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문학 (구창도 완결 릴레이) [Tialist] 19~21

2006.11.22 10:32

아란 조회 수:1774

[Tialist] 019 : 다녀왔어. 그리고... 미안해.
글쓴이 : 아란


남극.
어느 국가의 소유도 아닌, 자연이 만들어 낸 새하얀 얼음의 대지.
그 새하얀 대지에 인공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거대한 검은 구가 번쩍이고 있었다.
검은 구의 표면은 살아있는 마냥 유기적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검은 구의 바깥에서는 그것을 지켜보는 칠흑 같은 갑옷과 거대한 흑색의 날개를 지닌 용, 멤피스토, 아니 본 정체는 루시퍼라 불리는 용이 푸른 안광을 빛내며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검은 구의 표면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날 이후로, 여전히 티아리스트 님이 부활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군.”

루시퍼로서는 정말로,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설마, 티아리스트의 코어가 조그마한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었을 줄은 상상 밖이었다.
분명, 루시퍼도 그랬지만, 모든 용들이 티아리스트의 코어가 분명, 인간들이 숨겨두고 있을 거란 막연한 예측만 하고 있었지만, 예측대로 맞아 떨어졌지만, 코어에 소재는 그들 용들에겐 솔직히 쇼크였다.

“티아리스트 님이 무슨 생각으로 인간이란 존재의 몸에 코어를 맡기신 건지.”

“티아리스트 님이시니 분명 큰 뜻이 있는 것이겠지. 내가 해야 하는 건, 티아리스트 님의 코어를 지키는 것. 이미 코어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는 해두었으니, 남은 건 부하답게 기다려야겠지.”



“어째서, 나는 아직 존재하는 거지?”

어두운 공간.
공간의 한 가운데 있는 (염색이 지워진)적색의 머리카락과 적색과 푸른색이 회오리치는 두 눈동자를 지닌 소년, 아카라 에르나는 소리쳤다.

“이제야 깨어났구나? 아카라.”

어두운 공간에 저편에서 한 소녀의 목소리와 함께 5살 정도 자그마한 몸에 무릎까지 뒤덮을 정도의 사이즈의 셔츠 한 벌만을 걸치고, 푸른색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눈동자를 지닌 자그마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너는, 누구... 아니, 그것보다 난 분명, 사라진 것이 아니었나? 그때, 용에게 난...”

아카라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곳에서 익숙한, 아니 목소리 톤만 5살 정도인,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라는 존재를 존재하게 하는 건, 아버지의 다른 의지를 이은 코어가 너라는 존재를 존재하게 할 것을 아직,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소녀와 같은 사이즈의 셔츠 한 벌만을 걸친, 적색의 머리카락과 적색의 눈동자를 지닌, 아카라 자신의 유년기, 5살 때의 모습을 한 소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은 아카라가 뭐라 말을 하기 전에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우리는 너라는 존재를 우리와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버지의 다른 의지를 지닌 코어는 너라는 존재를 아직 선택하게 하려고 한다. 우리는 너에게 선택하게 하겠지만, 긴 시간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충분한 시간을 주어졌지만, 너는 수면이라는 행위로 소비해왔기 때문이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그것보다 넌 대체 누구인데, 나에 어린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우리는 너에게 선택할 시간을 준다. 그러나 긴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다. 너라는 존재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아버지의 다른 의지를 지닌 코어가 답해줄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 되면 답을 들으러 오겠다.”

아카라의 5살 때의 모습을 한 소년은 어두운 공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아카라는 자신의 5살 때의 모습을 지닌 소년이 모습을 감춘 곳을 보며 소리쳤다.

“네 녀석들은 나에게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야? 난 어차피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어. 어차피 난 이 세상에 있으나 마나, 아무도 슬퍼할 사람은 없어. 어차피, 살아봤자 괴로운 일들 뿐 인데, 날 그만 괴롭히고 이 세상에서 나를 사라지게 해줘!!”

“정말로, 사라지고 싶어? 아카라?”

소녀는 푸른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아카라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정말로, 그걸로 되는 거야? 언제까지 도망갈 셈이야? 아카라?”

“네가 뭘 안다고!! 뭘 안다고 그러는 거야!! 어차피 너도 용이잖아. 사람들을 죽이고, 소중한 것을 앗아가기만 했으면서, 뭘 안다고 이야기 하는 거야!!”

아카라의 외침에 소녀는 지그시 두 눈을 감으며 말하였다.

“너는 나야.”

그리고 소녀가 두 눈을 뜨며 마저 말하였다.

“나는 너야.”

순간 아카라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느낌은, 마치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카렌티어스와 크로싱했을 때와 같았다.

“지금부터 보여 줄게. 아카라가 도망쳐왔던 기억을... 그리고 아버지의 기억을...”

아카라의 시야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다시금 아카라의 시야가 트였을 때, 아카라의 눈앞에는 그를 낳아준 어머니인 티아세리스와 핑크빛의 머리카락을 올려 묶은 또 다른 여자가 진홍색의 거대한 구 앞에 있었다.
티아세리스는 진홍색의 거대한 구의 표면에 손을 대며 말하였다.

‘만약, 용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묻고 싶어. 왜 이 세계에 나타났는지. 그리고 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절망 속으로 몰아넣어야 했는지를 말이야.’

‘대화를 하는 건 좋지만, 그건 상호이해를 마친 뒤 가 아닐까? 티아세리스.’

티아세리스의 말에 옆에 있던 핑크빛의 머리카락의 여자가 티아세리스를 보며 말하였다.

「상호... 이해... 란 말인가?...」

진홍색의 구에서 정체불명의 공명음이 나온 뒤, 그대로 진홍색의 구에서는 금빛의 촉수가 튀어나와서는 그대로 티아세리스를 감싸고 진홍색의 구 안으로 흡수해버렸다.

“안돼!! 엄마는!!”

아카라는 제지하려고 달려들었지만, 다시금 아카라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밝아졌을 때, 티아세리스의 품에는 한 적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한 아기가 그녀의 젖을 빨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기를 바라보는 티아세리스의 눈동자에는 슬픈 건지, 아니면 감정이 없는 건지 뜻 모를 깊이가 있었다.

‘티아세리스, 정말로 그 아이를 키울 생각이야?’

핑크빛의 머리카락의 여자가 티아세리스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티아세리스는 그저 고개를 보일 듯 말 듯 한번 끄덕여 줌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정말 모르는 거야? 그 아이는, 티아리스트의 코어를 담고 있는 그릇, 언제 티아리스트로 부활해서 인류를 전멸시킬지 모를 텐데.’

그 여자의 말에 말없이 적색 머리카락을 지닌 아기에게 젖을 물리던 티아세리스는 시선 한번 돌리지 않고, 말하였다.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울 거야. 이미 ‘아카라’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었는걸.’

‘하지만, 티아세리스!! 그 아이는 바로 그때 티아리스트의 코어에...’

‘괜찮아. 클레이즈. 나, 덕분에, 그 용, 티아리스트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니까. 이곳에 세계의 순리를 모르는 그 용에게 생명의 순환을 가르쳐 주기 위한 선택이었으니까.’

이야기를 하는 티아세리스의 두 눈가에 어느 새 맑은 물이 맺히며 한 줄기, 두 줄기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의 아이가 아닌 걸까? 그 사람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만은 죽고 싶을 정도로 원망스러워.’

‘티아세리스.’

‘하지만, 난 이제 이 아이에 엄마가 되었으니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겠지. 이젠 아카라를 지켜주고 키워 줄 엄마니까.’

그것을 끝으로 아카라의 두 눈에는 다시 어두운 공간이 보여 졌다.
아카라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런 아카라 앞에 다시 푸른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그리고 같은 색의 눈동자를 지닌 5살 정도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아카라를 보며 말하였다.

“이제, 알겠어? 아카라.”

소녀의 물음에 아카라는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리며 울부짖었다.

“나 때문이야.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엄마는... 아니, 티아리스트라는 용이 너무도 원망스러워. 너무나.”

“아카라. 아버지의 지난 과오는 우리들의 힘으로도 돌이킬 수 없어.”

울부짖는 아카라를 보며 소녀는 말을 이어 나갔다.

“아버지가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여러 사람들의 절실한 소망의 부름을 듣고 온 거야. ‘절망만을 안겨주는 세상 따위 부숴버려.’라는 소망을 말이야.”

“하지만, 그건 수많은 사람들의 소망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어. 하지만, 그 사람들에겐 어쩌면 절실했을지도 모르겠지. 아버지는 그 소망의 절규를 따라 이 세상에 오셨어. 그리고 부수기 시작했지. 하지만, 아버지는 몰랐어. 사람들은 그런 소망만을 바라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아버지를 향해 수많은 핵미사일이 날아들고 있었지.”

“아버지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어. 하지만, 아버지는 그러지 않으셨어. 서툴지만 사람들을 이해해 보기로 한 거야. 코어만 남아버렸지만, 아버지는 그 상태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소망을 들을 수 있게 되었어.”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아버지는 티아세리스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녀가 가르쳐 준 이 세계의 생명의 순환을 이해하기 위해 그녀의 아이로서 다시 태어난 거야. 하지만, 아카라의 생각처럼 그녀에게는 다시금 상처를 준 결과일지도 몰라.”

소녀의 이야기를 듣던 아카라는 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말하였다.

“난 역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어. 나라는 존재는 결국 티아리스트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존재에 불과했어. 이젠 티아리스트가 인간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는 뜻이겠지. 그러니까, 더 이상 나라는 존재를 빌릴 필요 역시 없다는 거야.”

“정말로,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카라?”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마. 이젠 편안해지고 싶어.”

아카라의 말에 소녀는 두 눈을 다시 지그시 감으며 말하였다.

“아카라에게 보여준 건, 우리들이 이곳에 있기 전, 우리들의 몸에 각인 된 아버지의 기억. 그리고 지금 보여주는 건, 이곳에 존재하는 그리고 도망쳐 온 아카라의 기억.”


○○○○○○○○○○○○○○○○○○○○○○○○○○○○○○○○○○○○○○○○○○

두 소년, 그리고 두 여자가 있다.
한 소년은, 3살의 아카라, 그리고 아카라의 어머니인 티아세리스.
또 한 소년은 역시 3살 정도의 블루블랙의 머리카락과 블루블랙의 눈동자를 지닌 ‘카렌티어스’ 라는 소년과 같은 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지닌 소년의 어머니인 ‘리에’였다.
소개를 받은 두 소년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내 그 나이 또래 소년들답게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의 만남, 그리고 추억들이 쌓여갔다.



‘트론의 기동 실험 따위에 스스로 테스트 파일럿으로 참여해서 그렇게 됐다고 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자기 아들은 내버려두고 인형을 아들처럼 보살핀다니.’

‘뭐, 따지고 보면, 티아세리스 씨의 친 아들은 그녀가 정말로 가지고 싶었던 남자의 아들이 아니죠. 아마도, 인형을 사랑하는 남자와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쉿, 애가 듣잖아요.’

어른들이 아무리 조용히 이야기해도, 5살의 아카라에 두 귀는 이야기를 전부 듣고 있었다.
아카라의 두 눈에 비친 어머니, 티아세리스는 조그마한 인형에게 먹을 리 만무한 이유식을 숟가락으로 떠 먹여주며 말하고 있었다.

‘아 하렴. 흘리면 안돼요. 저기 있는 형아가 놀리잖니. 응.’



‘엄마... 저를 봐주세요. 엄마.’

아카라는 인형에게 이유식을 숟가락으로 떠먹이고 있는 티아세리스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티아세리스는 인형을 옆에 놓은 채 시선을 아카라에게 돌렸다.
그리고 무서울 정도의 미소를 뛰며 말하였다.

‘넌 누구지?’

어느 새 티아세리스의 두 손은 어린 아카라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엄... 마... 이제 저를... 바라봐... 주세... 요... 제... 발...’

어느 순간 티아세리스의 두 손은 아카라의 목에서 떠나있었다.
그대로 티아세리스는 뒷걸음질치더니 열린 창문을 통해 밖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디선가 수박 으깨지는 소리가 났다. 아카라는 조심스레 창 밖을 내려다보았다.
피바다의 한 가운데 있는 티아세리스의 모습.

‘거짓말이죠. 아직 거기 있는 거죠. 엄마.’

