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tra_vars1
extra_vars2
extra_vars3 9.60 

기승전결이란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학교에서 배워 알고 계실 것입니다.


단, 알고 있는 것과 실전은 별개입니다.


실제로 글을 써 보면 그 기본인 기승전결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그것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쓰여져 의도한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다면 좋겠으나 습작기에 실험을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며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처음엔 역시 룰을 지키는 것이 좋겠죠. 과속도 운전을 좀 익힌 다음에 해야 사고가 안 나는 법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기승전결이라는 것은 플롯의 흐름이 진행되는 순서입니다.


그 전에 플롯과 스토리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스토리란, 작품 내에서 시간 순서대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에 빠져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성인이 되고 부부는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이것이 스토리입니다.


플롯은 스토리와 다릅니다. 저 이야기를 그대로 쓰면 절대 재미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스토리에 변형을 주게 됩니다. 일단 첫 장면에서 황혼기에 접어든 노년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이 만나게 되어 여기까지 온 과정을 그 다음으로 보여준다거나 성인이 된 아이를 보여주고 그 아이가 태어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 후 마지막 노년의 부부를 보여준다거나 하는 것은 플롯의 구성입니다. 이것은 스토리가 아닙니다.


플롯과 스토리라는 개념은 랑그와 빠롤 어쩌구저쩌구 해서 러시아 형식주의에서 구체화된 개념이지만 더 이상 자세히 설명드리려면 여러분이 문학사를 처음부터 공부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랑그 빠롤이 맞던가.


 


어쨌든 기승전결 /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등은 스토리의 순서가 아닙니다. 이것은 플롯의 순서입니다.


각 단계별 긴장감 / 긴박감 등을 숫자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기 : 1~4


승 : 3~7


전 : 7~10


결 : 2~5


이것이 4단 구성입니다. 혹은,


 


발단 : 1~3


전개 : 3~6


위기 : 5~8


절정 : 8~10


결말 : 2~5


이것이 5단구성입니다. 10이 최고이고 0이 최저인 상태이나 0이 들어가면 재미가 없겠죠. 0은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 수치입니다. 저 범위가 각 단계별 한계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 결말은 마지막은 1정도가 되어도 좋긴 합니다. 그건 전체적으로 작품 내에서 사건이 관여하는 비중이 평균보다 낮을 때이겠지요. 하지만 보통 저 정도가 정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스토리가 있다 하더라도 작가는 그것을 변형해 주어야 합니다. 이번에도 염치불구하고 제 작품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현재 중단 상태이긴 하지만 제 작품 Cercatori는 현재 연재중인 다락의 이후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재는 Cercatori를 먼저 했죠. 여기에서, 다락을 먼저 연재하고 그 후 Cercatori가 나왔다면 이것은 일종의 연대기적 구성이 됩니다. 반대로 지금과 같은 순서로 작품을 내놓게 된다면 온통 비밀과 헛소리 투성이인 Cercatori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보여주는 전개가 될 것입니다.


 


단 주의하셔야 할 것은, 4단구성이나 5단구성은 소설에선 보통 단편이나 중편에만 해당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내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여러 가지 사건들이 포함되게 되며 그것들을 각각 묶은 하나의 사건군(群)에 각각 4단 / 5단구성을 적용해 줘야 할 것입니다.


만일 장편 한 편만 가지고 일련의 구성을 이룰 수 있다면 그건 상당히 치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여러 사건군으로 이루어진 장편보다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둘은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둘 다 장점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같은 경우엔 한 가지 사건, 즉,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살해당하며 윌리엄 수도사가 그 비밀을 밝힌다'만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우선 단편을 쓰면서 4단/5단구성을 연습해 보십시오. 사실 장편보다 단편이 더 쓰기 힘듭니다. 특히 습작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글 좀 볼 줄 아는 사람한테 보여주고 나서 장렬히 깨지십시오. 그래야 빨리 늡니다.


 


다음 시간엔 메인플롯/서브플롯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만 이건 꽤 고난이도의 구성입니다. 그래도 보실 분들은 각오하시길.


...저도 제대로 못 씁니다 메인플롯/서브플롯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