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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Fate / Battle Royal*

2008.05.18 14:12

◈ÐÆЯΚ◈찰드 조회 수:3317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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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잠든 나노하를 바라보던 레이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밤하늘 이라고 해도 맑은 하늘이었고, 덕분에 이곳 저곳에서 반짝이고 있는 별은 아주 잘 보였다.


그런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쾌청해질 만도 하건만, 레이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했다.


 


"그러고보니... 나도 계속 뱀신과 함께 있었지. 페이트님도 계셨고..."


 


혹시나 하는 마음은 덧없는 것이라는 걸 안다. 그 때문에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것 역시 아무 의미없는 행동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물론 그런다고 죽어버린 페이트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며, 사라졌던 뱀신이 다시 나타나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피식. 헛웃음을 흘리며 방금 전과는 좀 다른 의미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적의 눈에 띄기 쉬운 위치. 몸을 숨길만한 지형지물이 전혀 없으며, 그나마 나노하가 기대고 있는 페이트의 무덤 역시 그다지 높은게 아니어서 어떻게 이용해볼 마음도 들지 않는다. 더구나, 이건 그냥 흙무더기가 아니라 페이트가 잠들어 있는 무덤이라 몸을 숨기거나 위에 올라서거나 하기에는 심히 찝찝하다.


한밤중이라 다른 마스터와 서번트들의 활동이 뜸 하리라는 것은 일반인에 해당하는 마스터들 만의 생각. 실제로 서번트 라면 이런 시간이야 말로 방심하고 있는 적의 숨통을 노리기에는 적절한 시간이다. 뱀신이 살아있다면 교대로 불침번이라도 섰을 것이다. 그러나 적의 공격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같이 드러누워 자버리기도 그렇고, 나노하를 깨워서 불침번을 서게 한다는 것도 서번트 입장에서는 말도 안된다.


 


'반드시 우리가 최후의 승자가 되어서, 페이트쨩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야 해.'


 


나노하의 의지. 그렇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자신 외에 남은 서번트는 3명. 더구나 그중 두명은 설하와 테오 일 것이며, 그 둘은 함께 있을 것이니 섣불리 손을 대기가 어렵다.


레이는 순간 갈등을 느꼈다. 그 외에 버몬드나 늑소, 둘중 하나는 살아 있을것이고, 그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최후의 승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와 일단 손을 잡고 함께 있을 것이 분명한 설하와 테오를 먼저 제압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 하나를 먼저 처리하고 나서 기습작전을 세워 설하와 테오중 하나를 처리하고 남은 한 서번트와 1:1을 펼칠 것인가?


사실 어느쪽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였다. 버몬드나 늑소와 손을 잡는다고 치더라도 그가 중간에 방심한 틈을 노려 배신을 할 지도 모를 일이며, 또 후자의 작전으로 가자니 결국 혼자서 남은 3명과 모두 싸워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더구나 언제나 뱀신과 콤비를 이루어 싸워온 자신이기에, 어찌보면 1:1 대결에서는 가장 승률이 낮을 것 같다는 생각 역시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환영술사..."


 


그는 조용히, 자신이 서번트로서 나노하에게 소환되어 올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술사의 능력을 되새겨 보았다. 환술이란, 아무리 그 어떤 엄청난 허상을 만들어내 보았자 허상에 불과한 것. 그것이 허상임을 알고 있는 적을 상대로는 결국 자신의 미숙한 검술로 상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뱀신도 없어서, 상대의 심리가 공격당한 그 틈을 노리는 일격 작전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대체 왜 나는 이런......"


 


갑자기 이를 악문다. 서번트가, 자신에게 주어진 특수 능력에게 불신감을 가진 것은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적을 직접 공격할 수 없는 허상으로, 상대를 죽여야만 끝나는 이 싸움을 과연 어떻게 이끌어가면 좋단 말인가.


 


"으응... 페이트쨩..."


 


나노하가 몸을 뒤척인다. 페이트의 꿈을 꾸는 것인가? 레이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노하를 돌아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는 헛바람을 삼키고 말았다.


나노하의 눈이 뜨여져 있는 것이다.


