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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의 축

2008.01.27 11:31

드로덴 조회 수:997 추천:1

extra_vars1 집과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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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일어나서 밥먹어.」

 

그의 어머니의 목소리다.

 

「음--...」

 

그의 말에 따르면 '잠깐 눈좀 붙인다'는게 깨울때까지 잔모양이다. 뭐 어차피 학교갈때까지 눈좀 붙인다고 해봐야 30분정도밖에 되지않을테니 틀린말은 아니다.. 찬물로 몽롱한 기운을 쫓아내고나니 머리카락에 낀 개기름이 느껴졌다. 두발자유가 된 덕에 머리때문에 귀두컷같은 소리를듣거나 악몽의 블X클럽 커트를 당할필요가 없어 내심 쾌재를 불렀지만, 기른적없던 머리카락을 길러놓고보니 머리를 안깜으면 찝찝해서 환장하실노릇이다. 시간이 없어서 물만 적셔놓고 나가면 이게 웬수같이 냄새가 난단말이다. 자고일어나면 머리가 뜨는데 시간없으면 물만 끼얹고가야되고, 그러면 머리카락에서 냄새나고...악순환이었다.

 

「졸지마. 어떻게 넌 식탁에서도 조니?」

 

「졸은게 아니라 눈을 감고 먹고있었던거라구요...」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엄마라 하기엔 쪽팔리지만 그렇다고 어머니라 하기엔 머쓱하므로 이름이나 존칭은 일절 삼가.

 

「그래 그래~ 공부 열심히 한다그래~ 얼른 먹고 이나닦아.」

 

동생 태진은 지한테 한말도 아닌데 반말을 찍찍 까며 빈정댔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그 안에 내포된 의미는 '닥쳐, 그딴 소리할시간에 얼른 학교로나 꺼져버려. 니가 나보다 학교를 먼저가니까 순서가 바뀌면 늦는다고 이 ㅅㅂㄻ야'다. 태백은 범생이미지라서 주위사람들은 그가 잠시라도 졸면 으레 잘시간에 공부를 했다고 생각해버린다. 오해지만 공부안하는놈으로 생각하는것보다야 편하니까 말은 안한다. 공부얘기가 나오면 자연스레 동생한테로 화제가 옮겨지는데 이녀석은 공부를 손에서 놓아버린탓에 그얘기가 나오면 바로 저렇게 협박아닌 협박을 하는것이다. 이 태진 너도 참 불쌍한놈이다. 입학첫날부터 일진한테 걸려서 삥을 뜯기는바람에 완전히 암울의 그 자체였다. 초등학생때만해도 초딩이니 초글링이니 그런소리는 안듣는 개념있는 녀석이었는데 입학식 이후로 개념은 개뿔, 일진놈들의 눈에들어 질나쁜 놈들과 어울려대는데다가 태백의 속이 뒤집힐짓거리들을 서슴지않고 하고있다. 한번은 친구한테 태진이 누구한테 삥을 뜯었단 소리를 듣고 '그딴 개소릴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애꿎은 놈한테 화풀이를 해댄적도 있다. 그에게 있어 동생은 이 쓰레기같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착하게 살던 녀석이었다. 근데 이젠 어린날의 그 순수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이런 삐뚤어진 삐리리가 대신 앉아있는거야. 주먹으로라도 돌려놓고 싶다. 어떻게 너란놈은 나날이 갈수록 오오라가 강해져서 들어오는거냐 진짜. 목에 혹이 생긴것처럼 세상에 대한 울분같은것이 북받쳐올라왔다.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것을 애써 감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오냐.」

 

건방진 녀석이지만 그냥 져주기로했다. 반공기도 비우지않은 밥공기에서 밥을 덜어내고 그길로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앞에 서서 입안에 칫솔을 쑤셔넣고있는데 있을리 없는 인영이 세면대 거울에 비쳤다.