푸른색의 눈동자는 적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


“그만!!!”

아카라는 더 이상 듣지도, 보지도 않으려는 듯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두 손으로 막으며 소리쳤다.

“괴롭겠지만, 도망치면 안돼. 아카라.”

“믿기지 않아. 난 전혀 생각나지 않는데, 내가 그, 카렌티어스와 그렇게 친했다니... 그보다 카렌티어스는 왜 그런 모습이야.”

“이제부터 알게 될 거야. 아카라.”


○○○○○○○○○○○○○○○○○○○○○○○○○○○○○○○○○○○○○○○○○○

눈앞에 있는 건 아카라를 반기는 블루블랙과 같은 색의 눈동자를 지닌 5살의 카렌티어스.
카렌티어스의 두 눈에서 적색의 수정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카렌티어스는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감싸며 쓰러졌다. 그리고 아카라의 입이 열렸다.

‘동화라고 해. 아버지가 그랬어. 우리는 원래 하나였다고.’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면 더 이상 누구도 상처를 입거나 주지 않게 될 꺼야.’

‘하나가 되겠어? 아니면, 또 다른 의지로서 존재하겠어?’

‘아니면, 사라지겠어?’

○○○○○○○○○○○○○○○○○○○○○○○○○○○○○○○○○○○○○○○○○○


“아아아악!!!”

이제 아카라에게 더 이상 영상이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카라는 숨을 연신 몰아쉬고 있었다.

“드디어 기억해 내었구나.”

“그래, 이제야 모두 알겠어. 하지만, 어째서 나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야. 그런 짓을 하고도, 내가 무사할 리가 없잖아.”

그때 아카라의 뇌리에 수많은 어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다니.’

‘아무리 용에게 침식되었다고 했지만, 정말 추악한 꼬마군.’

‘뭐, 우리야 꼬마 놈이 용을 물리쳐 주었으니 목숨을 건져서 좋지만, 꽤 무정한 꼬마구만.’

‘용을 죽이다니, 칭찬해주어야겠군.’

뇌리로 흘러들어오는 갖가지 어른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듣기 싫은 지 아카라는 목소리를 높여 소녀에게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거야!! 왜 모두들, 카렌티어스를 욕하는 거지? 어째서? 카렌티어스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것도, 그리고 카렌티어스에게 상처를 준 것도 나인데, 왜?”

그런 아카라의 뇌리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제가 엄마를 죽였습니다. 엄마는 용에게 침식되어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였습니다.’

“아니야... 네가 아니야... 내가 그런거야... 그런데 왜, 거짓말을 하는 거야. 내가 그랬다고 어서 말해! 카렌티어스!!”

“아카라, 카렌티어스는 아카라가 그랬다고 말하면, 아카라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진실을 숨긴 거야. 아카라를 영원히 잃게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말이야.”

소녀에 반대편에 갑자기 적색의 눈동자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5살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아카라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리는 더 이상 너라는 존재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우리와 하나가 되자.”

또 다른 아카라는 그 말과 함께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손바닥에서는 적색의 수정이 돋아났다. 아카라는 잠시 반대편에 소녀를 바라보았다.

“아니면 사라지겠어?”

소녀 역시 그 말과 함께 오른손을 뻗었다. 역시 손바닥에서는 푸른색의 수정이 돋아났다.

“나는...”

“조금, 미련이 생겼어. 카렌티어스와 다시 이야기해도 될까? 사과를 하지 않으면 그 녀석, 평생 그렇게 살 것 같아서... 그러니까 이야기가 하고 싶어.”

콰장창.

소녀와 또 다른 아카라의 오른손에 각각 돋아난 적색과 푸른색의 수정이 산산조각으로 부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카라의 눈동자는 이제 더 이상 적색과 푸른색이 뒤섞이지 않은 채, 암갈색으로 변했다.

“너는 우리와 하나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또 다른 아카라는 다시금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소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아카라는, 자신의 마음과 의지를 가진 존재로서 있기를 선택했어. 삶의 미련을 가진다는 것은 존재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

“자신으로 있기로 선택 해주어서 고마워. 아카라.”



남극의 중심에 있던 검은 구체가 일순간, 적색으로 출렁거리더니 황금빛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검은 구체라는 껍질이 찢어지며 황금빛의 촉수가 출렁거리며 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멤피스토, 루시퍼는 푸른 안광을 빛내며 기쁘다는 듯 중얼거렸다.

“드디어, 티아리스트 님이 부활 하시는 구... 큭... 아, 티, 티아리스트 님!!”

갑자기 루시퍼의 온 몸에서 적색의 수정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루시퍼는 괴롭다는 듯이 소리쳤다.

“이, 이런 게 아니야!!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티아리스트 님을 따르는 소박한 소원만을 생각한 것이지, 우리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원했던 것은 결코... 고, 고정하십... 티아리스트 님...”

루시퍼는 그대로 적색의 수정에 둘러싸였다. 한동안 발버둥치던 루시퍼는 곧 발버둥을 멈추더니 적색의 수정으로 이루어진 괴기한 외양의 기사가 되었다. 루시퍼 뿐 만 아니라, 남극의 얼음 기둥이나 펭귄 같은 생명체 모두, 적색의 수정에 둘러싸여서는 괴기한 외양의 적색의 수정 기사로 변해갔다.



독도를 덮치려고 했던 레비아탄은 자신의 온 몸에서 돋아나는 적색의 수정에 몸서리치기 시작했다.

“크윽!! 아, 안돼!! 마음이 사라져... 티아리스트 님!!”

그것을 끝으로 적색의 수정은 거대한 레비아탄의 온 몸을 감싸버린 채로, 레비아탄을 중심으로 거대한 검은 구가 사방으로 팽창되었다. 거대한 구는 한반도, 일본 열도와 중국 대륙과 러시아 대륙 일부까지 뻗친 뒤 곧 사라졌다. 사라진 자리에는 검은 구에 휩싸였던 한반도, 일본 열도, 중국 대륙과 러시아 대륙 일부는 사라져 버린 채, 바닷물이 빈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렇게 한국과 일본은 지도에서 지워져버렸다.



“으윽. 어떻게 된 거야?”

정신을 차린 아카라의 두 눈에 보이는 건 황금빛의 물질들이 무엇인가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용이라는 호칭에 처음으로 걸 맞는 항금 빛으로 빛나는 용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황금 빛으로 빛나는 용의 앞에는 5살의 또 다른 아카라가 연신 두 손을 양 옆으로 뻗은 채로 두 손에서는 검은 구가 발생하고 있었고, 그 검은 구에서는 검은 빛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황금 빛의 용에게 공급되고 있었다.

“이것이 티아리스트?”

“아니야. 저건 아버지가 아니야. 아카라.”

아카라는 어느 새 자신의 옆에 있는 5살의 푸른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의 말에 소녀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게 무슨 뜻이지?”

“저 아이는, 스스로 인정하지 않지만, 제일 먼저 각성한 코어야. 자신의 의지를 지닌 아버지와는 다른 또 다른 티아리스트. 그리고 카렌티어스에게 발로르의 사안을 심어준 아이이기도 해.”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간이 정지되어 있어. 의지할 존재가 없으니까, 코어에 각인된 아버지의 기억을 쫒았고, 그리고 아버지를 부활시키는 거야. 하지만, 저건 아버지가 아니야. 사람들이 만드는 마리아 상 같은 그런 거야.”

“나는, 그때 카렌티어스가 자신으로 있기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라는 존재는 생기지 않았을 거야.”

소녀의 말에 아카라는 다시금 황금빛의 용과 또 다른 티아리스트(아카라)를 바라본 뒤 다시 소녀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럼, 너도 티아리스트라는 거야?”

“응. 맞아. 나 역시 아버지의 다른 의지를 이은 티아리스트. 아버지는 인간을 이해해가면서 그리고 결론을 내렸어. 공존이라는 티아세리스의 바램을 말이야.”

슈아아앙.

그때, 아카라와 푸른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지닌 소녀를 덮치는 검은 구체가 있었다. 그러나 검은 구체가 사라졌을 때는 아카라와 소녀는 그 자리에 있었다.

“이건, 뭐지?”

“펜릴이야. 사람들의 수준에서 이야기 하면, 일종의 블랙홀 같은 것. 아버지는 펜릴로 물체를 분해하고 그리고 재구성할 수 있어. 그 펜릴을 이용해 이 세계로 올 수 있었고. 아버지를 사람들이 이길 수 없었던 건, 두 가지야. 바로 발로르의 사안과 동화의 마안. 발로르의 사안을 발동하면 아버지의 시야에 미치는 모든 것들을 펜릴이 덮쳐버리지. 그리고 동화의 마안은 뭐든지 상대를 동화시켜 레드 펜텀 나이트로 만들어 버리지. 아버지의 시야가 미치지 않는 곳은 레드 펜텀 나이트를 연계로 크로싱해서 시야를 그만큼 넓히지. 결과적으로 아버지는 그냥 가만히 있고 레드 펜텀 나이트들을 수족처럼 부려서 사람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은 거였어. 아버지만이 펜릴을 쓸 수 있었고, 아버지의 코어에서 따로 각성하여 분기한 우리들 역시, 펜릴을 쓸 수 있어.”

“그럼, 펜릴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는 건가?”

“펜릴은 그것에 닿는 모든 것을 원자 분해해. 그리고 다시 재구성하지. 하지만, 재구성을 하지 않으면 소멸이라고 할 수 있어. 저 아이는 이제 자신이 만든 인형이나 다름없는 아버지의 의지를 대변해 현존하는 자신의 의지를 지닌 모든 용들을 레드 펜텀 나이트로 동화시킬 거야.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펜릴 현상이 발생할 것이고. 아버지의 의지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의지야.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럼, 지금 티아리스트를 쓰러뜨려야 하는 거 아니야?”

“나한테는, 힘이 없어. 아버지의 대부분의 힘은 저 아이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 저 아이를 쓰러뜨리기엔 우리들은 이곳에서 겨우 도망가는 것 마저 생각해야 할 때야. 겨우 자신의 의지로 존재하게 되었는데, 사라질 수는 없잖아.”

“아, 그래. 카렌티어스를 다시 만나기 전에는...”

아카라의 굳게 결심한 표정을 바라보며 소녀는 방긋 미소 지으며 말하였다.

“펜릴을 써서 티아세리스의 유산이 있는 장소로 갈 거야. 아카라, 나를 믿는 거지?”

아카라는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소녀도 아카라에게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대로 푸른색의 구가 소녀를 중심으로 아카라를 감쌌다.
그리고 푸른색의 구가 사라진 자리에는 아카라와 소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펜릴?”

커텔은 오퍼레이터들의 보고에 창백한 얼굴빛을 뛰었다. 티아리스트의 강림을 직접 경험했던 세대. 그렇기에 인류를 좌절시킨 펜릴 현상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 어떤 무기도, 닿기만 하면 원자 분해, 그리고 동화의 마안에 마주치면 레드 펜텀 나이트로 동화되어 펜릴을 주무기로 마구 인류를 공격했던 그것을 잊을 리가 없었다. 비공식적이지만, 핵미사일마저도 펜릴에 원자 분해 당하거나, 레드 펜텀 나이트화 되었다는 말도 나돌았으니.

“펜릴 현상의 피해 범위는?”

“펜릴 현상의 중심 발생지는 한국의 독도로 추정, 펜릴의 피해 범위는 XXX, YYY 범위. 한반도와 일본 열도, 중국과 러시아 일부 지역이 모두 이 범위에 들어갑니다.”

대형 모니터의 비친 지도에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없었다. 대신 빈 자리를 채우듯, 바닷물로 채워져 있을 뿐이었다.

“아아... 조국이...”

유 박사는 그 말 외에 더 할 말을 잊어버렸다.
지도에는 유라시아 나리어스 본부가 관할하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펜릴 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중에서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있는 곳에서 발생한 펜릴이 가장 큰 거였다.

“세계 곳곳에서 펜릴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운이 없다면, 이곳도 펜릴에 날아 가버릴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펜릴을 쓸 수 있는 건 그 망할 티아리스트 밖에 없는데, 설마 부활했다는 것인가?”



[아프리카 나리어스 본부]

“남아프리카 지부, 수단 지부, 앙골라 지부, 소말리아 지부 통신 두절.”

