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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빛의 정령왕

2005.07.13 04:15

그리즌 조회 수:13

extra_vars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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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잉!

바람이 고요한 밤의 소리를 들려준다.

어두운 하늘. 고요한 대지. 그리고 무너져가는 집 한 채. 옛 영광을 볼 수 있는 그곳은 무엇보다 컸으며 무엇보다 쓸쓸해 보였다.

“이…곳인가?”

후드를 쓴 존재가 폐가의 앞에 섰다.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있으며 등에는 활고 화살통이 걸려져 있는 것으로보아 사냥꾼인 것 같은데 타 지역의 사냥꾼인 것 같았다.

근방의 사냥꾼만이 아닌 이 지역의 사람들은 이곳에 오지 않는다.

아니, 오려고들 하지 않는다. 만약 그러하면 가슴 깊숙이 슬픔이 밀려올라오니까.

실상 이곳은 나라에서 출입을 금한 금지였다.

나라의 왕족 중 왕위계승권에서 가장 유력한 자의 아들이였던 둘 이서 일으킨 갈등으로 한 명은 역적으로 치부되었고 그 사내 덕분에 살아남은 다른 왕족 하나가 왕국의 왕이 되었으니까.

"크흠."

담이였으리라 짐작되는 부분은 다 허물어졌다. 아마도 밑에 담쟁이 넝쿨이 없었다면 몰라보았으이라.

그곳을 지나 사냥꾼은 문 앞으로 섰다.

“……아.”

어두운 달빛이 그 존재의 상체만을 간신히 비추고 그 존재의 가녀린 턱선에는 어느새 한 방울의 달빛을 반사하는 그것이 고여있다.

문에는 황금으로 새겨졌을 법한 문장을 쓰다듬었다. 문장은 커다란 장검에 두 개의 끈이 그것을 감싸는 모양인데 그것은 옛 아카드란 왕족의 문장으로 지금은 이미 반역자가 되어 처형대의 이슬로 사라진 한 사내가 물려받았던 문장이였다. 아니, 물려받지도 못했다고 해야할지도…….

끼이익

문을 밀자 괴로운 소리가 들린다.

집이 울고 있다.

그가 없음을. 그가 그를 배신했음을.

“…….”

사냥꾼은 목소리에서 말이 사라졌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생각보다 집이 너무나 넓기에 돌아다니는데 너무나 힘들었던지 잠시 이마의 땀방울을 닦으며 어디론가 후드의 존재는 들어가버렸다.

휘이이이잉!

깨진 창문으로…허물어진 벽으로 바람이 불었다. 그것에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단순히 어둠에 대한 공포가 아니였을까? 사냥꾼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왜지…?”

이곳은 뿌연 안개가 감싸안고 있었다.

“…왜 놓으려 하지 않지?”

사냥꾼은 무엇을 알고 있다.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이곳에 머물었던 한 사내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내는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빛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휘이이이잉!

다시 한 번 미친 듯이 우는 바람. 그것은 칼날같이 예리해 마치 상처입은 바람같았다.

촤라라라라락!

사냥꾼의 전방에서 소리가 났다. 이것은 사냥꾼도 충분히 알고 있는 소리다. 그 소리를 들은 사냥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책?”

소리가 난 곳에 손을 가까이 대려고 할 때에 바람은 멈추었으며 안개 또한 사라져버렸다. 아니, 스며들어가버렸다고 표현하는게 옳을지도 모른다.

우우우우! 우우우우우!

“……누구?”

바닥에는 한 권의 책이 놓여져있었다. 여기저기에는 잘 보관한 흔적이 보였으나 책의 표지는 피에 물
들고 슬픔을 머금었는지 붉은색과 푸른색의 얼룩이 여기저기 보였다. 표지의 밑에는 무언가가 적혀져있으나 얼룩 때문에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화락

사냥꾼은 자신이 쓰던 후드를 뒤로 넘겼고 그 순간 그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잠깐이지만 밝은 빛과 함께 드러난 것은 뾰족한 귀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아름다운 금발. 그의 외모는 숲의 종족이라는 엘프의 명성에 겉맞게 가슴이나 엉덩이쪽이 아니였으면 여자로 치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역시…….”

