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메인 번역중 1/8

2010.09.26 21:24

비터스틸 조회 수:911

The Mystery Knight -A Tale of the Seven Kingdoms



가벼운 여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덩크와 에그는 스토니 셉트를 떠났다.
 



덩크는 그의 늙은 전투마 썬더를 탔고, 에그는 레인이라는 이름의 어린 승용마를 타고 그의 옆에서 당나귀 마에스터를 이끌고 있었다. 마에스터는 덩크의 갑옷과 에그의 책, 침구, 텐트, 옷, 소금에 절인 쇠고기, 큰 병에 반 정도 담긴 벌꿀 술, 가죽 물병 두 개를 등에 싣고 있었다. 에그의 오래 된 밀짚모자는 챙이 넓고 늘어져서 당나귀의 머리를 비에서 막아주었다. 소년은 마에스터의 두 귀가 빠져나오도록 모자에 구멍을 뚫었다. 에그의 새 밀짚모자를 구했다. 귀의 구멍을 빼면, 두 모자들은 덩크의 눈에 매우 비슷하게 보였다.


 


그들이 마을 정문에 가까워졌을 때, 에그는 고삐를 재빨리 당겼다. 관문 위에 반역자의 머리가 강철 창에 꿰뚫려 있었다. 보기에 죽은지 오래 지나지 않은 듯 했고, 살은 녹색보단 분홍색에 가까웠으나, 까마귀들은 이미 그것을 먹고 있었다. 죽은 자의 입술과 뺨은 찢어지고 너덜너덜했다. 그의 눈은 사라지고 굳어진 피와 섞인 붉은 눈물을 빗방울처럼 천천히 흘리는 두 개의 갈색 구멍만 남아있었다. 입은 축 늘어지게 열려서, 마치 관문을 지나는 여행자들에게 장광설을 늘어놓는 듯 했다.


덩크는 이런 광경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다. "킹스랜딩에서, 내가 소년일때, 난 창에 꽂힌 머리 하나를 훔쳤지." 그가 에그에게 말했다.


 


사실 벽을 타고 올라가 머리를 잡은 것은 페렛이었고, 그가 결코 부추기지 않았지만 나중엔 레이프와 퍼딩도 했다. 하지만 경비들이 뛰어오자 그는 머리를 아래로 넘겼고, 그것을 잡은 사람은 덩크였다.


 


"어떤 반역 영주거나 강도 기사였을 거야. 아니면 그냥 흔한 살인자일수도. 어쨌든 머리는 머리였어."


 


그와 그의 세 친구들은 그 머리를 플리보톰의 소녀들을 겁주는 데 썼다. 그들은 골목 길로 소녀들을 쫓아다니며 머리에 입맞춤을 하게 만들었다. 그가 떠올리기엔 머리는 입맞춤을 많이 받았다. 킹스랜딩에 레이프보다 더 빨리 달리는 소녀는 없었다. 하지만 에그는 그 부분을 듣지 않는 게 더 나았다. '페렛, 레이프, 그리고 퍼딩. 작은 괴물들. 그리고 셋 중에 최악은 나였지.' 그의 친구들과 그는 머리의 살점이 검게 벗겨질 때까지 가지고 있었다. 소녀들을 쫓아다니기도 질리자, 그들은 어느 밤에 냄비 가게에 들어가 그것을 주전자 안에 던져 넣었다.


 


"까마귀들은 언제나 눈부터 먹어." 그가 에그에게 말했다. "그 다음은 뺨이고, 살이 녹색으로 변하면..."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머리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잠깐, 내가 아는 얼굴이야."


 


"그럴거에요, 기사님." 에그가 말했다. "사흘 전이었어요. 곱사등이 셉톤이 로드 블러드레이븐에게 대항하라고 설교했었죠."


 


그도 그것을 기억했다. '그는 일곱 신에게 맹세한 신성한 사람이야, 설사 반역의 설교를 했다고 해도.'


