아 넣었다. 레이는 고통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간질 환자처럼 입에서 거품이 흘러 나왔다.
마법사는 레이가 혼절한 것을 확인 한 뒤 이마에 손을 얹고 짧게 중얼 거렸다. 손바닥에서 빛이 번뜩이자 레이가 곧장 정신을 차렸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고통은 끔찍했지만, 방금 전 같은 고통은 아니었다.
마법사는 레이의 코를 틀어막고 깔때기를 사용해서 강제로 입안에 약을 들이 부었다. 어쩔 수 없이 약을 다시 먹게 된 레이는 채 몇 분이 가기 전에 약효가 온몸으로 퍼졌다.
『카아아아!!! 아아아!!』
멋대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프다는 생각 뿐이었다.
마법사는 레이가 실수로 혀라도 깨물까봐 벌려진 입안에 헝겊을 쑤셔 박았다. 비명소리가 단숨에 줄어들었다.
『흐으으읍! 읍읍!! 으으읍!!』
너무 비명을 지른 탓에 성대가 찢어졌다. 평소라면 쓰라리지만 충분히 참을 수 있는 고통인 것이 지금은 목이 갈가리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너무 아파서 비명을 참을 수 없었지만, 비명을 지르면 찢어진 성대를 자극해서 더 아팠다.
눈앞에 새하얗다. 또다시 정신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혼절하기 직전 레이는 생각했다. '제발 멈춰줘'


고문은 장장 삼일에 걸쳐 계속 되었다. 혼절 하면 깨우고, 약을 먹이고 찢고, 베고, 자르고, 뽑고. 처음에는 고통만 느껴지던 것이 약을 너무 먹게 되자 고통과 쾌락이 함께 엄습하는 기묘한 현상이 시작되었다.
『크아아아!! 하악하으으!! 아아악!! 하아 하아..』
고통이 가득한 비명과 넘실거리는 쾌락을 참지 못하는 신음이 함께 터져 나왔다. 눈 깜빡 할 사이에 고통과 쾌락이 수십 번씩 교차했다. 머릿속이 이상하게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뭔가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마지막으로 약효가 떨어지자 레이는 동공이 풀린 채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렸다.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근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마법사는 그 모습을 본 뒤 키득거리며 캐스팅을 했다.
보통 길면 하룻밤 사이 폐인이 되어버리는 고문이지만, 이 꼬마는 사흘이나 버텼다. 아니, 사실은 세 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정신이 나가버렸지만 정신제압 주문을 사용하자 어이없게도 주문이 튕겨져 나왔다. 뭔가가 주문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하게 여긴 마법사는 몇 시간을 더 고문한 뒤에 다시 주문을 걸었지만 어김없이 주문이 튕겨져 나왔다. 이전보다 약하진 반탄력이었지만 여전히 강력했다.
알 수 없는 방해 때문에 장장 사흘이나 계속된 고문으로 완전히 미쳐버리게 만든 후 간신히 주문에 성공했다. 아직까지도 끈질기게 방어가 남아있었지만 마법사의 마력은 그 방어벽을 허물어뜨리고 정신을 제압했다.
『히히히. 이거 원 오우거 힘줄 같은 꼬마일세.』
좀 더 연구해보고 싶은 소재였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자신이 사람 한명 연구해 본다고 해서 신경 쓰지 않을 테지만 이 꼬마는 조금 특별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마법사는 그 방어가 이 꼬마가 싸이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문 옆의 줄을 잡아당겨 사람을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명의 남자가 세뇌실로 들어왔다. 그는 잠깐 레이를 본 뒤 마법사에게 물었다.
『저거, 쓸 수는 있습니까?』
『히히히. 그거야 나도 모르지. 히히. 운 좋으면 팔다리 움직일 수도 있을 테고. 정 못쓰겠으면 다시 가져오라고 히히. 한번 연구해 보고 싶은 소재인데.』
사내는 인상을 찌푸리며 레이를 데려갔다. 마법사는 안타까운 듯 멀어지는 레이를 바라보았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쓸데없는 욕심은 명을 재촉한다. 마법사는 노곤한 몸을 움직여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