 


"마... 마스터? 깨셨습니까?"


 


"......."


 


나노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매우 황홀한 눈으로, 뭔가를 응시하고 있다.


 


".....? 마스터?"


 


나노하가 바라보고 있는 곳을 봐도, 아무것도 없다. 레이는 갑자기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마스터와 공유하는 감정. 그것이 맞다면 지금 나노하의 마음은 몹시 뒤틀려있다.


 


"마스터... 마스터? 왜 그러십니까?"


 


"페이트쨩...."


 


슥. 나노하가 몸을 일으켰다. 이건 심상치 않다. 뒤틀려있는 가운데 방향없는 심리. 그 사이에 분명히 느껴지는, 한없이 황홀한 느낌. 분명하다. 나노하는 지금 뭔가에 홀려있는 것이다.


 


"마스터!"


 


레이가 다급하게 나노하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그 바람에 나노하가 화들짝, 몸을 떨더니 눈을 꿈뻑거리면서 레이를 바라보았다.


 


"레이?"


 


"마스터. 정신이 드셨습니까?"


 


"......아아, 젠장. 뭔놈의 계집애가 그렇게 반응이 거칠어?"


 


대답은 다른곳에서 들려왔다.


나노하가 응시하고 있던 방향에서 뭔가 희미한 것이 움직이고 있다. 안개? 안개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안개 같기도 하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딱 저렇게 어느 한 공간에만 안개가 낄 수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 그 안개가 말을 했다.


 


".....웬놈이냐?"


 


"알아서 뭐하게."


 


쉬이이잉! 순간 안개가 어떤 사람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더니 검은 양복의 남자로 변했다.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레이에겐 어떤 한 이름이 떠올랐다.


 


"뱀파이어?"


 


"그렇군. 네가 그 계집의 서번트 라는 놈이구나. 나의 이름은 아크세이드. 먹잇감을 찾아보라는 권고를 받고 돌아다니던 중이었지."


 


".....그래서... 내 마스터를 먹이로 삼을 작정이었군. 전형적인 뱀파이어의 수법으로."


 


"아아. 그래. 성욕 증폭이지. 피가 빨리는 느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수 없을만큼 황홀한 것이니까."


 


"............."


 


나노하가 두려운 표정으로 레이의 뒤로 숨는 가운데, 레이는 무서운 눈으로 아크세이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서번트 중엔 뱀파이어 라는 놈은 없는데... 그렇다는건 몬스터 소환으로 온 놈이라는 말이군."


 


"몬스터라고? 그 표현은 왠지 기분이 나쁘군. 날 그런 지성없는 괴물과 같은 취급을 하면 곤란하지."


 


"소환술을 쓰는 서번트라면... 그녀석 밖에 없겠군."


 


늑소.


레이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버몬드가 당한 것이었군. 늑소에게 당한건지, 설하와 테오에게 당한건지는 몰라도 버몬드가 당했고, 남은 서번트는 설하, 테오, 늑소임을 깨닫게 되었다.


 


"늑소... 그렇다면 샤나가 이 밤중을 틈타 손을 쓰려고 했던 것이구나."


 


나노하가 잇소리를 내며 말하자, 아크세이드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들었다.


 


"주절주절 잡담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어. 늑소녀석은 적을 찾아서 알려달라고만 했지만, 내가 보기에 너흰 그냥 이 자리에서 내가 처리해도 상관 없을것 같군."


 


"............."


 


레이는 아크세이드를 노려보면서, 쇼트 스워드를 꺼내들었다.


 


"감히........"


 


그리고 아크세이드를 겨눈다.


 


"일개 몬스터 주제에 나, 서번트 환영술사를 상대하겠다고?"


 


"상대라니. 아까부터 같잖은 소리만 늘어놓는군. 너흰 그냥 내 밥에 불과하다니까 그러네."


 


".......건방진것도 이정도면 기특하기까지 하구나."


 


순간 레이의 눈이 번뜩였다. 촤라라라랑!


갑자기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했고, 아크세이드의 눈이 순간 왕방울만 해졌다.


 


"뭐.... 뭐야? 왜 갑자기...?!"