 


[그의 손은 동생의 피로 붉게 물들었고, 어린 조카의 피도 묻었습니다.] 그 곱사등이 셉톤은 시장 광장에 모인 군중에게 선언했다. [용맹한 발라르 왕자의 아들이 어머니 자궁에 있을 때 그의 명령으로 그림자가 다가가 목 졸라 죽였습니다. 우리의 어린 왕자는 이제 어디에 있습니까? 그의 동생, 상냥한 마타리스는 어디 있습니까? 선량한 왕 다에론은, 두려움 없는 바엘로르 브레이크스피어는 어디로 가버렸습니까? 그들 모두 죽었지만, 아직 그는 남아서 피의 부리를 한 핼쑥한 새처럼 아에리스 왕의 어깨 위에 걸터 앉아 귀에 까악까악거리고 있습니다. 그의 얼굴과 텅 빈 눈에 지옥의 표시가 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가뭄과 전염병과 살인을 가져다 줬습니다. 일어나시오, 나는 말합니다, 그리고 바다 건너 계신 진정한 우리의 왕을 기억하시오. 일곱 신이 계시고, 일곱 왕국이 있고, 그리고 검은 용은 일곱 아들을 두었습니다! 일어나시오, 나의 영주와 숙녀들이여, 일어나시오, 용맹한 기사들과 건강한 농부들이여, 더러운 마술사 블러드레이븐을 쓰러뜨리시오, 최소한 여러분 자녀와 그 자녀들은 영원히 저주받지 않도록.]


 


모든 단어가 반역이었지만, 여기에서 그의 눈에 구멍이 난 것을 보는 것은 충격이었다.


 


"아. 저게 그 사람이구나." 덩크가 말했다, "우리가 여길 떠나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어."


 


그는 썬더에 박차를 가했고, 그와 에그는 스토니 셉트의 관문을 빠져나갔다. 비의 부드러운 소리가 들렸다.


 


'블러드레이븐에겐 눈이 몇 개나 있는가? 천 개 하고도 하나 더 있다지.' 어떤 이들은 주장하기를, 왕의 핸드가 흑마술을 배워서 얼굴을 바꿀 수 있고, 애꾸눈의 개처럼 변장하고, 심지어 안개로 변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수척한 회색 늑대 패거리들이 그의 적을 사냥하고, 까마귀들이 그를 위해 정탐하며 비밀을 귀에 속삭여준다고 했다. 대부분의 소문이 그저 소문일 뿐이라는 것을 덩크는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블러드레이븐이 모든 곳에 정보원을 두고 있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킹스랜딩에서 블러드레이븐을 직접 보았었다. 브린덴 리버스의 뼈처럼 하얀 피부와 머리, 그리고 외눈. -다른 하나는 붉은 들판에서 이복동생 '비터스틸'에게 잃었다 - 피처럼 붉은 눈이었다. 그의 뺨과 목에는 그에게 별명을 받게 한 점이 있었다.


 


마을이 그들 뒤로 멀어지자, 덩크는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안 좋은 일이야. 셉톤의 목을 자르다니. 그가 한 거라곤 말한 것 뿐이야. 말은 바람소리나 마찬가지일 뿐이라고."


 


"어떤 말은 그저 바람소리죠, 기사님. 또 어떤 말은 반역이고요." 에그는 작대기처럼 깡마르고 갈비뼈와 팔꿈치뼈가 보였지만, 그에겐 입이 있었다.


 


"넌 완전히 왕자같이 말하는구나."


 


에그는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그가 셉톤이었을지는 몰라도, 그가 설교한 것은 거짓말에요, 기사님. 가뭄은 블러드레이븐 영주의 잘못이 아니고, 봄의 대전염병도 마찬가지에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가 왕국의 모든 바보와 거짓말쟁이의 목을 자르기 시작한다면, 일곱 왕국의 절반은 비어 버릴 거야."


 


 


 


* * *


 


 


 


엿새 후, 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덩크는 상의를 벗고 따듯한 햇빛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소녀의 숨결처럼 신선하고 향기로운 산들바람이 불었다.
 
"물 냄새가 나지 않아, 에그? 가까운 곳에 호수가 있어."


 


"제가 지금 맡을 수 있는 냄새는 마에스터의 지독한 털 냄새뿐이에요, 기사님."


 


에그는 노새를 거칠게 끌어당겼다. 이따금 마에스터는 길 바깥에서 풀을 뜯으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호수 옆에 오래된 여관이 있었어."  덩크가 늙은 기사의 종자였던 시절에 그곳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알란 경은 그곳의 맥주가 아주 훌륭하다고 하셨어. 우리는 배를 기다리면서 맛있는 맥주를 즐길 수 있을 거야."


