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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쵸키님의 '양말'

2006.11.24 07:41

타이머 조회 수:102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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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마을에 쵸키님께서 쓰셨던 '양말' 을 놓고 빠져나가버린 꿈을 되짚어 보려 합니다.


 


쵸키님의 '양말' 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 : http://www.acoc.co.kr/acoc/board/zboard.php?head_data=head_fiction.php&footer_data=footer_fiction.php&root_data=../../newcoc/&cafeno=&id=fiction_si&page=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228


 


 


 


 


 


시란 것에 대해서 소감이나 비평, 비난, 찬양 혹은 고찰을 하다 보면 무릇 배보다 배꼽이 커지게 마련이어서 링크를 걸어둘까 원문을 그대로 옮겨올까를 두고 고민을 했습니다만, 원문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은 작자의 노력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 싶더군요. 해서 링크를 걸어 두어 원문을 찾아 읽으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시들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고찰과 그에 동조하는 고증 - 이를테면 역사적 배경이라든지 작자의 생애, 사상, 일관된 시풍 따위 - 에 의해 거의 정형화된 해석이 나올 수 있었던 시들입니다. 그러나 사실 하나의 작품만을 두고서는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해석할 수 있는 방향도 제각각이지요. 게중에는 작자의 의도와 비슷한 것도 있겠으나, 오로지 하나의 작품만을 두고 관찰했기 때문에 작자의 심리나 주제는 전적으로 독자가 얼마나 주의 깊게 작품을 바라보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앞으로 있을 왜곡과 주제를 빗나가 버리는 것에 대한 변명을 위한 초석이었습니다. (한 발 뒤로 빼려고 뒷굽이 자세를 취한 셈이지요. 하하)


 


본론으로 들어가서, '양말' 이란 소재에 대해서 잠시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양말은 발에 신는 옷으로 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발은 신체의 가장 아랫부분으로 체중을 견뎌내고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며 이동을 위한 중요한 기관이지만, 그런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냄새가 나고 더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위 중 하나입니다. 그런 발을 보호하는 양말 또한 같은 처지에 놓인 옷이지요. 새 양말이 예쁠 수는 있지만, 오래된 양말은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 소재로 사용된 양말은 '책상 밑에 돌돌 말려 있는 닳아빠진 횟빛 양말' 입니다. 새것이었을 적에도 그 횟빛 때문에 예쁘지도 않았고, 지금에 와서도 빨아지지도 못하고 돌보아지지도 못해서 '돌돌 말려 있는' 데다가 '책상 밑' 에 버려져서 있습니다. 오랜 시간 주인과 함께 걷고 뛰고 함께 고생해 왔던 양말이 말입니다.


 


양말의 주인은 '자식새끼, 눈물짜고 고름짜 키워' 낸 이 세상 모든 부모이지요. 화자는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데 갖은 애를 쓰기 위하여 자신의 꿈을 양말 속에 넣어 두고 꺼내 보지도 못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꿈을 고이 접어 가장 더러운 곳, 그러나 가장 인간을 인간으로 있을 수 있게 한 원초적인 원인을 제공한 발과 가장 가까이 있는 '양말' 에 넣어 두었다고 말 한 것입니다.


 


부가적인 설명을 위해 발에 대해서 다시 고찰 해 봅시다. 인간은 손을 사용하는 영장류입니다. 만약 인간이 손을 사용하지 못했더라면 철기 시대는 물론 신석기, 아니 구석기 시대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인간이 뒷발로 서서 앞발을 자유롭게 만든 이족보행을 하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지능이 점점 향상되었다는 가설이 있지요. 이처럼 발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원초적인 원인이 되는 셈입니다.


 


양말의 주인은 양말에 자신의 꿈을 '쑤셔' 넣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꿈은 함부러 다루지 않습니다. 그것은 소중하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이며 한번쯤은 다시 꺼내어 어여쁜 모습으로 남아있길 바라는 것이며, 현실의 벽에 부딪쳐서도 좌절하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그런 꿈을, '자식새끼' 와 맞바꾸기 위하여 '쑤셔' 넣어버렸습니다. '자식새끼' 가 곧 '꿈' 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양말의 주인은 '꿈' 을 잊은 것도, 버린 것도 아니라 양말 속에 넣어 두었을 뿐입니다. 자식이 스스로의 앞가림을 할 수 있어서 자신의 도움이 필요치 않을 때 다시 꿈을 되새기기 위하여 놓아둔 것이지요. '한가득 설렘에 휩쌓이어 그 양말 다시 꺼내' 드는 그의 모습에서 이런 심리를 찾을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 그의 꿈은 닳아 빠져 뒷꿈치의 구멍으로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이는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꿈을 잃어버린 것이 꿈을 '잊어버린' 것과 상통할 수도 있고, 양말 속에 넣어 둔 것이 '꿈을 이루기 위한 여력' 이었으나 그 여력이 없어졌음을 나타낼 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어쨌든, 양말의 주인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어버렸지요. 화자는 그런 양말의 주인을, 자신의 부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모의 꿈,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던 것과 맞바꾸어진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겠지요.


 


부모의 사랑은 아가페적인 사랑이라고 합니다. 이유도 없고 보상도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이지요. 그러나 부모도 인간입니다. 때로 그런 사랑이 힘들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며 보상이 있었으면 더 좋겠다고 여기기도 할테지요. 부모가 바라는 보상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편안한 노후, 그리고 자신들의 클론을 보며 느끼는 대리만족이 바로 그것이지요. 자식은 부모를 닮게 마련이기 때문에 부모는 자식에게서 자신의 어린시절을 연상하게 됩니다. 때문에 그 때 후회했던 일들이 다시 반복되는 것을 막고 싶어 하지요. 부모의 간섭은, 자신이 가졌던 후회의 감정이 자식에겐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때 이런 충고가 있었다면 그렇게 후회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마음 말입니다. 이것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가페적인 사랑이 될 수 밖에 없을테지요. (뭐, 단지 제 생각일 뿐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동일시하는 것과는 달리 자식은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 하지 않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단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부정하며 닮지 않으려는 노력을 견주하게 되는데, 이런 단점들이 잘 보이는 때가 제법 머리 굵어지는 청소년기이지요. 그런 부모의 단점에 대한 부정은 부모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져 '무조건적인 반항' 을 하게 되는 게 이 시기입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부모의 사랑을 오면하며 자신이 부모의 보호 아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요. 화자가 깨달은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일 것입니다.


 


 


 


역시 잔말이 많아지는군요. 일단은 여기서 끊어야 하겠습니다. 시의 중요한 요소인 '음율' 과 '절제' 의 부분 또한 짚어보려 했으나 시간과 체력이 허용치를 않는군요. 아무튼, 쵸키님의 '양말', 가슴 찡하게 와닿는 부분이 있어 이렇게 주절거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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