 


저 멀리, 수평선 위로 태양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아크세이드는 입을 쩍 벌렸다.


 


"마, 말도 안돼!! 왜 갑자기 날이 밝는거냐! 아직 시간이...!"


 


"멍청한...!"


 


그걸로 끝. 번개같이 휘둘러진 레이의 쇼트스워드는 아크세이드를 정확하게 두쪽으로 나누어 버렸다. 그리고 삽시간에 다시 주변은 밤으로 되돌아갔고, 떠오르던 태양 역시 간곳이 없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풍경. 그것 자체가 레이의 환술이었던 것이다.


 


"크... 크억.....! 마, 말도 안.....!"


 


말을 끝내지 못하고, 아크세이드는 처절한 신음을 흘리며 사라지고 말았다.


 


 


"응?"


 


쭈그리고 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늑소가 확 고개를 들었다. 옆에 있던 샤나가 고개를 돌렸다.


 


"....? 왜 그래?"


 


"..........멍청한 흡혈귀녀석. 아무리 지가 뱀파이어라고 해도 서번트를 혼자 어떻게 상대하겠다고 나댄거지?"


 


"뭐? 아크세이드가 당한거야?"


 


"아. 근데 적의 위치는 찾았어. 녀석이 소멸된 위치가 적이 있는 곳이겠지."


 


"오오... 그런것도 느낌이 와?"


 


"내가 소환한 녀석이니까. 자아, 가자."


 


늑소와 샤나가 벌떡 일어섰다.


 


 


"휴우... 간 떨어질 뻔했어. 한밤중에 뱀파이어의 모습을 보는게 그렇게 무서운건 줄은 몰랐네."


 


"....놈은 마스터를 홀려서 피를 빨려고 했습니다. 뱀파이어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죠."


 


"그러고보니 뱀파이어는 햇빛에 노출되면 몸이 타버리지? 그래서 그렇게 기겁한거구나. 레이의 환술도 이렇게 쓰면 참 대단한걸?"


 


"......그래봐야 적에게 직접적인 타격은 줄 수 없습니다. 결국 제가 움직여야죠."


 


"........"


 


짐짓 우울하게 말하는 레이를 나노하가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레이는 곧, 살벌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늑소는 이유야 어쨌든, 마스터의 목숨을 노렸습니다. 놈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러고보니 늑소가 살아있다는 말은, 버몬드가 당했다는 거네."


 


"그렇죠."


 


"그럼 나가토는 어떻게 됐을까?"


 


나노하가 묻자, 레이가 별로 신경쓸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버몬드가 당했으니, 아마 그 자리에서 처리됐을겁니다. 아니면 먼저 나가토가 처리됐으니 버몬드가 소멸한 것일수도 있고."


 


"으음... 그럴수도 있겠다."


 


나노하는 잠시 고개를 돌려 페이트의 무덤을 바라보더니, 다시 레이를 보며 말했다.


 


"잠은 다 깨버렸네. 근데 한번 자는 도중에 기습을 당하고 보니, 또 잘 엄두가 안나."


 


"우리도 움직이는게 좋겠습니다, 마스터. 한번 공격당한 장소에 계속 있는 것도 현명한 행동은 아닙니다."


 


"응."


 


나노하는 아쉽게도, 페이트의 무덤과 작별할 수 밖에 없었다. 나노하는 슬쩍 레이를 돌아보았다.


 


"레이는... 기억력이 좋아?"


 


"...예? 갑자기 그건...?"


 


"아니... 싸움을 끝내고 혹시 잠시 시간이 난다면... 여기 다시 와보려고."


 


"아... 예. 그렇게 하죠. 이 위치는 제가 기억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숲이 무성한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건 무슨 우연일까. 그들이 향한 방향은, 늑소와 샤나가 다가오다가 정면으로 마주칠 방향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레이와 나노하보다, 샤나와 늑소 쪽이 훨씬 먼저 발견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것이, 나노하가 있던 곳은 탁 트인 평지였고 샤나가 걷던 곳은 울창한 숲 속이었던 것이다. 어느쪽이 서로를 먼저 발견하게 되는지는 너무도 뻔한 이치였다.


