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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dest21c 어느 프랑스인의 전말

2007.05.13 09:12

Evangelista 조회 수:3623 추천:4

extra_vars1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끝나고 
extra_vars2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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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주는 따로 올릴 예정이니 새 창으로 열어서 작게 띄워 두고 보시는 것이 편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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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신뢰도 높은 한 프랑스인 고서적 수집가에게서 구한, 유쾌한 프랑스인 장 파스파르투Jean Passepartout와 그 주인 필레아스 포그Phileas Fogg의 여행에 관련된 일련의 글로 프랑스의 XXX라는 출판사에서 최근 출판한 소책자이다. 주석은 이 책을 번역하는 본인이 달아 둔 것이며(원주가 없었다) 몇 가지 출판에 부적절한 주석들은 편집부와 협의 하에 삭제했음을 미리 밝혀 둔다.






1. 런던시민들에게올리는진정서ApetitiontocitizensofLondon1),「Times」,1873.12,런던.




런던 시민 여러분. 저는 장 파스파르투입니다. 제가 작년2) 새빌로에 거주하는 한 신사의 저택에 하인으로 취직한 것은 모두 아시리라 믿으며, 런던에서 발행되는 주요 일간지들을 유심히 살펴보신 분들께서는 예의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제 신상에 일어난 일들 또한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제 조국인 프랑스에서 최근 출간된『80일간의 세계 일주Le Tour du monde en quatre-vingts jours』라는 책을 보셨다면 무슈 베른Monsieur Verne3)의 이 작품이 거짓말투성이이며 악의로 가득 찬 것임을 한 눈에 꿰뚫어 보셨겠지요.


닷새 전 휴가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오려고 칼레Calais에 도착한 저는 시간이 이르자 배웅하러 온 지인들에 의해 항구 노동자들이 북적대는 어느 술집으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이 곳에서 그들은 계속해서 억지로 술을 먹이려 하지를 않나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비웃는다던지 마지막에는 여기서 아편을 먹고 뻗어 헐레벌떡 배에 오르라는 둥 되지도 않은 농담을 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해 있자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자네 홍콩에서 있었던 일을 다 잊었단 말인가?” 그제야 전 뭔가 일이 묘하게 꼬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전 얼른 칼레의 한 서점에서 그 벼락 맞을 책을 구입했는데 가짜 신사인 에첼4)이 출판했음을 발견하고 분노했으며 공상에 쩔어 사는 사기꾼 베른의 이름을 작가명에서 확인하고 또 한번 분노했습니다.


우선 이 책에 나타난 저와 관련한 사건들은 거의 다 사실과 다릅니다. 즉 대부분이 마차에 치어 죽을 주세페 발사모5)의 황금 연성만큼 신빙성이 없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무슈 베른은 제가 마치 이끼 못 묻히는 돌인 것처럼6) 이리저리 전전하며 별 해괴망측한 기술을 다 배우고 다닌 양 과장하는데 그것은 순전히 뻥입니다. 이래봬도 저란 인간은 그 실밥 날리는 생 캉탱Saint-Quentin7)에서 아편 전쟁이 일어나던 날8) 태어나 파리 제 4대학9)에서 철학과 수학을 배운 몸입니다. 비록 중간에 사정이 있어 나오긴 했으나 분명히 어디에서 광대 짓을 하던 몸은 아니다 이겁니다. 또한 무슈 베른은 계속해서 포그 씨의 낭비벽을 부각시키며 결국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일만 구천 파운드를 허공에 날렸다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스스로 속아넘어간 결과10)로서 이는 필시 제가 가스비 청구서를 보고 가진 놈들이 더 하다는 등11) 투덜거린 것에 대한 곡해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포그 씨가 그렇게 돈을 쓰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타고난 언변과 대학에서 배운 화술을 이용하여 상당 부분 그 비용을 감축했고 제 기억이 확실하다면 우리가 사용한 돈은 총 일만 이천오백구십육 파운드하고도 삼 실링이었습니다. 특히 뉴욕발 헨리에타 호에서 있었던 스피디 선장의 육만 팔천달러짜리 거대 사기극 때는 나중에 퀸스타운에 도착하기 전까지 끈질기게 선장을 설득하여 겨우 삼만 달러를 돌려받는 데 성공했지요. 그 악마 쓰인 책엔 제가 신이 나서 나무를 쪼갰다고 되어 있는데 사실 선장과 협상을 벌이던 중이었던 것입니다.


