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문학 (구창도 완결 릴레이) [Tialist] 01~06

2006.11.22 02:15

아란 조회 수:2373 추천:1

[Tialist] 001 : 아픔, 침묵
글쓴이 : 아란

저녁, 노을 진 붉은 하늘.
그 하늘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동자 역시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다른 의미에 붉은 빛이었지만.

“아카라~”

왠지 무엇인가 멍한 상태로 자신도 모르게 뭐라 중얼거리고 있던 아카라라 불린 소년은, 어느 소녀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멍해 보이던 붉은 빛을 띠던 눈동자는 푸른색(?)으로 돌변하며 자신을 부른 소녀를 바로 보기 위해 초점을 모으며 소녀를 향해 뒤돌아보고 있었다.

“에, 미란이가 여긴 어쩐 일?”

단정하게 정돈된 블루블랙에 단발의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며 미란이라 불린 가슴까지 오는 검은 색 머리카락의 소녀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미란이 역시, 빙긋 웃으며 말하였다.

“어쩐 일이긴, 저녁 식사 다 되었는데 아카라가 없어서 부르러 온 거지.”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럼 Cage에 돌아 가 볼까?”

아카라는 미란이를 따라 가며 내심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분명, 내가 뭔가 대답한 거 같긴 한데...’

‘뭐, 기분 탓이겠지.’



[유라시아 동부 국가연합 지부]

“목표 엔리멘탈 코드 타입 방패(Shield)."

“바이오 타입 워터!!”

급히 소집된 듯, 채 복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지부 메인 룸에 모여들어 각자의 자리에 앉아 상황 보고 및 각종 체크를 하고 있었다.
정면에 메인 스크린에는 한 거대한 푸른 용(龍)이 용을 저지하려는 미사일 센터, 전투기 등을 너무나도 쉽게 무너뜨리며 전진해 오는 것이 보였다.

“역시, 보통의 병기는 먹히지 않는 군.”

이곳 사령관인 커텔 N 프로브는 예의 포커페이스를 갖춘 채로 정면에 메인 스크린에 비춰지는 푸른 용에 모습을 한 거대 생명체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핵병기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요. 아버지.”

백금색을 띠는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을 한 소녀(?)에 회백색 눈동자가 커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 눈동자는 애써 뭔가를 참는 듯, 간혹 적색을 띠기도 하였지만, 금새 회백색으로 돌아갔다.

“카렌티어스 군에 말도 일리는 있지만, 정확히는 핵병기조차도, 녀석들 용을 침묵시킬 수는 있어도 완벽하게 소멸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닥터 유에 말대로다. 16년 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용조차도 대륙 하나를 날리다 시피 한 핵공격을 받고도 죽지 않았다. 다만, 그 육체는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녀석에 코어는 파괴되지 않았다.”

“아버지,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 아닙니까.”

허리까지 오는 백금색의 머리카락에 미소년(입니다...), 카렌티어스 N 프로브에 말에 닥터 유가 말하였다.

“그래서, 언제나 출격 가능하게 트론(Tron)을 정비해 두었으니까, 남은 건, 파일럿 호출만 남은 거야. 뭐, 호출하긴 했지만.”

닥터 유는 왠지 파일럿 호출을 말하면서 뭔가 껄끄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여전히 그 일에 관해선 껄끄러워 하는 것 같군. 닥터 유.”

“뭐, 당연한 거 아닙니까? 아무리 우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라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아이들, 오직 싸우다 죽기 위해 유전자 조작되어서 태어난 아이들이잖습니까?”

닥터 유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한 부서에서 경고음과 동시에 메인 모니터에 다른 장소가 포착되었다. 모니터에 비친 곳은 한 회색 돔 모양에 건물이 용에 의해 산산조각 난 모습이었다.

“당장, 1번, 2번, 3번 Cage에 연락해서 파일럿의 생사 유무를 어서!!”

“안됩니다!! 아까의 공격으로 회선이 끊겼는지 계속 무응답입니다!!”

메인 터넌스에 한 부서에서 난리가 났다. 그것을 지켜보던 커텔은 여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나지막이 말하였다.

“지금 현재, 엔리멘탈 코드(Elemental Code)를 각성할 가능성이 있는 소모품은?”

“그 일이라면... 아버지, 잠시 예비 Cage에 갖다오겠습니다.”

카렌티어스는 커텔이 나지막이 한 말에 그렇게 말하고는 뒤에 위치한 비상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예비 Cage]

“아카라. 아무 일 없는 거지?”

“아무 일, 없을 거야.”

미란이에 말에 아카라는 대답하였지만, 그 역시 확신을 못 하는 듯한 느낌이 깔려 있었다.
갑작스런 경보가 울려퍼지며 Cage내에 비상 섹터로 피신했지만, 곧 얼마 안 있어 강력한 충격과 함께 전기가 나갔는지 전등이 나가버렸다. 촛불도 손전등도 없는 상황에서 아카라, 미란이를 위시한 200명의 크고 작은 아이들은 갑작스런 사태에 겁을 먹고 있었다.

키이잉.

비상 섹터에 문이 열리며(열릴 리가 없지만 열리고 있었다) 빛이 섹터 내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한 인영이 보였다. 그 인영, 카렌티어스는 이미 가야할 곳을 알고 있다는 듯, 그 많은 겁먹은 아이들 사이를 헤매지 않고 정확히 아카라와 미란이가 있는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 왔다. 주변에 아이들은 허리까지 오는 백금발을 휘날리는 그를 보며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입고 있는 옷에 찍혀있는 국가연합 마크에 겁먹고 조용히 있었다. 이내 카렌티어스는 아카라 앞에 섰다.

“아카라 에르나. 일어나라.”

아카라는 자신을 부르는 말에 고개를 돌려 카렌티어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카렌티어스의 얼굴을 바라보는 아카라의 푸른 눈동자가 심하게 떨린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이 한 마디가 나온다.

“엄... 마?”

아카라가 내뱉은 말에 카렌티어스의 회백색 눈동자에 약간이나마 적색 빛이 감돌았지만, 곧 사라진 채로 카렌티어스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아카라에게 말하였다.

“기분 나쁘군. 하지만 지금은 아카라 네가 필요하니 못 들은 것으로 하지.”

카렌티어스는 그대로 아카라의 손목을 잡은 채로 그대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안돼!! 아카라를 데리고 가지 말아줘요!!”

침묵을 깨고 미란이가 갑자기 카렌티어스의 다리를 잡으려다가(뭔가 움찔한 듯,) 아카라의 다리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그런 미란이를 향해 카렌티어스에 회백색 눈동자에 초점 없는 시선이 옮겨졌다. 이내 회백색 눈동자는 초점 있는 적색 눈동자로 변해버리고 그 시점과 마주친 미란이에 몸은 마치 고양이 앞에 겁먹은 쥐 마냥 멈춰버리고 말았다.

“C-X31이군. 아카라가 없었다면, 널 데리고 갔을 거다.”

카렌티어스의 말에 미란이는 몸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쓰러지듯 엎어져 버렸다.
놀란 아카라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카렌티어스는 그대로 아카라를 이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나가는 카렌티어스의 두 눈동자는 어느 샌가 초점 없는 회백색 눈동자로 변해있었다.

그렇게 말없이 두 소년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 어느 격납고에 도착하게 되었다.
격납고에 정면에는 흑색의 거인이 보였다. 그 거인을 보며 카렌티어스는 아카라가 들으라는 듯 회백색 눈동자의 시선은 거인에게 둔 채로 말하였다.

“타라.”

카렌티어스의 말에 아카라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옆에 있던 캡슐에 탑승하였다.
캡슐에 뚜껑이 닫히기 직전 아카라는 용기를 낸 듯, 카렌티어스에게 소리쳤다.

“저, 저기, 아까 엄마라고 한 건...”

“카렌티어스 N 프로브다. 그리고 아카라 네가 무슨 말 하려는 지는 안다. 사과할 필요는 없어.”

아카라의 말을 중간에서 싹 자르며 카렌티어스는 말하였다.
그리고 이내 캡슐은 거인의 등에 난 삽입구를 통해 삽입되기 시작했다.

“나도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에 접속해야겠군.”

카렌티어스는 이내 엘리베이터를 통해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이 있는 곳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싸우는 건가? 나도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되는 건가?’

“카렌티어스라... 내가 왜 그 사람을 엄마로 착각한 거지.”

아카라 에르나는 어두컴컴한 캡슐 속에서 중얼거렸다.
그때 갑자기 캡슐 내부가 번쩍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이상한 기기 같은 것이 팔 다리, 머리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강렬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아프잖아!!’

아카라의 비명 소리와는 상관없이, 연신 시스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경 섹터 제 1동화 작업 컴플리트.」

「신경 섹터 제 2동화 작업 컴플리트.」

「신경 섹터 제 3동화 작업 컴플리트.」

「코어 섹터 동화 작업 올 컴플리트.」

「오류 발생 없음.」

‘이게 뭐야. 그것보다 몸에 감각이, 달라.’

「컨트롤 링크 시스템 접속 컴플리트.」

“들리나, 아카라 에르나.”

뭐가 뭔지 정신없는 아카라 에르나 옆에 갑자기 적색 홀로그램으로 모습을 드러낸 카렌티어스에 모습이 나타났다.

“다, 당신은!!”

“겁먹을 필요는 없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에 의해 네가 탄 트론 마크 03 드로우의 코어가 내쪽에 접속 된 것이니까.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다 아니까,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도록.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니까. 그것보다 지금은 눈을 뜨는 것을 생각하는 게 나을 거야.”

카렌티어스의 말에 아카라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재차 말을 꺼내려 하였지만, 그 전에 다시 카렌티어스가 입을 열었다.

“네가 탄 거인, 트론(Tron) 마크 03 드로우와 너는 아까의 동화 작업을 통해 신경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마크 03 드로우에 행동은 달라지게 되어있다. 일단은 아무것도 안 보이니, 눈을 뜨는 것을 생각해라.”

아카라는 그에 말대로 천천히 눈을 뜬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눈앞에 어두컴컴했던 스크린에 바깥 모습, 격납고에 모습이 비쳤다. 눈을 감는다는 생각을 하자 스크린은 어두컴컴해졌고 눈을 뜬다는 생각을 하자 다시 밝아졌다.

“이제, 이대로 3번 게이트를 통해 지상으로 사출 될 것이다. 일단 지상으로 나가면 최대한 마크 03 드로우를 네몸처럼 자유자재로 빨리 다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에 적은 결코 틈을 주지 않으니까.”

카렌티어스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트론 마크 03 드로우, 흑색의 거인은 순식간에 3번 게이트를 통해 지상으로 사출되어 나갔다. 지상에 첫 모습을 드러내게 된 마크 03 드로우 앞에는 거대한 푸른색의 용에 모습이 보였다. 살아 움직이는 물인 마냥 움직일 때마다 물이 사방으로 튀는 용은 이내 마크 03 드로우를 발견했는지 머리(라고 해당되는 부분)를 마크 03 드로우를 향해 돌렸다.

“이게 용? 생각했던 거와 전혀 다르잖아?”

아카라는 솔직한 자신에 생각을 말로 내뱉었다.
그때 용에 입(이라 해당되는)이 열리며 뇌를 울리는 말이 흘려퍼졌다.

『티아리스트의 코어에서 태어난 아이구나.』

“마, 말을 해.”

용이 내뱉은 말에 아카라는 놀라서 말을 내뱉었다.

“절대 신경 쓰지 마라. 녀석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교활하다. 아카라, 네가 할 일은 오직 용에 코어를 찾아 부수는 일이다.”

“응.”

아카라는 눈을 뜬 것처럼 걷는 다를 생각했다.
아카라에 생각대로 마크 03 드로우는 순조롭게 걷기 시작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 불안하게 걷고 있었지만, 용은 결코 마크 03 드로우가 제대로 달려들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이내 용에 팔 부분이 순식간에 물에 채찍으로 변해 마크 03 드로우에 다릴 붙잡은 뒤 그대로 내 던져버렸다.

쿵.

“으아아아악!!”

마크 03 드로우가 땅에 부딪침과 동시에 아카라 역시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치는 건 네 몸이 아니다. 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녀석에게 당한다!!”

카렌티어스에 말도 아무 소용없이 아카라가 조종하는 마크 03 드로우는 제대로 대항하지도 못 한 채로 계속 용에게 다리를 붙들려 계속 땅에 내려쳤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용이 다리를 붙들려 하자 아카라는 발악을 하려는 듯 그 용에 채찍을 마크 03 드로우에 오른 손으로 붙잡으려고 했다.

파, 파, 팍.

그러나 아카라의 생각과는 달리 채찍은 순식간에 여러 갈래로 갈라지더니 이내 마크 03 드로우에 왼쪽 어깨, 왼쪽 허벅지, 오른쪽 배를 찔러 관통하였다. 찔린 상처에서는 적색에 액체가 물 흐르듯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큭!!”

아카라는 엄습해오는 심한 고통을 애써 참으로 마크 03 드로우의 오른 팔을 움직여 갈라진 용에 채찍을 뜯어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용은 그런 시도마저 봐주지 않은 채로 다른 팔을 늘려서 칼처럼 단숨에 마크 03 드로우의 오른팔을 잘라버렸다.
잘린 부위에서는 적색의 액체가 콸콸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쇼크는 그대로 아카라에게 전달되었다.

“아... 아아아아아아악!!!”

극심한 고통과 함께 아카라의 눈앞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리고 아카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용은 침묵한 마크 03 드로우를 그대로 아무렇게나 내던져 버렸다.

콰장창.