 


".........이쪽으로 오네?"


 


"혼자 있어. 딱 두명이니까... 마스터 하나에 서번트 하나겠지."


 


아직은 검은 그림자로밖에 안보이는지, 샤나와 늑소는 나무들 틈에 몸을 숨긴체 가만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노하와 레이를 관찰했다.


 


"누굴까?"


 


"...추측이 어렵네. 쟤들 뒤로 보이는 흙무더기는 아무래도 무덤처럼 보이는걸. 게다가 치요와 아유무, 나노하와 페이트, 양쪽 다 둘이 같이 다니잖아."


 


"......그 4명중 하나란 말이지. 몹시 당연한 추측밖에 할수 없다는게 서글프군."


 


늑소가 입을 삐죽였다.


 


"일단 덩치로 보건데, 아유무와 테오는 아닐것 같군. 한쪽을 아유무로 보기엔 너무 덩치가 작은데."


 


"음...? 그러고보니, 정말 그러네."


 


터벅. 터벅. 이젠 발소리 까지 들릴만큼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러자 늑소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어려운 상대는 아닌것 같군. 설하도 아냐."


 


"뭐? 어떻게 알아?"


 


"잘 봐. 서번트 쪽은 로브가 아냐. 설하와 테오, 두놈 모두 복장이 로브 임을 모르진 않겠지?"


 


"아..... 맞네. 로브가 아냐."


 


"그렇다면 레이, 아니면 뱀신이다. 그놈들의 특수 능력은 직접적인 공격 능력은 없으니까. 큭큭... 둘이 같이 있다면 모르지만, 한놈만 남았을땐 간단하지."


 


"음... 그럴까?"


 


늑소가 손을 모아들었다.


 


"저놈에게 어쨌든 아크세이드가 당했어... 몬스터 몇놈 보내서, 정체를 확인해 보기로 하지."


 


그리고 늑소는 자신의 주변에 랜드로드 5마리를 불러냈다. 크르릉 거리던 랜드로드들은 늑소가 적들을 가리키자, 날쌔게 나노하와 레이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샤나와 늑소에겐 검은 그림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들은, 랜드로드들이 갑자기 달려들자 잠시동안 전투를 벌였다. 뭔가 특수능력을 발동해주길 바랬는데, 검은 그림자는 순수 검기 만으로 랜드로드 5마리를 모두 처리하고는 다시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법 하는데?"


 


"어떡할거야? 좀더 강한 몬스터가 필요할것 같은데."


 


"물론 그럴 생각이야."


 


이번엔 키메라 3마리를 소환한다. 랜드로드 5마리에 비하면 확실히 강한 전력이었다. 호랑이와 박쥐, 염소, 뱀 등이 뒤섞인 몹시 기분나쁜 모습의 키메라는 랜드로드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레이를 향해 돌격했다.


 


 


"저 숲 속에 늑소가 있는게 틀림없습니다!"


 


즉시 응전 자세를 취하면서 레이가 말했다. 지금 달려오고 있는 키메라에 비하면, 앞서 왔던 랜드로드는 오히려 귀여운 강아지 였다. 나노하가 공포에 질려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는 동안, 레이는 반대로 키메라들을 향해 정면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레, 레이! 위험해!......?"


 


소리치던 나노하는 말 끝을 올릴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레이는 간곳이 없고, 그 자리엔 거대한 드래곤 모양의 괴물이 한마리 생겨나 있었다. 달려들던 키메라들은 순간 입을 쩍 벌리며 주춤 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아!"


 


괴물이 한번 크게 소리치자, 어이없게도 키메라들은 꽁지가 빠져라 뒤로 달아나버렸다. 그리고 그 즉시, 괴물은 숲을 향해 성큼성큼 역러쉬(?)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환영이다.....! 레이와 나노하였어!"


 


늑소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괴물을 향해 마주 돌격했다. 뒤에서 샤나가 소리쳤다.


 


"느, 늑소! 조심해! 방심하지 마!"


 


그리고, 늑소는 당당하게 괴물의 바로 앞까지 달려가 괴물의 모가지를 대거로 후려쳤다.