“기존의 용들이 레드 펜텀 나이트화 되면서 크고 작은 규모의 펜릴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들의 다급한 보고와 대형 모니터에서 비춰지는 레드 펜텀 나이트화한 용들의 기존의 공격 패턴과 더불어 발생시키는 펜릴과 동화 현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트론들과 군대의 모습을 비춰지고 있었다.

“13, 14, B2 방어 시설을 용이 동화하고 있습니다!!”

“12, 16번 방어 시설이 레드 펜텀 나이트화 하며 펜릴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하메디스 R 라디안은 대책 없이 당하고 있는 모니터를 그저 이를 갈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개발한 이지스 쉴드도 펜릴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펜릴 앞에서는 뭐든지 원자 분해 당할 뿐, 결코 막아내거나 저항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인류가 용과 싸운다고 만든 수많은 병기, 트론들조차도 기존의 용들과는 대응해 싸울 수는 있어도 펜릴과 강력한 동화 현상 앞에서는 추풍낙엽이었다.

“크크크... 너무 허무해... 무려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티아리스트. 우리 인류에게 결코 희망이라는 단어를 잊게 만드는 존재군.”

“본부 상공 5m 지점에서 펜릴 발생!! 도망쳐야...”

오퍼레이터가 미처 보고를 끝맺기도 전에 아프리카 나리어스 지부는 그대로 거대한 검은 구에 휘말려 들었다. 검은 구가 사라졌을 때, 그곳에는 움푹 패인 원형의 자국만 있을 뿐이었다.



[오세아니아 나리어스 지부]

“트론 마크 02, 05, B03 용에게 동화, 레드 펜텀 나이트화 합니다!!”

“레드 펜텀 나이트화 하기 전에 D.C.S(Disintegrate Core System)를 가동시켜!!”

“하지만, 총통님, 그렇게 되면 파일럿이...”

머뭇거리는 오퍼레이터의 말에 오세아니아 나리어스 지부 총통인 게일 네포르트는 상관없다는 듯 붉으락푸르락 하는 얼굴로 소리쳤다.

“상관없다!! 어차피 CAGE에 차고 널리는 게 소모품이지 않나!! 트론은 아니지만, 어차피 놈들에게 빼앗긴다면 D.C.S로 날려버리는 게 나아!!”

“알겠습니다. D.C.S 작동.”

게일에 말에 오퍼레이터들은 일제히 레드 펜텀 나이트화한 용들에게 동화되어 그대로 레드 펜텀 나이트화하는 트론들에 D.C.S를 작동시켰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D.C.S가 가동되기도 전에 트론들은 순식간에 레드 펜텀 나이트화하며 펜릴을 사방으로 방출하였다. 곳곳에서 상륙하는 레드 펜텀 나이트들의 동화 작용, 그리고 펜릴에 처참하게 파괴되어 가고 있었다. 단 20분가량의 교전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더 이상 가망 없을 정도로 처절한 것이었다.
남극과 가까운 덕에 남극에서 대규모로 오는 레드 펜텀 나이트들의 대규모 동화 현상과 펜릴에 남아날 리가 없는 거였다.

“크크크... 그래, 어차피 놈들에 노예가 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라면... 본부의 핵미사일 전부 놈들에게 발사한다. 본부 시설은 곳곳을 놈들이 건들기만 하면 자폭하도록 자폭 리미트를 해제해 두도록.”

일제히 발사되는 핵미사일 하지만, 게일과 오세아니아 지부 사람들의 최후의 희망은 상공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5살가량의 적색의 머리카락과 적색의 눈동자를 지닌 소년, 바로 (꼬마)아카라였다.

“뭐야? 저 꼬마는?”

“시스템이 용으로 인지하지만, 적으로 인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뭐?”

대형 모니터에는 (꼬마)아카라가 수십 기의 핵미사일을 동화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핵미사일들은 순식간에 적색의 수정에 뒤덮이더니 그대로 펜릴을 방출하며 레드 펜텀 나이트로 돌변하였다.

“마, 말도 안돼... 해, 핵미사일마저 동화를 해...”

“사라지고 싶나?”

갑자기 게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꼬마)아카라가 하는 말에 게일은 놀라 뒷걸음질 쳤고, 오세아니아 지부에 오퍼레이터들은 총을 꺼내들었다.

“아버지는 너희들이 사라지기를 원한다. 이 땅에 유일하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아버지, 티아리스트 뿐이다.”

“뭐!! 티아리스트!!”

그리고 그대로 (꼬마)아카라를 중심으로 거대한 검은 구, 펜릴이 오세아니아 지부를 감싸버렸다. 펜릴이 걷힌 곳에는 거대한 크레이터만 남았다. 그 자리에 있는 건 (꼬마)아카라 뿐이었다.



어두운 지하 공간, 그곳에 푸른색의 작은 구, 펜릴이 발생하였다. 펜릴이 걷힌 곳에는 5살 정도의 푸른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눈동자를 지닌 소녀(티아리스트)와 아카라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긴?”

“조금 익숙한 곳일 거야. 아카라.”

소녀의 말에 아카라는 잠시 사방을 둘러보았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 공간이었지만, 예전에는 사람들이 여기서 무언가를 연구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각종 연구 기자재들이 먼지가 쌓인 채 널 부러져 있었다. 소녀는 아카라가 둘러보게 놔두고 잠시 먼지가 쌓인 시스템을 여기저기 살피다 살며시 손을 갖다 되었다.
소녀의 손이 닿은 곳에서는 이내 푸른색의 수정이 돋아나더니, 어두운 지하 공간에 전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아직 시스템이 살아있어. 빛이 얼마나 이곳을 밝게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익숙한 곳이야.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그래봤자 3살 이후이긴 했지만, 몇 번 엄마를 따라 이곳에 온 적이 있어. 그러고 보니 엄마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연구했던 것 같은데, 이곳이 어디였더라, 엄마는 이곳을 유라시아 지부였다고 했는데.”

“맞아. 이곳은 원래 유라시아 나리어스 본부. 원래 유라시아 나리어스 기지는 유럽, 아시아, 러시아 지역을 모두 통괄했지만, 지금은 3개로 나뉘어 버렸지만. 우리가 있는 이곳은 옛 유라시아 나리어스 본부 지하 시설이야. 티아세리스가 아버지의 코어를 감싸고 있던 혼돈이라는 껍질을 코어로 사용한 트론의 기동 실험을 강행했고, 그 덕에 폭주한 트론에 의해 이곳 시설은 완전 폐기 처분되었지.”

“그런 건가. 하지만, 폐기 처분되었다고 해도 이곳에 전혀 사람이 없는 건 좀...”

“핵폭탄으로 폐기 처분을 했으니까. 트론이 날뛰는 이곳을 노리는 용들이 대규모로 몰려들었으니까 말이야.”

소녀는 그 말과 동시에 아카라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끌었다. 아카라 역시, 소녀가 이끄는 대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깨끗한 물이 담긴, 대형수조였다. 소녀가 입을 열었다.

“아카라, 티아세리스가 남긴 유산인 트론 마크 미르(Mir)에 어서 타. 아카라라면 할 수 있을 꺼야.”

난데없는 소녀의 말에 아카라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트론은 보이지 않았고, 보이는 거라곤, 트론의 파일럿 캡슐 뿐. 트론은 커녕, 에메랄드빛의 물만 수조에 담겨 있었다. 의아해 하는 아카라가 질문을 할 낌새를 눈치 챘는지 소녀가 입을 열었다.

“아카라, 믿기 어렵겠지만, 아카라의 눈앞에 보이는 물이 바로 트론 마크 미르야.”

“이게, 트론? 완전히 물이잖아?”

아카라의 의아한 듯한 말에 소녀는 입을 열었다.

“그래, 보다시피 물처럼 형태를 갖추지 않고 있어. 하지만,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적인 것은 역시 물이야. 티아세리스는 그 물이라는 것에 착안해 만든 트론이야. 물이기 때문에, 코어 역시 없어. 아니, 어떻게 보면 분자 하나하나가 전부 코어라고도 할 수 있을 거야. 티아세리스가 마크 미르를 만들었을 때는 아무도 조종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왜냐하면, 물이고, 또 특정 코어가 없으니까, 자신을 바로 물이라는 것에 동조를 시켜야 하는데, 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물을 이해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니까. 그래서 마크 미르는 아버지의 코어를 해석하기 위한 생체 컴퓨터로 쓰였고, 덕분에 마크 미르는 펜릴과 동화 현상을 이해하게 되었어. 유일하게 펜릴에 대응 할 수 있는 트론이라는 거야. 나머지는 마크 미르에 담긴 데이터를 보면 될 꺼야.”

아카라는 파일럿 캡슐에 들어갔다. 그리고 파일럿 캡슐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물이 담긴 대형 수조로 빠져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파일럿 캡슐 속에서 아카라는 조심스럽게 캡슐의 시스템을 기동시켰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팔과 다리 등등에 이상한 장치들이 들러붙으며 신경을 시스템의 접촉시킬 때의 고통이 뒤따랐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내었다.

“감각이... 완전히 달라... 마치, 물처럼 흐르고, 흐르는...”

-아카라는 한번 물처럼 녹아내린 적이 한 번 있어. 그때의 감각을 기억해 봐.

소녀의 말에 아카라는 두 눈을 감았다.
푸른색의 용에게 흡수되어갈 때의 감각. 물처럼 자유로웠던 감각. 기분 나쁘지만, 그러나 자유롭게 어떤 형태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던 감각. 아카라는 두 눈을 떴다. 그리고 마치 주문처럼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는 나야.”

“나는 너야.”

대형 수조에 담겨 있던 에메랄드빛의 물이 번쩍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형태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태, 아카라가 익히 알고 있는 형태를 한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트론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거야. 아카라.

와르르.

갑자기 천장이 흔들거리며 건물 조각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싸움이 시작됐어. 나가자마자 레드 펜텀 나이트화한 베히모스와 싸우게 될 거야.

“저기, 그냥 바로 카렌티어스가 있는 곳으로 가면 안 될까?”

-내가 가진 힘으로는 트론처럼 거대한 것을 옮길 정도의 펜릴을 펼칠 수 없어. 하지만, 마크 미르에 있는 데이터에서 가장 빠른 것에 형태에 아카라가 동조한다면, 마크 미르는 가장 빠른 것으로 형태를 바꿀 거야.

콰장창.

천장 일부가 무너져 내리며, 그곳에 적색의 수정으로 이루어진 마크 미르에 절반 크기에 레드 펜텀 나이트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카라.

소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레드 펜텀 나이트는 한 팔을 칼처럼 늘여 놓은 채로 마크 미르에 달려들었다. 마크 미르는 레드 펜텀 나이트가 내 뻗은 칼 같은 팔을 잡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레드 펜텀 나이트의 온 몸에는 에메랄드빛의 수정이 돋아나더니 그대로 산산이 부서져 나가며 부서진 조각들이 자잘한 펜릴을 일으켰다.

-이건 작은 용이니까, 그렇게 역 동화를 시도해 자멸시킬 수 있지만, 레드 펜텀 나이트화하기 전에 강대한 힘을 지녔던 용들은 쉽지 않을 거야. 아카라, 손을 뻗어줘.

“알았어. 저기 그런데, 너, 이름이 뭐야?”

아카라는 마크 미르에 손을 뻗어 그 손바닥에 소녀를 올려놓으며 말하였다.

-티아리스트 에르나로 할래. 잘 부탁해. 아카라 오빠.

“뭐?”



“큭, 빌어먹을 용들. 티아리스트가 부활이라도 했냐? 니들 왜 갑자기 레드 펜텀 나이트로 변신하는 것도 모잘라서, 아주 펜릴까지 남발 하냐!!”

알렉산더 스튜코프는 눈앞에 레드 펜텀 나이트화한 베히모스를 보며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의 트론 이미르는 이미 펜릴에 완전히 걸레가 되어버린지 오래였고, 부하들은 반은 레드 펜텀 나이트로 동화당해 자신들의 손으로 제거하고, 나머지 반은 펜릴에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죽음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이미르는 완전히 움직일 수 없는 상태, 이럴 땐 정말 스카디가 최강일 수밖에 없다고 알렉산더는 생각했다. 스카디는 현존하는 트론 중, 유일한 생체 트론. 자기 재생 능력을 지닌 트론이다. 그러니,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언제든지 재생해서 다시 싸울 수 있는 것이었다.