그의 눈은 슬픔을 머금었다. 엘프는 조화의 종족. 엘프가 슬픔을 머금는다면 나름대로의 사연도 있겠지만 이 집안 자체가 가진 슬픈 인연도 있으리라.

“……당신이였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잠기기 시작했다. 이 엘프는 전의 집주인을 아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집주인이 아니라…그를 아는지도 모른다.

“얼마나…얼마나 괴로우셨습니까….”

흐르는 눈물.

눈에 고인 그것은 천천히 그의 볼을 타고 내려가 턱에 살짝 고였다.

“…제가…제가 당신을…지키지…모, 못해서….”

스스로에 대한 자책.

가슴이 아려오는지…머리가 아파오는지…엘프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혀, 형…님…….

사내는 울음을 머금었다. 처음으로…정말로 처음을 부르는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부르기에는 정작 들어야할 사람이 없지만.

“형님…….”

사내의 고인 눈물에 한 방울이 더해져 그 눈물이 책에 떨어지는 순간.

토옥!

눈물이 책의 표지에 닿는 순간 맑은 음색이 주위를 밝히고.

화아아아악!

눈물이 마르며 책의 얼룩은 사라져갔다. 맨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검은색 가죽 표지는 그에게 그리움을 가져다 주었다.

꼬옥

사내는 책을 껴안았다.

사내의 이름은 클라이루스. 10년 전에 죽음을 맞아야만 했던 역적. 아니, 이제는 진상이 서서히 풀어져나가는 지금은 가히 왕국의 명장이라 부를만한 사내. 그 책의 주인이였던 사내는 아카드란 왕국의 왕족이였던 칼스트로 아카드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하여 칼스트로는 형인 엘데라츠를 의심해 엘데라츠에게 창을 겨누었고 사건의 진상을 알고 전쟁 중 몰래 왕국에 보내주었다가 스스로의 목숨을 내주어야만 했던 현 아카드란 왕국의 국왕인 엘데라츠의 친동생이였다.

아직까지 엘데라츠는 어쩌다 술에 마셔 취하면 취중에 항상 중얼거리는 한 마디가 있다.

"나는……사랑하는 동생을 밟고…일어나야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엘데라츠가 그때 어떠한 심정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책을 껴앉은 엘프인 클라이루스는 그와 영원한 맹새를 한 의형제. 지금 그의 손에서 칼스트로의 책이 들어왔고 이것으로 그의 명예는 벗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사건으로 딱딱하고 서로에 대한 미안함이 있던 엘데라츠와 사이가 좋아질지도 모른다.

“……형님…….”

클라이루스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이 창피해졌다. 그에게 약속하지 않았는가? 울지 않겠다고. 그는 피식 웃더니 책의 장수를 하나 하나 넘기기 시작했다.

-이것을 찾는 사람에게-

나는 이제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인 것을.
다만 사과를 표하고 싶다면……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있다면 내 친형인 엘데라츠와 의동생인 클라이루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직접 하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걱정말아주기를. 그대들이 올 곳은 내가 마련해 둘 터이니.

“끄아아아아아아아아!”

클라이루스의 입에서 슬픔이 섞인 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추는 듯한 소리. 클라이루스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형니임! 어째서! 어째서어!”

알면서 죽으셨습니까?

그의 울음에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끄흐으윽…….”

바르르

클라이루스는 그의 체취를 느끼고 싶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지금은 이럴때가 아니였다. 한시라도 빨리 칼스트로의 누명을 없애야한다는 느낌에 그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곳은 아카드란 왕국의 현왕인 엘데라츠가 있는 곳이였다.

[아아…가버렸는가?]

클라이루스가 떠나고 어둠속에서 한 사내가 나왔다. 반투명한 상태. 마치 마나로만 이루어진 듯 그는 물체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있었다.

[……이제…누명이 벚겨지면…사라져야 하는가?]

사내의 입가에서 씁쓸함이 감돌았다.

[이제 어떻하지…? 유령이 된지 꽤나 되어서…이제사 명계로 가기는 곤란한데.]

한참을 고민하던 사내는 두 손뼉을 마주치며 밝은 얼굴로 외쳤다.

[그래! 우선 둘이나 만나보자!]

그의 이름은 칼스트로 아카드란. 유령이 된지 10년째 되던 어느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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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는 처음이네요.

재미없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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