파아아앗!


순간 괴물의 환영은 사라졌고, 그 한가운데에서 레이가 나타났다. 레이는 땅에 착지 하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늑소에게 달려들었다.


카강!


늑소 역시 얼른 대거를 꺼내들고 레이의 쇼트스워드를 막아내었다. 카가각...! 잠시 힘으로 서로의 검을 밀어붙이던 중, 늑소가 슬쩍 자신의 옆으로 눈동자를 돌리면서 외쳤다.


 


"피아드래곤! 자가 소환!!"


 


퍼버벙! 하는 소리와 함께 짧게 연기를 피워올리던 그 공간에서, 빠르게 피아드래곤이 튀어나와 레이의 옆구리를 물고 매달렸다.


 


"크악!"


 


뱀의 몸에 날개가 달려있는 모습을 한 피아드래곤은, 천만 다행하게도 진짜 뱀처럼 독이 있진 않았다. 레이는 얼른 늑소에게서 떨어져 빠르게 피아드래곤을 갈라버리고는, 다시 늑소에게 달려들었다. 늑소가 피식 웃으며 대거를 놀렸다.


카캉! 캉! 카가각! 카강!


잠시동안 무서운 검흔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마주서서 서로에게 검을 휘두르기를 무려 10여 합. 소환술사와 환영술사가 각자의 특수 능력은 배재한 체로, 순수 검기만을 가지고 엄청난 호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뒤에서 각각 자신의 서번트가 저러다 행여라도 한순간 삐끗 해서 베여버리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면서 손에 땀을 쥐고 있는 샤나와 나노하의 시야에는, 가뜩이나 한밤중 이라는 조건까지 가미되어 주변의 풍경은 그저 암흑 이었고 눈동자 한가운데에 오직 박빙의 대결을 보이고 있는 두 서번트만이 존재한다.


 


팟!


 


그러다 한순간, 서로를 박차고 멀리 떨어진 두 서번트는 숨차는 기색도 없이 서로를 조용히 응시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 자세로 서 있었을까.


레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몬스터들의 뒤에 숨어서 팔짱끼고 즐기기나 하는 때깔좋은 서번트인줄 알았더니, 제법이군."


 


"물론. 그러는 네놈도 상당하구나. 아, 하긴. 특수능력이 별 볼일 없는데, 노멀 어택이라도 좀 받쳐줘야 살아남을 수 있겠군."


 


".........."


 


물론 육탄전 전문인 버몬드나 테오가 보면 우습다고 생각할 난투였으나... 일단 둘에게는 그만큼 서로가 상대하기 힘든 접근전 능력이었다.


레이는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감히 내 마스터의 피를 노렸드냐."


 


"음? 아크세이드 녀석이 저 계집을 노렸던가. 큭큭... 난 적을 찾으라고만 지시했을 뿐이야."


 


"적을 찾으라고 보낸 몬스터가 뱀파이어 였다니... 그게 적의 피를 노린거랑 뭐가 다르단 말이냐."


 


"훗. 좋으실데로 상상하시길."


 


슥. 늑소가 자세를 낮춘다. 그러자 그의 몸 주변엔 희미하게 오오라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평소엔 잘 안보이던 오오라 였으나, 밤이라서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제부터는 내 특수능력 까지 동반해서 상대해주마. 어디, 직접공격도 안되는 네 술사 능력으로 얼마나 버티나 볼까?"


 


그리고 그는 팔을 크게 펼치며 외쳤다.


 


"미노타우로스 12마리, 멀티 소환!!"


 


퍼버벙!! 펑! 펑! 콰과광!!


 


평지 이곳 저곳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게다가 그 위치는, 이미 레이를 포위한 위치다. 웬만한 성인의 두배는 넘는 덩치를 가진, 사람의 몸에 황소의 머리와 발을 달고, 거대한 배틀액스를 움켜쥔 무시무시한 모습의 미노타우로스가, 한마리도 아니고 무려 12마리나 생겨나 레이를 포위하고 섰다.


그렇다. 소환술사란 그런 존재다.