 

「툽! 커억...」

 

당황한나머지 하마터면 입안에있던것들을 넘겨버릴뻔했다. 칫솔거품을 다 뱉어내고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사람의 모습같은건 보이지않았다. '뭐야, 잠한번 안잤다고 바로 헛것이 보이는건가' 새삼스럽게 수면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어떤 웃기는 교관때문에 잊혀질래야 잊혀지지않는 하루의 시작 모닝똥을 시원스럽게 배출해주고 나서 가방을 체크하고 나오니 새벽기운이 저 하늘너머로 사라져가고있었다. 너무 느긋하게 있었던걸까. 반팔도 아니고 긴팔도 아닌 짜증나는 소매의 여름교복을 휘날리며 저멀리 가는 버스를 향해 철인달리기를 하고나니 순식간에 온몸이 찝찝해졌다.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인데 죽어라고 달려댔으니 옷속의 상태가 오죽할까.

 

「아....존나 찝찝해....」

 

안경을 고쳐쓰며 혼잣말을 지껄였지만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않았다. 기분이 나쁘거나 열받으면 구석에서 소리없는 중얼거림으로 화풀이를 대신하는게 그의 버릇이었지만 사실 이건 도움이 된적이 한번도 없다. 도움이 안되었으면 안되고말지 이게 누구 눈에 걸리면 뒷담화를 까는줄알고 또 어디서 시비가 걸려오니 학교에서 인간관계 나쁜건 뭐라 말할것도없었다. 그나마 친하게 지내는 놈들이 있어도 다 하나같이 조용히 존재감없이 공부만 하다가는 녀석들뿐이다. 천성이 귀챠니즘 말기라 다른사람을 대하는것조차도 귀찮아하는 태백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사람을 사귈리가 없다. 고로 태백한테는 제대로된 친구는 없다고 봐야겠다. 띠- 매일같이 듣는 버스의 정차음이 울렸다. 카드를 찍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는걸로보아 학교에 다온듯싶었다. 만원버스의 주범인 고딩어들의 파도에 휩쓸려 버스에서 던져지듯이 내리고나자 한숨이 절로나왔다. 나는 왜 공부를 안해서 먼곳에 있는학교를 간건지. 어른들이 그때가 좋았지 그때가 좋았지 하던것을 벌써부터 공감하고있으려니 태백은 자기 머릿속에 나이 육십은먹은 할배가 들어앉아있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그는 동갑내기들의 파도에 휩쓸려 걸으면서 잡생각의 바다속으로 잠겨갔다. 하루의 반을 차지하는 잡생각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던 고딩어 태백을 낚아올린 낚시꾼은 교문 안쪽에서 태백을 기다리고있던 빳다였다.

 

딱!

 

「컥;」

 

「어디다 정신을 빼놓고 다니는거냐? 앙?」

 

「아, 빳ㄷ.......」

 

말실수했다.

 

[빡!]

 

「웁!」

 

「내이름은 빳다가 아니라 바다라고 말했잖아. 자꾸 빳다빳다 하면 진짜 빳다맛을 보게될거야.」

 

「닭쵸!! 먼치킨 검도폭행소녀 식끼야!!」

 

「오늘 요단강너머의 조상님들 문안인사 드리러갈래?」

 

「윽; 젭라......알았다고. 네네. 또 지각잡고있냐?」

 

검도부원 유 바다. 오전엔 학생부원, 오후엔 검도특기생의 삶을 사는 고1 동갑내기 여학생이다. 태백은 남들의 시선을 받는것이 싫어서 여자라면 기겁하고 피하고보는 식으로 살았지만 바다의경우엔 조금만 아니꼽다 싶으면 바로 빳다목도를 꺼내들어 신나게 검무를 추는(?) 웃기는 녀석이라 피하진않게되었다. 성격이 좀 남자같은면이 있어서 남녀 안가리고 잘 사귀기때문에 친해질수있었던걸지도.

 

「그래. 10초 늦었지만 봐준다. 얼른 들어가라 태.변?」

 

「이 자식아!! 너야말로 나한테 태변이라고 부르지마!」

 

언성을 높였지만 입꼬리는 씨익 올라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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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시. 여전히 잡생각의 바다에 빠진채 자리에 앉아 허망히 시간을 보내고있던 태백의 눈에 난데없이 5교시 시간표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잠을 안자서 그런가? 이젠 글자까지 이상하게보이네' 안경밑으로 손가락을 넣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글자는 변함이 없었다. 그의 뇌리에 스쳐가는 생각은 오직 하나.

 

 

                      『            좇            됐            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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