“아카라!! 아카라!! 아카라!!! 절단된 건 네 팔이 아니야!! 정신 차려!!”

카렌티어스의 말도 소용없이 아카라는 연신 같은 말만 중얼거렸다.

“...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죽을 거야... 죽게 될거야... 엄마에 두 손에...”

그리고 아카라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마크 03 드로우. 완전 침묵. 목표 계속 이동 중.”


====================================================================================================================


[Tialist] 002 : 분열, 배신
글쓴이 : 다르칸



한반도에서 거대하고 푸른 몸체를 지닌 용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것은 절망을 불러 일으켰고, 슬픔으로 사람들을 지배했다.
Tron_JS-7. 홀연히 나타난 거대한 트론의 모습...붉디 붉은 몸체를 자랑하는 이 거대한 괴수는 허리에 거대한 일본도를 차고 있었다.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는 그것이 유일하게 용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아시아의 몇 안되는 국가인 일본의 트론임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 에엣. 역시 마음에 안 들어! 꿈틀거리다니..

이윽고 붉은 트론은 몸을 서서히 일으켜, 어깨 위에 얹어 있는 것을 한 번 돌림으로써 전시의 흥분을 되살렸다.
.
.
.
"좌표 007.008 에서 일본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론 발견. 스텔스 기능으로 숨고 있었다고 추측됩니다!"

오퍼레이터는 커다란 화면에 뜨는 붉은 반점과 그 옆에 나타난 푸른색 점 옆에 JS라는 이름을 새겨 넣었다. Japan Samurai의 약자인 이 글자는 그것이 바로 일본에서 만들어낸 트론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려주었고, 어깨에 붙은 '7'은 얼마 전에 완성된 7식 이라는 것이었다.

"일본이...7식을?! 어째서?"

오퍼레이터들은 숨을 죽이고 일본돌르 빼어 들고 용을 주시하는 트론을 바라보았다.
.
.
.
- 자아-. 일본이 대 제국을 건설하는 바로 밑거름이 되는 것은 이렇게 호화스런 축하하 있어야지. 안 그래?

- ...?

- 네 녀석의 몸뚱아리는 덴노헤이카에게 드리는 내 선물이다.

파악.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붉은 몸체는 길게 늘어진 촉수들을 가르기 시작했다. 이미 반 이상이 잘라져 얼마 남지도 않은 몸체의 용은 눈에 띄게 당황한 구석이 뚜렷했고, 더 이상 그것은 붉은 트론의 상대가 되질 못 했다.
서걱. 산산히 흩어진 푸른 잔해를 집어 든 붉은 트론은 정지했다.
.
.
.
한국 국가연합 총수인 Narias의 의회실은 갑자기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지금 18시 05분을 기준으로 하여, 일본은 국가연합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국임을 선포하며, 일본자위대는 일본 국군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이하 모든 정권은 덴노 헤이카(일왕 폐하)에게 위임된다!!

붉은 트론에서부터 나온 이 한마디는 커텔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미 인류는 용이라는 적을 만나 앞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배신이라니! 분열이라니!

"무슨 일인가! 당장 국가연합 본부로 연락해!"

당황스러운 커텔은 오퍼레이터들을 재촉했다. 곧 전화기에 붉은 빛이 들어오고, 현 미국의 그레이스 통령과 프랑스 라이드 통령, 영국 세아드라 여왕 등의 목소리가 혼잡하게 들려왔다.

"각하-! 각하!!"

"아, 말하게 총사령"

"일본이 국가연합으로부터의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알고 있네. 현재 인공위성에서 들어온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북해 함모전단은 현재 동진하여 이곳 하와이를 향하고 있다고 하네"

"그럼, 저희 측에 온 JS는?!"

"어쩔 수 없네. 이곳의 무력으로 그들을 무찌를 수는 없어!"

뚝. 제기랄! 커텔은 솟아오르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다시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이제 ㅂ문재는 적이 아니라 내부의 배신자를 잡아야 한다

"카렌티어스냐? 좋다. 현부로 우리의 목표는 바뀐다. 우리의 적은 용과 배신자 일본이다."

잠시 수화기 저쪽편에서 침묵이 전해졌다.

"그렇지만, 지금 이곳엔 최신식 장비로 도배를 한 녀석을 상대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제기랄-! 함포를 쏘던 폭격을 하던 하란 말이다!! 그래! 드로우! 그 아키라 녀석을 깨워"

"예"

부자의 대화를 조촐하게 끝났고, 커텔은 고개를 돌렸다. 어느 새 사무실에 들어와 묵직한 보고서를 들고 있는 닥터 유는 커텔 앞에 그 보고서들을 올려 놓았다.

"현재 일본이 감행한 대 한국에 대한 공격입니다. 아마, 지금 같은 혼란기에 배신할 것을 우리가 눈치 채지 못 한 것이 큰 실책이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건 알고 있네. 어떻게 해야하지?"

"상대의 코어 동화율은 100%에 육박합니다. 뇌를 이식하거나 하지 않았다면 꿈도 못 꿀 움직임입니다. 대적할만한 것이라고는 유라시아 중부 시베리아 기지에 있는 핵미사일입니다만, 그것을 쓸 경우 우리 역시 무사하진 못 할 것이고, 남은 것은 트론 마크 03 드로우 뿐 입니다"

"용보다 더 하군"

"그 용을 가루로 만드는 것을 보셨지 않습니까?"

커텔은 깍지를 끄고 그 위에 턱을 얹었고, 닥터 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방을 비워 주었다.
.
.
.
.
어둠이 그늘진 방 안. 두 사내가 서서 노을지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폐하"

"담배 한 대 피우겠나?"

"황송하옵니다"

피직. 종이담배에 바알간 불이 붙었고, 희번뜩거리는 이의 얼굴이 붉게 비춰졌다. 그것은 공포스러워 보이기 까지 했으나, 더 이상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일본은 추잡스런 과거를 딛고 대 제국으로 부활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폐하"

담배 연기가 자욱해져, 이제 입 주변도 잘 보이지 않았으나, 그 중 40대로 보이는 이의 까칠한 수염과 턱은 묘하게 일그러져 웃음을 짓고 있었다.

"크하하하핫-!! 나는 황제가 되는 거야! 도요토미도. 오다도. 도쿠가와 같은 영웅들도 하질 못 한 일이란 말이다!"

"덴노 헤이카 만세!! 덴노 헤이카 만세!!"

40대의 그는 그늘진 곳에 어둠 속에 몸을 묻고 조용히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지어냈다. 잠시 그의 뒤로 붉고 희번득한 눈이 띄였으나, 둘은 그것을 알아채지..아니, 처음부터 그런 것은 없었을 수도. 아니면 그것이 모든 것을 이루어냈는지도 모를. 다만, 지금은 덴노를 찬양하는 만세소리가 작은 방을 가득히 채우고 넘어서 오사카성을 울리고 일본 열도를 울렸다.
.
.
.
짙게 핀 먼지구름과 무너진 건물의 잔해..그리고 흑색 트론.

"눈을 떠라 눈을."

카렌티어스의 읆조림은 드로우 안에서 고통과 함께 침묵하고 있는 아키라의 눈을 뜨이게 만들었다.

- 나, 나는?

"싸워라. 네 적이다"

카렌티어스는 건물 잔해 속으로 모습을 감췄고, 아키라는..아니, 그 거대한 다크 엘프는 뭔가에 홀린 듯 서서히 몸을 움직여 사라져가는 태양을 등에 지고 붉게 타오르는 트론을 향해 몸을 날렸다.

- 일어났냐?

붉은 트론의 사무라이가 맨 처음 건낸 인사와 함께 밤이 다가왔다.


====================================================================================================================


[Tialist] 003 : 침략, 고통
글쓴이 : 카에데


그 JS 파일럿의 인사가 끝난 뒤 카렌티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걱정 마. 충분히 데미지를 줄 수 있어.. "
그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한 줄기의 희망이 있다는 듯. 그렇게 아카라에게 말했다.

" 무.. 무엇을? "
하지만 아카라는 잠시 쓰러져 있던 상태였기에. 무엇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였다. 분명 설명이 필요한 상태였다.

" 왜 같은 트론과 싸워야 하는 거지? "
그랬다. 아카라는 트론이 만들어진 이유가 용을 처치하기 위한 단 하나의 목적이었다고 기억했었지만 바로 앞에 자신을 공격하려 하는 근사하기 그지 없는 트론을 보고는 상황을 모르고는 아까의 충격 때문에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저 트론은 일본의 JS 7식이다. 일본은 방금 우리에게 배신을 알렸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분명, 아까의 푸른 용 보다도 훨씬 강하다. 하지만 저 괴물을 막을 방법은 단 하나, 너다. "
오른팔이 잘려버린 고통을 가지고 강하디 강한 적과 싸워야 하는. 그것도 생전 처음 겪은 상황을 풀어해쳐 나가야 하는 아카라의 심리는 곧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되었다.
그러자 아카라의 눈동자가 적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카라는 딴 생각을 하는 듯 멍하니 있었다.

- 겁을 먹어서 움직일 수도 없는 건가? 아직 실력 발휘도 하지 않았다고.
JS 파일럿의 목소리가 아카라의 뇌리에 스치자 아카라는 몽상에서 깨어났다.

" 머무를 시간은 없다. 공격해라! "
그리고 공격을 재촉하는 카렌티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카라는 입술을 잘금 씹으며 말했다.
" 좋다. 간다! "
아카라는 JS를 향해 달린다라는 생각을 하자 검은 트론은 달리기 시작했다.
아까의 불안했던 걸음마는 어디가고 없었고 위협적인 공격이 다가오고 있었다.

- 훗.. 결국은 덤비는 군.
" 이얍! "
아카라는 본능에 의해, Tron_JS-7의 복부를 가격했다.

" 으윽.. "
그러나 아카라는 주먹이 으스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단단한 돌에 주먹일 친듯이.
게다가 아카라는 오른손 잡이지만 왼쪽 팔 밖에 쓸 수 없었기에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 이런.. 마크 03 드로우의 상태가 좋지 않아.. "
카렌티어스이 심각한 표정으로 화면에 나타난 흑색 거인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만 더 지나면.. "
카렌티어스는 무언가 기다리는 듯 조급하게 몸을 떨었다.

[일본 나가사키현 JS 컨트롤 센터]
" 예상대로 마크 03 드로우의 코어와 JS의 코어의 격차가 큽니다. JS가 승리함이 틀림없습니다. "
일본 JS 컨트롤 센터의 오퍼레이터가 자신있는 듯 보고 했다.

그러자 회전 의자에 뒤돌아 앉아서 담배를 피우던 한 남자가 정면으로 돌며 말했다.
" 물론이지. 대일본제국의 승리는 틀림없다. Japan Samurai에 연결해 "
의자에 앉아 거들먹대며 오퍼레이터에게 요청했다. 그러자 큰 화면에서 한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곳은 심하게 어두워 그의 얼굴은 나타나지 않았고 목소리만이 나지막하게 울러퍼졌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말했다.

" 코어의 차이는 크다. 대충 상대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야. "

" 알겠습니다! "
순간적인 시간이었다. 그 말을 하고는 연결이 끊어졌고 다시 전투는 계속 되었다.

[마크 03 드로우와 JS의 전투]
" 으으윽.. "
아카라는 으스러진 듯한 왼쪽 손을 움켜쥐는 생각을 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팡!'
적색 트론은 갑작스럽게 움츠리고 있는 흑색 거인의 머리 부분을 공격했다.
물론 그리 강한 상대는 아니었다 생각했기에 단순한 공격만을 가했다. 하지만 아카라에겐 같잡을 수 없이 큰 충격으로 느껴졌다.

" 으아아악! "
다시 아카라는 머리를 움켜쥐고 신음했다.

- 이것 뿐이었군.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도 없다. 잘 가라.
빨간 트론의 손목 좌우 부분에서 빛이 나기 시작 하면서 첨단 무기를 사용하려는 듯 했다.
.
.
.
'쾅!'

하지만 마크 03 드로우는 그 공격을 저지했다.
그리고 그 적색 트론의 손목을 잡아 부수어 놓았다. 마크 03 드로우의 안구 부분이 빛나기 시작했다.

- 으.. 으으윽!
손목이 으스러지자 역시 JS의 파일럿의 신음 소리가 울러퍼졌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 밤이다. 진짜 공격은 이제 시작이다. "
카렌티어스는 가볍게 띤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아카라. 이제 부터 진짜 공격을 시작하는 거다. 공격해라. "

" ‥‥‥‥‥ "
그러나 아카라의 응답도. 트론 내부의 모습도 나오지 않았다.

내부 모니터는 고장난 TV처럼. 지직 거리면서 작동이 멈추었다.

" ...아카라!! 들리나?! "
카렌티어스는 당황한 듯. 목소리를 크게 높여 아카라에게 전달했지만. 역시 응답은 없었다.

" 젠장. 조금만 더 빨랐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
카렌티어스는 기기를 주먹으로 치며 안타까워했다. 그러자 제 2 모니터에서 커텔의 모습이 보였다.

" 카렌티어스. 마크 03 드로우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설마.. "

" 사실입니다. 폭주 했습니다. "
카렌티어스는 다시 냉정을 되찾고 말했다.

[마크 03 드로우와 JS의 전투]
- 으윽.. 아깐 뭐.. 뭐였지
그 적색 트론은 심히 당황한 듯 뒷걸음 질 쳤고 그것을 마주보던 검은 거인은 적색 트론에게 다가 갔다. 오직 파괴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것 처럼!
그러자 Japan Samurai는 거대한 검을 꺼냈다. 일본도였다. 뭐든지 가를 듯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JS가 그 검을 꺼내자. 다시 마크 03 드로우는 빠르게 JS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갔다.
JS가 검을 휘두를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마크 03 드로우는 JS의 좌 옆구리 쪽을 박살내어 버렸다.