제 아무리 말도 안되는 괴물일지라도, 과거 알고 지냈던, 아니,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해봤어도, 칼을 나누어 봤어도 조금이라도 마주한 적이 있는 존재라면 자신의 주변에 불러내 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술사가 바로 소환술사 인 것이다. 덕분에 지금껏, 뱀파이어와 수많은 몬스터, 요괴 몽마. 심지어 히드라 까지도 소환하여 대부분의 서번트와의 1:1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왔다. 그야말로, 승률 만으로 따지면 과거 찰드가 1위 였다면 늑소는 2위 내지는 3위는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를 상대하는 레이는 상대적으로 승률이 낮은 서번트임에는 틀림 없었다. 거의 처음부터 뱀신과 팀을 이루어 싸워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률은 반반이었다.


이러한 조건만 놓고 따지면 레이는 늑소의 상대가 될 수 없는 서번트 였다. 애초에,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늑소가 레이, 혹은 뱀신 임을 알고는 힘들지 않을것 같다며 좋아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그건 승률일 뿐이야.'


 


레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서번트간의 싸움은, 승률이 결과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 순간... 레이는 지금까지 환술을 사용할때와는 달리 최선을 다한 자신의 내면으로의 집중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환술과는 비교도 안될, 절대적인 마수의 모습이 필요하다. 어설픈 환술로는 미노타우로스들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서번트간의 싸움은...... 바로 상성에 따라 결정나는 것이다.


상대가 지금껏 얼마나 싸워서, 얼마나 이겨왔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상대가, 자신의 술사의 능력과 비교해서 어떠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넌......!"


 


촤아아앙! 순간 레이의 몸이 엄청난 빛을 터뜨렸다.


 


"날 이길 수 없어!!"


 


콰아아아아아! 그리고 레이가 서 있던 공간은 거대한 암흑으로 뒤덮였다.


 


"무우우우엉?!"


 


미노타우로스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암흑의 공간은 순식간에 어떤 악마의 모습으로 변했다. 엄청나게 벌어진 어깨의 부위엔 황금의 갑옷. 그리고 머리일 것 같은 부위엔 황금의 투구... 그 외에 다른 신체는 모조리 암흑이었다.


눈이 있을것 같은 곳에선 시뻘건 빛이 눈처럼 빛나고 있고... 한손엔 기다란 검을, 한손에는 가시가 박힌 채찍을 들고 있으며, 그 덩치가 얼른 보기에도 10m는 훨씬 넘을 것 같은...


악마, 발록(Barlog) 이었다.


 


"무어어어엉!"


 


12마리나 되는 미노타우로스들은 갑자기 자신들의 앞에 등장한 "절대적인 악"의 괴물을 보자 소스라치게 놀라버렸다. 멀리서 발록을 본 늑소 조차, 저것이 레이의 환술임을 알면서도 다리를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봐야 환술이야! 허상에 불과하단 말이다! 모두 공격해! 저건 너희들을 공격할 수 없어!"


 


늑소는 악에받쳐 외쳤으나 이미 미노타우로스들에겐 제정신이 남아있지 않았다. 몇몇은 그자리에 쓰러져 소멸해버렸고, 몇몇은 혼미백산 하여 줄행랑을 쳐 버리는 등,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미노타우로스들이 모두 사라지자 고개를 돌려 늑소 쪽을 바라본 발록은 성큼성큼 그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샤나는 그 공포스러운 모습에 주저앉아 버렸으나, 늑소는 이를 악물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흐... 흥! 환술 따위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어디 날 공격할 수 있으면 해봐라, 이 허상! 난 그래도, 레이를 찾아 모가지를 갈라줄 테다!"


 


확! 발록이 검을 든다. 늑소가 그 검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나... 난 속지 않아. 난 속지 않는다구!"


 


휘이이이잉! 검이 휘둘러지고, 그 검에 맞은 나무들이 통째로 두쪽나서 쓰러졌다. 그게 한 두 그루가 아니다. 당장 사방은 나무 쓰러지는 소리로 엉망이 되었다.


차자작! 싸아아아아! 쿠궁!


 


"히익!! 그, 그럴리가 없어!!"