“쳇, 결국... 영국과 아일랜드는 구해내지 못했어. 하긴, 설마 망할 펜릴을 사용할 줄은 누가 알았겠어. 우리 인류를 절망으로 몰아넣은 절대무적 티아리스트의 펜릴 앞에 인류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어. 훗, 안데르센 신부에겐 미안하지만, 전투 위성 미카엘을 좀 사용해야겠어. 어차피 죽는다면, 네 놈만은 죽이고...”

알렉산더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전투 위성 미카엘이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는 모습을, 아니 정확히는 레드 펜텀 나이트화하면서 제어가 안 되어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으로 보였다.

“빌어먹을, 언제 우주까지 갔냐? 겨우 해킹해서 미카엘을 쓸 수 있다고 했는데... 그래 날 죽여라. 하지만 쉽게는 안 죽어. D.C.S를 가동시킬 테니 같이 죽자고. 베히모스.”

하지만 알렉산더가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D.C.S는 가동하지 않았다.

“쳇, 아주 제대로 맛이 갔군. 빌어먹을.”

레드 펜텀 나이트화한 베히모스는 붉은 수정으로 된 기다란 코를 움직이지 않는 트론 이미르를 완전히 부수기 위해 내뻗었다. 그러나 내뻗기도 전에 그 코는 지상에서 무언가 갑자기 에메랄드빛의 트론, 마크 미르가 튀어나오면서 동시에 부숴 졌다. 알렉산더가 뭐라 할말을 찾기도 전에 마크 미르는 오른팔을 칼날로 변화시키며 레드 펜텀 나이트 : 베히모스에게 달려들었다.

“이 바보!! 그렇게 무식하게 달려들었다가는 펜릴에...”

레드 펜텀 나이트 : 베히모스는 달려드는 마크 미르를 향해 펜릴을 발동시켰다. 하지만, 베히모스의 펜릴에 마크 미르 역시 에메랄드빛의 펜릴로 맞서며 중화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베히모스가 다음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칼날로 변한 마크 미르의 오른팔이 베히모스에 코어를 관통했다. 그대로 베히모스는 펜릴과 함께 소멸해버렸지만, 펜릴이 걷혔을 때는 마크 미르는 상처 하나 없이 온건한 모습을 띈 채, 칼날로 변화시킨 오른팔을 원래대로 돌려놓았을 뿐이다.

“저, 트론은... 도대체 뭐지?”

알렉산더가 놀라운 눈으로 마크 미르를 바라보고 있을 때, 마크 미르는 그대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녹아내리는 가 싶더니 어느 새 전투기의 형태로 모습을 바꾼 마크 미르는 그대로 어딘가를 향해 급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나 도망쳐!!

카렌티어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마크 06 시엘은 미처 피하지 못 한 채, 상반신이 펜릴에 날아 가버렸다. 물론, B-X49(지나)는 미리 카렌티어스가 파일럿 캡슐을 사출시킴으로서 목숨을 건졌지만.

“이 자식!!”

마크 03 드로우의 파일럿인 A-X48(지수)는 마크 06 시엘이 레드 펜텀 나이트화한 레비아탄의 펜릴에 상반신이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고 크게 격분하여 달려들었다.

-그만둬. 지금 덤벼들면!!

카렌티어스의 외침도 소용없이, 마크 03 드로우는 쌍으로 나이트 하르트를 들고 달려들었다. 레드 펜텀 나이트 : 레비아탄이 한번 마크 03 드로우를 바라보자 마크 03 드로우의 양팔과 나이트 하르트에서 적색의 수정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큭, 뭐, 뭐야!!!”

-마크 03 드로우, 양팔 강제 절단.

카렌티어스는 신속하게 드로우의 양팔을 강제 절단하였다. 물론 그 고통에 A-X48(지수)는 비명과 함께 대지를 뒹굴뒹굴 돌았고, 카렌티어스 역시 고통에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마크 07 그레이와 마크 02 스카디는 좌우로 갈라져 레비아탄의 시선을 끌고, 사도 시몬 베드로는 방심한 레비아탄의 코어를 단숨에 노리도록 하십시오. 메가세리움 알파와 베타는 마크 02 스카디와 마크 07 그레이의 백업을 맡도록 하십시오.

“응, 오빠.”

“네.”

“크크큭. 좋다. 네 녀석 말대로 저 녀석의 코어를 시원하게 뚫어주도록 하지.”

“알겠다.”

카렌티어스의 작전대로 마크 07 그레이와 마크 02 스카디는 좌우로 갈라져 트라이 건을 마구 쏘아대며 시선을 끌었다. 레비아탄이 그레이와 스카디를 공격하려는 틈이 보이면, 메가세리움 알파와 베타가 트라이 건을 쏘며,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안데르센의 트론, 시몬 베드로가 거대한 화염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안데르센 신부는 만신창이가 된 트론, 시몬 베드로의 수리를 겸할 겸해서 유라시아 지부에 몸을 의탁한 것. 비록 시몬 베드로는 완전히 수리가 되지 않았지만, 안데르센 신부는 별 상관은 없었다. 그에게 남은 건, 베히모스에 대한 복수심뿐이었으니까.

“이걸로 아멘이다!!”

시몬 베드로의 거대한 화염검은 그대로 레드 펜텀 나이트 : 레비아탄의 코어를 뚫어버렸다.
적색의 수정으로 이루어진 레비아탄은 몸체는 회색으로 색이 변해갔다.

-펜릴이다!! 모두 회피!!

카렌티어스의 명령이 있기 전에 눈치 빠른 메가세리움 알파와 베타는 단숨에 뒤로 후퇴하고 있었고, 마크 02 스카디와 07 그레이는 바닥에 뒹굴되는 마크 03 드로우를 부축하며 후퇴하였고, 시몬 베드로는 거대한 화염검을 포기하고 뒤로 빠르게 후퇴하였다. 그러나 코어가 날아간 레비아탄의 몸체는 펜릴을 일으키지 않았고 대신 레비아탄의 몸체 바로 위에서 자그마한 펜릴이 발생하였다. 펜릴이 걷혔을 때 그곳에 있는 건 레드 펜텀 나이트화한 리샤 발렌타인. 적색 수정을 조각해 만든 조각상 같은 리샤 발렌타인은 코어가 날아간 레비아탄과 동화하며 펜릴을 발생시켰다. 그 펜릴이 퍼지는 속도는 전투기급이어서 미처 펜릴에 범위에서 피하지 못한 마크 07 그레이는 마크 03 드로우를 잽싸게 냅다 펜릴에 사정권 밖으로 내던지고 그대로 펜릴에 먹혀버렸다. 그전에 카렌티어스가 잽싸게 파일럿 캡슐을 사출시켰지만. 메가세리움 알파와 베타는 두 다리와 하체 일부가 펜릴에 먹혀버렸다.
시몬 베드로는 펜릴에 먹혔지만, 간신히 다시 빠져 나올 수 있었지만, 덕분에 베드로는 완전히 걸레가 되어버렸다. 펜릴이 걷혔을 때 그 자리에 있는 건 사지가 날아가고 진홍색의 코어가 드러난 마크 02 스카디 뿐이었다. 스카디는 끊임없이 재생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너무나 데미지가 막심한 듯, 거의 재생되고 있지 않았다.

“아...”

유리카는 너무도 커다란 아픔에 두 눈이 풀려버렸다. 그리고 그런 스카디를 향해 어느새 다시 움직이는 레비아탄, 리샤 발렌타인이 다가가고 있었다.

-유리카 피해!!

카렌티어스는 자기가 내뱉고도 부질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펜릴 한방에 전멸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움직일 수 있는 트론은 이제 자신이 지금 탑승하고 있는 트론 마크 유그드라실 밖에 없었다. 아직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타워가 완전히 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테스트 겸해서 마크 유그드라실에 탑승해서 그것에 내장된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거였다. 트론의 코어는 물론 구동시키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구동가능하고 출격 가능한 상태였다.

-아버지, 마크 유그드라실, 출격하겠습니다!!

카렌티어스의 말에 커텔은 잠시 생각하였다.
그러나 대형 PDP에서 레드 펜텀 나이트 : 리샤 발렌타인(레비아탄)이 코어가 드러난 마크 02 스카디를 동화하고 있는 것을 보고 결단을 내린 듯 말하였다.

“마크 02 스카디의 D.C.S를 작동시켜라. 코어를 붕괴시켜 녀석을 쓰러뜨리는 거다.”

-그런...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

그때였다.
무언가 엄청난 스피드로 날아와 마크 02 스카디를 막 동화하고 있는 레비아탄(리샤)의 머리를 강타하며 리샤 발렌타인을 저 멀리 밀쳐내었다. 그리고 리샤가 있던 곳에는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일반적인 트론 사이즈의 대형 전투기가 박혀 있었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날아왔는지 그로 인한 마찰열이 기체 표면에서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대형 전투기는 녹아내리더니, 이내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트론의 형태를 하였다.

“뭐지? 저 기체는?”

커텔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에 대한 대답은 날아오지 않고 대형 PDP에서는 다시 일어난 리샤가 레비아탄의 입을 통해 얼음의 브레스를 에메랄드빛의 트론에게 내뿜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 트론은 가볍게 오른팔을 뻗더니 뿜어져 오는 브레스를 가볍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막아... 냈다?

카렌티어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리샤는 주변에 나무나 살아있는 작은 벌레들을 마구 동화하여 레드 펜텀 나이트화 시켜 에메랄드빛의 트론에게 날려 보냈다. 무수히 많은 자그마한 레드 펜텀 나이트들은 그대로 에메랄드빛의 트론에게 덕지덕지 달라붙어 그대로 감싸버렸다.

“큭, 저대로 가면, 펜릴아니면 동화당할 거야!!”

유우키의 우려와는 달리 에메랄드빛의 트론을 감싸던 자그마한 레드 펜텀 나이트들에 몸에 에메랄드빛의 수정이 마구잡이로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레드 펜텀 나이트들은 녹아내리더니 원래의 에메랄드빛의 트론의 형태로 돌아왔다.

“적의 코어가, 내부를 향해 소멸해 갑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커텔은 놀랐다는 듯 중얼거렸다.

“믿었던 스카디 마저 동화해버리는 레드 펜텀 나이트들을 역으로 동화를 하다니...”

“목표 개체 수 증가합니다! 3, 6, 12, 24, 48.”

기하급수적으로 갑자기 분열하며 증가하는 리샤 발렌타인의 모습에 카렌티어스는 당황했다.

-용의 코어가 분열할 수는 있어도, 똑같이 복제한다는 건...

「찾으려하면 찾을 수 있을 거야. 카렌티어스.」

갑작스레 들려온 소녀의 목소리에 카렌티어스는 멈칫했다.

-누구지? 아니,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야. 지금이야 말로 용안의 분석력이 필요해.

카렌티어스는 적색의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을 때, 적색의 눈동자는 뭔가 느낌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카렌티어스는 그 수많은 리샤 발렌타인들 중에서 진짜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카렌티어스는 이내 에메랄드빛의 트론에 통신을 하였다.

-파일럿 들리는가?  적의 진짜 코어는 포착했다. 적을 쓰러트려주기를 바란다.

“카렌티어스.”

에메랄드빛의 트론에 타고 있던 아카라는 자신에게 통신을 보내는 카렌티어스의 말을 묵묵히 들은 뒤 카렌티어스가 보낸 통신 포트로 이야기를 하였다.

-아카... 라...

아카라의 목소리에 카렌티어스는 매우 떨리는 목소리로 아카라의 이름을 내뱉었다.
그런 카렌티어스에게 아카라는 말을 이어나갔다.

“시스템과 크로싱하고 싶어. 마크 03 드로우와 마찬가지로 할 수 있을 거야.”

카렌티어스는 여전히 부들부들 떨며 아카라의 말에 대답하였다.

-이제 와서 네가... 무슨 소릴...

에메랄드빛의 트론은 바닥에 떨어진 두 개의 트라이 건을 각각 오른손과 왼손에 집어 들며 아카라는 말을 이어나갔다.

“카렌티어스, 과거의 나는 그저 진실을 부정하고 도망치려고만 했었어. 그래서 나도 눈앞의 결과만을 가지고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처럼 너를 비난해 왔지. 네가 생각하는 것도 모른 채. 그저 싸워만 왔지.”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

아카라의 말에 카렌티어스는 다시금 크게 떨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뭘 알게 됐다는 거지?