- 으아아악!
파일럿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JS는 칼을 계속 휘둘렀고 그 칼은 나머지 왼쪽 팔을 잘라내어 버렸다.

마크 03 드로우의 입에서 아카라의 목소리가 아닌. 굵고 날카로운 괴수의 포효가 들려왔다.
JS는 떨어져 나간 좌 옆구리에 휘청대며 그 포효에 잠식되었다.

JS의 옆구리나, 마크 03 드로우의 양쪽 팔에서 적색 액체가 흥건히 솟아 나왔다. 물론, 마크 03 드로우의 오른 쪽 팔은 거의 멎은 상태였다.
마크 03 드로우는 쓰러졌다. 더 이상 움직이지도 않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JS는 후퇴해 버렸다.

그리고 저 하늘에선 마크 03 드로우를 Cage로 다시 운반하기 위한 BR-C2기들이 오고 있었다.

여기 까지가 아카라의 기억 일 것이다.
.
.
.
.
" ‥‥‥‥ "
눈이 부셨다. 그러자 어떤 그림자가 다시 눈을 가려 주었다. 누군가 다가왔다.

" 드디어 깨어났군. "
카렌티어스였다. 하지만 아카라는 다시 그의 어머니로 혼동할 뻔했다.

아카라는 누워있었다. 그리고 일어나려고 했다.

" 으윽... "
일어 나려고 하자 양 쪽 팔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자 카렌티어스가 말했다.

" 처음 겪은 경험이라. 후유증이 있다. 회복 될 때까지 그냥 누워 있어라. "
카렌티어스가 일어나려는 아카라를 다시 눕혔다.

" 여긴.. 어디지 "

" Cage 내부의 파일럿 회복실이다. "
아카라의 초점은 다시 돌아왔고 희미했던 회복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


[Tialist] 004 : 혼란, 분쟁
글쓴이 : 영원전설


  "..  회복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얀색의 밝은 전등에 의해 앞이 잠시 보이지 않았다.  눈이 빛에 적응하면서 주위를 볼수 있게된 아라라는 그로선 이해할수 없는 복잡한 기계들과 선들이 그의 침대 주위에서 삐삑거리며 그의 상태를 알려주고 있는 것을 볼수 있었다.  

  "..  헤에, 상당히 시설이 좋잖아."

  "당연하지.  새로 만들기 보다는 재활용하는 것이 우리에겐 여러모로 편리하거든."

  재활용..  이라.  어쩐지 열받게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쩌리, 침대에 누워서 꼼짝못하는 자가 제 몸 추스리기 위해서라도 참아야지.  게다가..  그저 단어 선택이 서툴러서 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아카라는 고개를 조금 들어 그에게 물었다.

  "무슨일이 일어 났었던 거야..  왜 내가 같은 트론과 싸웠어야 됐던거지..?"

  카렌티어스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아카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 들었던 거냐, 아니면 그냥 정신이 없었던 거냐."

  물어 봤으면 그냥 대답이나 해줄 것이지 환자한테 왜 머리를 굴리라는 거냐라는 표정으로 아카라가 카렌티어스를 주시하자 그는 한숨을 쉬며 마지 못해 말했다.

  "AD 2050년 18시 05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이틀 전, 일본은 국가연합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국임을 선포하고 황제폐하께 모든 정권을 위임 한 후 거의 전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인 공격을 벌였어.  그들의 주 목표는 한국과 하와이 넘어 미합중국인거 같은데..  아마 트론을 보낸 것은 일종의 견제였겠지.  그리고 그들 중 몇명은 상당한 수확을 걷었고."

  "왜..  일본이 그런 짓을..?  용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거야?"

  "..  모르지.  그들이 원레부터 자본과 군력으로 볼떄 조금 위험한 국가인지는 알았어도 이렇게 까지 파격적으로 나올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니."

  일단 궁금하여 물어보긴 한 것이지만 아카라의 머리는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받아들일 용량이 없는지 아니면 목을 계속 들고 있어서 인지 심한 두통으로 인해 자신의 머리를 하얗고 푹신한 베게에 완전히 맡겨버렸다.  

  "..  난 여기서 며칠 동안 누워 있어야 하지?"

  "3일 정도."

  아카라는 그 말에 눈에 띄게 안심했다.  사실 이제 트론을 조종하는 일 같은 끔찍한 일은 되도록이면 겪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원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 3일 간은 즉 자신은 무조건 트론의 파일럿이 되지 않는...
  그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전혀 생각을 하지 않은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번엔 팔 뿐만이 아니라 온 몸이 이런 강제적인 움직임에 심하게 반항했지만 그의 정신은 그 모든것을 무시한체 입을 움직여 그를 말하게 만들었다.
  
  "삼..  일..?  그럼 그때..  크윽..  용이 나타나면...?"

  이 물음은 자신이 용으로 부터 인류를 구해야 된다던지 트론을 타고 싶다던지 라는 마음으로 물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 건 지금은 아카라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가 파일럿을 하지 않으면 그들은 무조건 다른 파일럿을 트론에 탑승시켜 그 괴물들과 싸우게 할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은..

  "파일럿과 트론 마크 03 드로우가 작동 불능이니 일단 C-X31이 트론 마크 04 이카루스를 타서 막는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아카라는 카렌티어스의 멱살을 눈 깜짝할 사이에 붙잡았다.

  "안돼!!  그 녀석을 그것에 태우게 한다니..!!  차라리 내가..!!"

  카렌티어스는 오열하는 그를 차갑게 내려다 보았다.  아카라의 착각이었을까.  그의 눈이 순식간에 붉게 변하는 것은.  아카라가 미처 확인하기도 전에 카렌티어스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그의 팔뚝 한곳을 세게 눌렀다.  아카라는 눈이 뒤집힐 것 같은 고통에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 다시 쓰러졌다.

  "네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대충 알겠어.  닥터 유와 비슷하겠지.  하지만 지금의 넌 방해만 될뿐이야.  그럼 난 바빠서 이만."

  아픔에 의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해 헐떡 거리는 아카라는 카렌티어스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하는 순간 힘겹게 뱉어냈다.  

  "... 냐.."

  카렌티어스는 아카라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  그녀의..  이름은 미란이다..  C-X어쩌구 같은게..  아냐.."

  무슨 말을 하나 내심 기대했던 카렌티어스는 왠지 슬퍼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거짓 존재의 거짓 이름일 뿐이다.  소모품에게 그런 이름을 부여한다는 건 쓸데없는 짓이야.  결국엔..  소모되어 버리니까 말이지."

  왠지 아카라의 마음을 사정없이 쑤셔버리는 말만을 남긴체 그는 그렇게 나가버렸다.

  ****************************************************************************

  "도대체 일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용의 공격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움직여 버리다니!!"

  "지금 그것보다는 한국에 원군을 보내는 문제가 더 시급합니다!!"

  "지금 하와이는 사태가 시급하지 않은 것 같습니까?!!"

  "일단은 덩치로 보나 돈으로 보나 한국이 더 불리한 것 아닙니까?!!"

  커텔은 어두운 방안에서 탁자에 턱을 괴고 앉은 체 카렌티어스와 함께 이 많은 파란색의 홀로그램들이 서로에게 말다툼을 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았다.  소위 정치인들이라 불리는 이것들은 하는 건 전혀 없으면서 언변 하나는 잘해 각 지부를 책임지고 있는 총통들 조차 끼어들 틈도 주지 않고 서로 그들의 유창한 말빨을 구사하고 있었다.  게다가 일본의 독립 선언과 주변국의 공격은 전 인류를 위협할수 도 있는 'Tialist'의 재앙 이후 대사건이 아닌가.  그러니 이들은 자기과시를 위해 더욱 더 꼭지를 불태울수 밖에 없었다.
  한 홀로그램이 오른쪽 가슴에 별을 달고 있는 뚱뚱한 사람에게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
  
  "중국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주변국, 특히 한국이 일본에게 공격당해 맥을 못추는 이 마당에 왜 도와 주지를 않는 겁니까?!!"

  그 사람은 천천히 느긋한 표정으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국에 도움이 될만한 군대를 편성하기 위해선 최소한 일주일의 시간이 걸리고 또한 그들을 모두 한국으로 보내려면 그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한국군은 '맥'을 못추고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 또한 열심히 싸우고 있으며.."

  "저희들이 여기서 무슨 공산주의 연설 들으려고 있는 겁니까?!!  도대체가, 어떻게 군대를 편성하는데 일주일이나 걸립니까?!  혹시 지원을 하실 의향이 없으신 것은 아닙니까?!"

  어떤 다른 사람의 가시 돋친 발언에 중국인은 조금 말투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반동분자분께서 아무리 뭐라고 지껄이셔도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산주의 어쩌구 말할때 그 악센트 그거 문제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도대체가 이런 곳에서 입을 열고 있는 자의 사상이 그 따위니 일본놈들이 우습게 알고 독립 운운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거 같은데 말이죠!!"

  "뭐요!!  당신 지금 말 다했소?!!"

  갑작스런 나무 망치 두들기는 소리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홀로그램들은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가느다랗게 떨리나 아직도 젊었을 때의 위엄이 나타나는 무거운 목소리가 커텔의 방에 울려퍼졌다.  그의 방 중앙엔 머리가 귀의 바로 윗부분을 제외하곤 다 까진, 안경을 쓴 70대 정도의 늙은이의 영상이 다른 홀로그램들의 두배 크기로 나타났다.
  그것은 현 국가연합 의장 자리에 앉아있는 쟌 S. 그레이스톤(Jean S. Graystone)의 영상이었다.

  "모두의 의견을 대충 들은 것 같으니 이제 합의를 봐야 할것 같군요.  중국은 일주일안에 한국에 원군을 보내실수 있습니까?"

  중국인은 의장에게 경례를 하며 힘차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의장님!!  일주일은 너무 늦습니다!!  그 땐 이미..."

  의장은 잠시 자신의 턱을 문지르며 힘들게 대답했다.

  "하지만 중국 역시 어떻게 빨리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흠...  그러면 이렇게 해보지요.  각 근접 지부는 가까운 시일안에 자신들의 트론을 트라벌 스폿(Trouble Spot)지역에 배치시켜 주시면 다른 지역에서 보내오는 원군을 위해 시간을 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의장의 발언에 또 여러곳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어느 지부가 어디를 가야 하는지, 자신들은 트론이 모잘라 배치가 불가능 하다든지 등등.  쟌은 그 모두의 말을 잠시 듣다 물었다.

  "각 지부 총통들의 생각은 어떠 십니까..?"

  침묵이 무겁게 방안을 짓눌렀다.  원레 총통이란 작자들은 왠만하면 가볍게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토론을 하기 보다는 자기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서 이기도 하고, 또 그들의 진지한 분위기에 짓눌려 말을 잃고 찌그러져 버린 정치인들 때문이기도 했다.  
  잠시 후, 커텔이 입을 열었다.

  "..  우리 유라시아 지부는 아시아 지부, 오세아니아 지부와 함께 한국을 돕고, 유럽지부와 아프리카 지부는 아메리카 지부와 힘을 합쳐 일본의 침략을 막는다..  는 어떨까."

  그의 의견에 아프리카 지부 총통 하메디스 R 라디안을 뺀 모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심플했지만 이렇게 공평하게 반반으로 나눈다면 왠만한 이유가 없는 이상 누구든 찬성하리라.

  "왜 그런가, 라디안 총통."

  하메디스는 심각한 얼굴로 미간을 손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우리는 트론을 보내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모두 알다시피 우리지부의 트론은 다른 지부들에 비해 가장 수가 적고 또한 성능 역시 낮아 아프리카에 출몰하는 용을 처리하기에도 힘든 처지이다.  좀 이해해 주길 바라네."

  의장이 하메디스의 말을 생각하는 것은 몇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망치 소리의 장본인이였던 자신의 나무 망치를 들어올렸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론 한국과 하와이를 비교하자면 일단 한국이 조금 더 시급 하다고 생각하네.  그런 이유로 아프리카 지부가 빠진 들 그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네만.  이 견에 이의가 있는가?"

  의장의 물음에 침묵만이 그에게 인사했다.

  "그럼 중국외 주변국은 하루빨리 원군을 파견하고 아프리카를 제외한 각 근접 지부는 정해진 곳에 자신들의 트론을 시급히 배치하기 바라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폐정하겠네."

  의장이 쳐 들었던 망치를 세번 두들긴 동시에 모든 홀로그램들은 카넬의 방안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자 커텔은 한숨을 쉬며 말을 내뱉었다.

  "..  병신들."

  "확실히 추잡하군요."

  카렌티어스는 무표정하게 커텔의 말에 맞장구 쳤다.

  "도대체 회의를 하자는 건지 말싸움을 하자는 건지.  전혀 진전이 없잖아.  당연한 거나 끄집어 내서 잘난듯이 떠들어 대고 말야.  그때와 똑같아.  이렇게 앉아서 입만 열심이 놀리는 사이에 그 괴물은 힘 안들이고 그 많은 국가들을 파괴했지.  크크크..  결국엔 핵무기를 쓸 껄, 왜 그런 당연한 것을 가지고 그렇게 오랫동안 왈가왈부하냔 말이야."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가치 꺼내 입에 물곤 불을 켰다.  노랗고 파란 불꽃의 그 요연함은 비록 동시에 켜진 하얀 불빛에 의해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매력적이었다.  그는 담배 연기를 사납게 뱉으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보면 일본놈들은 똑똑한 거야.  이런 시대에 민주주의가 얼마나 쓸모 없는지 알고 있잖아.  너무 느리다고.  일 처리 속도가.  일분 일초가 아까운 판에 저렇게 죽치고 앉아 있으니...  멍청한 것들."