 


"먼저 음식을 먹은 다음에요. 기사님."
 



"뭘 먹을까?"
 



"구운 오리나 소고기 스프? 거기 있는 것은 뭐든지요. 기사님."
 



그들이 마지막으로 따뜻한 음식을 먹은 것은 벌써 삼일 전이었다. 그 이후로는 나무처럼 딱딱한 육포를 칼로 잘라 먹거나. 땅에 떨어진 나무열매를 주워 먹었다. '에그의 말대로, 북부로 길을 떠나기 전에 먼저 따뜻한 음식으로 배를 채워두면 좋을 거야.' 월까지 가는 길은 아직 한참 남아있었다.


 


"하룻밤 정도는 자고 갈 수도 있을 거에요."
 



에그가 제안했다.
 



"에그 왕자님께서 깃털 침대를 원하시나?"
 



"짚 침대로도 만족해요. 기사님." 조금 기분이 상했는지, 에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우린 돈이 없어."
 



"페니 동전 이십 이 개, 스타스 세 개, 스테그 은화 한 개, 싸구려 석류석 하나가 있어요 기사님."
 



덩크는 귀만 긁었다. "나는 우리가 은화 두 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랬었죠. 기사님이 천막을 사기 전까지는요. 이제 하나밖에 없어요."
 



"우리가 여관에서 자기 시작한다면 남은 돈은 금방 바닥날 거야. 길거리에서 떠돌이 봇짐장수와 껴안고 자면서 벼룩을 교환하고 싶냐?" 덩크는 콧방귀를 뀌었다. "난 아니야. 난 내 벼룩만으로 충분해. 그리고 봇짐장수 무리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을 거야. 우리는 별 아래에서 자야 해."
 



"별. 좋죠. 그런데 땅바닥은 너무 딱딱해요, 기사님. 가끔은 베개를 베고 자는 것도 좋을 거에요."
 



"베개는 왕자님에게나 필요해." 에그는 좋은 종자였지만, 동시에 왕자이기도 했다. 용의 피는 절대 흐려지지 않는다.
 



"맥주나 따뜻한 음식을 먹을 여유는 있어. 하지만 침대는 안 돼. 배를 빌리는 데도 돈이 필요하다고."
 



그가 전에 강을 건넜을 때는 구리 동전 몇 개만 필요했지만, 그건 벌써 칠 년 전이었다.
 



"좋은 생각이 있어요. 배를 빌리는 데 제 신발을 쓰죠."
 



"그럴 수는 있지. 하지만 그러면 안 돼." 부츠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했다. 예외 없이 소문이 퍼질 것이다. "네 망할 부츠에 대해서 계속 언급하면, 네 볼따구를 후려쳐서 강 건너까지 날려버릴 거다."
 



"저는 수영을 할 수 있어요. 기사님."
 



에그는 수영을 잘했다. 반면 덩크는 그렇지 못했다. 에그는 안장에 앉은 채로 몸을 돌렸다.
 



"기사님? 어떤 무리가 길을 따라 우리 쪽으로 오고 있어요. 말발굽 소리가 들리세요?"
 



"난 귀머거리가 아니야." 덩크는 모래 먼지를 볼 수 있었다. "아주 큰 무리인데. 그리고 그것치고 너무 빨라."
 



"강도들일까요, 기사님?"
 



에그는 등자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공포에 질린 모습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강도를 만나는 것을 바라는 듯한 눈치였다. 소년들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강도들은 보통 조용히 움직여. 영주들이나 저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덩크는 칼집에서 칼을 빼기 쉽도록 칼자루를 잡고 흔들었다. "숨어서 저들이 지나가길 기다리자." 선량왕 다에론 이후로 길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덩크와 에그는 길에서 벗어나 가시나무 덤불 뒤에 숨었다. 덩크는 방패를 풀어서 왼팔에 매었다. 예전에 쓰던 방패는 롱인치와의 결투에서 부서져 버렸고, 스토니 셉트에서 소나무에 쇠를 덧댄, 연 모양의 크고 무거운 낡은 방패를 새로 샀다. 그의 문장인 느릅나무와 유성을 그릴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방패에는 전 주인의 문장인 교수대에 매달린 남자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바탕은 음습한 느낌이 드는 회색이었다. 그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산 건 아니었고, 그것이 가장 싼 것이었다.