책 여기저기에서 무슈 베른은 제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지 저의 영웅적인 행위를 포함시켰는데 그 중 인도에서 아우다 부인을 구한 것은 사실이나 미국에서 기관차를 객차와 분리시킨 것은 역시 거짓말입니다. 사실 인디언은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수우 족이 자신들의 땅을 침탈한 미국인들에 대해서 어찌 감정이 없지 않았겠는가만 분명히 우리가 타고 있던 열차 근처에 그들의 모습이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뉴욕에 도착하는 것이 늦어진 데에는 포그 씨와 관련된 어떠한 사건이 있으나 그에 대해서는 이 지면을 통해 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무리 수우 족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해도 열차를 멈추는 법조차 모르고 마음대로 조작을 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만약 몰랐다고 친다면 그 추장은 하고 많은 조작 장치 중에 자신이 잡은 핸들이 기차의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여기에서 무슈 베른의 인디언에 대한 편협한 시선이 드러납니다. 그는 주워들은 정보를 마치 사실인 양 써내는 데 탁월한 소질을 가진 자이며 그렇기 때문에 마침 잘 됐다, 파스파르투란 놈과 인디언들을 싸잡아 바보로 만들어 버리자. 그런 생각을 해낸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또한 부처님 앞에서 설법하는 꼴이라12) 앞뒤 안 맞는 소리를 해서 자기 목에 올가밀 걸어버린 셈13)이죠. 이 사기꾼의 사기적인 책자에 대해서 런던 시민 여러분의 온당하고도 합당한 판단과 조처가 있길 바랍니다. 만일 여기서 여러분이 계속 무슈 베른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찾으신다면 다음에도 필시 이런 일14)이 또 벌어지고 말 것입니다.


 


 


1-a. 장 파스파르투Jean Passpartout15)




떠나려 하는 통통한 프랑스인을 비쩍 마른 영국인이 멈춰 세웠다. 영국인은 키가 작고 앞서 말한 대로 상당히 마른 체형이었으며 신경질적인 얼굴이었다. 순진해 보이는 프랑스인에게 그는 몇 잔 더 마시자고 권하였으나 파스파르투는 거절하였다. 어쨌든 그는 몇 시간 뒤에 출발하는 요코하마 행 카르타니크 호를 타야 했다. 픽스는 초조해졌다.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분명히 파스파르투는 포그에게 배가 일찍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말했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이 녀석을 이 곳에 잡아둘 수만 있으면 아무래도 좋다. 이 의심 많은 프랑스인은 계속해서 일을 방해할 것이다. 포그가 그를 찾아 나서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고 그렇지 않더라고 해도 그 때는 자신이 따라잡아 단 이틀, 아니 하루만이라도 발을 묶어 두면 된다. 못 한다면 자신을 고용한 영국 은행 부총재 랠프 씨를 볼 낯이 없어진다. 어쨌든 그는 포그가 80일을 넘기게 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할 판이었다.


문득 픽스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늘 가지고 다니던 하제(下劑)를 물에 타서 파스파르투에게 건네었다. 프랑스인은 의심하면서도 목이 마른 터라 마셨다. 이제 곧 약효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만신창이가 된 채 남아 준다면 그의 목적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파스파르투는 속이 거북한 것을 느끼고도 대변을 보러 가지 않았다. 식은땀을 흘리는 자신에게 픽스가 상태를 물어보았을 때 그는 속이 좋지 않은 것 같으니 빨리 고용주인 포그에게 배의 출발이 앞당겨졌다는 것을 말하러 가야겠다고 하고는 부자연스러운 걸음으로 거리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더 이상 이러고 있을 틈이 없었다. 픽스는 재빨리 술집을 나섰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해 포그가 머무르는 숙소로 향했다.


다행히 파스파르투가 먼저 도착해 배가 한 시간 뒤에 출발할 것이라고 알렸다. 냉정한 포그는 한 마디도 없이 고개를 끄덕거린 후 손가락으로 문 쪽을 가리켰다. 파스파르투 역시 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못하고 재빨리 내달렸는데 이 행동이 그의 사용인에게 다소 불쾌한 기분이 들게 한 것 같았다. 인도에서부터 따라온 아우다 부인이 인상이 찌푸려진 이유를 묻자 그는 별 일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곧 배에 올랐다.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는 익숙한 영국 신사가 눈에 보였다. 포그는 영국인에게 인사했다. 픽스가 파스파르투의 행방을 물었다. 속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변을 보러 갔는데 아무래도 늦을 것 같다고 대답하고는 늦으면 자기들끼리 출발하리라고 부연했다. 그리고 카르타니크 호는 떠났다.