  "저, 아버지.."

  카렌티어스는 마구 불평을 해대는 커텔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파견건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저희도 알맞은 파일럿이 모자를 뿐더러 기체역시.."

  커텔은 갑자기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처음엔 그저 피식 하며 가볍게 웃을려고 한 것 같지만 아무래도 담배 연기가 중간에 걸린 모양이었다.

  "쿨럭 쿨럭..  아아, 그건 신경 안써도 돼.  우리는 파견같은 거 안해도 되니까."

  "네?"

  의아한 카렌티어스에게 그는 서류 한통을 그에게 흔들어 보였다.  

  "회의가 시작하기 바로 전에 온 따끈따근한 정보다.  지금 한국과 일본은 서로 침묵상태야."

  카렌티어스는 그의 서류를 받아 안에 있는 종이들을 차례대로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에서 조금 놀랍다는 표정으로 서서이 바뀌었다.

  "케찰코아툴르스(Quetzalcoatls)...  이것이 이 용의 이름인가요?"

  커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먹구름을 동반한 번개의 용..  그것은 경상남도인가 하는 지역에서 만나 전투를 벌이던 한국 트론 2식 화랑, 일본 트론 3식 카미카제, 그리고 각각 트론의 탑승자인 A-X52와 데꼬 니미끼군을 한줌의 재로 만들고 일본과 한국 두 핵심군대에 괴멸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한다.  뭐, 출혈이 깊지만 일단 이것으로 한반도는 일본으로부터 안전하다.  물론 저 멍청이들은 지금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겠지.  솔직히 말해서 일본이 한국이든 미국이든 우려먹든 삶아먹든 난 상관안해.  알고 있겠지?"

  "네."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용이다.  다른 것에 쓸데없이 신경쓸 겨를이 없어.  그런 곳에다가 우리의 트론을 파견할 이유가 없지.  물론 언젠가는 회의가 열려 또 미주알 고주알 하겠지만 그건 그때가서 처신하면 되는 거고."

  "하지만 이 용..  한반도에 출현했다면 우리 지부에 출몰할 가능성도 높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더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해야.."

  갑작스런 호출 소리에 한참 얘기하던 커텔은 인상을 찌푸리며 탁자위에 놓여있는 빨간색으로 빛나는 버튼을 꾹 눌러주었다.

  "무슨 일인가."

  "커텔 총통님, 용이 좌표 015, 012부근에 출몰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용이라는 말에 커텔과 카렌티어스는 잔뜩 긴장했다.  설마, 그 용인가?

  "먹구름을 동반하고 번개를 쏘던가?!"

  오퍼레이터는 커텔의 다급한 물음에 우물쭈물하다 이내 말했다.

  "아니, 저..  아무래도 직접 오셔서 보시는 것이 나을듯 합니다!  닥터 유님도 기다리고 계십니다!"

  "..  알았네.  곧 가지."

  ***********************************************************

  닥터 유는 팔짱을 낀체 스크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돌파구를 찾는 듯한, 수학 문제를 푸는 고등학생처럼 연필을 입에 물고 담배를 귀에 낀 체.

  "저것도..  용인가."

  카텔은 닥터 유의 나지막한 말에 말 없이 동의했다.  저것의 모습은 이젠 용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이제까진 조금 파충류적인 모습이 많았건만 이틀 전 서부터 형체 없는 물의 모습의 용이 나타나더니..  
  이젠 강철의 구라니.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한 오퍼레이터가 서류를 닥터 유에게 건네자 그녀는 재빨리 낚아체고는 그것의 내부와 전체적인 크기등이 그려져 있고 쓰여있는 종이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속은 그나마 용이네요.  마치 도마뱀의 형상을 한 것이 저..  잡다한 것들이 붙어있는 반지름 50미터 정도의 구안에 있는 것 같군요."

  "코어라는 건가.  그렇다면 저렇게 형체가 있고 이미 코어가 어디 있는지도 아는 것은 우리의 디펜스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처리할수 있지 않나?"

  "그것이...  이걸 잠시 봐주세요.  아까 전의 공격을 담은 영상입니다."

  커텔과 카렌티어스는 닥터 유가 보여주는 영상을 유심히 주시했다.  그것은 용에게 발사되는 여러 무기들을 보여주었는데 카텔의 예상대로 그것의 갑옷은 쉽게 부서져 버렸다.
  문제는 부서진 만큼 그 구는 복구 되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재생을 한 것으로 착각했지만 이네 카텔은 피해를 보자마자 주위에서 몰려오는 자동차, 표지판등을 목격할수 있었다.  심지어 미사일을 쏘던 한 타워는 그 자체가 뜯겨져 나와 구에 붙어 버려 주위의 디펜스 타워에 미사일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 타워가 용에 붙은 뒤 어떤 방식으로 미사일을 공급받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  자석 같은 건가?"

  "정확히 말하면 자기력인거 같습니다.  아마도 이런 방식으로 계속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주는 구를 비대시킨 것이 겠지요.  자신을 복구시킬떄만 고철품들을 끌어모으는 것을 보아 저 크기가 용이 그것들을 지탱할수있는 한계점인 모양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론을 확증해 보일려는 듯 용의 한 부분을 확대시켰다.  확실히 화면이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수록 그것의 몸체는 몸체라기 보단 무슨 폐품 집합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다.  찌그러진 자동차, 컴퓨터, 신호등에서부터 심지어는 탱크의 포대까지 그것에 붙어 구의 한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다면 레이저는..?"

  "마치 어떤 벽에 부딫인 듯 이상한 각도로 다시 뚫고 나오더군요.  아무래도 중심부는 자기력이 너무 강해 굴절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카텔은 한숨을 쉬었다.  쉽게 되는 일이 없구만.

  "..  하지만 난공불락의 요새는 아니란 거군.  그렇지 않나, 닥터 유?"

  "물론 보통 무기론 어렵지만 그것을 사용하면 가능합니다."

  "EMP미사일를 말하는 것인가.  하지만 상대는 용이다.  그것이 EMP미사일을 맞아 자기력을 다시 발생시킬수 없다는 확신이 없어.  적게 잡아 1분이겠지."

  "그렇다면 그 1분동안 핵을 파괴시킬수만 있으면 되겠지요."

  그는 닥터 유의 얼굴을 잠시 흝어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이론이 성공할거라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이론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하긴 그건 자신이나 인류의 존속을 위협할만한 문제는 아니지.
  그녀 역시 갑자기 생각난듯 말했다.

  "문제는..."

  그녀의 당당하던 목소리가 그 날카로움을 잃고 조금 어두워졌다.  카텔은 갑작스런 그녀의 변화에 아랑곳 하지 않고 화면만을 주시한체 입을 열었다.

  "C-X31가 못할 이유는 없다.  다른 소모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아카라와는 달리 시뮬레이션 트레이닝도 거치지 않았나.  문제 될것은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닥터 유.  당신의 그 불타던 복수심은 대체 어디로 간거지?  그런 나약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정이라는 감정의 나락 아래에 묻혀진 건가?"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카렌티어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준비시켜."

  *****************************************************

  그녀는 언제나 처럼 아카라가 누워있는 방에 음식을 가지고 왔다.  도대체가 말이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치유되고 퇴원도 빨리 될것을, 왜 그렇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담당 간호사인 그녀에게 있어 아카라는 그녀의 '재수 없는' 환자 중 하나였다.  하필이면 왜 그런 녀석을 맏게 되었을까.  말하자니 피곤해서 그녀는 한숨을 푹 쉰뒤 방문을 열고 예의 그 미소 짓는 얼굴로 환하게 말했다.

  "아카라군 ~ !  밥 먹을 시간이에요 ~ !"

  하지만 그나마 애써 밝게 보이려는 그녀의 투철한 작업정신을 텅 빈 그의 방은 무참하게 짓눌렀다.  그의 방에선 라디오의 소음만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  도대체 이번엔 어디로 간거야 ~ !!!"

  순식간에 맑고 깨끗한 간호사 언니에서 마징가 제트급 조폭으로 변한 그녀의 뒤에서 라디오는 묵묵히 아나운서의 말을 방안에 널리 퍼뜨렸다.

  [...  용으로 추정되는 저 구체는 아까전에 보고드린 바와 같이 상공에서 부터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 붓고 있다고 합니다....]


====================================================================================================================


[Tialist] 005 : 하늘과 땅의 트론
글쓴이 : 높새바람


 "나…나는, 난…못하겠어. 제발……."

 카렌티어스는 미란을, C-X31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미란은 카렌티어스를 제대로 마주보지도 못했다. 초점이 맞지 않는 회색의 눈동자.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미란은 그 눈동자가 무서워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들의 옆에는, 새하얀 날개로 몸을 가리고 있는 트론 마크 04 이카루스가 서있었다. 이카루스의 격납고였다.

 "진정해라.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시키지도 않는다."
 "아, 아니야. 나는…다른 애들도 많잖아. 왜 하필…"
 "트론 마크 4 이카루스의 파일럿은 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너밖에 할 수 없는 일 이니까!"

 카렌티어스가 소리치자 미란의 몸이 움찔했다. 카렌티어스는 이마에 손을 얹는 것 같은 사치는 부리지 않았다. 한 시가 급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설득할 수 있을지를 모른다는 것…….

 "C-X31. 포기할 텐가?"

 미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낯선 이름이 자기를 가리킨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카렌티어스는 다시 물었다.

 "C-X31. 네 임무를 포기할 거냐고 물었다. 이카루스를 조종하지 않을 건가?"

 미란은 슬며시 머리를 들었다. 그러나 카렌티어스의 눈을 쳐다보지는 못했다. 그저 카렌티어스의 가슴정도에 눈을 맞췄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카렌티어스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결정했는지 먼저 말했다.

 "잘 됐군. 파일럿 후보를 지탱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쓸모 없다면 그 즉시 폐기하는  게 낫지."

 미란은 흠칫하며 카렌티어스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온 몸이 심하게 떨렸다. 눈이 거의 초점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만큼 흔들렸다. 카렌티어스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깔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넌 C급이다. 그 중에서도 심했어. 유아시절 이미 폐기되었어야 했을 정도지. 그래도  난 유 박사의 결정에 뜻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잘못된 믿음이었나 보군."
 "난…아냐, 난…"
 "네 가치를 주장하고 싶은 건가?"
 "난, 나는…"
 "지금 이 순간 네 가치를 증명해 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넌 나리아스 (Narias) 유라시아 지부 케이지에서, 트론을 조종하기 위해 태어나고 자란 파일럿 후보 다. 이카루스를 조종할 수 없다면 네가 존재할 가치는 없다!"

 미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카렌티어스의 얼굴을 마주보았던 눈은, 이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카렌티어스는 그 눈을 마주보며 (물론 그의 회색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을 테지만) 물었다.

 "살고 싶나?"

 미란은 보이지 않을 만큼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서, 다른 후보들이 있는 케이지로 돌아가고 싶나?"

 약간 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지에 있는 네 친구들과 다시 만나서…"

 카렌티어스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케이지에 있는 아이들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그들은 트론의 파일럿이 아니라, 트론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이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들 스스로가 찾아내고 가꾸어 낸 행복이다.
 C-X31에게 이카루스를 타는 조건으로, 스스로가 만들어 낸 행복을 '약속'할 수 있을까? 혹시 비웃지는 않을까? 미란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투른 동작으로 눈물을 닦았다.



 아카라는 케이지에 들어섰다.
 양팔과 왼 옆구리가 끊임없이 아팠다. 물론 몸이 다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트론은 파일럿과 동조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트론이 느끼는 고통은 파일럿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물론 동조율이 낮다면 트론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느낌을 받지도 못하겠지만, 아카라의 동조율은 70%였다.
 하지만, 아무리 아프다 해도 미란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동생 같은 아이였다. 트론, 그 괴물같은 것을 견뎌낼 수 있는 애는 아니었다. 아카라는 이를 악물었다.

 "어, 아카라?"

 누군가가 아는 척을 했다.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에릭이었던가? 별로 말이 없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아카라도 사람을 사귀는 데 열심은 아니었으니까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카라는 그에게 미란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케이지에 있던 아이들이 아카라를 알아보는 게 먼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아카라를 둘러쌌다.

 "아카라!"
 "아카라, 어떻게 됐어? 용은?"
 "용은…아니, 저, 내가 먼저 물을게. 미란은?"

 아이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대답이 늦어지자 아카라는 다그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에릭이 머뭇대며 대답했다.

 "미란은, 카렌티어스가 데려갔는데……."
 "카렌티어스가?"

 아카라가 맥없이 되물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카렌티어스가?"

 이번엔 분노가 담겨져 있는 목소리였다. 아이들이 놀라 아카라를 바라보았다. 아카라는 그저 케이지의 바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여전히 화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렌티어스…그래, 그 녀석에겐 트론을 움직일 수 있는 파일럿만 중요하겠지. 하지만,  너희들까지?"

 아카라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동안 바닥을 쏘아보던 그가 갑자기 일어났다. 잠깐동안 모여든 아이들을 쏘아본 아카라가 말했다.

 "가서 미란을 데려오겠어. 미란은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애가 아냐."

 아카라는 케이지를 나섰다. 그의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카라는 무시했다.