 


선두의 기수는 두 명의 귀족이었다. 그 중 암갈색 승용마를 탄 귀족은 흰색,붉은색,노란색의 세 개의 깃털 장식이 달린 금도금된 투구를 쓰고 있었다. 마갑에도 투구와 비슷한 장식이 달려있었다. 그 옆의 전투마는 노란색과 파란색 천으로 장식된 마갑이 씌어져 있었다. 그들은 서로 소란스럽게 떠들고 웃으면서 나란히 말을 몰았다. 긴 망토가 등 뒤로 흘러내려왔다. 세 번째 귀족은 조용히 지나갔다. 약 스무 명의 하인들, 마부와 요리사와 세 명의 기사와 중기병들과 석궁병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수레에는 갑옷과 천막과 식료품이 가득 들어있었다. 세 번째 귀족의 방패에는 세 개의 검은 성이 그려져 있었다. 덩크가 아는 문장이었다. '그런데, 어디 가문의 문장이었지?' 애쉬포드 초원에서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알란 경의 종자였을 때 성에 머물면서 봉사했던 영주일지도.' 그들이 거쳐간 영지는 너무 많아서 전부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영주는 갑자기 말 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덩크와 에그가 숨어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찌푸렸다. "너. 수풀 뒤에 숨어있는 자. 모습을 드러내라." 두 명의 석궁병이 석궁을 장전했다.


 


덩크는 일어섰다. 방패는 아직도 왼팔에 매여 있었고 오른손은 칼자루를 잡고 있었다. 허리 위로는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싸움(quarrel)을 원하지 않습니다 영주님. 저와 저의 종자. 우리 둘이 전부입니다." 그는 에그를 가리켰다.


 


"종자? 네가 기사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


 


덩크는 그 영주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 칼자루에서 손을 놓기에는 이른 상황이었다. "저는 떠돌이 기사입니다. 봉사할 영주를 찾고 있는."


 


"내가 지금까지 목을 매단 강도 기사들도 전부 그런 말을 했었지. 아주 좋은 변명이었네. 기사... 네가 정말로 기사라면 말이지. 그건 너의 문장인가?"


 


"아닙니다 영주님. 시간이 없어서 제 문장을 덧칠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왜인가? 방금 죽인 따끈따끈한 시체에서 빼앗은 것이라서?"


 


"정당하게 돈을 주고 구입한 것입니다." '노란 바탕 위에 세 개의 검은 성. 어디서 봤었지?' "저는 강도가 아닙니다."


 


영주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뺨의 상처는 채찍에 맞아 생긴 게 아닌가?"


 


"단검입니다. 제 뺨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주님."


 


"그건 내가 정할 일이다."


 


그 동안 선두에서 지나갔던 두 명의 젊은 기사들이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길을 돌아왔다.


 


"여기 있었군요, 고미." 검은 전투마에 탄 기사가 말했다. 용모가 수려하고 인상이 좋은 젊은이였다. 머리는 검은 색이었고 짙은 파란색 비단에 금실로 장식된 상의를 입고 있었다. 그의 눈도 상의와 같은 짙은 파란색이었다. 표정에는 즐거운 빛이 역력했다. "알린은 당신이 말에서 떨어진 것이 아닌지 걱정하더군요. 내가 보기엔 그랬습니다."


 


"이 도적놈들은 뭡니까?" 승용마에 탄 기사가 말했다.


 


에그는 그런 모욕을 참지 못했다. "우리는 도적이 아닙니다 영주님. 영주님의 무리가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걸 보고, 강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숨은 것입니다. 이분은 키 큰 던칸 경이고 저는 그의 종자입니다."


 


영주들은 딱 개구리가 우는 소리에 관심을 두는 만큼 그 말에 관심을 두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최악의 시골뜨기 들이군." 세 개의 깃털을 단 기사가 말했다. 얼굴은 통통했고 고불거리는 머리털은 짙은 노란색이었다. "내기를 하죠. 저놈의 키는 일곱 피트입니다. 넘어지면 땅이 울리겠군요."