 


나무들이 검에 맞아 토막나는 광경을 보자 늑소는 그야말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수 없었다. 그리고 발록은 다시, 검을 치켜들어 늑소를 바라보았다. 그 시뻘겋게 빛나는 눈은 마치 메두사의 눈인 양, 늑소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그... 그럴리 없어. 그럴....!!"


 


"느... 늑소!! 피하자! 일단 이 자리를 피.....!"


 


샤나가 다급하게 외쳤으나 그보다 더 빠르게 발록의 검이 내리쳐졌다.


 


"난 속지 않......!!"


 


푸슈슈슉!!


발록의 검 끝이 늑소의 몸에 닿는 순간, 발록의 검이 레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마치 거짓말 인듯... 그의 쇼트 스워드는, 발록의 검 대신 늑소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모든게 사라졌다.


발록도, 발록이 베어버린 나무들도. 모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나무들이 쓰러지는 것 역시 환술이었던 것이다.


 


"............"


 


늑소는 멍한 눈으로 시선을 내려, 자신의 심장을 뚫고 있는 레이의 쇼트스워드를 내려다보았다.


 


"....나의 승리다, 늑소."


 


레이의 조용한 한마디. 늑소는 서서히 검에 찔린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점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도.


 


"느...... 늑소...! 늑소! 안돼!!"


 


샤나가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늑소는 검에 찔린 왼쪽 가슴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빛가루로 변하고 있었다. 늑소는 털썩, 땅에 주저앉더니 힘없이 샤나를 돌아보았다.


 


"마스터......."


 


"늑소!! 사... 사라지는 거야? 이대로! 날 두고 사라지는 거냐고!"


 


".....미안..... 나... 진짜로 마스터를.... 사랑했었는데...."


 


"안돼!"


 


샤나가 엉금엉금 다가와 늑소의 손을 움켜잡았다.


 


"이게 사랑이야?! 날 사랑한다면...! 이렇게 나 혼자 놔두고 사라지면 안돼는 거잖아, 바보야!"


 


"미안.... 하지만 이게.... 패한 서번트의.... 마지막인걸..."


 


그리고 늑소의 손을 꽉 쥐고 있던 샤나는, 곧 허공을 쥐게 되었다.


 


"늑소!! 으아아아아!"


 


샤나가 오열하고, 그 앞에서 검을 늘어뜨린체 말 없이 샤나를 바라보는 레이에게, 나노하가 타박 타박 다가왔다.


그런 나노하에게서 나온 소리는, 어쩌면 레이에게는 의외일 수도 있는 말이었다.


 


"처리해."


 


명령 일하, 레이는 확 쇼트스워드를 치켜들더니 두말없이 샤나의 목을 갈라버렸다.


툭... 샤나의 머리가 떨어지고, 오열하던 그 표정은 눈이 커다랗게 뜨여진 상태로 바뀌어 있다. 피가 사방으로 튀어 그 앞에 있던 레이의 옷자락을 적신다. 그 피를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맞던 레이가 나노하를 돌아본다.


 


"마스터..."


 


"시끄럽잖아. 패배자 주제에."


 


"........."


 


레이는 그 이상 할말을 찾지 못했고, 나노하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레이를 잠시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싱긋 웃어보이며 레이의 손을 잡았다.


 


"우린 아직... 최후의 승자가 될 목표가 있고, 갚아야 할 페이트쨩의 원한이 있어. 질순 없는거 아냐?"


 


"마스터..."


 


"그리고 지금 봤던 것처럼... 레이는 강한걸. 이렇게 같이 있으면, 안심할 수 있어. 분명, 설하와 테오 쯤, 어떻게든 쓰러뜨릴 수 있을거야."


 


"예."


 


레이 역시, 희미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체 앞서 걷기 시작하는 나노하의 뒤를 따라,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건... 쓸쓸히 버려진, 목이 잘린 샤나의 시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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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나 Vs 나노하..... 나노하 Win


 


이제 남은 서번트는 설하, 테오, 레이... 세명이군요 ㅎㅎ


 


그리고 늑대뉘망. 그동안 수고하셨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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