“네가... 괴로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진실로부터 도망치고 있을 동안, 너는 나를 지켜주려고 스스로 진실을 왜곡하였어. 나뿐만이 아니라, 미란이나 모두를 지켜주기 위해, 너 혼자서 아픔을 짊어졌던 거야.”

“그리고, 네 어머니와 너의 그 눈... 정말로... 나쁜 것은 나였어... 이런 나를 지켜주려고 해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아카라의 ‘미안해’라는 말 한 마디에 카렌티어스의 눈가에 어느새 맺혔던 눈물이 한 방울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카렌티어스는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며 아카라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말을 하였다.

-그 기체의 식별 코드는?

“트론 마크 미르(Tron - mark Mir).”

-크로싱을 위해 기체를 등록하겠다... 5초만 기다려줘.

“카렌티어스?”

-곧 끝내겠다.

카렌티어스는 잠시 오른손으로 눈가와 뺨에 눈물 자국을 슥슥 닦은 뒤,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새로운 기체가 등록되었습니다. 커텔 사령관님.”

오퍼레이터의 보고와 함께, 대형 PDP에 unknow라고 표기되었던 에메랄드빛의 트론은 mark Mir로 표기되었다. 그리고 그 밑에 파일럿 명에는 ‘아카라 에르나’라는 글자가 표기되었다. 그것을 보던 클레이즈 박사는 순간 놀란 눈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그 마크 미르?”

커텔은 무덤덤하게 한 말을 내뱉었다.

“아카라 에르나...”

그리고 작업이 완료된 카렌티어스는 시스템을 재기동 시키며 입을 열었다.

-엔롤 완료. 크로싱을 개시한다.

그리고 카렌티어스와 아카라는 동시에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두 눈을 떴을 때는, 아카라의 암갈색의 눈동자는 카렌티어스의 그 적색의 용안이었다.

-아카라.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보이는가?

“아아, 보여.”

-간다!

카렌티어스의 외침을 끝으로 에메랄드빛의 트론, 마크 미르가 양 손에 쥐고 있던 트라이 건은 에메랄드빛의 수정이 마구 돋아나며 뒤덮었다. 그리고 수정이 깨져 나갔을 때, 트라이 건에 손잡이를 쥐고 있는 마크 미르의 손과 트라이 건의 손잡이는 에메랄드빛의 수정이 녹아 붙어서 결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대로 마크 미르는 48개나 되는 가짜 리샤(이중에 진짜가 있겠지만)들 틈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좌우에서 덤벼드는 리샤들에게 양손에 든 동화한 트라이 건을 마구 발사하였다. 가짜 리샤들은 맞는 족족 소규모의 펜릴을 일으키며 사라져 갔다.

“으아아아!!”

탄환이 다 떨어진 트라이 건을 내던진 뒤, 왼손을 칼날로 바꾸어 좌우에서 방해하는 리샤들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소규모 펜릴이 발생했지만, 마크 미르에 흠집 하나 주지 않았다.

“말도 안돼. 재생 능력이 있는 스카디도 펜릴 앞에서는, 저렇게 되어버리는 데, 저 마크 미르라는 트론은 어떻게 되먹은 거지? 형태를 자기 맘대로 바꾸지를 않나?”

유 박사의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티아세리스가 만들었으니까, 가능한 겁니다.”

리샤는 전세가 불리하다는 것을 자각한 듯, 진짜 리샤는 주변의 사물을 마구 동화해 소규모 레드 펜텀 나이트로 만든 뒤, 도망을 가고, 소규모 레드 펜텀 나이트들은 그대로 마크 미르에게 달려들어 자폭하며 펜릴을 일으켰지만, 마크 미르 역시, 펜릴을 일으키며 맞대응하였다.

“단순히, 펜릴로부터 기체가 아무 손상을 입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펜릴을 일으키고 있어.”

유 박사의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같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마크 미르는 오른손을 높이 위로 올렸다.
오른손에서는 소규모의 펜릴이 발생하더니, 에메랄드빛의 수정들이 펜릴이 일으킨 검은 구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수정들이 깨져나갔을 때 그곳에는 에메랄드빛의 기다란 창이 마크 미르의 오른손에 쥐어져 있었다.

“엔리멘탈 코드(Elemental Code) 발생 확인!! 식별 결과... 브류나크(Brionac)?”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커텔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창 중에서도, 광명의 신 루의 창이라는 건가?”

아카라는 심호흡을 한번 내쉰 뒤, 괴성을 지르며 마크 미르의 팔을 움직여 창을 내던졌다.
에메랄드빛의 창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며, 주변에 소규모의 레드 펜텀 나이트들을 소거시키며 도망가는 리샤에 코어에 그대로 박혔다. 창이 박힌 부분을 중심으로 에메랄드빛의 수정들이 리샤를 감싸기 시작하더니, 곧 수정이 깨어지며, 조각조각 소규모의 펜릴을 일으키며 소멸하였다.

“목표. 완전 소멸을 확인하였습니다.”

유라시아 나리어스 본부 내부에서는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새로운 용이 출현하였습니다. 출현 위치는, 마크 미르와 같은 위치입니다.”

“시스템이, 적으로 인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들의 보고에 다시금 본부가 술렁거렸다. 커텔은 총을 꺼내들었다.



트론의 격납고에서는 제일 먼저, 카렌티어스가 마크 미르에서 내리는 아카라를 마중 나와 있었다. 아카라의 뒤에는 언제 왔는지 모를 5살가량의 푸른색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아카라는 천천히, 카렌티어스의 적색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가왔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녀왔어. 그리고... 미안해.”

아카라의 말에 카렌티어스 역시 대답해주었다.

“어서와. 그리고... 고마워.”

두 소년이 서로에게 주고받는 대화가 끝났을 무렵, 격납고에는 순식간에 중무장한 군인들이 아카라를, 정확히는 아카라 뒤에 있는 소녀를 둘러쌓으며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자, 두 소년은 약속이나 한 듯이, 소녀를 감싸며 소리쳤다.

“이 애는 적이 아니다!! 당장 총을 거둬!!”

“무슨 근거로 적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지?”

두 소년의 외침에 커텔은 한 손에 총을 든 채로 군인들 사이에서 나와 두 소년의 앞에 섰다.

“무슨 근거로 적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냐?”

커텔의 말에 카렌티어스가 입을 열었다.

“그것은...”

그때 소녀가 카렌티어스를 제지하며 두 소년의 품에서 나와 커텔의 앞에 섰다. 소녀는 푸른색의 용안을 반짝이며 커텔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말하였다.

“커텔은 용과 어디가 다른 거야?”

소녀의 물음에 커텔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조차 없었다.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언제 본성을 드러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커텔은 순수하구나.”

난데없이 소녀가 내뱉은 말에 커텔은 순간 동요했다.
커텔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크게 동요했다. 커텔을 보고 순수하다고 말하는 저 용, 아니 소녀가 무슨 생각으로 했을 까 생각하기도 전에 소녀는 다시 작은 입술을 놀렸다.

“티아세리스는 커텔에게 매우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순수하게 분노하고 있구나.”

철컥.

커텔은 총부리를 소녀에 이마에 갖다대며 소리쳤다.

“네 녀석, 내 마음을 읽은 것이냐? 한번만 더 입을 놀렸다간!!”

“티아세리스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티아세리스가 남긴 것들 역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아?”

“네 녀석들, 용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기를 바라는 거냐? 아니, 그것보다 어째서 나는 방아쇠를 당기고 있지 않지? 무수히 많은 용들을 죽여 온 내가 왜 방아쇠를 당길 수 없는 거냐?”

갑자기 소녀는 자신에 머리에 총부리를 갖다대고 있는 커텔의 커다란 손을 한손을 내밀어잡았다. 그리고 두 눈을 감았지만,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혼자서 할 수 없으면, 도와줄까?”

아카라와 카렌티어스는 소녀의 말에 놀라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그 전에 커텔이 먼저 소녀의 손을 뿌리치며 총을 내던져버렸다.

“용 따위에게 도움을 받을 정도로 나는 나약하지 않다.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것이냐? 그것보다도, 레드 펜텀 나이트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쫄개 용은 아니라는 건데, 네 놈의 정체는 뭐지?”

“나는, 아버지의 코어에서 아버지의 다른 의지를 이어 받아 분기한 존재. 나는, 아버지와는 다른 또 다른 티아리스트.”

티아리스트라는 말에 아카라와 카렌티어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저 자그마한 소녀가 바로 그, 티아리스트라는 것이 상당한 쇼크였던 듯 몇 번이고 다시 눈을 비비는 사람까지 있었다.

“네가 티아리스트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지?”

커텔에 물음에 소녀는 빙긋 미소지으며 말하였다.

“아버지가 내게 물려준 이 지혜의 용안과 그리고 나라는 것을 입증하는 동화 결정석.”

소녀는 오른손을 펴 보이며 말하였다. 오른손에는 푸른색의 수정이 돋아났다. 그리고 소규모의 펜릴을 발생시켜 보였다.

“티아리스트가 부활 했다는 건가? 하지만, 너는 너의 동족과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무슨 속셈이지? 그리고 너와 레드 펜텀 나이트화한 용들은 무슨 관계인 것이냐?”

“그들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 그들은 모두 불행하게 자신의 의지를 강제로 빼앗긴 거야. 아카라의 내부에서 제일 먼저 각성한 코어, 무의 길이라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선택한 삐뚫어진 또 다른 티아리스트에게 말이야.”

“그 말은 티아리스트의 코어가 분열했다는 뜻이냐?”

“응.”

“그럼, 그 또 다른 티아리스트가 레드 펜텀 나이트들을 조종한다는 것인가?”

“그 아이는 자신이 부활시킨 아버지의 의지를 따른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의지로 그들을 조종하고 있어.”

“또 다른 티아리스트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남극.”

“그런가?”

커텔은 그 말을 끝으로 손으로 뭔가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중무장한 군인들은 모두 물러가기 시작했다. 커텔도 뒤돌아서서 가면서 말하였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군. 단지 그것뿐이다. 유라시아 나리어스 본부 어디를 돌아다니든 티아리스트, 네 녀석의 자유이다.”

“마크 미르에 담겨 있는 티아세리스가 남긴 데이터들은 분명 남극까지 가는데 도움이 될 거야.”

커텔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지나가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티아리스트, 네 놈의 목적은 뭐냐?”

물론, 너무도 작게 중얼거렸기 때문에 들은 이는, 티아리스트라는 소녀밖에 없었다.

“카렌티어스, 우리 이야기를 하자.”

아카라의 말에 카렌티어스는 말없이 미소를 지어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체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만신창이가 된 트론들과 파일럿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두 소년은 메디컬 요원들을 도와 파일럿들을 응급실로 옮기고 있었다.


====================================================================================================================


[Tialist] 020 : 모두가 생각하는 밤
글쓴이 : 다르칸


혼돈과 공포, 전투, 승리와 패배, 암울한 미래를 예견한 것일까. 언제나 바쁘고 정신없던 유라시아 지부는 거의 최초라고 할만한 한산한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딸랑. 붉디 붉은 와인잔에 담겨져 있는 술은 언제나처럼 그의 목을 타고 넘어가고 있었다.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동네로군 큭, 아멘"

연신 아멘을 외치면서도 그는 술잔을 입술에 대고 있었다.
지잉-. 짧은 기계음이 들리고 문이 열렸다. 음산한 어둠을 몰아낸 밖의 빛은 안데르센 신부를 비춰주었다.

"이봐, 너 말야 너무 삐뚤어져 있는 거 아냐?"

빛과 함께 등장한 이는 유우키였다. 언제나와 같이 약간 구부러진 담배의 필터를 입에 물고서는 잔뜩 폼을 잡던 그에게 영문 모를 술잔이 날아들었다.

"미친 자식!! 왜 던져?"

"건방 떨길래 던졌다."

어느 덧 십수년이 흘러버렸다. 맨 처음 유럽에서 신부를 지망하던 안데르센과 유우키가 만난 것은 그러나 둘은 아직도 변함이 없었다. 매니악하게도 광신도 짓거리를 떼지 못 하는 신부님이나, 웃기지도 않는 개그를 늘어놓는 자칭 꽃미남이나.