 


덩크는 얼굴을 붉혔다. '넌 내기에서 졌어.' 에그의 형인 아에몬이 그의 키를 쟀을 때, 분명 일곱 피트에서 일인치 모자랐다.


 


"저것은 너의 말인가, 거인 경?" 깃털 영주가 말했다. "저걸 도살하면 꽤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겠군."


 


"알린 영주는 가끔 예의를 잊어버리지." 검은 머리의 기사가 말했다. "그가 방금 한 천박한 말은 잊어버리게 던칸 경. 알린 영주는 빨리 사과하고."


 


"미안하군. 날 용서하겠나?"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머리를 돌렸다.


 


"결혼식장에 가는 것인가, 던칸 경?" 이유는 모르지만 그의 목소리는 덩크에게 그의 앞머리를 잡아채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우리는 나룻터로 가고 있었습니다. 영주님.


 


"우리 중에 영주는 고미와 방금 떠난 머저리 뿐이네. 난 너와 같은 떠돌이 기사일 뿐이지. 내 이름은 '연주자' 존 경이네."


 


덩크는 이전까지 그처럼 훌륭한 갑옷과 전투마를 가진 떠돌이 기사를 본 적이 없었다. '온몸에 금칠한 떠돌이 기사로군.' "제 이름은 이미 알고 계시고. 이 아이는 에그입니다."


 


"우리들과 함께 화이트월스에 가지 않겠나? 거기서 랜스도 좀 부러트리고 하면서 버터웰 영주의 재혼을 축하하자고."


 


덩크는 애쉬포드 초원의 대회 이후로 마상창시합에 참가한 적이 없었다. '몇 번 이겨서 몸값을 받아낸다면, 북쪽으로 가는 길이 조금 더 편해질 거야.'


 


그러나 세 개의 성의 영주가 말했다. "던칸 경은 아까 따로 갈 길이 있다고 했네."


 


연주자 존은 그의 말을 무시했다. "자네와 검을 겨뤄봤으면 좋겠군. 많은 기사들을 만나봤지만 자네처럼 덩치가 큰 사람은 처음이야. 자네의 아버지도 자네만큼 키가 크셨나?"


 


"저는 제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 알지 못합니다."


 


"슬프군. 내 아버지도 자네 아버지처럼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네." 존은 세 개의 성의 영주 족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던칸 경에게 우리 무리에 합류하는 것을 제안해보죠."


 


"우리는 그가 필요 없네."


 


덩크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가난한 떠돌이 기사들은 고귀한 영주들과 나란히 말을 달릴 수 없었다.


 


"필요가 없다니요, 그의 덩치를 보세요. 우리는 강한 기사가 필요합니다. 대장간에서 방금 뽑아낸 칼이 오래된 명검보다 좋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바보 같은 말이네. 우리는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 도망친 범죄자이거나 블러드레이븐의 첩자일지도 모른다고."


 


"전 첩자가 아닙니다." 덩크가 말했다. "그리고 영주님께서는 제가 죽어서 무덤 속에 들어가 있는 양 제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계시는군요."


 


영주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쏘아봤다. "무덤이라. 너에게 어울리는 장소군. 기사. 어서 그곳으로 꺼지게."


 


"그의 말에 신경쓰지 말게. 원래 의심이 많으신 분이야." 존이 말했다. "고미, 전 이 녀석이 마음에 듭니다. 던칸 경. 화이트월스까지 우리와 함께 가겠나?"


 


"전..." 떠돌이 기사가 영주들과 함께 야영하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하인들이 천막을 세우고 말을 돌보고 닭고기를 구울 동안 덩크와 에그는 맨바닥에서 나무토막같은 육포를 씹고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거 보게." 세 개의 성의 영주가 말했다. "그는 적어도 자기 주제는 아는군." 그는 말머리를 돌렸다. "코크셔 영주는 벌써 반 리그나 앞서나갔다네."


 


연주자 존은 미소를 지으며 덩크에게 사죄의 말을 건넸다. "우리는 나중에 다시 만날 것이네. 그때가 되면 난 자네에게 창을 겨눌 것이고."


