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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문학 작중에 소리소문 없이 잊혀지는 인물들

2009.03.15 07:58

Rashid 조회 수:347

마틴님의 판타지 단편 The Hedge Knight를 읽다가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1부에서 기사 서임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떠돌이 기사 던칸은 돈과 명성을 얻기 위해 근처 성에서 열리는 규모가 큰 마상 대회에 참가하려 합니다. 15년간 모시던 서 알란이 감기로 죽으면서 그의 무구를 물려받지만, 210cm나 되는 던칸에게는 노기사의 갑옷이 맞질 않아 새 갑옷을 사야 했습니다. 결국 던칸은 눈물을 머금고 정든 말 스위트풋을 팝니다. 그리고 마상 대회에서 반드시 이겨 상금을 타서 스위트풋을 다시 사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런데 마상 대회에 참가하기도 전에 사건에 휘말립니다. 왕족을 폭행한 혐의로 결투 재판에 나가고, 고아라고 생각했던 종자 에그의 어마어마한 정체가 밝혀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결국 어찌어찌 잘 해결되지만요.

 2부에서 던칸은 늙은 말 체스트넛이 사막을 건너는 여정에서 죽었던 날을 회상합니다. 무덤을 만들어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모래를 팠지만 파도파도 끝이 없었죠. 던칸은 자해를 하는 등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전쟁 직전의 두 영주를 화해시킵니다. 두 영주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으며 종자 에그와 함께 전투마 썬더에 타고 다시 길을 떠나는데...

주인의 주머니 사정 때문에 푼돈에 팔린 불쌍한 승용마를 기억해주는 사람은 독자들 밖에 없는 건가요-_-

물론 소설속 사람들도 사람이니까 뭐든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가끔 이렇게 존재 자체가 잊혀지는 경우들을 보면 좀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