배가 떠난 것을 깨달은 뒤늦은 파스파르투는 하는 수 없이 돌아다니다가 가진 돈을 다 털어 상하이로 가는 탕카데르 호에 올랐다. 탕카데르 호는 상하이를 경유16)


 


 


2. 장파스파르투에대한반박L'objectiondelespetitiondeJeanPasspartout,「LeTemps17)」,1874.1,파




지난 달 우리의 어릿광대 무슈18) 파스파르투는 영국에서 일간지「Times」를 통해 신간『80일간의 세계 일주』를 공박하고 나섰습니다. 우선 나는 그와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소설19)은 소설이니만큼 다소간의 허구적인 요소는 인정을 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무슈 파스파르투는 소르본에서 플라톤하고만 토론을 해서 그런지 알 수 없으나 그런 기본적인 전제를 무시한 채 자기 주장만 늘어놓고 있으니 지식인으로서 따끔히 몇 마디 해 주지 않을 수가 없어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우선 무슈 파스파르투는 제가 자가당착에 빠져 글을 썼다는 소리를 연이어 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넘겨짚은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가 저의 우애 있고 진실된 형제인 픽스에게서 취재한 바에 의하면 ‘파스파르투의 다람쥐같이 날쌘 움직임은 마치 서커스의 공중 곡예를 보는 듯’했다고 하며 저는 그에 의거하여 ‘장 파스파르투라는 캐릭터를 창조’했을 뿐이지 실제의 그를 작품 속에 그대로 가져다가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소설을 쓰는 작가의 마인드인데 실제로 소설가는 모든 것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하여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일 그런 작품을 쓴다면 그 소설가의 글은『테레즈 라깽20)』식의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운 글 외에 어떤 것도 될 수 없습니다. 이런 간단한 것조차 알지 못하는 무슈 파스파르투는 사실상 수우 족과 마찬가지로 바보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으며 현대 프랑스 문학의 방향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몰지각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고 결국 ‘가짜 신사’니 ‘사기꾼’이니 운운하며 공격한 형제 무슈 에첼과 제게 사과해야 합니다.


또한 무슈 파스파르투는 자신이 소르본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했음을 강조하며 자신이 주인의 돈을 관리하는 데 일류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말하며 일만 구천 파운드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이 논리는 그에게 그러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 증명될 경우 그대로 허공에 떠 버리는 주장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저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랑스러운 형제이고 이번에『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내는 데 얼마간의 도움을 주었으며 그 책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들에 대한 취재의 대상이 되어 준 훌륭하고도 모두의 귀감이 되는 영국인 필레아스 포그의 진술을 인용하겠습니다. 그는 1872년 11월 6일 홍콩에서 제게 보낸(이 날은 제가「르 땅」지에 연재를 시작한 날이기도 합니다) 전보에서 ‘장 파스파르투는 우직하고 좀 모자라지만 잔머리가 특출난 인간으로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면 아무것도 문제될 것이 없음’이라고 밝혔으며 12월 3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후 보낸 전보에서는 홍콩에서 아편을 마시고 쓰러진 무슈 파스파르투의 전설적인 바보짓(향후 삼백 년간 군함을 보고 혼비백산하는 바보짓보다 더 바보 같은 바보짓으로 기억될 그 바보짓)을 언급하였고, 마지막으로 퀸스타운에 도착한 직후 보낸 전보에서 ‘현재까지 사용한 여행 경비는 총 일만 구천 파운드이며 이건 모두 장 파스파르투가 엉뚱한 짓을 해서임’이라고 말했습니다. 법률가들이 오면 이것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부디 무슈 파스파르투는 정신을 차리고 예전의 폭언에 대해 사과하기 바랍니다.




추신 :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나의 형제 필레아스 포그는 내게 이 지면을 통하여 당신을 해고한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3. 파스파르투를 옹호함Vindication for Jean Passpartout,「New York Times」, 1874. 1, 뉴21)




수우 족들22)과 친함 관계들을 유지하는 호피 족들의 추장인 위이도마카23)들이라들 하다24). 몇일들 앞에 장 파스팔루투들이 런던들의「타임즈」들에 싣은25) 이야기를 보다. 우리들은 그들이 백인들의 우리들에 대한 음모들을 파헤쳐 주기 때문에 대단히 감사하다. 우리들은『80일간의 세계 일주』라는 책들이 어떤 냉용들을 싣고 있는지 모르다. 그러나 적어도 줄 베린26)들이라는 사람들이 우리들 아메리오아 원주인27)들에 대햐 아주 더러운 간점들을 가지고 있음은 맞다. 무론 우리들 중에 어떤 사람들은 기차들을 공격들 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들이 그들에게서28) 싣은29) 원한들을 갑으려 한 것들일 뿐이다. 또한 우리들 호피 족들은 이름들에 걸맞음 평화를 축우하다. 수우 족들의 추장들에게 물어 보다 하다 그들은 기차가 조종들을 하는 법들을 알다. 장 파스팔루투들이 런던들의「타임즈」들에 싣은 말들과 같게 그들은 기차가 조종들을 하는 법들을 알다.