 


덩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잘 가게." 존 경은 무리를 따라 떠났고 늙은 영주가 뒤를 따랐다.


 


덩크는 그들이 떠나자 매우 기뻤다. 늙은 영주의 냉혹한 눈이건 알린 영주의 오만한 태도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주자 존은 유쾌하고 상냥했지만, 그도 어딘가 수상한 기운을 풍겼다. 달리는 말이 일으키는 흙먼지를 바라보던 덩크가 에그에게 물었다. "연주자 존의 문장은 어디 가문의 문장이냐?"


 


"모르겠어요 기사님. 그런 문장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정말로 떠돌이 기사인 건가.' 덩크는 애쉬포드 초원에서 인형사 '키가 너무 큰' 탄셀이 방패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야 자신의 문장을 만들었었다. "그럼 프레이 가문의 영주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누구야?" '그래. 세 개의 성은 프레이 가문의 문장이야. 그리고 여기서 가까운 곳에 프레이 가문의 영지가 있었지.'


 


에그는 눈알을 굴렸다. "프레이 가문의 문장은 다리로 연결된 두 개의 파란색 탑이에요. 바탕은 회색이고요. 그의 문장의 성은 세 개였고. 기사님이 보시기엔 거기에 다리가 있었나요?"


 


"아니." '저놈은 단지 날 화나게 하려고 저러는 거야.' "그리고 다시 한 번 내 앞에서 눈알을 굴린다면, 네 귀가 머리 속으로 말려들어 갈 때까지 귀싸대기를 날려줄 거다."


 


에그는 움찔했다. "그건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상관없어. 그냥 그가 누군지만 말해."


 


"고몬 피크. 스타파이크의 영주에요."


 


"리치 아래쪽에 있는 곳? 문장에 있는 것처럼 정말로 세 개의 성이 있어?"


 


"한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문장에 있는 것 중 하나밖에 안 남았어요."


 


"어쩌다 두 개를 잃었지?"


 


"그는 검은 용을 위해 싸웠어요."


 


"아." 이백여년 동안 일곱 왕국은 정복왕 아에곤과 그의 여동생들의 자손들에 의해 통치되었다. 왕가의 문장은 검은 바탕 위의 머리 셋 달린 붉은 용이었다. 그리고 16년 전, 아에곤 4세의 서자들 중 하나인 다에몬 블랙파이어가 반란을 일으켰다. 다에몬도 머리 셋 달린 용을 자신의 문장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는 바탕색과 용의 색을 뒤바꿨다. 보통 서자들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검은 용과 그의 아들들은 붉은 들판의 쏟아지는 화살비 아래에서 죽었다. 살아남은 반란군 중 항복한 자들은 영토나 지위나 금을 빼앗기고 용서받았다. 그리고 충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왕에게 인질을 보냈다. '노란 바탕에 세 개의 검은 성.' "이제야 기억이 났어. 알란 경은 붉은 들판의 전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언제는 술에 취해서 내게 그의 조카가 어떻게 죽었는지 이야기해주셨어."


 


덩크는 알란 경의 목소리와 그의 입에서 풍기는 술 냄새를 아직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페니트리의 로저가 그의 이름이었어. 세 개의 성이 그려진 방패를 든 기사가 그를 철퇴로 때려 죽였어."  고몬 피크. 알란 경은 그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했다. 어쩌면 알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벌써 16년이나 지난 일이야. 칭왕자(稱王者)는 죽었고, 그를 따르던 자들은 전부 망명하거나 잊혀졌어. 이젠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


 


그들은 새들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들으며 말없이 길을 걸어갔다. 반 리그 정도 갔을 때, 덩크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버터-웰? 그의 영지가 이 근처에 있어?" 


 


"강쪽으로 멀리에 있어요, 기사님. 버터웰 영주는 아에곤 4세 시절엔 재정부 장관이었고, 선량왕 다에론 시절엔 핸드였어요. 그의 문장은 녹색, 하얀색, 노란색이에요 기사님." 에그가 신이 나서 설명했다. 그는 영주들의 문장에 대한 지식을 뽐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네 아버지와 사이가 좋은 편이야?"