 "넌 잘못 생각하고 있어, 아카라!"



 로봇으로 공중전을 하겠다는 발상은 정말 상식에서 어긋나는 것이다. 물론, 로봇으로 전투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었지만.
 하늘엔 딛고 서 있을 것이 없다. 그나마 전투기처럼 유체역학을 고려해 설계되지도 않은 로봇에게 하늘은 절대 불안정한 지역이다. 게다가 효용성도 없다. 로봇은 하늘에서 전투기만큼 빠를 수도 없고, 전투기만큼 민첩할 수도 없다. 물론, 땅에서라고 다를 건 없지만 그것은 보통 로봇이 아닌 트론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하늘까지 정복하길 바라는 건 억지가 심했다. 미란에게는 더욱 더.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세한 부분은 내장된 프로그램이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까. 날아서, 앞으로 가겠다는 것만 생각해라."

 미란은 입술을 깨물었다.
 미란이 받은 훈련은 어디까지나 일반 트론에 대한 훈련이었다. 이카루스를 조종하는 법은 아니었다. 케이지가 습격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카루스의 파일럿은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다행히 이카루스를 조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하늘을 나는 데에 비해서 그렇다는 뜻이다.
 카렌티어스는 일단 미란을 이카루스에 태우고 나서 임무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나타난 용의 공격방식은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물론, 용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랬지만. 그 용은 본체를 둘러싼 금속 방어막이 깨지면 자기장을 확장해 근처의 금속을 끌어들여 손실된 부분을 보충했다. 하지만 더 이상 확장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그 정도 크기가 지탱할 수 있는 한계점인 듯 싶었다.
 아마 용이 만들어 낸 자기장은 전기장에 의해 유도되는 종류의 것일 것이다. 쉽게 말해 전자석이라는 뜻이다. 영구 자석은 그런 큰 힘을 내기도 어려울뿐더러 힘을 조절할 수도 없으니까. 따라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전자 회로를 고장낸다면 용은 더 이상 금속 방어망을 보충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EMP미사일 다수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EMP미사일은 금속 차폐막이 있는 상황에선 무용지물이므로 일단 다른 무기를 사용해서 금속 방어막을 벗겨낸다. 그 직후, 용이 다시 금속 방어막을 이루기 전 EMP 미사일을 통해 전자 회로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직후 이카루스가 돌입한다. 근처에 있는 방어시설을 믿을 수는 없다. 당연히 EMP미사일에 의해 파괴되었을 테니까.
 아마 시간은 1분 남짓밖에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상대는 용이다. 그리고 용은, 절대 믿을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생체병기다. 마비된 전자 회로를 회복시킬 수 없다고 믿을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추측할 때, 1분 정도라고 보는 게 적당했다.

 "그 말은, 1분…1분 안에 용을…"
 "그렇다."

 카렌티어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란은 입술을 깨물며 앞을 보았다.



 "미란은, 미란은 어떻게 된 겁니까!"
 "…C-X31이라고 불러라."
 "미란이에요. 언제나 쾌활하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라구요. C-X31 따위가 아니에 요!"

 커텔 N 프로브는 아카라를 내려다보았다.

 "진정해라. 네 성격은 이렇지 않았다."
 "지금, 진정하라고 하는 겁니까? 당신에겐 그럴 자격이 없어요!"
 "그래. 하지만 네게도 이럴 자격은 없다."

 아카라는 매서운 눈으로 커텔을 바라보았다. 커텔의 말이 사실이었다. 그는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다. 오히려 숫기 없고 조용한 아이였다. 당장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휘청거려선 안된다. 아카라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미란을 내보낼 수 있어요. 원래 몸이 약한 아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도  잦은 애였는데…어떻게……."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사람 대접을 바라는 거냐?"
 "사람인데요!"
 "소모품이다!"

 아카라는 그저 커텔을 쏘아보기만 했다. 겁이 나지는 않았다. 파일럿 후보생을 소모품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사람 그 자체보다 트론을 움직이는 존재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동조율이 70%에 달하는 자신을 어떻게 할 리는 없다. 아카라답지 않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생각해라. 그 애한테 기회를 주는 거다. 네 말대로 C-X31은 잔병치레도 잦았고  동조율이 높은 편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별 가치가 없는 존재지. 하지만 이번 임무를 제 대로 소화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죽는다면, 죽어야 할 사람이 죽었을 뿐이고."
 "불량품이 제거된 거다."
 "제발 그 입……!"

 아카라는 닥치라고 말하지 못했다. 차라리 말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커텔은 바보가 아니었고 아카라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지 짐작하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다. 하지만 커텔은 화를 내지 않았다. 잠시동안 아카라를 바라보던 커텔이 입을 열었다.

 "다친 덴 괜찮나?"
 "신경 쓸 필요 없잖아요! 소모품인데!"
 "결함이 있는 부품은 좋은 편에 들지 못한다. 다친 덴 괜찮나? 아니, 이렇게 말할 정도 니 괜찮다고 봐야겠군."

 아카라는 말없이 커텔을 바라보았다. 그의 어머니의 남편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버지에 해당하는 위치에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카라는 차라리 자기를 이렇게 대접해 주는 게 고맙다고 생각했다. 만약 자기를 사람대접 해 준다면, 아카라는 케이지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할 테니까. 이해하지도 못할 테고, 어쩌면 그들을 소모품으로 볼지도 몰랐다.

 "제안 하나 하지. 출격할 텐가?"
 "예?"
 "출격해서 C-X31을 도와라. 내게나 네게나 안 좋을 건 없어 보이는군. 트론 한 기 보다 야 트론 두 기가 더 승률이 높을 테지. 그리고 네게는, C-X31이 죽을 확률이 더 낮아질  테니까 거절할 것 같지는 않다."

 아카라는 트론에 탔던 일을 떠올렸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당장 그 때의 아픔이 남아있었으니까. 진저리가 나는 일이었다. 다시 타는 건 죽기보다 싫다.

 "타겠어요."



 "아카라.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싸울 수 있어!"
 "좋아. 용과 가장 가까운 사출구를 통해 사출하겠다. 최대한 빨리 구역에 도달해야 한 다. 이카루스는 8분 안에 용에 접근할 테고 두 번째의 기회는 없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거다."

 카렌티어스가 말했다. 아카라는 떨리는 손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며 앞을 바라보았다. 미란이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동생같은 아이였다.
 곧 어마어마한 중압감이 아카라를 짓눌렀다. 리니어 레일을 통해 트론이 지상으로 사출되면서 발생하는 중력가속도였다.
 그 느낌은 발생했을 때와 맞먹을 정도로 갑자기 사라졌다. 온 몸에 정신이 확 들게 해 주는 느낌이었다. 아카라는 다리가 터져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드로우 전역 돌입! EMP 예상 효과지점 경계선 밖에 멈춰섰습니다!"
 "이카루스 계속해서 상공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들이 다급하게 보고했다. 사실, 그들이 보고하는 내용 중 트론에 관련된 것은 모두 카렌티어스가 종합하고 판단해 정리한 정보였다. 그것도 극히 작은 조각들로 나눠 각각 전담한 오퍼레이터들이 보고하는 것에 불과했다. 15살의 소년이 혼자서 하는 일을 여러명의 어른이 쫓아가기도 버거워 하는 상황이었지만 우스운 일은 아니었다. 카렌티어스가 정상에 속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순항 미사일 8기 설정 항로를 따라 비행중!"
 "EMP 미사일 3기 발사되었습니다. 설정된 항로를 추적중입니다."
 "순항 미사일과 EMP 미사일의 개체간 거리 정상입니다."

 사령실의 앞쪽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제 초거대 PDP(32m:18m)엔 강철의 구를 두른 용이 떠 있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오퍼레이터들의 정신없는 보고가 한참 이어지고, 하늘 저쪽에서 긴 비행운이 나타났다. 곧 그것은 용의 껍질을 세차게 두드렸다.

 "순항 미사일 명중! 8기 성공적으로 기폭했습니다! 방어막 파괴!"
 "EMP 미사일 작동!"

 그 순간 PDP에 나타나는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3기에 달하는 EMP 미사일이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주위에 있는 모든 전자회로를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장면을 촬영하던 카메라라고 특별하지는 않았다.
 곧 PDP는 알 수 없는 기호가 빽빽하게 들어찬 등고선으로 이루어진 지도를 비추기 시작했다. 오퍼레이터의 숨 넘어갈 듯 한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이카루스 하강! 드로우 돌진합니다!"

 사령관 커텔이 무엇인가를 조작했다. 그러자 지도는 조그맣게 변해 화면 한 구석에 표시되었고 화면은 반으로 갈라져 각각 다른 장면을 나타냈다. 한 쪽은 이카루스가 전송하는 화면이었고 다른 쪽은 드로우가 전송하는 화면이었다.


====================================================================================================================


[Tialist] 006 : 하늘, 근신 명령
글쓴이 : 아란


“반드시... 쓰러뜨릴 거야... 반드시... 살아서 돌아 갈 꺼야...”

C-X31, 아니 미란이는 그렇게 되뇌이며, 눈앞에 용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매우 간단했다. 지금 완전 무방비가 되어 드러난 용의 코어를 파괴하는 것. 어찌보면 매우 간단하지만, 약 1분 안에 성공해야만 한다는 것이 이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확실히 S급 소모품이라면, 그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겠지만, 미란이는 C급, 그 중에서 매우 심한 축이었다. 간신히 트론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동화율인 30%대를 겨우 유지하는 나리어스 입장에서 언제 폐기처분해도 아쉬울 것 없는 그런 존재.
그러나 그런 존재에게 지금 용을 쓰러뜨리느냐 못 하느냐는 중대한 임무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이번 임무에 성공 여부에 따라, 그녀가 찾은 행복을 지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역시 결론지어질 것이다.

“C-X31, 부담 갖지 마라. 아직 시간은 충분하고 순조롭게 놈의 코어에 접근해 가고 있다.”

“녀석의 코어에 접근하면 플라즈마 커터로 단숨에 파괴한다. 2번째 기회는 없다.”

“현재 목표가 완전 무방비라곤 하지만, 방심하지 마라... 지... 마라...”

카렌티어스는 C-X31, 미란에게 계속 작전에 대해 설명하면서 마지막 말을 흐렸다.
그 말이 너무 작은데다 무엇보다 보통 때보다 긴장하여 심장이 콩닥콩닥 빠르게 띄고 있는 미란이에게 그 말이 제대로 들릴 리 만무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아무런 일 없이 용의 코어 앞까지 무난하게 도달한 이카루스는 예정대로 플라즈마 커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내려치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콰직.

이카루스가 내려 꽂은 플라즈마 커터가 정확히 완전 무방비에 용의 코어에 박혔다.
미란이가 너무 힘을 준 나머지 플라즈마 커터는 용의 코어에 박혀 들어가다 중간에 절단나고 말았지만.
코어에 플라즈마 커터가 박힘과 동시에 용의 코어에는 플라즈마 커터가 박히며 생긴 균열을 통해 빛이 새 나오기 시작했다.

“C-X31, 작전 성공이다. 이만 작전 지역에서 후퇴해라!!”

카렌티어스의 재촉에도 상관없이, 미란이는 계속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로 용의 코어를 내려찍고 있었다. 그러면서 계속 소리쳤다.

“살아서 돌아 갈 거야!! 살아서 돌아 갈 거야!! 돌아 갈 거야!!!”

“그래, 이미 임무는 완수했다!! 그만 철수해!! 네 말대로 돌아 와!!”

카렌티어스의 마지막 외침에 반응한 건지 미란이는 짐짓 용의 코어에 계속 내리치던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가 들린 이카루스의 손을 멈췄다. 그리고 새하얀 빛이 이카루스를 감싼다.

퍼엉.

매우 간결한 폭발음. 그리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새하얀 빛.
나리어스의 본부에서는 잠시 그 화면을 바라보다, 이내 한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다시금 침묵이 깨졌다.

“목표 완전 소멸.”

“이카루스 추락합니다.”

“드로우 추락하는 이카루스를 받아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수많은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날아 들어왔다. 그 보고를 들으며 유 박사는 안심했는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다행이야...”

그리고 그녀는 어느 새 케이지의 응급실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 아... 미란아... 미란아!!”

아카라에 목소리. 그 목소리에 C-X31, 미란이에 눈꺼풀은 천천히 올라가며 시야에 비친 아카라의 얼굴을 보았다. 언제나 블루블랙의 단정한 단발 머리칼, 푸른 눈동자를 지닌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나, 살아 있는 거야?”

미란이에 힘없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아카라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래, 살아 있어. 살아 있다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카라는 큭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갑자기 자세가 무너졌다.

“아, 아카라, 괜찮아?”

갑자기 자세가 무너진 아카라를 보며 놀랐는지 미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그녀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시도에 그쳤다.

“미란이 깨어났구나.”

들려온 유 박사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미란이는 그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얼굴이 환해지며 유 박사에게 말하였다.

“엄마, 아, 바, 박사님...”

“괜찮아. 미란아. 우리끼리만 있을 때는 엄마라고 부르기로 했잖니.”

“에, 그치만 저기, 아카라도 있는데...”

미란이에 조심스런 말에 아카라는 겨우 고통을 참으며 말하였다.

“큭... 괜찮아... 아무에게도 말 안 해.”

“아카라 군. 분명 쉬라고 했는데?”

“괜찮습니다. 유 박사님. 어차피 트론의 두 팔이 두 동강 났지, 제 팔이 두 동강 난 건 아니잖습니까?”