어떤 영국인들의 선교사들을 만나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옷들을 제대로 입으라고 하다. 옷들을 제대로 입지 안는30) 사람들은 미개인들이라고 말하다. 우리들에게 억지로 문자들을 공부함 강요하다. 그러나 옷들을 제대로 입지 안고 문자들을 모름이라고 미개인들을 아니다.






3-a. 파스파르투를 옹호함 2Vindication for Jean Passpartout 2,「New York Times」, 1874. 1, 뉴




친절하고 나쁜 어떤 영국인들의 선교사들이 장 파스팔루투들이 말하 책들을 말해주다. 용감한 수우 족들은 프랑스인들 한 명들에게 세 명들이 맞을 정도로 약하지 안다.






3-b. 파스파르투를 옹호함 3Vindication for Jean Passpartout 3,「New York Times」, 1874. 2, 뉴




장 파스팔루투들이 총들을 맞다고 하다.31) 목숨들이 죽지 안다고 하니 다행이다. 우리들 호피 족들과 수우 족들은 백인들의 우리들에 대한 음모들에 대한 장 파스팔루투의 용감한 싸움을 응원하다.


 


 


3-c. 열차 여행의 연인Lovers in Train32)




열차는 플럼크리크에 정차했다. 차장은 이 열차가 기관의 문제로 인해 30분간 정차하나 시간이 촉박하므로 10분 후까지는 모두 승차해 있어 줄 것을 부탁했다. 피곤한 듯한 통통한 파스파르투는 자리에 앉은 채 깨어날 줄 몰랐고 동행인 픽스도 계속하여 덜컹거리는 객차의 진동에 지쳤는지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포그와 아우다 부인은 지금이야말로 이 귀찮은 두 명의 감시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차장은 30분이라고 말했으니 괜찮으리라고 아우다 부인이 말했다. 포그 역시 동조하며 30분이면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플럼크리크는 작은 마을이었으며 사람도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플랫폼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포그가 좋은 장소를 찾았다. 마을 저편에, 그러니까 약 7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수풀이 있었는데 거기라면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일단 장소를 찾은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시선이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눈 쌓인 땅과 풀들은 차가왔으나 둘의 몸은 달아 있었다. 아담이 에덴에 발을 디디고 갈비뼈를 하나 빼앗긴 후부터 인간을 지배했던 1차적 욕망이 그들을 지배했다. 열차에서 안타까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보상받으려는 듯 한 명의 영국인과 한 명의 인도인은 정신없이 서로를 서로의 오감에 밀어 넣었다. 떨어지는 땀방울이 눈을 녹였다.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이 하얗게 흩어졌다. 마치 안개처럼.


한편 장 파스파르투와 픽스는 있어야 할 두 사람이 보이지 않자 난감해하고 있었다. 열차가 멈춘 지 15분이 지났는데 벌써 수리가 끝난 것이다. 차장은 얼른 출발하고 싶었으나 그 두 사람이 투덜거리며 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자 15분 더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분명히 둘이 끌어안고 난리를 치고 있을 거요.”


파스파르투가 말했다.


“주인에 대해서 그렇게 말해도 되나?”


픽스가 대답했다. 그러나 파스파르투는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며 맞받아쳤다. “고용주라니까요. 나는 수발을 들어줄 뿐이지 노예는 아니란 말요.” 그리고 다리를 꼰 채 창 밖을 쳐다보았다.


5분이 또 지났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은 열차에서 내려 두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다. 몇몇 사람을 붙잡아 물어 보았으나 도대체 그들을 본 사람이 없었다. 기차가 출발하려 하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그들은 생각했다. 물론 지금 저 열차를 타고 가면 된다. 하지만 포그가 빠져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소 지체된다 해도 어서 찾아다가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좋으리라.


열차가 출발하기 5분 전 서쪽의 풀숲에서 픽스가 벌거벗은 채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몸살감기에 동상까지 걸린 모양이었다. 파스파르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것 봐요. 내 말이 맞지 않소.”


간신히 열차에 올랐으나 포그와 아우다 부인은 거동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뉴욕에 도착하였지만 그들이 꾸물거리는 바람에 배는 놓쳐 버렸으며 파스파르투는 못난 고용주를 위해 리버풀로 가는 배를 찾지 않으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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