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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오컬티스트 퇴마 사무소

2009.07.28 09:13

Rei 조회 수:987 추천:3

extra_vars1 Doom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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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cultist 비술(秘術)과 비의(備擬)를 배운자를 일컫는말.


 


 


 


 


1999년 7월 16일.


 


그날의 기억은 오래된 얼룩처럼 분명하지는 않지만 불쾌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내가 으적으적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을 땐, 몽롱한 시야 앞엔 두 개의 노란 보석이 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늑대를 닮은 그것은 나를 힐끔 쳐다보곤 다시 주둥이를 돌려 뼈를 씹기 시작했다.


나는 또렷한 초점이 없이, 방 안의 상황을 하나의 그림처럼 단편적으로 보았다.


마수(魔獸)의 주둥이가 좌우로 흔들릴 때 마다, 찢어진 살점과 내장이 비산했다. 어머니와 누나는 망가진 스프링클러처럼 간헐적으로 피를 뿜어내었다. 끈적한 액체가 눈에 튀자 온 세상이 새빨갛게 변했다.


식사를 마친 마수는 한차례 거대한 포효를 한 뒤 천장을 뚫고 사라졌다.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였다. 이틀간이나 멍한 모습으로 앉아 있던 나를 아버지가 발견하곤 급히 병원으로 옮긴 것이었다.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아버지는 나의 어깨를 잡아 흔들며 무어라 소리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은 나의 귓가를 맴돌며 윙윙 거리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화난 사람처럼 윽박을 지르는 아버지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화내지... 마세요.”


끊어질 듯 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은 나는 한 줄기 눈물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두 번째로 깨어났을 때는 사방이 고요한 병실이었다.


커튼이 쳐져있는 좁은 병실은 숨 막힐 듯 한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심장을 쥐어짜는 듯 한 공포에 비명을 질렀다.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를 에워쌌다. 그리고 버둥거리는 내 팔을 붙잡고 주사 같은 것을 놓았다.


잠시 후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멀어졌다.


 


내가 확실하게 정신을 차린 것은 병원에 입원한지 한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을 때였다. 그 기간 동안 병원 안에서의 일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때를 되짚어 보아도 하얀옷의 사람들, 숨 막힐 듯 한 정적, 비명소리, 주사, 약. 이런 것들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는 처음 나를 찾은 이후 퇴원할 때가 되어서야 다시 나를 찾아왔다.


아버지는 가까이 가기도 싫을 만큼 악취가 났다. 언제 씻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꾀죄죄한 몰골에 헝클어진 머리. 아무렇게 자라난 수염은 한 번도 깎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처음 보는 조그만 단칸방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방구석에 나를 앉혀놓고 무엇인가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나는 단 한마디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한 시간이 넘게 걸린 아버지의 설명이 끝났을 때 내가 물은 것은 이것이었다.


“아빠, 엄마랑 누나는 어디있어?”


아버지는 얼이 빠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온 힘을 다해 내 뺨을 한차례 때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나는 웅크리고 앉아 서럽게 울었다.


아파서, 단지 아팠기 때문에 울었다. 아홉 살 짜리가 이해하기엔 모든 것이 너무 복잡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거리가 혼란에 잠겨 신음했다.


어떠한 기척도,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세계의 동화(同化). 전설과 신화 속에서만 잠자던 이들이 되살아났다.


가장 먼저 혼란에서 벗어난 곳은 유럽이었다. 거짓과 사기라고 손가락질을 받던 비술(秘術)과 비의(備擬)들이 제 힘을 되찾은 것이었다.


유럽엔 놀랄 만큼 많은 단체들이 암약하고 있었다. 그들은 유럽연합의 지원에 힘입어 하나의 거대한 단체로 합쳐졌다. 그리고 차분하게 유럽 전역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점차적으로 혼란이 수습되기 시작했다.


운명의 날이라 불린 7월 16일로 부터 오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국제연합은 정식으로 혼란의 종결을 발표했다. 그와 동시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계인(異界人)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오년의 혼란기를 거쳐 안정권으로 접어든 유럽연합은 유사인간(Similar Human)들이 가진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국과 러시아는 유사인간의 배척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들은 유럽연합이 유사인간들마저 흡수하여 더욱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힘의 균형은 세계최대의 오컬트 협회를 보유한 유럽연합 쪽으로 기울어진 후였다.


유럽연합은 ‘유사인간들은 인류의 적이 아닌 이웃’ 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웠다.


그 결과 사람들이 짐승의 모습을 한 인간이나 영적인 존재를 거리낌 없이 받아 들이는데는 십년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선전과 광고에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두려움과 기피증이 차츰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중학생 시절에는 어설프게나마 몇 마디 말을 걸어볼 수 있었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가끔이나마 어울릴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는 점점 소원(疏遠)해졌다. 아버지는 ‘운명의 날’ 이전부터 괴상한 오컬트 모임에 자주 참여하곤 하였는데, 지금은 ‘초자연현상관리부’라는 정부기관에 들어가 아예 밖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간혹 집에 있는 동안에는 두꺼운 책자를 몇 가지 들고 와 나에게도 당신의 비술을 가르치곤 하였다.


아버지에게는 특별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가르치는 것들은 꽤 재미있는 것이었기에 나름대로 열심히 배웠다. 하지만 재능이 없었던 탓인지 그냥저냥 평범한 실력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교에 진학 할 나이가 되었을 때 아버지의 반 강제적인 권유로 ‘국립초자연현상연구대학(國立超自然現象硏究大學)’ 이라는 곳으로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생활은 만족스러웠다. 가장 좋은 것은 오컬티스트(Occultist)를 괴짜 보듯 하거나 쓸데없는 경외감을 가지고 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다.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이단(異端)이었기에 일종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학기가 지났을 때, 아버지가 자립 운운하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방세와 용돈을 보내주지 않았을 땐 황당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알 수 없는 청량감이 가슴을 씻어 내렸다. 아버지와 나를 이어주던 가느다란 마지막 실마저 끊어지자 비로소 십년이 넘도록 어딘가에 두고 왔던 나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좋은 평온한 날들이었다.


적어도 그곳에 취직하기 전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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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프롤로그 추가.


기존껀 너무 정보가 없이 시작하는듯하여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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