그 말을 들은 미란이는 처음 듣는 소리인지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왔고, 아카라는 말실수했다는 듯 뜨끔한 눈빛이었다. 유 박사는 뭔가 재미있다는 듯 그 둘을 보며 말하였다.

“날개를 가진 흰 거인은 무사히 용의 코어를 파괴했지만, 후퇴가 늦어서 그만 용의 폭발에 휘말리고 말았지. 뭐, 그 정도 폭발에 날개를 가진 흰 거인이 파괴될 리는 없었지만, 날개를 가진 흰 거인은 정신을 잃고 그대로 그 높디, 높은 창궁(蒼穹)에서 추락을 하였지. 그때 우리의 검은 거인은 필사적으로 달려서 추락하는 흰 거인을 받아내었단다. 하지만, 과학의 법칙으로 인해 엄청난 무리가 온 검은 거인에 두 팔은 그만 두 동강 나고 말았지.”

유 박사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아는 미란이는 이내 어찌할 바 모르는 아카라를 보며 울먹이며 말하였다.

“그렇구나. 아카라가... 아직 다 낫지도 않았는데, 나 때문에...”

“괜찮아. 물론 두 팔은 별로 괜찮지 않지만, 네가 살아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 난 족해.”

미란이에 말에 아카라는 담담하게 대답하였다.



“예정보다 2일 일찍, 오는군.”

커텔은 방금 전 온 듯한 화상 메시지를 수신 한 뒤 중얼거렸다.

“아버지, 중국에서 한국으로 파병되는 원군이 오늘 오나요?”

언제 들어왔는지 카렌티어스가 예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회색 눈동자를 빛내며 말하였다.
물론 커텔이 듣고 있던 화상 메시지는 듣지 못한 듯 했다.

“그 용안(龍眼)으로 무엇을 봤는지 뻔하군. 네 말대로다. 방금 메시지를 수신했다.”

“그런가요?”

카렌티어스는 커텔에 말에 그렇게 질문조로 대답했다가 이내 다시 말하였다.

“혹시 몰라, 트론의 발진 준비를 해두었습니다만, 지금 나서야 하지...”

“그만. 넌 빨리 가서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접속해라. 어서 빨리.”

“알겠습니다. 아버지. 한시가 급한 만큼,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카렌티어스가 커텔의 눈앞에서 사라지자 커텔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네가 지닌 눈은 어디까지 앞을 내다보는 거지? 미래를 본다는 것, 때론 준비할 수 있어좋지만, 점점 두려워지는 군.”



“이지스는 이지스 쉴드를 펼쳐 적 개체가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

“드로우는 그 틈을 타, 적 군소 개체를 지휘하는 코어를 부순다.”

카렌티어스의 명령에 따라, 파란색의 거인, 트론 마크 05 이지스는 어깨에 달린 각 2장의 판넬을 펼쳐 이지스 쉴드를 펼쳐 달려드는 작은 용들(소설에서는 고전 게임인 S모 게임에 유닛 저글링과 비슷한)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작은 용들을 지휘하는 검은 코어를 트론 마크 03 드로우는 놓치지 않고 거대한 듀거 란스를 휘둘러 파괴하였다.
지금 이런 전투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한국 지부에 지원을 오기로 했던 중국의 원군이 작은 용들에게 갑작스런 습격을 받았으며 이로 중국 원국을 지휘하던 왕 장군이 가까운 유라시아 지부에 긴급 지원 요청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평소에 정비가 철저히 되어있던 트론 마크 03 드로우(아카라 에르나)와 파일럿이 준비되어 출격하게 된 트론 마크 05 이지스(S-X03, 에릭)가 급히 출동한 것이다.

“도대체 이 적들은 얼마나 쓰러뜨려야 물러가는 거지?”

“에릭!! 조심해!!”

잠시 방심한 이지스를 집단으로 달려들어 자폭 공격을 시도하려는 작은 용들을 아카라가 조종하는 드로우가 봐주지 않았다. 그대로 듀거 란스를 휘둘러 모조리 척살할 뿐이었다.

“S-X03, 이런 무리를 이루는 타입에 용은, 분명 그 무리를 조종하는 보스가 있다. 그 보스만 쓰러뜨리면, 나머지 작은 용들은 스스로 소멸한다. 네 임무는, 적 보스를 찾을 때 까지 최대한 시간을 버는 것과 작은 용들이 중국군에 달려들어 자폭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트론 마크 05 이지스, 그 명칭대로 방패의 역할이다. 그 역할에 집중하도록.”

카렌티어스에 목소리가 이지스를 조종하는 S-X03, 에릭에게 전해졌다.

“알고 있지만, 너무 많아.”

“S-X03, 잊고 있나? 원래 이지스 대신 이카루스가 출격해야 했다. 하지만, 그 파일럿인 C-X31이 고질병인 빈혈로 갑자기 쓰러졌고, 이카루스 역시 이전 전투에서 입은 손상이 완전히 수리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출격 가능한 건, 이지스와 예비 부품이 남아 있는 덕에 빠르게 정비를 끝낸 드로우 뿐이었기 때문에 출격시킨 것이다.”

카렌티어스의 말에 S-X03, 에릭은 발끈한 듯, 혼잣말로 소리치듯 내뱉었다.

“칫, 잊을 리가. 미란이는 절대 이런 곳에 나서게 하지 않을 거야!!”

푸른 거인, 이지스는 그 자신과 동화된 소년에 의지를 드러내듯, 아까보다 더 열을 내어, 달려들어 자폭 공격을 시도하는 작은 용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지스가 이지스 쉴드를 펼쳐 작은 용들의 접근을 막으면, 중국군에 전차포와 드로우의 듀거 란스가 작은 용들을 척살하는 지루한 일에 반복이었다. 아무리 쉬운 상대라 해도 이렇게 끝도 없이 나온다면, 트론도, 중국군도 한계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카렌티어스는 계속 트론의 파일럿에게 명령을 하달하면서, 그 용안을 발동해 군소 개체를 지휘하는 용, 즉 보스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리고 포착해 낸 카렌티어스는 이내 다시금 드로우에게 명령했다.

“아카라, 적 보스를 포착해 내었다.”

“뭐, 정말? 어디에 있어? 전혀 보이지 않는데?”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난 너와 크로킹에 들어간다.”

“크로킹? 그게 뭐야?”

아카라는 처음 듣는 다는 듯 질문조로 물으면서, 여전히 달려드는 작은 용들을 듀거 란스로 척살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지. 네가 트론의 코어와 일체화 되듯이, 나의 정신과 너의 정신과 감각이 일체화되는 것이다. 크로킹 한다면, 내가 보는 것을 너 역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트론 코어와 동화율 역시 같이 분담하는 만큼 일본의 트론처럼 동화율 100%는 우습게 돌파되어 트론의 성능 역시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다. 드로우는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더 빨라질 것이다.”

“좋다. 너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용보다는 아니니까.”

아카라의 대답에 카렌티어스는 이내 시스템을 조작하며 말하였다.

“앤 롤 완료. 크로싱을 개시한다.”

카렌티어스의 눈이 감긴다. 그리고 아카라의 눈 역시, 저절로 감긴다.
아카라는 몸의 감각이 새로워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눈의 감각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아카라.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네 눈에도 보이는가?”

카렌티어스의 목소리가, 그 전까지는 그저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이건 아주 뇌 속을 울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카라는 천천히 눈을 뜬다. 그의 눈동자 색은 적색을 띄고 있었다. 이전에 간혹 멍할 때 보였던 초점 없는 적안이 아닌 확실히 초점이 잡혀있는 적안(정확히 말하자면, 카렌티어스가 발동한 적색의 용안일 것이다.)이었다.

“그래, 보여!! 확실히!!”

아카라는 그 다음 카렌티어스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았다. 아니, 기다릴 필요 없었다.
카렌티어스가 그에게 내리는 지시는 항시 뇌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단숨에 달려 나가 뛰어 오르며 허공에 작은 구슬을 듀거 란스로 내려치려고 했다. 작은 구슬은 갑자기 놀랄 정도로 빨라진 드로우의 움직임에 아슬아슬하게 듀거 란스를 피했지만, 살짝 스쳤는지 구슬의 약간의 금이 갔다. 그리고 이내 그 구슬은 원래의 정체, 용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건, 사실 용인지 조차 의심 가는 젤리질로 이루어진 물고기 모양을 한 보스 용이었다...)

“적 보스 출몰.”

“타입, 젤리 형”

오퍼레이터들이 바쁘게 각기 보고하기 시작했다.
커텔은 정면에 초대형 PDP에 비치는 전투 스크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확실히, 무리를 이루는 보스답게 강하긴 강한 편이군. 마크 05 이지스의 쉴드를 단시간에
무너뜨리고 이지스를 행동불능으로 만들다니...”

커텔에 말대로 이지스가 펼친 이지스 쉴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동시에 보스급 용에 산성 용액 투척 공격에 그대로 다운되고 말았다. 여전히 PDP에서 나오는 전투 스크린에서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스피드로 돌진하며 듀거 란스를 휘둘러 되는 트론 마크 03 드로우와 그 스피드에 질렸는지 하늘로 날아오른 보스급 용에 모습이 비쳤다.

“카렌티어스로부터 메시지입니다.”

“시간이 없다. 용건만.”

“트론 전용 서포트 바이오 부스터 장비 요청입니다만.”

“허가한다.”

이내 초대형 PDP에 비친 스크린에는 어느 샌가 서포트 바이오 부스터를 달고 하늘을 날면서 보스급 용을 쫓는 드로우의 모습이 비쳤다. 무장도 듀거 란스에서 한국제 가람 제 01식으로 장비한 상태였다.

“후우, 이제 좀 있으면 쉴 수 있겠네. 응?”

거의 상황 종료에 가까워지자 한 여성 오퍼레이터는 한숨을 쉬며 기지개를 피다, 문득 적색경보 창이 뜬 자신의 모니터를 보고 직업병인지, 올렸던 손을 내려 잽싸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색이 된 얼굴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900미터 상공에서 또 다른 용 출현!! 곧바로 유라시아 지부를 향해 강하하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유라시아 지부는 혼란스러워 졌다.
여기저기서 각종 보고가 올라왔고, 이내 초대형 PDP는 어느새 드로우와 보스급 용이 아닌 하늘에서 곧바로 강하하고 있는 용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용을 저지하기 위해 긴급 출동한 전투기들을 번개로 한숨 재로 만들면서, 그렇게 먹구름을 몰면서 강하하기 시작했다. 예의 그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커텔이라도 이번에는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다.
곧 한 오퍼레이터에 보고가 들어왔다.

“자료 분석 결과, 케찰코아툴르스(Quetzalcoatls) 로 판명됩니다.”



‘명령이다!! 아카라!! 지금 당장 본부로 귀환하라!!’

카렌티어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아카라의 뇌를 울렸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저 용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녀석은 분명 또 부하들을 부려 사람들을 공격할 거란 말이야!!”

아카라의 퉁명스런 말에 카렌티어스는 다급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지금 본부가 또 다른 용에게 공격당했다. 그 용은 케찰코아툴르스(Quetzalcoatls)라는 지금까지 출현했던 용들 중 강한 용이다. 지금 본부는 달리 대응할 수단이 전혀 없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건 너뿐이라고 말은 않겠어. 그 정도는 알 수 있을 테니까.’

아카라는 잠시 지상에 다운 된 트론 마크 05 이지스를 보며 열을 내며 소리쳤다.

“나더러, 동료를 버리고 도망가라는 거냐!!”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본부를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내가 후퇴하면 분명 저 용은 에릭과 중국군을 공격할 게 뻔하잖아!! 어떻게 후퇴하란 말이야!!”

아카라의 외침. 그 말은 분명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난감하게도 트론 마크 05 이지스가 움직일 수만 있었더라도, 조금은 상황이 좋았으리라.
하지만 이지스는 일전에 보스급 용, 젤리질에 물고기 모양의 용이 내뿜은 산성용액에 완전 넉 다운 된 상태. 파일럿 상태도 기절한 상태이다. 거기다 중국군 역시 필사의 발악을 하고 있다곤 하지만, 보스급 용에 지휘를 받는 작은 용들의 자폭 공격엔 속수무책이었다.
카렌티어스가 크게 고민하는 듯 조용하게 이를 갈다가 끝내 결단을 내린 듯 아카라에게 말하였다.

‘2분 주겠다. 그 안에 적 보스급 용을 쓰러뜨려라. 2분 안에 쓰러뜨리면, 아무도 희생시키지 않고 모두 구할 수 있다.’

“뭐, 2분? 어떻게 계산해야 2분이 나오는 건데!!!”

‘난 말했다. 딱 2분이다. 2분 안에 쓰러뜨려라. 그러지 못한다면 당장 본부로 귀환하던가!!’

카렌티어스는 그렇게 아카라에게 말한 뒤, 잠잠해졌다. 아카라는 뭐가 뭔지 혼란스러웠지만, 모두를 구할 수 있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젤리질에 물고기 모양의 적 보스급 용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15번, 16번 방어 시스템 가동!!”

“틀렸습니다. 11번, 14번 돌파 당했습니다!!”

유라시아 지부에 오퍼레이터들은 바쁘게 보고를 해대기 시작했다.
PDP에 비친 화면에는 케찰코아툴르스에 의해 처참하게 파괴된 방어 시설과 지하 본부로 향하는 격벽들이 차례, 차례 파괴된 모습이었다.

“제기랄. 하필, 이런 때에 기가 막히게 습격이라니...”

