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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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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소개를 하려다보니, 내용 누설은 없겠지만 배경적인 이야기들이 상당수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남자가 원고 뭉치를 들고 고단사라는 유명 출판사를 찾았다. 원고를 받은 관계자들은 당황스러워했다. 분명히 추리물이긴 한데, 장르를 특징짓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자의 추리 소설에는 요괴가 등장했다. 그때도 요괴물이라는 장르는 있었다. 그러나 남자의 글은 요괴를 소재로 하면서도 요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이 독특한 작품은 출간이 되었고,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영화화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인해 고단사는 '응모기한도, 원고지 상한도 설정되지 않고, 편집자가 읽기부터 수상 결정까지 행하는' 파격적인 문예상을 만들었다.


현재 33회 수상자까지 배출한 상의 이름은 '메피스토 상'. 수상자들은 모두 '한 명의 작가, 하나의 장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종래의 추리소설이나 SF에 머물지 않는 개성있고 독특한 작품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상을 만든 장본인, '교고쿠 나츠히코'의 <우부메의 여름>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소개할 애니메이션 <교고쿠 나츠히코 항설백물어 (항간에 떠도는 100가지 이야기)>는 이 교고쿠 나츠히코 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03년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자가 위와 같은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 애니메이션 역시 독특하고 기이한 요괴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죠.


 


작가의 대표작 <우부메의 여름>이나 이 애니메이션 <항설백물어>에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작가의 독특한 요괴관은 단 한 마디 작중 인물들의 대사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애초에는 이 세상에 기묘한 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항설백물어 13회 모두에는 요괴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요괴들은 진짜 요괴는 아닙니다. 작가가 '인간의 어둠'이라고 말하는 사악한 마음을, 사회 속에서 무리하게 감추며 살려고 하다보니 '어둡고 기묘한 일'들로 나타나는 것 뿐입니다. 인간이 저질렀다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알고보면 인간의 집착, 사악함 등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는 사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요괴'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상황을, 애니메이션 속 주연 배우, 마타이치라는 부적상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악한 마음은 어둠에 사라지고 남는 것은 항간에 떠도는 괴 소문'


 


애니메이션 전체는 이 단 한 가지 주제만을 끈질기게 내세우면서 돌진해갑니다. 물론 마지막에 이르면서 그야말로 '대단원의 막'이라 할 만한 것이 있기는 합니다. 그를 통해 추구하는 것 역시 존재하지요. 하지만 결국 이야기는 '인간의 어두운 마음'이란 대주제에서 조금도 벗어나질 않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주요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전부 목각 인형, 혹은 정형화시킨 형태 따위로 단순화시켜버릴 정도. 그런 대담한 처리는 확실히 주요 인물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를 일으킵니다. 이것을 보고 거부감을 일으킬 사람도 없진 않겠습니다만.


전반적인 이야기는 마치 스릴러물을 보는 것 같습니다. 괴상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주연 배우인 마타이치, 오긴, 나가미미 세 사람의 퇴마사(?)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언젠가는 요괴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는 작가가 이들의 뒤를 따르며 괴상한 사건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을 대변합니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는 세 퇴마사에 의해 전말이 밝혀집니다. 온갖 비상식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비상식적 상황을 상식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세 사람은, 그 전말을 밝힘과 동시에 요괴 소동을 일으킨 사람을 처단합니다. 요괴 소동을 일으킨 사람들은 모두, 사악한 마음에 끔찍한 일을 저질렀으면서도 그 사실을 밝혀내기 어려워 현실의 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에는 수많은 음모론이 떠돕니다. 오늘만 해도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죽음에 관련한 이야기가 뉴스에서 흘러나왔는데요, 문득 이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더군요.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쉽게 해결하긴 어려웠을 사건이,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규모가 커지고, 결국에는 해결할 실마리조차 그 속에 파묻히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남는 것은 교고쿠 나츠히코의 말대로, '항간에 떠도는 괴이한 소문들' 뿐이겠지요.


 


투박한 그림체, 잔뜩 일그러지고 과장되고 간략화된 배경과 인물 묘사. 이 때문에 <항설백물어>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전개는 그럭저럭 잘 짜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수작이나 걸작이라고 하기엔 모자라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기에 모든 것을 건다'는 각오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달까요.


하지만 조금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으시다면 꽤 볼만하지 않을까 합니다. 원작가 자신이 장광설의 대표격인 데다가, SF수준의 허무맹랑한 소재를 끌어들이는 성향이 있어서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건 미리 염두에 두셔야겠지만요.


 


쓰다보니 애니메이션 소개라기보단 교고쿠 나츠히코라는 인물을 소개해버린 감이 있네요;; 하지만 결국 이 애니메이션도 '교고쿠 나츠히코 풍'이 전부라면 전부라 할 수 있으니 상관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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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외부 작품만을 소개하다보면 조금 찔립니다. 소감 게시판에 맛을 들여서 이런저런 사견을 올리고는 있지만, 창도 자체가 무언가를 만드는 곳이고, 문학동의 경우도 많은 분들이 글을 써 올려주시기 때문이죠.


그래서 외부 작품을 두 번정도 연달아 소개하면, 되도록 창게 글 중 하나를 소개하는 글을 한 번 올리려고 합니다. 제가 딱히 공부를 한 것도 아니어서 비평을 하긴 어렵습니다만, 이제까지 소감 게시판에 올린 식으로 난잡한 소개글 정도는 뭐....;;


 


일단 스스로 소개할 글을 찾아보긴 하겠습니다만, 혹시 소개를 원하시는 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번에 Mr.J님의 신비 백과사전에 대해서 소개글을 올렸습니다만, 소개글의 수준은 아마도 그 정도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시 말해 제 한계가 그 정도라는 거죠.;;


창게 연재글도 괜찮고, 릴레이 글도 아마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언제 올릴지는 의문입니다만, 창게 작품 가운데 소감글을 써 올리기 전에 다른 소감글이 올라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많이 부족한 실력입니다만, 혹시라도 자기 글을 소개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답글 달아주세요;; 조건은 간단하면서도 꽤나 복잡합니다. '제 마음에 들면' 일단 OK랄까요;; 만약에라도 여러 분들이 소개를 원하실 경우, '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활동이 드문 소감 게시판 글을 꾸준히 체크하고 활동해 주시는 분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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