 


에그는 정색을 했다. "제 아버지는 그를 싫어하셨어요. 블랙파이어 반란 중에, 버터웰 영주의 장남은 왕의 편에 서서 싸웠고, 차남은 칭왕자 편에서 싸웠어요. 어느 쪽이 이기든 그에겐 남는 장사였죠."


 


"좋게 말하면, 신중했다고 할 수 있겠지."


 


"제 아버지는 그를 비겁자라고 부르셨어요."


 


'물론 그랬겠지' 마에카르 왕자는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엄격한 성격이었다.


 


"화이트월스를 지나야 킹스로드에 갈 수 있을 거야. 그곳에서 잠시 머물다 가면 어떨까? 하객이 좀 더 필요할지도 모르잖아."


 


"북부로 가자고 하셨잖아요."


 


"월은 8000년 동안 그곳에 있었고, 계속 그곳에 있을 거야. 잘하면 화이트월스에서 여비를 좀 벌 수도 있을 것이고." 덩크는 자신이 마상창시합에서 세 개의 탑의 영주를 말에서 떨어트리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거 꽤 끌리는데?' "알란 경의 종자가 널 패배시켰다." '그에게서 몸값을 받으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는 네가 죽인 소년을 대신한 소년이다." 죽은 알란 경도 기뻐할 것이다.


 


"설마 마상창시합에 참가할 생각이세요, 기사님?"


 


"그래."


 


"기사님 실력으론 안 돼요."


 


"그래. 그전에 먼저 너에게 귀싸대기를 날려줘야겠어." '두 번만 이기면 돼. 몸값을 두 번 받아내고 한 번만 내면, 일년간은 왕처럼 먹고 마실 수 있을 거야.' "난 난투전에 참가할 생각이야." 그의 덩치와 힘은 마상창시합보다는 난투전에 더 도움이 되었다.


 


"결혼식에서 난투전을 여는 사람은 없어요, 기사님."


 


"결혼식에서 연회를 안 여는 사람도 없지.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았어. 그전에 배를 좀 채워둬야 하지 않겠어?"


 


 


 


***


 


 


 


덩크와 에그는 해가 저물 때가 되서야 호수에 도착했다. 호숫물이 붉은빛과 금빛으로 반짝였다. 덩크는 땀에 젖은 웃옷을 다시 입고 머리에 물을 끼얹었다. 얼굴에 붙은 먼지를 대충 씻어낸 다음 낮동안 햇빛에 달궈진 머리카락을 식혔다. 큰 덩치나 뺨에 난 칼자국은 어쩔 수 없었지만, 강도 기사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여관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넓고 컸다. 그리고 절반은 물 위에 지어져 있었다. 호반의 나루터까지 널빤지로 만든 길이 이어져 있었지만, 나룻배나 뱃사공은 보이지 않았다. 길은 마구간까지 이어졌다. 마구간의 지붕은 짚으로 돼 있었다. 돌담이 앞마당을 에워싸고 있었지만 문은 열려 있었다. 그들은 마구간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말들을 돌보고 있어." 덩크가 에그에게 말했다. "너무 많이 먹이지는 말고. 난 그동안 여관에서 음식을 주문하겠다."


 


여관으로 간 덩크는 계단을 쓸고 있는 여관 주인을 발견했다. "나룻배를 찾으러 오셨나요?" 그녀가 말했다. "너무 늦게 오셨네요. 네드는 내일 아침에야 돌아올 거에요. 그는 보름달이 뜨는 날이 아니면 밤에 강을 건너는 걸 싫어한답니다."


 


"뱃삵은 얼마입니까?"


 


"사람은 페니 동전 세 개고, 말은 열 개에요."


 


"우리는 노새도 있습니다."


 


"노새도 마찬가지로 열 개에요."


 


전부 합쳐서 페니 동전 삼십육 개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액수였다. "전에 왔을 때는 사람은 두 개고 말은 여섯 개였는데."


 


"그건 네드와 이야기해 보세요. 그리고 방을 원하신다면, 지금 셔니 영주와 코스테인 영주와 그들의 수행원들이 머물고 있어서 남은 방이 없네요."


 


"피크 영주도 있습니까?" '그가 알란 경의 조카를 죽였어.'


 


"그분은 코크셔 영주와 존 경과 함께 계십니다."


 


---


답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