커텔에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지만,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2분 안에 적 보스를 쓰러뜨리는 건 사실 무리다. 어떻게 해도 2분이 넘는다. 아무리 크로킹했다 해도, 드로우는 원래 지상에서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지, 공중전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2분 안에 적 보스를 간신히 쓰러뜨린다 해도 드로우가 장비한 공중전 장비로는 본부에 도착하기 전에 본부가 버티지 못한다.’

카렌티어스는 여러 가지 상황을 분석해 보고 또, 분석하고 했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압도적인 본부 괘멸이었다. 아니 지금 당장 본부를 포기해야 하는 지경이었다. 적은 압도적으로 강하고, 시간은 그 만큼 없었다. 드로우가 전속력으로 날아온다 해도, 드로우 단 1기로는 승산이 거의 없는 것이다. 핵무기,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으나,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본부 시설 포기는 불가피해진다.

“크윽... 난... 어떤 결단을 내려야하지. 이 두 눈은 나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보여주기만 할 뿐이야.”

그때 왼쪽 하단에 작은 스크린이 떴다.
그 스크린에 제목 표시줄에는 C-X31이라는 코드와 트론 마크 04 이카루스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카렌티어스는 두려운 마음에 그 스크린을 호출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이카루스에 탄 C-X31, 미란이에 얼굴이 화면에 떴다. 미란이는 스크린에 비친 카렌티어스에게 말하였다.

“미안, 카렌티어스. 무단으로 이카루스에 타버려서.”

“아니,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용건이 뭐지? C-X31."

카렌티어스는 불길한 영상이 짐짓 스쳤지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대답이 뻔한 것을 알면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 불길한 것을 부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 출격하게 해줘. 해도 되는 거지?”

“... 어째서냐... 네 최근 몸 상태는 잘 알 텐데.”

카렌티어스는 대답이 뭔지 뻔히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인지 다시 물었다.

“동정하지 말아줘!! 다들 내가 몸이 약하다고 그저 감싸주려고만 해. 솔직히 나, 처음에 이카루스에 타기 싫었어. 너무 무서웠어. 하지만, 그렇게 겁이 많은 에릭도 아카라도 타는데... 다들 모두를 지키려고 싸우는데...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어. 진심으로...”

카렌티어스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미란이에 이야기를 듣다가 이내 작은 목소리로 미란이에게 질문했다.

“진심이냐?”

카렌티어스의 말에 미란이는 이렇게 말하였다.

“괜찮아. 카렌티어스. 어차피 케이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전부... 소모품이잖아...”

‘그래... 소모품이지... 그중에서도 넌 특별한 소모품이지만...’

“좋다. 크로싱한 뒤 바로 케찰코아툴르스가 있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게이트로 사출하겠다.”



하얀 거인 이카루스가 그 하얀 날개를 펼치며 공중으로 사출되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아래에는 먹구름을 동반한 케찰코아툴르스에 시커먼 몸체가 보였다. 이카루스는 그대로 하강하여 케찰코아툴르스에게 정면으로 부딪쳤다.

“트론 마크 04 이카루스 3번 게이트로 긴급 사출!!”

“이카루스 케찰코아툴르스에게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이카루스, 왼쪽 바이오 부스터 이상 발생!!”

오퍼레이터들의 보고. 그리고 예상외에 이카루스의 출격에 커텔의 얼굴빛은 사색에서 조금 혈색이 돌아왔고, 유 박사의 얼굴빛은 안 그래도 사색인데 완전 경악해서 그대로 한 오퍼레이터에게 소리쳤다.

“파일럿은!!!”

“C-X31, 탑승 확인했습니다. 출격 승인은 시스템의 관리자께서 하셨습니다만...”

유 박사는 이내 한 화상 통화기에 버튼을 몇 번 조작하여 화면에 카렌티어스의 얼굴이 나오자 바로 소리쳤다.

“카렌티어스 군!! 이카루스를 당장 귀환시켜!! 어서!!!”

유 박사에 외침에 카렌티어스는 냉정하게 이렇게 답했다.

“아무리 박사님이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본부를 지키는 것, 용을 물리치는 것이 우선시됩니다. 그리고 이카루스의 출격은 C-X31, 스스로의 의사로 출격한 것입니다.”

“거짓말!! 그 애가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 없다고...”

오열하는 유 박사에게 카렌티어스는 이렇게 답했다.

“할 말은 그것 뿐 입니까? 단지 그것 뿐 이라면, C-X31이 살아 돌아왔을 때, 더 이상 C-X31을 동정하지 마십시요. C-X31은 누구에게도 동정 받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만 끊지요.”

초거대 PDP에 비친 화면, 거기에는 거대한 번개룡, 케찰코아툴르스에게 겨우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로 저항하는 하얀 날개를 지닌 하얗고 작은 거인이 보였다.

“C-X31, 동조율 140%입니다!!”

한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커텔은 PDP에 비친 케찰코아툴르스와 이카루스의 전투를 보며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과연 아무리 C급이라도 시스템에 크로킹을 하면 동조율 100%가 넘어가는 군.”



하얀 날개를 지닌 거인은 끊임없이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로 연신 케찰코아툴르스에 머리(?)를 쳐대고 있었다. 그것이 소용없는 저항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끊임없이 박아대고 있었다.

'C-X31, 지나치게 무리하지 마라. 네 임무는 마크 03 드로우가 올 때까지 시간만 버는 거다. 현재 이카루스의 상태나 무장으로는 절대로 케찰코아툴르스를 이길 수 없다.’

카렌티어스의 말에 C-X31, 미란이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부들부들 떨면서 말하였다.

“아니야. 아카라까지 휘말려 들게 하지 않을 거야. 저번에도 멋지게 해치웠다고. 그러니까, 이번에도 멋지게 해내어 보일거야!!”

미란이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카루스는 더욱 더 힘을 주어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를 케찰코아툴르스에 머리(?)에 박았다. 상당히 힘을 주었는지 전혀 들어갈 것 같아 보이지 않던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가 박히며 그 곳에서는 적색의 용혈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카루스를 상관하지 않고 전진하던 케찰코아툴르스는 성가시다는 듯 팔로 추정되는 듯한 진흙질로 보이는(?) 팔을 내뻗었다. 그 팔은 이내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 그대로 이카루스를 내려치려고 했다.

‘C-X31!! 위험하다 회피해!!’

카렌티어스의 다급한 목소리, 하지만 아무리 동조율이 140%라 해도, 미란이의 반응속도는 그리 좋지 않았다. 피하지 못한 채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를 연식 박아대는 이카루스에 하얀 허리에 케찰코아툴르스가 내려친 날카로운 칼날이 들어섰다.

서걱.

이카루스는 그대로 칼날에 허리가 잘려 두동강이 난 채로 땅으로 추락했다.

“아...!!”

미란이는 순간적인 쇼크에 단말마 적인 비명을 내질렀다.
크로킹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파일럿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카렌티어스였다.
크로킹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고통은 너무도 확실하게 전해졌다.

‘큭...’

카렌티어스는 약한 신음소리만 냈을 뿐, 그걸로 끝이었다. 카렌티어스는 자신이 여기서 쓰러지면 어떻게 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용안의 능력을 최대한 이용해 고통을 느끼는 신경 부분에 감각을 강제로 제어해 고통을 다시금 안정시키는 카렌티어스였다.

“C-X31, 신경 펄스 이상!!”

오퍼레이터의 보고, PDP에는 잘린 허리에서 적색 액체를 콸콸 내뿜으며 땅으로 추락하는 이카루스와 그대로 유라시아 지부로 전진하는 거대한 케찰코아툴르스에 모습이 비칠 뿐이었다. 이미 유 박사는 자리에 없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복도에 있는 화상 단말기를 트론 마크 03 드로우에 연결하였다. 아직도 중국군을 공격한 용에 보스를 잡지 못해 열을 내는 아카라의 얼굴이 보였다. 유 박사는 아카라의 얼굴이 보이자 이내 눈물 흘리며 소리쳤다.

“미란이를 말려줘!!”



“뭐라고요!! 미란이가!!”

아카라는 유 박사에 이야기를 듣고 처음 듣는 다는 듯 심하게 놀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렌티어스가 갑자기 크로킹을 끊어버려 전혀 그에게 아무 말도 생각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2분이란 의미가 바로 그런 뜻이었단 말이냐...”

아카라는 이를 갈며 눈앞에 요리조리 도망가는 적 보스를 보았다.
그리고 대번에 가람 제 01 식에 방아쇠를 대 여섯 번 당겨 적 보스에 움직임을 막은 뒤 곧바로 적 보스의 코어를 한시도 늦지 않고 정확하게 방아쇠를 당겨 쏴버렸다.
물론 명중이었다.

“적 보스 코어 소멸!!”

“적 보스가 이끌던 군소 개체형 용들 역시 소멸합니다!!”

“트론 마크 03 드로우, 곧장 본부로 귀환합니다.”

오퍼레이터들의 보고들.
그리고 거대 PDP 좌측 하단에 작게 뜬 스크린에는 바이오 부스터를 한계 급까지 가동하여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흑색 트론이 있었다.



탕, 탕, 탕.

건물 잔해에 추락한 이카루스는 포기하지 않는 듯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트라이 건을 집어 들어 케찰코아툴르스를 향해 마구 쏘기 시작했다.

띵, 띵, 띵.

하지만, 겨우 견제용 밖에 안돼는 트라이 건에 총탄이었다.
말 그대로 케찰코아툴르스에게 박히긴 커녕 튕겨나갈 뿐이었다.

“으아아아아아!!!”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팅, 팅, 팅, 팅, 팅, 팅, 팅, 팅.

미란이는 고통을 참으려는 듯 소리를 지르며 마구 트라이 건을 쏘아 되었고, 트라이 건에 총탄은 쏜 만큼 튕겨나갈 뿐이었다. 케찰코아툴르스는 다시 한번 허리가 잘린 이카루스를 뒤돌아보았다. 케찰코아툴르스의 입장으로는 이카루스에 발악은 그저 귀찮은 파리가 날뛰는 것에 불과한 듯 확실히 끝내겠다는 듯, 주변에 먹구름에서 황금빛 번개가 튀었다. 그 번개는 이내 트라이 건을 쥐고 있는 이카루스의 두 손, 두 팔을 새카맣게 재로 만들어 버렸다.

‘큭... 그만해. C-X31. 아무 소용없는 짓이다. 지금의 이카루스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미란이는 아까 전에 공격에 대한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지 아니면 그 고통을 삭이기 위해 비명을 지르는 지 오히려 이카루스의 하얀 두 날개와 바이오 부스터를 가동해 다시 번개가 날아들기 전에 그대로 엄청난 속도로 케찰코아툴르스에 다시 충돌했다. 그리고 이카루스의 등에서는 밧줄 비슷한 것들이 갑자기 나오면서 케찰코아툴르스를 감싸기 시작했다.

‘C-X31!!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이대로 날아오르겠어!!”

카렌티어스의 말에 미란이는 간결하고 힘차게 대답하였다. 대답이 끝나기 전에 이미 이카루스는 자기 몸뚱이보다 몇 배는 더 큰 케찰코아툴르스를 끌고 하늘로 비상하고 있었다.

“C-X31, 엔리멘탈 코드(Elemental Code) 발생 확인!!”

“엔리멘탈 코드 유형, 밧줄!!”

한순간 유라시아 지부는 술렁거렸다.
하긴 무리도 아니겠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C급에 파일럿이 엔리멘탈 코드를 각성, 발생시켰으니 말이다.

“엔리멘탈 코드라니... 티아세리스, 그녀 이후로 각성하는 자가 없을 줄 알았는데...”

커텔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곧 다시 정신을 차리고, 힘차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쏠 수 있는 핵무기 격납고를 확인하도록!!”

“알겠습니다!!”



‘C-X31, 이제 그만 떨어져라. 곧 핵무기가 발사 될 거야.’

“... 아...”

‘C-X31, 네 활약은 본부에서 아주 높게 칭찬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그만하고 돌아와라.
나머지는 핵무기가 녀석을 날려 버릴 거다.’

“떨어지지 않아...”

C-X31, 미란이에 말에 순간 카렌티어스는 움찔했다. 아까부터 느껴졌던 이상한 감각, 그 감각이 설마하며 애써 부정하려고 했지만, 좌측 하단 스크린에 비친 이카루스의 상태는 카렌티어스의 예상대로였다. 케찰코아툴르스에게 침식되어 가는 이카루스의 모습이.

“감각이 이상해... 기억이... 점점 사라져가...”

그 말을 내뱉는 미란이에 검은 눈동자에는 점점 초점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미란이가 내뱉는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알고 있는 카렌티어스는 남몰래 이를 갈기 시작했다. 카렌티어스의 눈에 비친 좌측 스크린에 이카루스 상태 창 옆에는 어느 샌가 D.C.S(Disintegrate Core System)의 승인 코드 요청이 들어와 있었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하지. 친구들을 만나고 싶지 않나? 후회하지 않나?’

카렌티어스는 울컥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미란이에게 물었다.

“... 만약에 이게 꿈이라면... 하지만 꿈일 리가 없겠지. 적어도 내가 아니기 전에 모두를 기억한 채로... 그런 꿈을 꾸고 싶어...”

‘... 일전에 내가 아는 사람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마음... 이해 못하는 거 아니다. C-X31, 아니 미란이,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나?’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고...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다고... 전해줘...”

‘그러지...’

카렌티어스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D.C.S 승인 코드 요청을 승인하는 그였다.

“이름으로 불러줘서 고마워. 카렌티어스...”



“케찰코아툴르스, 이카루스를 침식, 동화하고 있습니다!!”

“C-X31,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관리자에게 D.C.S의 승인 코드를 요청했습니다!!”

