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사운드 호라이즌, 엘의 초상에 대한 이야기..

2006.11.24 18:10

misfect 조회 수:194 추천:1

extra_vars1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조금 특이하게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해 볼까 합니다. 그다지 소양은 없지만요..


 


사실 저는 이 가수, 혹은 그룹에 대해 일본인이며, 현대에 음유시를 재현하려는 것과 비슷한 노래를 많이 내놓는다는 것 정도밖엔 알지 못합니다. 그마저도 동생을 통해 약간 들었을 뿐이죠.


단지 어디선가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쩌다 음악동에서 i-na님께서 부르신 이 엘의 초상을 들어보게 된 것입니다. 제가 소감 게시판에 이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한 건 그로부터 시작됩니다...


 


저는 음악 자체에 대한 소양도 없을 뿐더러(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에테넬 님께서 문학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도록 신신당부를 하셨기 때문에 이 곡이 잘 되었다느니 못 되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가, 그저 가사에 대한 수박 겉핥기 식의 접근을 할 뿐입니다.


 


곡의 가사는 제 생각에 상당한 서사성과 상징성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동화적으로 전개되는 가사는, 처음에 곡은 한 소년이 어느 숲, 폐가에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소년은 거기서 한 초상화를 발견하게 됩니다. 초상화는 8살 딸에게, 아마도 아버지가 주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 귀퉁이에 딸의 8살 생일에, 라는 사인이 씌어져 있으니까요. 여기까지는 가사에 나타난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가사의 내용은 매우 은유적으로 바뀝니다. 아름답고, 굳이 표현을 끌어온다면 서정적이라 할 수 있는 가사가 계속 이어집니다만, 이면에는 남녀간의 다소 은밀한 사랑 이야기가 숨어 있는 듯 합니다. 낙원, 혹은 엘리시온 등 아름답게 치장된 사랑은, 그러나 그것을 표현하는 부정적인 단어들을 통해 그것이 '금단'에 가까운 것임을 은근히 말해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퇴폐와 배덕, 원죄와 금단, 애증, 환영, 불모의 세계. 이러한 단어들은 각자 떨어져 있을 때 그저 혐오스러울 수도 있고 두려움을 줄 수도 있지만, 이 곡의 가사 속에서는 이들까지도 선율과 목소리에 묻혀 매우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또 재미있게도, 이 노래에는 노래만 들어서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묘미가 숨어 있습니다. 번역가가 상상한 건지, 아니면 앨범 자켓을 통해 정식으로 발표된건지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만, 가사에는 노래 속에선 아무리 들어도 나오지 않는 것 같은 단어들 몇몇이 들어 있습니다. <이상>이라던디 <열쇠구멍>, <낙원>, <소녀> 이러한 단어들은 곡 중에선 전부 (엘)이라고 표현됩니다. 반대로, 그 다음 단락에선 곡 내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는 단어들이 가사 속에선 숨겨져 있기도 합니다. 노래 속에선 분명히 (엘), (아비스), (에바), (아담)을 이야기하는데, 가사 속에선 [E]와 [A]로 치환되어 있습니다. E와 A의 경우 효과는 (엘)과 (에바)를, (아비스)와 (아담)을 각각 연결시켜 상징적인 의미를 부각시키려 한 듯 한데, 저로서는 어떤 상징이 여기에 연결되는지 알 수 없군요. 처음엔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를 상상했습니다만, 미묘하게 발음이 어긋나서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이상> <열쇠구멍> <낙원> <소녀>의 경우는, 아마도 음율을 맞추기 위해 전부 (엘)로 치환한 것 같긴 합니다만 모르죠;;


 


이렇듯 다양한 은유와 숨겨진 요소들은 매우 다양한 상상력을 일으킵니다.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많은 부분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비롭고 흥미를 유발하는 건지도 모르죠. 물론 가수의 잔잔한 목소리, 마치 동화 구연시나 판타지 영화 등에서 들을 법한 배경음 등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악기 소리, 보컬, 나레이션 등이 서로 적절하게 구성된 이 곡은, 결론적으로 다른 곡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제가 일본어를 못하는 관계로 번역 가사를 켜 놓고 노래를 따라 계속 보아야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느끼는 감상도 꽤 좋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음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부러울 따름이지요.


시와 음악, 소설의 초기 모습을 구현해내려는 점에서, 어찌보면 이 곡 자체가 하나의 주술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과거로부터 온 환상적인 주술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진 못하겠지만 들어볼 가치는 어느 정도 있달까요. 다소 혼란한 감상이었지만, 이것으로 대충 수습을 합니다....저작권 등 문제도 있고 하니 우선 창조도시 내에 올려진 곡을 링크하는 것으로 소개를 대신할까 합니다.


..그런데, 링크는 미리 허락받아야 했으려나요. 문제될 경우 운영자분들께 삭제 부탁드려야할지 모르겠군요;;;


 


창조도시 i-na님이 부르신 엘의 초상 : http://www.acoc.co.kr/acoc/board/view.php?id=music_my_vocal_vote&no=45&head_data=head_music.php&footer_data=footer_music.php&root_data=../../newcoc/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 [누설 주의] 마화사 전3권 읽고. [2] 아란 2006.08.14 722
44 용자왕 가오가이가... 그리고 Final [3] 아란 2006.12.15 406
43 [심각한 네타]괴물에 대한 짧은 단상 [9] 문학소년 쉐르몽 2006.12.01 361
42 애니메이션 '항간에 떠도는 100가지 이야기(항설백물어)' [8] misfect 2006.12.10 337
41 '밤의 제국' 파헤치기 [2] 에테넬 2007.01.01 336
40 '평행우주'를 읽고 애니메이션 '노에인 ~ 또 하나의 너에게 ~' 를 보고나서. (네타함유 조심...) [7] RainShower 2006.12.03 269
39 misfect님의 나를 위해서 하루만 죽어줘를 읽고, [6] 고스워드메이데이 2007.01.04 256
38 [특급누설] 룬의 아이들 - 윈터러 [6] 아란 2006.11.21 242
37 다르칸님의 교실 풍경 [6] Mr. J 2006.12.21 236
36 H(aruhi)-ism, 2006년 애니메이션 최고의 인기상표, 그리고 창도 [10] misfect 2006.12.18 229
35 인기작 Cercatori의 분석 [3] 에테넬 2006.12.17 217
34 인간과 사물의 기원 [1] 타이머 2006.12.26 213
33 NT의 '하루히!!!' 보다 더 재미있게본 '부서진 세계!!' [2] 아수라파천무 2006.12.25 207
32 0시를 향하여 [1] 에테넬 2007.05.04 199
31 장군과 제왕 [1] 에테넬 2007.05.01 199
30 로스나힐님 글 어느날 갑자기 천사가 찾아와 라면을 먹고싶다고 말했다를 읽고서, [7] 영웅왕-룬- 2007.02.16 194
» 사운드 호라이즌, 엘의 초상에 대한 이야기.. [4] misfect 2006.11.24 194
28 다르칸님의 담배와 고구마 [8] 시라노 2006.12.17 189
27 다르칸 님의 교실풍경을 읽고 [12] Evangelista 2006.12.27 187
26 [쉐르몽의 주절주절 너저분한 감평]Mr. J님의 신기 백과사전을 읽고 [2] 문학소년 쉐르몽 2006.12.16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