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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Remisa

2007.07.04 15:03

파가니니 조회 수:626 추천:1

extra_vars1 autistic or dereistic 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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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사는 평범한 얼굴로 자신의 왕을 쓰러뜨렸다, 쓰러져버린 왕의 운명은 제법이나 비정했는지 주인의 손을 떠나 테이블 밑으로 천천히 떨어졌고, 아데사가 패배감에서 헤어나왔을 즈음엔 결국 왕은 작은 수십개의 유리조각으로 변해져있었다. 잠깐일까. 산산조각이 나버린 자신의 왕을 되잡으려던 아데사의 손 끝엔 어느샌가 진홍색의 선혈이 흘렀다.


「체스는 비정한 게임이야.」


체스만큼이나 비정했던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데사를 동요시키기엔 충분했나보다, 그렇게 아데사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아버지에게 되물었다, '체스가 어째서 비정한 게임이냐며 말이다.' 아데사의 아버지는 아데사의 말에 잠깐 정적을 내어주었다. 이는 어쩌면 배려일지도 몰랐다 …아데사가 대답을 재촉하려던 찰나에 그는 그가 원했던 대답을 마음 껏 들려주었다. 체스는 단순히 여러개의 격차무늬 그림판이 아닌 목숨을 걸고 출정하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라고, 킹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왕국을 지키는 위대한 일이라고 말이다. 물론 아데사의 아버지의 대답을 아데사가 진실로 원했다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아마도 아데사는 그 이후로 다시는 체스를 두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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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사는 무료하게 마차에 올랐다, 지난 날의 어설픈 체스를 배운지는 10년이 지났고 여느 때와 같이 감정 없던 아버지는 차가운 주검이 되어버렸다. 당연하게도 아데사에게 아버지의 차가운 주검은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였다. 다만, 그것이 그렇게 반갑지않은 일도 아니였다는 사실은 간혹 아데사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아니. 사실 그랬다. 수년간을 후원회의 최고 자리에서 있던 아버지, 호드람탓에 아데사는 호드람의 얼굴을 보는 일이 그렇게 빈번한 일은 아니였다. 물론 그런 아버지를 가졌다는 대가로 '최연소 고위 사제'라는 이름 있는 자리를 가지긴 했지만 아데사에게는 그런 자리는 별로 의미가 없었기에 '빛'과 '마법'에 더욱 빠져들었다. 이는 새하얀 무결의 색을 좋아했던 터라, 체스를 사랑했었고 우연한 기회에 체스를 버렸기에 또 다른 무결이 필요했던 이유일지도 몰랐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제 3자의 억측이지만 말이다.


「도착입니다.」


키예프는 마차에서 내려 아데사의 길을 지도했다, 오랜 시간동안 갖추었던 버릇처럼 아데사는 자연스럽게 마차에서 내려섰고 마중하나 없는 진지를 향해 터벅터벅 걸었다. 전쟁터다운 낯선 환경이 그에게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피차 뒤를 돌아 도망칠 피신처는 없었기에 여유로운척 걸어가는 것 뿐… 이외 다른 길은 없었다. 낡은 회색의 철문이 열리자 바깥과는 다소 대조적인 도시 풍경이 아데사를 반겼다. 키예프는 몇번이나 와본 인양, 꾸준히 아데사의 길을 한발 앞서 걸어나갔고 아데사는 기계적으로 키예프의 등을 따라 한도 없이 걸었다.


「얼마나 더 가야해?」


키예프는 잠깐 뒤돌아섰다, 그는 샤렌스트 가문의 기사이기전에 후원회 소속의 기사였고 후원회 소속의 기사이기 이전에 아데사라는 군주를 둔 기사였기에. 그렇기에 대답을 망설였다. 결코 어딜 가야할지 모른다던가하는 바보같은 연유로 대답을 늦추는 것은 아니였다. 다만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지,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는 원초적인 것이 문제였다. 무릇 기사는 자신을 부리는 군주에게 있어선 경어를 써야했다, 간혹 논외의 경우도 있었으나 일단은 이것이 규칙이라면 규칙이였다. 그러나 키예프의 경우엔 어려웠다. 군주가 말을 낮추라 했으니 경어를 쓰면 군주의 명령을 어기는 것이고 경어를 쓰지 않으면 본분을 저버리는 것이였다. 그덕에 군주는 몇번이고 대답을 듣지 못했고 기사는 몇번이고 대답을 들려주지 못했다.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도착할거니까 대답 안해도 좋아.」


「죄송합니다.」


몇번이고 익숙한 상황이였기에 아데사는 별 다른 반응없이 말을 이었다, 키예프 역시 가벼운 예를 표하고 다시 뒤돌아서 아까처럼 동일한 걸음으로 걸었다. 그 이후로도 아데사는 몇번 더 위와 동일한 질문을 하려했으나, 기존의 학습된 내용을 기억해둔 탓에 간신히 참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여덟번째 질문을 그만뒀을 즈음에 키예프는 도착했다는 제스쳐로 아데사를 안심시켰다. 아데사의 앞에 나타난 건물은 전쟁터에서 급히 지은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화려한 건물이였다. 사실, 철문을 열었을 때부터 나타났던 이 마을 전체가 전쟁에 사용할 진지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었으니 말이다. 아데사는 고갤 돌려 키예프에게 질문을 하려 했고 그렇게 아홉번째 중단을 실행했다.


「아데사 님이신가요?」


허리를 숙이고 있던 키예프의 옆으로 한 소녀가 걸어나왔다, 뉘앙스상 아마도 저택의 주인 혹은 저택에 살고 있는 관계인이라고 아데사는 직감했다. 보편적인 갈색의 머리칼이였고, 보편적인 목소리였다. 사회 전반에 비교했을때 아주 보편적인 느낌을 주는 사람이였으나 처음 보는 사람과 몇 마디를 나눌 정도의 사교성마저도 아데사에겐 결여되어있었는지 별 다른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키예프때와 같이, 동일한 걸음으로 따라들어갔다. 무언가 달라진점이 있다면 아데사의 앞에 있던 키예프가 아데사의 뒤로 갔다는 것이 달라진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