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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리메이크

2009.09.27 03:24

Roam 조회 수:818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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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러브 원작을 한 1시간 정도 하다가 그만뒀기 때문에 원작에 대해선 거의 아는게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점은, 10년 전 게임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이었습니다.
'리메이크'란 것은 그대로 따라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입니다.
요컨대, 2009년에 나오는 게임은, 2009년다워야 합니다.


 


하지만 러브는 매우 아쉽게도 10년 전 쯔꾸르 수준 그대로 였습니다.
검은화면에 하얀 자막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주인공의 쓸데없는 독백이 난무하고,
맵의 이동까지 이벤트가 알아서 해주는 '게이머의 개입을 매우 제한하는' 옛날 쯔꾸르 방식이
여전히 쓰이고 있는 것에 솔직히 많이 실망하게 됐습니다. 쯔꾸르2003은 더 엄청난 걸 만들 수 있는 툴입니다.
이 소감은 지극히 단점 위주로 돼 있습니다.
장점을 감추는게 아니라, 장점으로 칠 만한 부분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픽에 들어간 정성만은 정말 대단합니다. 갖가지 필터효과가 쓰여 화면은 매우 화사한 느낌을 주고,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준비돼있어서, 이벤트 중에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맵배치는 비교적 무난한 편이지만, 좁은 맵 안에 오브젝트가 과도하게 배치되어 너무 산만한 느낌을 줬으며,
결과적으로 캐릭터의 통행에도 방해를 주고 있습니다. 맵 전체크기를 좀 더 늘려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운드 부분에선 되려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웅장한 사운드의 곡 위주의 선곡이 돼 있는데,
게임 분위기와 계속 어긋나고 있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이 소박한 이야기의 게임의 음악이 이렇게 웅장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효과음은 너무 과하게 사용돼 전체적으로 게임이 너무 산만을 느낌을 줬습니다.
또 이해할 수 없는건, 가끔씩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에서 주인공의 독백은 정말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양은 쓸데없이 많은데다가
계속 다른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독백형식으로 게이머에게 설명해주는 바람에 게임은 루즈해질대로 루즈해지고,
게이머는 게임 속 캐릭터들의 행위와 생각에 대해 상상할 여지가 닫혀버립니다.
마치 소설책을 읽을 때 모든 문장마다 주석이 길게 달려있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스토리 전개는 빨라야하는 부분과 느려야하는 부분의 템포 분별이 없습니다.(이건 원작이 그럴수도 있지만말이죠)
대화를 할 때 문장 하나하나 띄우는데 시간이 불필요하게 오래 걸려서
NPC한테 말 한마디 거는 것도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나중엔 그냥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은 한 개의 문장을 두 개의 대사창으로 끊어서 쓸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어지간한 게임도 이런식으로 게이머가 대사를 읽는 것을 방해하진 않습니다.
특히나「러브」같은 스토리 지향형 게임에서는 큰 문제입니다.
아주 간단히, 이 게임에 허시처럼 음성녹음이 들어갔다고 생각해보시면, 이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아실겁니다.



 



 



 


도대체 문장이 이렇게 부자연스럽게 끊어서 배치된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이 게임에 음성이 들어가거나, 이 대사가 그대로 '영어'로 번역됐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미 게임 초반부터 예상은 했지만, 이 게임은 그냥 연신 엔터키 두드리며 봐야하는 이벤트가 매우매우 긴 편입니다.
게이머가 직접 주인공을 움직여도 될만한 부분도 이벤트가 알아서 움직여 주며
게이머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벤트를 계속 감상하는 것 외엔 게임 내내 다른 즐길거리가 없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나 나올법한(스토리의 구성과 별 관련이 없는) 평범한 대사들이 너무 많이 배치돼서
이벤트 하나하나의 의미는 장황한 대사량에 비해 너무 조그맣습니다.
이 게임은 스토리 주입을 게이머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그런 강제적 진행이 주는 장점 또한 있겠지만,
이 게임은 다소 심합니다. 플레이타임이 매우 억지로 길어지고 있습니다.


 


스토리 자체도 애초에 개연성이 없고, 그냥 주인공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신선함도 없고, 스토리 진행의 당위성, 게이머에 대한 동기부여도 전혀 없었습니다.
'루위'라는 캐릭터가 뜬금없이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만약 이 게임이 원작 그대로 리메이크 된 거라면 절대적으로 절반 이상 각색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각색은 별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네요.


(아주 솔직하게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완전히 다 갈아엎을게 아니라면, 별로 리메이크 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게임 중 얻는 아이템은 물약 하나뿐이고, 대화엔 선택분기 하나 없으며, 서브이벤트 하나 없는 이 게임에서,
다른 즐길거리라곤 오직 전투뿐입니다.
전투는 횟수가 상당히 적고, 캐릭터의 성장요소를 없앤 대신 물약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사실상 스토리진행을 위한 형식적인 장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전투 자체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다만 양이 너무 적기 때문에 딱히 세세한 평가는 내릴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게이머가 원한다면 하지 않아도 되는 전투입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비중의 전투라도, 튜토리얼은 필요합니다. 쉬프트키로 물약을 사용하는 법과,
끝내 정확히는 알아내지 못한 필살기 사용법을 결국 게임 중에 한번도 볼 수 없었습니다.


 


 


 


이 게임의 장점은 그래픽에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것과, 아주「무난한」완성도라는 것 뿐입니다.
게임은 즐기라고 만든 것이고, 그렇게 때문에 결정적으로 즐길거리가 많아야 합니다.
게임으로서 즐길거리가 적다는 것은 가장 치명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단순히 비쥬얼노블류라고 볼 수도 없는 게임이고,
비쥬얼노블류로 보더라도 높은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어드벤처는 더더욱 아닙니다.
장르의 구분은 별로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됐지만,
이 게임은 그냥 즐길거리가 부족한 '뭔지 모르는 게임'이 됐습니다.
요컨대, 게임 디자인적으로 큰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레젠테이션 7.0



그래픽 9.0



사운드 8.0



게임플레이 6.5 (전투는 평가에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지속성/중독성 4.0


 


오버롤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