"크크크큭, 크하하핫!"

"푸하하하하!!"

문득 둘은 이렇게 웃어본 것이 언제였던지 그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
.
.
오랜만에 흐르는 정적이었다. 사방은 어둠 속에 뭍혀 있었고 그녀가 죽은 뒤에는 이런 곳이 그에겐 가장 좋은 곳이 되었다. 인간을 만나길 거부했고 오로지 복수를 위해 살아왔다.

"하아-. 정말 오랜만에 피는 것 같아"

그는 시가의 뒷 꽁무니를 물고는 창가로 의자를 돌렸다. 찬란히도 빛나는 만월은 그를 아직까지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었다. 앞에 서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서는 만인의 살행을 이어왔던 그였으나, 왠지 그 뺨에 흘러내리는 것의 영문을 알 도리가 없었다.

"너는 참 순수해"

"그런가?"

너무나도 육중한 듯 분위기를 흘리는 그와는 달리 그 앞에서 다리를 깔짝거리는 소녀의 모습은 너무나 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질 않고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했던 건 뭐지?"

"만물의 동화."

"큭, 너도 결국엔 용인 거냐? 만물의 동화라니...마치, 티아리스트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를 하는군"

"아니, 네가 생각하는 강제적인 동화가 아닌 모두가 생각하는 평등한 동화."

정적이 흘렀다. 담배 연기로 구름을 만들어 만월을 가린 후에야 그는 입을 열었다.

"그건 이상적인 거야. 파라다이스 말이지, 이상향이라는 것은 결코 이룰 수 없기에 이상향이라 부르는 거지"

"적어도 용과 인간과의 이상향은 만들 수 있겠지"

"잘 모르겠군"

만월은 서서히 기울어가고 있었다.
.
.
.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잠을 자고 있었다. 제대로 된 침대로 없었지만, 그 아이들을 돌아다니며 A-X48(지수)와 B-X49(지나)는 그런 아이들에게 하났기 정성껏 이불을 덮어주었다.

"지수, 지나야"

"응?"

하얀머리의 아이는 유난히도 여려보였다. 불안감에 젖은 눈은 자신들에게 잘 대해주는 두 사람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폐기되는 거야?"

"누가!"

"아니, 그렇지 않아. 우린 이제 인간이 될 수 있을꺼야"

태어나서부터 고된 훈련을 거치고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 했던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인간'으로써의 인권과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서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그 이전에 토론에 타고 인간들과 함께 어울렸던 이들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흐윽..."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시작으로 아이들은 저마다 훌쩍이기 시작했다. 짓누르는 공포와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머릿속에서 뒤엉켜 버린 앞으로의 상상들에 대한 불안감이 누적된 아이들은 이제 그런 불안감으로 인해 맨 처음 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 역시 똑같은 피부와 피를 지닌 인간이었기에...

"울지..마! 울지..흑윽, 말란 말이야!"

"얘들아, 울지 마..."

A-X48(지수)와 B-X49(지나)가 연신 아이들을 달래도 보았지만, 결국 달빛마저 미추질 못 하는 어두운 지하에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
.
.
유박사와 클레이즈박사는 눈앞에 펼쳐진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쌍둥이처럼 한 손에는 커피잔을 든 모습이 정겨웠으나, 그들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펜릴이라..."

"블랙홀의 원리라는 것은 그야말로 흡수한 뒤 갈갈이 찢어버리는 게 아닙니까? 게다가 그 흡수력은 주위에 빛을 흡수할 정도. 이론상 지구는 주먹만한 블랙홀 만으로도 먼지조각이 되어버릴 수도 있을텐데..."

유박사의 걱정에 클레이즈박사는 짧게 미소를 지었다.

"걱정마세요. 비록 블랙홀이라고 표기하고는 있으나, 펜릴은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블랙홀이라고 하는 것이지. 정확히 말하면 블랙홀이 아닙니다. 게다가 블랙홀은 발견되지도 않았잖아요-."

"그렇지만..."

"걱정말아요. 잘 될 거예요."

대형 모니터에는 펜릴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반원형의 조직도가 그려져 있었다. 총 6단계로 나뉘어져 있는 펜릴의 구조를 보던 유박사의 눈이 찌푸려졌다.

"만약 펜릴이 이론상 맞다면, 그에 맞는 무기는 오히려 쉽게 만들 수도 있겠군요."

"그렇겠죠"
.
.
.
밝은 방이었다. 두 소년이 서로를 마주보고서 앉아 있었다. 한 시간 전부터 그들은 변함이 없었다.
맨 처음 입을 연 것은 훨씬 나이가 많이 보이는 아이였다.

"네 자신을 찾은 거니."

"응"

"기억 나?"

"응"

짧게 카렌티어스의 얼굴에 물기가 비쳤다. 아카라는 변함없이 앉아서 웃고 있었다.

"만나고 싶었어"

"나도"

무슨 말을 해야할까. 마치,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면서 막상 무엇을 가질지에 대해 고민하는 꼬마들처럼 순진한 고민에 둘은 빠져들었다. 그들은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기에.

"힘들었어?"

"아니, 너는?"

"나도 별로 안 힘들었어"

둘의 이야기는 전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 했다. 단순한 끝말잇기처럼 단순하게 주고 받는 대화였고 그 안에 든 주제 따위는 없었다.
지이잉-. 문이 열리고 한 소녀가 들어왔다.

"아-."

"여어-."

핀트가 어긋난 듯 했지만, 소녀는 그런 것에 게의치 않고 들어와 아카라의 옆에 앉았다.

"오빠가 널 보고 싶다고 했어"

지이잉-. 문이 열리자, 창백한 소녀도 들어왔다.

"오빠아-."

"유리카"

창백한 소녀는 카렌티어스의 옆에 앉았다. 대면하는 모습은 거울과 같이 서로의 모습을 향해 바라보았다.

"우리 오빠가 좀 더 낫지"

"아냐, 우리 오빠는 키도 더 커"

마치 초등학생의 싸움이랄까. 결국 커지고 커진, 두 소녀의 어리광에 두 오빠는 웃으며, 둘을 말렸다. 결국 손을 붙잡고 나가는 두 소녀와 서서 걷는 소녀는 뒤를 돌아보며, 아카라에게 웃음을 보내주었다.

'오빠 잘해!'

"하하핫-."

"휴우-. 뭐가 웃겨?"

변했다. 성격도 변하고 모습도 변했지만, 그가 카렌티어스임에는 변하지 않았다.
변했다. 성격도 변하고 모습도 변하고 능력도 변했지만, 아카라임에 변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를 보면 환하게 웃었다.

"정말, 새로 생긴 동생이 이쁘구나"

"유리카는 귀여운데"

안타깝게도 소녀가 선물해준 것은 분위기뿐이었고 두 소년은 분위기를 띄운다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이들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왜"

"왜"

둘의 입에서 동시에 튀어나온 것은 '왜'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걸까.

"너 먼저 말해라"

"으응, 너는 왜 네 어머니를 네가 죽였다고 말한 거야?"

아카라는 입을 다물었다.
카렌티어스도 입을 다물었다.
다시 한 참이나 시간이 흐른 것 같은 뒤에야 카렌티어스는 입을 떼었다.

"네가 용안을 주었기 때문에"

.

"너는 왜 돌아온 거야?"

아카라는 말을 하지 못 했다.
카렌티어스는 아카라를 바라보았다.
마치 시간이 억겹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든 후에 아카라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찬란한 빛.

"네가 용안을 받아주었기 때문에 네가 보고 싶어서"

"푸훗...푸하하하핫!"

"쿡..크크크큭!"

"너랑 나는 너무 많이 닮았어"

"그래"

둘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계속해서 남아있었다. 그것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랑 친구할래?"

"언제든지 환영"

오랜만에 잡아보는 손. 더 이상 놓지 않을 것이다.
.
.
.
생명이라는 것이 남아있지 않은 대륙. 유럽...거대한 백색 트론이 앉아 있었다. 그 어깨엔 중년인이 앉아 먼지 가득 묻은 시가를 피고 있었다.

"제길, 먼지구덩이 속에서 하나 밖에 발견 못 하다니..."

이미 간신히 움직이는 이미르를 바라보던 알렉산더의 얼굴에 한숨이 피어올랐다.

"유일하게 남은 곳은 유라시아라고 했겠다... 가서 고쳐달라고 해야지 뭐. 그렇지? 이미르"

하늘을 청명하게 밝히고 있는 태양은 곧 만월로 바뀔 듯이 어둠이 지고 있었다.



====================================================================================================================


[Tialist] 021 : OPERATION BLUE(전편)
글쓴이 : 아란


5살의 아카라의 모습을 한, 적색의 머리카락과 적색의 용안을 지닌 소년이 핏빛의 적색의 용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하늘을 아버지에게”



-아카라가 마크 미르를 이끌고 귀환하기 2일 전

유 이리.
아니 이름보다는 유 박사로 통하는 그녀는 시선을 다른 데로 두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기 불편해 하는 알트 아이젠 소속이자 트론 메가세리움 베타의 파일럿이기도 한, ‘셰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사진은... 어디서 난 것이지요? 셰나 씨?”

유 박사의 물음에 셰나는 침묵을 한동안 지키고 있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는 것이 힘겨운지 셰나는 먼저를 발을 돌려 뒤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그러나 유 박사는 셰나의 어깨를 한쪽 손으로 붙잡으며 말하였다.

“가지 마세요. 아직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 했습니다. 부디 알고 있는 것만이라도.”

“...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아니, 알고 싶은 것은 저도 박사님과 같습니다. 하지만... 알게 되더라도...”

셰나는 유 박사를 뿌리치며 앞으로 냅다 뛰었다.

‘... 설사, 제가 유 박사님의 딸이라고 해도... 제가 있을 곳은 없습니다. 아니, 제가 그곳에 있을 자격은 없습니다. 비록 Cage에서 태어나 결국 저 하늘에서 목숨을 태워버린 그 아이의 자리를 빼앗을 자격 따윈...’

셰나는 이곳, 유라시아 지부에 와서 최근에 유 박사에 대해 조사하면서 알게 되었다. 마크 04 이카루스의 파일럿이었던 소녀. 케찰코아툴르스를 쓰러뜨리고 모두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태워버린 아이이자 유 박사가 친딸처럼 여겼던 소녀. 그 소녀의 자리를 단순히 친딸일지도 모른다는 것 하나만으로 빼앗을 자격 따윈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기에 셰나는 스스로 진실을 알려고 하는 것을 포기하려고 생각했다.

‘이걸로 된 거야. 더 이상... 마음에 담아두지 말자.’

그리고 2일 후 아카라가 마크 미르를 가지고 급작스럽게 귀환 한 뒤 1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티아리스트의 부활, 그에 따른 기존의 용들이 자신의 의사를 잃어버리고 티아리스트의 동화되어 대부분의 용들이 레드 펜텀 나이트가 되어 시시각각 지구곳곳을 공격하고 있었다.
물론 유라시아 지부도 예외 없이 언제라도 공격해 들어왔지만, 그때마다 아카라의 마크 미르의 활약과 그 마크 미르를 선두로 ?작전을 짜는 카렌티어스의 지휘로 유라시아 지부는 그렇게 별 큰일은 없었다.

“유 박사님, 어디 편찮으신가요?”

클레이즈 박사가 뭔가 초췌해 보이는 얼굴로 트론의 파일럿의 신체검사 데이터를 뒤져보고 있는 유 박사를 보며 말하였다.

“아하하, 그저 좀 요새 일이 많아서 말이지요.”

“뭐, 그렇기도 하겠네요. 이쪽도 확실히 용들이 펜릴을 쓰니, 그것에 대항할 방어책을 연구하느라 연구실에서 아주 살고 있다고요.”

유 박사의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하품을 하며 그렇게 말하였다. 유 박사는 동감한다는 듯 역시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P.E.V(photon escape velocity) 필드 제네레이터’의 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진척된 것이지요?”