“시스템의 관리자, 코드 승인하였습니다!!”

“이카루스의 코어(Core) 붕괴합니다. 임계점까지 앞으로 30초!!”

이곳저곳에서 오퍼레이터들이 한꺼번에 보고하기 시작했다.
물론 뒤늦은 보고일 수밖에 없는 것이 트론과 파일럿에 관한 모든 정보는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관리자인 카렌티어스가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정보를 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급박스런 전개에 커텔은 다소 놀랐다. 그리고 이내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쉽군. 티아세리스, 그녀 이후로 엔리멘탈 코드를 각성하는 자가 나오나 했더니... 이런 식으로 사라지는 것도 운명인가? 그것도 악운이군.”



유 박사는 열심히 숨이 터져라 뛰어서 유라시아 지부 시설 밖으로 나왔다.
하늘 높게 비상하여 보이지 않는 이카루스와 케찰코아툴르스를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보면서도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듯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카라 군. 제발 미란이를 구해... 줘...”



【D.C.S 시스템 작동. 코어 붕괴. 임계점까지 앞으로 30초.】
【캡슐 강제 사출합니다. 강제 사출 에러.】
【임계점까지 앞으로 20초, 19초, 18초, 17초...】

미란이에게 연신 들리는 시스템 음성.
하지만, 캡슐 강제 사출 시스템이 작동한다 해도 사출되지 못하는 건 거기까지 케찰코아툴르스에게 침식되었기 때문인지 몰랐다. 미란이에 초점 잃은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맺혔다.

“아카라, 엄마... 모두 미안해요.”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아카라는 고함과 함께 끝도 없이 비상하는 이카루스와 케찰코아툴르스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건 아카라 너다!! 당장 그만둬!! 지금 가 봤자, C-X31을 구하는 건 틀렸다!! 자칫 잘못했다간 드로우 마저 이카루스의 코어가 붕괴할 때 발생하는 폭발에 휘말려 들고 말아!!”

카렌티어스의 외침에 아카라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애초에 미란이를 휘말려 들게 한 건 너잖아!!!”

아카라의 말에 카렌티어스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아니, 내 잘못이 아니다. 2분 안에 적을 쓰러뜨리지 못한 네 잘못이지.”

아카라는 카렌티어스의 말에 덜컥 숨이 멎는 듯 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카라는 결코 미란이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최소한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하려고 생각했다. 이내 카렌티어스의 명령을 무시한 채로 바이오 부스터를 한계 까지 성능을 끌어내어 날아가고 있는 드로우였다.

【임계점까지 앞으로 10초, 9초, 8초, 7초...】

“절대로 미란이를 죽게 하지 않아!!”

어느 새 따라 잡았는지 드로우는 이내 플라즈마 커터를 꺼내 들어 이카루스의 등 쪽에 칼날을 대고 파헤치기 시작했다. 드로우에게 장착된 바이오 부스터는 이미 바싹 타 버린지 오래였다.

파직.

한 번 더 플라즈마 커터를 휘두르자 이카루스의 캡슐이 아카라의 눈에 들어왔다.
아카라는 망설이지 않고 드로우의 검은 손으로 이카루스의 캡슐을 집어 들었다.

“훗, 결국 해내는 군. 임계점까지 5초가 채 안 남았다. 뛰어 내려라. 나머지는 서포트 무인 전투기들이 보조해 줄 것이다.”

카렌티어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드로우는 그대로 뛰어 내리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케찰코아툴르스에 몸체에서 촉수가 날아와서는 그대로 이카루스의 캡슐을 쥐고 있는 드로우의 오른 팔을 찔러들어 갔다.



“마크 03 드로우의 우측 팔, 케찰코아툴르스에게 급속도로 침식되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관리자, 드로우의 우측 팔 강제 절단 코드 승인하였습니다!!”

오퍼레이터들의 보고, 그리고 오른팔이 강제로 절단된 채로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는 드로우의 모습이 비쳤다. 이카루스의 캡슐을 쥐고 있던 드로우의 오른팔은 순식간에 침식되었는지 흉측한 꼴을 하고 있었다.

【임계점까지 앞으로 3초, 2초, 1초, 0.00초】

그리고 그대로 이카루스와 케찰코아툴르스를 감싸는 거대한 빛이 중앙으로 몰리더니 곧 사방으로 환하게 퍼져나갔다.

“이카루스 소멸, 확인. 케찰코아툴르스 역시 완전 소멸하였습니다.”

잠시간에 침묵이 유라시아 지부를 지배하고 있었다.
커텔이 무거운 침묵을 깨고 말하였다.

“Cage Code : C-X31이란 코드는 이후부터 삭제 처리한다.”



“아아아아악... 흑흑흑...”

저 하늘에 폭발을 본 유 박사는 끝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내 미란이와 있었던 여러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헤헤, 저 박사님 주려고 그린 건데 잘 그렸죠?’

C-X31은 C급에서 가장 심한 축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삭막할 수밖에 없는 케이지에서 내가 그나마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여기게 하는 아이였다. 이 곳에 아이들은 아무리 C급이라도 육체 성장, 정신 성장 모두 빠른 편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운명 역시 빠르게 자각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C-X31은 모든 성장이 상당히 더딘 아이였다. 잔병치레도 많은 아이. 그 아이는 그저 사진 속으로만 볼 수밖에 없는 이미 죽은 딸인 미란이와 많이 닮아 있었다. 복수심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던 나를 조금은 인간답게 해준 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 내려온 명령은 거역할 수 없었다. 기준에 미달되는 아이들에 폐기 처분.

‘에, 아픈 거 싫은데.’

‘괜찮아. 이 주사 맞으면 잠이 올 거야... 자다 일어나면 아픈 게 말끔이 사라질 거야...’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 주사는 마취제였다. 아이들을 바로 죽이지 않는다. 마취 시킨 뒤 단순히 폐기 처분하는 것이 해부하여 그 동안 투여했던 약물이나 이런 것들에 조사를 하는 것, 그것이 끝나면 그대로 비료나, 비누 같은 공업용품에 재료로 아이들의 사체는 사용된다.
사람이 아닌, 말 그대로 소모품이었다.

‘에, 잠이 막 쏟아지네.’

C-X31에 눈이 감긴다.

‘박사님... 안녕히... 오래 사세요...’

나는... C-X31에 입에서 나온 말이 무엇을 뜻하는 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충동으로 C-X31을 껴안으며 나도 모르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렇게 명령을 어긴 채로 C-X31, 아니 미란이와 그렇게 여러 추억을 쌓으며... 오래 지속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부정하고 싶었다. 너무나도...

‘엄마라고 불러도 되나요?’

‘와아! 책에서만 바다를 봤는데 진짜로 있었구나!!’


‘엄마, 저 제 꿈이 뭔지 아세요?’

‘응, 뭐니? 미란아?’

‘저 하늘을 맘껏 날아보고 싶어요. 헤헤 무리라는 건 알지만.’



“큭... 모든 것을... 큭... 보았으면서... 큭...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니... 시즈미 누나도... C-X31, 미란이도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이 두 눈 따위... 큭...”

카렌티어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C-X31, 미란이가 산화될 때 그대로 느껴진 죽을 정도의 고통을 애써 참으며 중얼거렸다. 어느 새 카렌티어스의 볼에는 선명하게 눈물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내 카렌티어스는 손으로 그 자국을 지웠다.



서포트 무인 전투기들에 의해 추락하여 박살나는 것을 면한 오른 팔이 절단 된 드로우에 파일럿 아카라는 망연자실한 눈에 잠시, 미란이에 여러 모습이 비쳤다.

‘나 아카라 그렸는데, 잘 그렸지?’

‘에, 맛없어? 아카라를 위해 나 열심히 만들었는데.’

‘있잖아. 내 꿈이 뭔지 알아? 저 하늘을 맘껏 날아보고 싶어. 헤 무리겠지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드로우의 팔이 잘릴 때 고통으로 인한 뒤늦은 비명인지, 아니면 구할 수 있었지만,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의한 비명인지... 아카라는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미란이는 소원이던 하늘을 마음껏 날았다.’

‘그리고 저 멀리 우리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꿈꾸며 사라져갔다.’





“카렌티어스.”

아카라는 분노를 참지 않겠다는 적의를 마음껏 드러낸 채, 카렌티어스를 노려보았다.
카렌티어스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하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왜, 미란이를 내 보낸 거지? 어째서?"

아카라의 말에 카렌티어스는 무너질 것 같은 컨디션 엉망인 심신을 간신히 유지하며 말하였다.

"그애가 원한거다."

카렌티어스의 말에 아카라는 참고 참았던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소리쳤다.

“미란이가 원했다고!! 미란이가 원한 게 고작, 그런 거란 말이야!! 거짓말쟁이!!”

퍽.

주먹은 그대로 카렌티어스의 복부에 명중했다. 카렌티어스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카라의 적의에 찬 눈동자에는 안색이 창백한 카렌티어스의 비틀거리는 모습이 보일 리가 없었다.

쿠당탕.

아카라가 있는 힘껏 내지른 주먹에 카렌티어스는 비명 하나 지르지 않고 그대로 복도를 여러 번 굴러 벽에 부딪쳐서야 멈추었다.

“하아, 하아... 뭔가 변명을 해보란 말이야!! 왜, 미란이여야 했는지...”

한껏 주먹을 날린 뒤에 아카라는 이카루스의 폭발을 생각했는지 한껏 울먹이는 말투로 쓰러진 카렌티어스를 향해 걸어오며 말하였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갑자기 달려온 누군가가 내지른 주먹에 얼굴을 한대 맞고 아카라가 먼저 나가 떨어졌다.

퍽, 쿠당탕.

“큭...”

“아무리 S급 파일럿이라 해도, 내 아들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그 즉시 폐기처분이라는 것을 모르나? 아카라.”

목소리에 주인공은 커텔이었다.
커텔은 자신을 노려보는 아카라를 보며 말하였다.

“소모품은 얼마든지 있지. 하지만, 그 소모품과 트론의 코어를 제어하는 시스템,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관리자는 단 한명 뿐. 관리자의 신상에 어떤 문제라도 발생하면 유라시아 지부로서는 손해지.”

“손해고 뭐고, 사람이 죽었는데, 그 딴 거 알게 뭐야?”

아카라가 씩씩대며 하는 말에 커텔은 말하였다.

“불량품이 제거된 거다. 그냥 제거 된 것도 아니고 이카루스라는 중요한 전력까지 잃었다는 막대한 잘못까지 범하면서 말이다.”

“아니...”

아카라는 뭔가 더 소리치려 했지만, 뒤에 있던 병사들에게 양 팔을 잡히는 바람에 말을 꺼내지 못했다. 커텔은 정신을 잃은 카렌티어스에 상태를 보다가 이내 어딘가에 급히 연락을 하자 바로 달려온 의료 요원들은 카렌티어스에 상태를 살피며 여러 가지 응급처치를 한 뒤 곧바로 어딘가로 가기 시작했다. 아카라 역시 병사들에게 끌려 카렌티어스가 실려 간 응급실과 정반대인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아카라는 당분간 독방에서 근신하도록 해라. 티아세리스의 유일한 피붙이만 아니었어도 넌 바로 총살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해라. 살고 싶다면 내 아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중환자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가까스로 두 눈을 뜬(물론 보통 때의 회색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안 비치겠지만...) 카렌티어스는 잠시 아카라가 한 말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아카라... 너는 모른다... 죽을 정도의 고통이 뭔지... 너는 모른다...”

그리고 다시금 재발한 고통에 또 다시 정신을 잃는 카렌티어스였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101 안아프게 죽는방법을 찾습니다.(매일 올리겠습니다.) [13] FirstMoon 2005.05.24 3232
62100 (구창도 완결 릴레이) [Tialist] 15~18 [4] 아란 2006.11.22 3083
62099 일본 명곡 BEST 100 (MUSIC STATION) [9] 여노 2010.02.13 2947
62098 조금은 야한이야기. [29] saladin 2007.02.21 2780
62097 (구창도 완결 릴레이) [Tialist] 22~25(완) [2] 아란 2006.11.22 2618
62096 글루미선데이 원곡 들어보신분? [10] Child 2007.03.11 2587
» (구창도 완결 릴레이) [Tialist] 01~06 [5] 아란 2006.11.22 2373
62094 {엄청난 시스템형태의 무료 홈피만들기} [2] 부느조로 2005.09.26 2344
62093 오마에오 코로스!!를 아십니까?? [9] 샤이니스 2008.09.22 2335
62092 마법의성 이라는노래... [10] 심장도려내기 2007.01.14 2319
62091 불멸의 이순신 풀레시 게임 하기 [6] 플레시 게임 2006.11.05 2299
62090 정모 후기 & 인평 [5] 시라노 2010.04.12 2280
62089 제1회 똥똥배 아마추어 게임제작 대회(Ver.2) [89] 똥똥배 2007.02.05 2259
62088 RPGXP의 사운드는 왜이래-ㅅ-; [5] A. 미스릴 2006.05.14 2254
62087 뻘짓..[블로그펌] [13] 실바네 2005.08.06 2183
62086 우수게임 후보 선정작 리스트 [69] 쉐로, 2009.07.29 2099
62085 먼 훗날 내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걸세 [8] 시라노 2006.12.14 2078
62084 마운트앤블레이드 워밴드 플레이 소감 비터스틸 2010.04.05 2048
62083 제 8 회 똥똥배 게임 제작 대회 알림 [10] 쉐도우똥똥배 2010.12.03 2034
62082 알집 장점 반박 Vermond 2010.03.26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