“P.E.V 필드 제네레이터는 거의 실전에 투입해도 될 정도로 99% 완성된 상태지만, 아직 잔 조정과 몇 가지 테스트, 그리고 중요한 실전 테스트를 거쳐야 하지만, 시뮬레이션으로는 거의 완벽하게 펜릴을 방어해 낼 수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클레이즈 박사는 말끝을 흐리며 회상에 잠겼다.
아카라 에르나. 그가 티아세리스가 남긴 또 다른 트론인 마크 미르를 가지고 돌아온 첫날을 말이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아카라의 말이 끝맺음과 동시에 그가 조종하는 에메랄드빛의 트론, 마크 미르의 양손이 유라시아 나리어스 지부의 메인 서버와 접촉하였다. 그리고 5살 정도의 소녀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류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문자 그대로의 ‘티아리스트’라는 청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지닌 소녀가 웃으며 두 눈을 감았다.
마크 미르의 양 손과 메인 서버는 에메랄드빛의 수정으로 감싸였다. 그리고 마크 미르가 가지고 있던 방대한 데이터가 메인 서버로 전송되는 것을 끝으로 클레이즈 박사는 회상을 그만두며 유 박사에게 말하였다.

“확실히, 완전히 절망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크 미르가 전해준 데이터, 정말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했다고 한다면 이럴 때 하는 말이겠지.”

“그렇겠지요.”

“오퍼레이션 블루(OPERATION BLUE)는 예정대로 실행되는 것인가요?”

클레이즈 박사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유 박사에게 말하였다.
유 박사는 클레이즈 박사의 말에 한숨을 한번 내쉬며 말하였다.

“예정대로 4일 뒤, 개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거에요. 이번 작전은 적의 섬멸이 아니라, 적들의 목적을 알아내기 위한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여차하면 전투 상황으로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아주 적과의 전투가 주 목적이 아니라곤 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지요.”

클레이즈 박사는 유 박사의 말을 다 들은 뒤 입을 열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에요. 마크 미르가 투입되고, 아직 실전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 했지만, P.E.V 필드 제네레이터와 휴대용 이지스 쉴드 장비를 각 트론에 장착시킬 것이니까.”

“하지만, 내가 만약 IQ 1000짜리 초절정 천재라고 해도, 마크 유그드라실을 4일 안에 완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카렌티어스가 화내겠지만, 마크 유그드라실과 카렌티어스는 이번 작전에서 완전 배제할 수밖에...”

클레이즈 박사는 그 말을 꺼내놓으며 카렌티어스가 자신에게 질문했던 말들을 회상했다.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릴 때까지 몇 시간이 걸립니까?’

클레이즈 박사는 카렌티어스의 그 질문의 놀라 그만,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다.

‘클레이즈 박사님. 마크 유그드라실에 타서 몇 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의식을 잃게 되지요?’

‘무슨 뜻이지? 카렌티어스 군.’

‘대답해주셨으면 합니다.’

‘9시간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2시간. 아니 그보다 빠를지도 모르지.’

‘그렇습니까. 생각보다 오랫동안 싸울 수 있는 것이군요.’

카렌티어스의 너무도 담담한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자신도 모르게 왈칵 화가 치밀어, 오른손바닥을 카렌티어스의 왼뺨을 향해 내려쳤다. 짜악 하는 손바닥이 카렌티어스의 왼뺨에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마크 유그드라실의 격납고에 울려 퍼졌다.

‘오랫동안 싸울 수 있다니!! 어째서 넌, 자신의 목숨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

클레이즈 박사의 화가 잔뜩 나 내뱉는 말에 카렌티어스는 담담하게 붉은 용안을 빛내며 말하였다.

‘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질리도록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대신할 건 얼마든지 있어. 네 목숨을 태워가면서 나설 필요가 없다는 말이야!! 알고 있잖아!! 굳이 트론의 코어에 내장하지 않더라도,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그것 자체가 사용자에게 주는 부담을 말이야!’

걱정스럽게 그리고 화난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클레이즈 박사에게 카렌티어스는 의연한 표정으로 담담히 말하였다.

‘마더 컴퓨터가 대체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것도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기계가 정말로 코어를 제어할 수 있을까요? 코어를 제어하는 것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다가 아닙니다. 코어를 제어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받아들이고 일체화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가능한 것은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저입니다.’

‘카렌티어스... 그래. 네 의지가 정 그렇다면... 하지만, 제네시스 미션까지만은 제발 참아주렴. 제네시스 미션때까지 마크 유그드라실을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조정해 볼 태니까.’



“유리카 괜찮아?”

카렌티어스의 말에 유리카는 뭔가 불만이 있는 듯하면서도 힘이 없어 보이는 모습을 보며 말하였다.

“응.”

유리카는 짧게 대답한 뒤, 뒤돌아서서 카렌티어스의 반대편으로 걸어 나갔다.
카렌티어스도 그녀의 뒤를 쫓아 발걸음을 옮길수록, 유리카는 발을 옮기는 속도를 높여갔다. 급기야는 유리카는 갑자기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카렌티어스도 유리카가 뛰기 시작하자, 그보다 더 빠르게 뛰어 그대로 유리카의 양 어깨를 붙잡아 세우며 소리쳤다.

“유리카 요새 왜 그래?”

“오빠는... 아무것도 몰라도 돼!!”

그대로 유리카는 양 어깨를 흔들어 카렌티어스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카렌티어스는 그럴수록 더 강하게 힘을 주었다. 그리고 카렌티어스는 유리카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아무것도 모를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카렌티어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리카의 두 눈에는 어느 새 고였던 물들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바닥에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 내렸다.

“그렇지만... 나... 열심히 해도, 강해질 수가 없는 걸. 아무리 해도, 그 녀석들을 동화할 수가 없어. 마크 미르는 할 수 있는 것을, 나는 할 수 없어. 펜릴도 쓸 수가 없어. 어떻게 해도, 마크 미르를... 아카라 오빠를 뛰어넘을 수 없는 걸.”

‘이럴 땐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나라는 인간은...’

카렌티어스는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자신에 대해 속으로 자책하고 있을 때, 비상 사이렌이 길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이렌 소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뻔하기 때문에 카렌티어스와 유리카는 각자의 맡은 역할을 하기 위해 헤어져야 했다.



“마크 미르와 이미르, 베드로 기를 최전방에 3번 포메이션으로. 마크 03 드로우, 마크 07 그레이, 메가세리움 알파는 최전방의 3기를 서포트 한다. 마크 06 시엘은 적이 이쪽에 방위선을 넘기 전까지 장거리 사격으로 처리하고, 메가세리움 베타와 마크 02 스카디는 시엘을 보호한다.”

-라져.

모든 트론의 파일럿들은 짤막하게 대답하며, 각자에 포메이션대을 유지하며 전투 지역으로 이동하였지만, 마크 02 스카디의 파일럿인 유리카는 불만인지 카렌티어스에게 소리쳤다.

-오빠!! 왜 내가, 후방이야!!

“명령이다!”

-싫어!! 그런 거!!

“싫으면, 싸우지 마.”



전투가 개시 된지, 30분도 채 안되어 그 많던 30여기에 크고 작은 레드 펜텀 나이트들도 사실상 전멸되어 갔다. 아니, 이미 이런 대규모의 전투를 거의 일주일에 3~4번, 심할 때는 매일 되풀이되어 갔기 때문에, 다들 이런 대규모의 전투에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펜릴을 막아내기 위한 P.E.V 필드 제네레이터가 아직 실전에 투입되지 않아, 펜릴을 막아내는 건, 마크 미르의 전용이 되어버렸긴 하지만, 그밖에 전투 패턴은 기존의 용들의 공격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 공격에 대해서는 신속히 대처를 함으로써, 별 피해를 입지 않고 끝나가고 있었다. 사실상, 최전방에 마크 미르, 이미르, 베드로, 이 세 기체만으로도 사실상 무적의 포메이션인지라, 대부분의 레드 펜텀 나이트들은 최전방에 배치된 이들 기체가 있는 방어 주역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격퇴되는 게 빈번했다. 원거리 타입이 끼어있지 않는 한, 뒤에 배치된 트론들은 사실상 논다고 해야 할까? 굳이 후방에 배치된 트론 중에서 제대로 전투에 참가하는 건, 원거리 저격 타입에 트론, 마크 06 시엘 밖에 없었다. 나머지 트론은 최전방에 전투를 서포트하거나, 간혹 강행 돌파하는 레드 팬텀 나이트 몇 마리를 잡는 게 고작이었지만. 이번 전투도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목표 0. 전멸입니다.”

“와아아!!”

한 오퍼레이터의 보고를 끝으로, 유라시아 나리어스 본부도 또 한건 넘겼다는,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기쁨으로 날뛰고 있었다.

“다들, 진정해라.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적들의 재차 침입에 대비해야 한다.”

커텔 사령관의 찬물 끼얹는 말에 그 제서야, 오퍼레이터들은 전투의 뒷마무리를 하느라 다시 바빠졌다.

“휴우, 이번에도 어떻게 넘긴 것 같긴 하네요.”

유 박사의 말에 클레이즈 박사도 입을 열었다.

“어떻게든 P.E.V 필드 제네레이터가 완성될 때까지는 이런 소모전을 계속 벌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어쩐지, 이 소모전은 의도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 뿐일까요? 클레이즈 박사님.”

“의도되었어. 자신이 가진 힘에 자신이 쓰러져버리게 하기 위한...”

갑자기 유 박사의 말에 대답해주는 5살 정도의 외모에 청색의 눈과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 티아리스트의 말에 유 박사와 클레이즈 박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커텔 사령관은 티아리스트에게 말하였다.

“의도되었다라... 누구를 쓰러뜨리기 위...”

“지나 도망쳐!!”

커텔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티아리스트는 단말기에 대고 소리쳤다.



B-X49(지나)는 자신의 몸에 부착된 기기들에 적색 수정들이 돋아나며, 순식간에 팔 다리를 휘감아가는 것에 트론을 마구 움직이려고 시도하며 비명을 질렀다.

-시, 싫어!!!

지나의 이변, 그것은 굳이 지나가 비명을 지르지 않아도, 마크 06 시엘에 외부 장갑 곳곳에 적색의 수정이 돋아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트론들도 이변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마크 06 시엘, 파일럿 캡슐 사출!”

카렌티어스가 아무리 사출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화면에는 에러만 뜰 뿐이었다.

-오빠, 내가 구해볼께!!

“잠깐 기다려!! 유리카!!”

카렌티어스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리카가 탄 마크 02 스카디는 그대로 달려가 시엘의 파일럿 캡슐을 빼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되려 스카디의 양손에 적색의 수정들이 돋아났다.

“유리카 후퇴해!!”

하지만 유리카는 카렌티어스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역으로 동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나에게는, 마지막 기회야. 아직, 난 강해. 이런 녀석 먹어버리지 못할 리가 없잖아!!!

그러나 갑자기 스카디의 양손에서 펜릴이 발생하였다. 펜릴이 걷혔을 때는 양팔이 사라진 뒤였고, 유리카는 비명과 함께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마크 06 시엘의 전신은 거의 적색 수정에 뒤덮여가고 있었다. 이쯤대자 베드로와 이미르, 그리고 메가세리움알파와 베타는 어느 정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마크 06 시엘이 레드 팬텀 나이트가 대버리기 전에 파괴하기로.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갑자기 마크 미르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스카디가 그랬던 것처럼 역 동화를 시도하자, 적색수정들 일부가 에메랄드빛의 수정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마크 미르의 파일럿인 아카라는 지나에게 들으라는 듯 소리쳤다.

-지나!! 넌 여기 있어!! 절대로 여기 있다고!! 강하게 마음을 먹어!!

그대로 마크 06 시엘에서 펜릴이 발생하며 마크 미르를 삼켜버렸다.

“아카라!!!”



어두컴컴한 곳.
빛이라고는 어디에도 없는 그런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지나였다.

‘헤에, 그것 참, 귀엽게 생겼는데.’

‘야, 이거 범죄잖아?’

‘뭐, 어때. 어차피 트론의 부속품으로 대량으로 만든 것들이잖아. 그 중 하나 정도 가지고 논다고 해도, 어떻게 되는 거 아니잖아.’

‘뭐, 그렇기야 하겠지. 어차피 이 녀석들은 유전자 단계에서 생식능력을 제거해버렸으니까, 요는 아무리 즐겨도 티 하나 안 난다 이거지.’

“싫어!!”

지나는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여전히 두 눈과 두 귀로 보여지고 들려지고 있었다.

‘얌마, 너만 재미 보냐.’

‘그럼, 넌 이 년 입에다 처넣으면 되잖아.’

‘아, 아파요. 시, 싫어!!’

퍼억.

‘싫긴 뭐가 싫어. 니년도 실은 즐기는 거 아니냐? 하긴, 우리 말 안 들으면 불량품이라는 명목으로 폐기처분하면 그만이야.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A-X01도 얼마나 반항했더라? 몸은 꽤나 좋았던데, 큭큭.’

‘B-X49, 살고 싶으면 얌전히 우리가 시키는 거 하라고. 어차피 니들의 수명은 그렇게 길지도 않잖아? 충분히 즐겨두어야지.’

‘어이, 뭐하는 거야?’

‘제길, 운이 없군. 하지만, 니년 역시, 우리보다 더 운이 없을 거야.’

‘이런, 꼴이 이게 뭐니? 괜찮니? B-X49.’

‘... 으흑.’

‘정말이지, 남자들이란 정말 자기 욕구밖에 채울 줄 몰라. 2명이서 한 명을 그렇게 굴다니, 요새 할 일이 없나 보군. 이따가, 잔뜩 할 일을 만들어 줘야 겠어.’

‘저, 저기 고, 고맙습니다. 아줌마.’

‘이런, 이런, 아줌마라니. 난 아직 20대 창창한 아가씨라고. 그러니까, 언니라고 불러.’

‘어, 언니.’

‘꺄아~ 귀여워!! 그래, 이 언니를 따라오렴, 언니가 좋은 것을 가르쳐 줄게.’



“싫어!!!”

지나는 소리치면서 두 눈을 떴다.
싫은 기억, 인간이 아닌, 완전 노리개 취급뿐이었던 기억.
그리고 두 눈을 뜬 지나의 눈앞에, 자신과 닮은 아니 어렸을 때의 자신이 각종 액체와 오물로 범벅이 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오른손을 내밀며 말하였다.

“넌 어디에 있어?”

오른손에서는 적색의 수정이 어느새 돋아나 있었다.
지나는 눈앞에 존재가 하는 말에 힘없이 대답하였다.

“나는... 어디에도 없어... 어차피, CAGE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들에게는 인간이 아니라 그저 쓰다버리는 소모품일 뿐이니까.”

“어차피 우리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까, 우리와 하나가 대자.”

-그 말을 들으면 안돼!! 지나!!

갑자기, 어둠 속 저편에서, 아카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새 지나와 닮은 존재 마주 편에 파일럿 슈트를 입은 아카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카라...”

-지나...

“아카라 오빠... 미안. 나, 오빠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깨끗한 아이가 아니야.”

-지나...

“사실, CAGE에 있는 아이들 대부분은 나처럼 그렇게 더럽혀진 아이들은 대부분... 하지만, 더럽혀진 아이들은 더럽혀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기를 믿으며 다른 애들을 지켜주려고 결국... 그런 셈이야.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그렇게 즐겨버렸을지도 몰라...”

-지나...

“그치만... 미란이나 지수 언니는 정말로 깨끗해. 지켜주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미란이는...”

-난, 그런 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게 아니야!!! 어째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거야!!

“아카라 오빠... CAGE에 있는 모든 아이들은 아카라 오빠를 좋아해... 우리들과 달리, CAGE에서 태어나지 않은, 우리들의 눈에는 유일한 인간이자 희망으로 비쳐졌어. 그리고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했고... 그러니까, 오빠는 몰랐으면 했어. 오빠는 그런 사실을 알면, 분명, 될 리가 없는 무모한 짓을 벌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너희들도 인간이야!! 당연하잖아!! 말을 하고, 생각하고, 울고, 웃고, 싸우고, 화해하고,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당연히 인간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잖아!! 네가 트론에 타게 된 것은, 네 의지가 아니지만, 하지만, 싸우는 이유는 지켜주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야?

“아카라 오빠...”

-돌아와!! 너 하나 죽게 되면 다 인줄 알아? 생각해봐!! 그리고 도망치지 마!!

“... 하지만...”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사라지고 싶다면, 네가... 너를 죽이겠다. 5분 주겠다. 결정해.

“나는... ”



“여기에 있고 싶어...”



마크 미르와 마크 06 시엘을 삼킨 거대한 펜릴이 줄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베드로와 이미르, 메가세리움 알파와 베타는 곧 모습을 드러낼 레드 팬텀 나이트를 대비하기 위해 전투태세로 들어갔다.

-지나를 구해야 해요!! 지나를!!

-오빠!!

“어쩔 수 없어. 아마, 지금쯤, 너희들이 알고 있는 지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거야. 인정하도록 해.”

카렌티어스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보고 있었으면서, 이번에도 아무도 구하지를 못한 자신.

-모든 게 잘 될 거야. 카렌티어스.

“티아리스트 에르나 인가?”

줄어들어가는 펜릴에서 갑자기 뭔가가 튀어나오더니 저 하늘로 날아올라가고 있었다.

“레드 팬텀 나이트 1기가 확인되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끝남과 동시에 펜릴이 완전히 거두어졌을 때,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뜻밖에도 만신창이가 된, 마크 미르와 마크 06 시엘이었다.

-여기는 아카라 에르나. 지나는 무사하다.

-정말, 아카라와 지나야?

-언니... 미안해...

파일럿끼리 살아있다는 것에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카렌티어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다들, 기뻐하는 것은 일단 모든 전투가 끝난 뒤에 하도록 해. 지금은 저 하늘에 떠 오른 레드 팬텀 나이트를 요격하는 것이 먼저다.”

-어이, 카렌티어스. 저 높이에서는 말이지, 아무리 나라도 말이지, 요격할 수 없다고.

카렌티어스의 말에 유우키는 그렇게 말하였다.

-카렌티어스... 내가 요격할게.

“지나, 지금 네 상태로는 불가능할 텐데.”

-마크 미르로 시엘의 무기를 동화하면 가능해.

“아카라... 하지만, 너도 지금 상당히 지친 상태야.”

-아직, 할 수 있어. 한번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좋다. 마크 미르는 마크 06 시엘의 스나이퍼 건을 동화해서, 에너지를 보내준다. 마크 06 시엘은 모아진 에너지로 저 하늘로 도망치는 놈의 코어를 날린다. 둘 다 지친 상태니까, 찬스는 단 한번 뿐이다.”

-라져.

마크 미르의 손이 마크 06 시엘의 무기인 스나이퍼 건에 닮았다. 그리고 스나이퍼 건과 그것을 쥐고 있는 시엘의 양손에 에메랄드빛의 수정이 돋아나더니 깨어지며 스나이퍼 건이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에너지 충전 200% 완료. 좌표 축 고정 완료.

지나는 그 말을 끝낸 뒤, 방아쇠를 당겼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에메랄드빛의 빛줄기는 그대로, 도망가는 레드 팬텀 나이트의 코어를 꽤 뚫어버렸다. 곧 펜릴이 발생함과 동시에, 레드 팬텀 나이트 한 마리는 소멸했다.

“커텔, 동화현상에 대항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겠어?”

반말 까는 5살의 티아리스트의 말에 커텔이 대답했다.

“너는 알고 있는가?”

“마음을 강하게 먹는 것. 자신이 여기에 있어야 하는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 말은 CAGE에 있는 소모품을 소모품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취급해야 한다는 뜻인가?”

“인간이 인간을 인간으로 대접하는 게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야? 하나도 잘못된 것이 아니잖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하지만, 혼자는 약해. 그러나 여럿이면 강해.”



“아버지, 제가 왜 오퍼레이션 블루(OPERATION BLUE)에 작전 멤버에서 빠져있는 거지요?”

카렌티어스의 질문에 커텔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전투가 주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론이 3기나 갑니다. 당연히, 그들의 지휘와 코어의...”

“이곳에 남는 트론은 6기다. 3기는 마더 컴퓨터만으로 족하다.”

“하지만...”

“더 이상 토를 달지 마라. 마크 미르, 메가세리움 알파, 사도 베드로는 알다시피 우리의 강력한 전력들이다.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보다... 남겨진 파일럿들을 보살펴주도록 해라. 유리카와 지나라는 아이를 특히 잘 보살펴주어야 할 거다.”

‘방금, 내가 무엇을 들은 거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도대체 아버지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카렌티어스 뭐하는 거냐? 작전을 위해 떠나는 그들을 배웅하러 가지 않는 거냐?”



아카라와 카렌티어스는 마주보았다.
그저 웃으며 서로에게 경뢰를 할 뿐이었다.
말은 없었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고 있었다.



“셰나 군. 어린 파일럿들을 부탁한다.”

“유우키 대위님, 그런 소리 마세요. 전투가 주 목적이 아니지만, 살아남도록 노력해주세요.”

“하하하, 당연히 죽을 리가 있냐? 저기 정신 나간 신부님보다 먼저 죽을 리가 없잖아?”



“신부님, 가시는 거예요?”

마크 07 그레이의 파일럿인 S-X01(라스)는 손질 안된 보라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파일럿 슈트를 입은 안데르센 신부를 바라보았다. 안데르센 신부는 라스에게 낡은 성경을 건네주며 말하였다.

“내가 지옥에서 돌아올 때까지, 성경에 쓰인 구절 하나하나 빼먹지 말고 몽땅, 머릿속에 쳐 박아 두어라. 만약, 한 구절이라도 모를 시에는 존내 맞는 거다.”



마크 미르, 메가세리움 알파, 베드로를 태운 대형 수송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것을 바라보며, 청색의 눈과 머리카락을 가진 티아리스트는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1시간 전에 아카라와의 대화를 회상했다.

‘아카라... 괜찮겠어?’

‘알고 있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칠 수는 없잖아.’

‘얼마 안 남았어. 아카라의 몸은 이제 한계야. 지금이라도 오퍼레이션 블루(OPERATION BLUE)에 참전하지 말고, 치료를 해야 해. 아직 최초의 동화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으니까, 금방 치료할 수 있을 거야.’

‘괜찮아. 전투가 목적이 아니잖아.’

‘아니야. 싸우게 될 거야. 그 애는 정보를 주지 않으려고 할 거야. 그 애는 이 별의 하늘을 빼앗으려고 하고 있어.’

‘나는 너를 믿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직 너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어. 데이터를 얻을 때까지만 버티면 돼. 그때까진 충분히 몸이 견딜 수 있으니까. 마크 미르에 의한 동화현상이 발발하기 전에 돌아올 수 있다고.’

회상을 끝내며, 티아리스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카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061 난 가끔보면 진짜 신기한게 [1] 닭느님 2010.12.18 1837
62060 토실토실 아기 돼지~~~♬ [12] 책벌레공상가 2007.04.09 1837
62059 혹시 웹박수 사용하실 분은 장난감 시리즈를 부디... [3] losnaHeeL 2010.02.26 1835
62058 근육맨 레이디 [4] 새턴인DAN 2009.03.25 1827
62057 DORKAS Research Lab [12] DORKAS 2006.05.08 1818
62056 욕설 남발하지 마십시오 [14] Vermond 2010.03.16 1803
62055 오늘 쩍벌남인가 뭔가가 뜨길래 한마디함. [1] Yes-Man 2010.12.18 1789
62054 존나 심심한데 나나카 크래시나 하죠 [3] 닭느님 2010.12.18 1787
62053 Extreme - Suzi (Wants Her All Day What?) [4] Child 2007.08.02 1783
» (구창도 완결 릴레이) [Tialist] 19~21 아란 2006.11.22 1774
62051 역시 신경계는 머리 아파.... ㅡㅡ; [1] 乾天HaNeuL 2010.12.19 1761
62050 세계 RPG제작사이트 나들이 [5] khas 2007.01.29 1748
62049 중국인이 한국디스.. 한국인이 중국디스.. [6] ♥I-na♥ 2008.09.19 1743
62048 정모사진 [2] 단추 2007.02.06 1741
62047 액알에서 메테오를 만들어볼려했다 - _- (헛질) [7] 비창 2006.09.22 1735
62046 으음....창조도시에 들어와보니... Monami。 2005.05.22 1734
62045 rpg 검색할때 나같이 하는분..? [16] 이웨카 2005.07.28 1733
62044 차였습니다. [5] 뱀신의교주 2010.12.18 1730
62043 신작은 이미 위안부 퀘스트로 불리고 있군요 [23] Roam 2009.07.12 1726
62042 번역. 베릭 VS 하운드 결투재판 [1] 비터스틸 2010.11.28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