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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polarbearjmg 바하카프 4회

2006.11.14 01:37

영원전설 조회 수:2821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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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문으로 이어져있는 큰 길을 따라 세워진 상점들은 주로 식료품을 취급하는 가게들이다.  물론 견직물이라든지 요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레오릭산의 마법도구들이라든지 등도 취급하는 곳이 곳곳에 있기야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신선함이 중요시돼는 식료품만큼 자리에 구애되지는 않는 것들이니.  요즘 와서야 냉동마법의 간편화와 휴대화로 인해 이런 지리적 의미가 많이 상실되기는 했어도 역시 오래 냉동된 것 보단 냉동된 지 얼마 안 되는 것이 질적으로 좋지 않겠는가.  그러한 이유로 큰 길은 어디에서나 식료품 파는 가게들과 그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정말, 이렇게 놓고 보면 옛드라코니아 제국령에서 갈라져 나온 지역 중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지역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오르브란 나라 자체는 그저 그런 국력을 가지고 있지만 애초에 혼돈의 도가니라 할 수 있는 옛제국령 중심에 있는 나라가 아니고, 게다가 3대국 중의 하나인 남쪽의 벨후사핀의 비호를 받고 있으니 이렇도록 평화로울 수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국과 인접한 국가들은 중심부보다 훨씬 체계 잡혀 있는 곳이 대부분..  소문으로는 중심부에서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국가 키우기라는데.            
  
  물건을 팔려고 필사적인 상인들의 외침이 푸른 하늘에 울려 퍼진다.  봄의 나라인 이곳은 저 북쪽의 가을의 나라들보다 습기가 차고 비가 많이 오기에 이런 맑은 날씨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것은 이 나라가 가을의 탑과 봄의 탑의 경계선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다.  들리는 말로는 탑들의 경계선에 가까워질수록 날씨가 개떡같이 변하고 거기다 여름과 겨울의 탑의 경계선까지 맞물리면 그곳은 이미 사람이 제정신으로 살 수 없는 지역이라고 한다.
  
  애초에 이런 탑들이 왜 지어졌냐고 하면, 그것은 절대로 그들이 세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대의 엘더라는 존재들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쌓아올렸다고 하던데, 이 탑들이 본래 계절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는 몰라도 지금에 와선 그것 주위의 지역에 그 이름에 맞는 계절을 부여하는 것밖에는 하는 일이 없다.  마법사들이 그것 주위에 별 삽질을 다했다고 하지만 그것의 제어는커녕 안으로조차 들어간 적이 없다고 하니.  역시 오래된 것은 위대하다고 할까, 무섭다고 할까.
  
  덕분에 여름의 탑 지역은 사막으로, 겨울의 탑 지역은 혹한의 대지로 남아있고, 그나마 살기 좋은 지역은 이 봄의 탑과 가을의 탑 지역.  하지만 그러한 불모의 땅들에게도 그들만의 이점이 있으니, 그것은 극한의 더위나 극한의 추위, 그 어느 하나도 몇 천년동안 겪지 않은 이 지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동식물들.
  
  피넬은 지금 그 중의 하나를 맹렬히 관찰중이다.

  “헤에, 이거 진짜로?”

  “당연하지, 이것이 바로 저 혹한의 대지의 기둥 중 하나인 록베리산맥의 근처에 서식한다는 루바무의 고기.  사냥하기도 어렵고 찾기도 힘든데다가, 그 곳에서 사냥을 하기 때문에 비싼 고기라고.”

  어때하며 저 거대한 고기를 장갑 낀 손으로 두들기는 상인.  겨울의 대지에서 사는 동물의 고기를 취급하는 사람치곤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다.  큰 덩치는 아니지만 고기나 그것들을 난자하는 도구의 무게와 그의 숙련도를 보면 상점물건 슬쩍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잡히고 싶지 않은 사람 중 일 순위 일 수도.    

  “그것도 그렇지만 이 먼 곳 까지 가지고 온 것도 고생이 장난이 아니었을 텐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있다마다.  높으신 분들이야 언제나 귀한 것만 보면 뭐든 막론하고 그냥 사버리지만, 이건 귀하기도 하고 맛도 있단 말씀이야.”

  “근데 애초에 루바무라는 건 어떤 동물?”

  “이것만 봐도 알겠지만 무지하게 거대한 놈이란 거지.  정말로 너희 여관만큼 크지 않을까?  털북숭이고 그 입 쪽엔 거대한 뿔과도 같은 이빨이 3쌍 나있다고 하고, 코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길게 늘어져 있다고 하지.  정말 희한한 생김새라고 생각하는데.  뭐, 그런 곳에서 사는 동물이니까.”

  “흐음.  어쨌든 좋아보이긴 하지만, 역시 가격이..

  “너희 여관 정도라면 야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스페셜로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라면 가계부에 그다지 타격이 오진 않을 것 같은데.  게다가 일단 손님들에게 내 보이면 나중에 없어서 못 팔지 않을까.  뭐, 일단 샘플로 조금 가져가 보고 생각해봐.”

  상인은 시원스럽게 말하면서 네모난 칼로 한 덩이를 콱 베어버리더니 이내 윗옷에서 손바닥만한 원반을 꺼내 고깃덩어리 위에 얹어 놓는다.  이것이 바로 냉동보관이란 개념을 가능하게 해준 청옥의 눈의 마법도구.  이거나 저거나 왜 굳이 동그라미에 집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성능만큼은 확실하다.  그것의 평평한 위엔 일부터 구까지의 눈금이 새겨져 있는데 이걸로 마법의 강도를 결정하고 시동의 룬을 세기면 단박에 원하는 정도만큼 냉동이 된다는 편리한 물건.  구까지 설정한 다음에 사용하면 호신용으로도 사용할 만하다.  물론 사용 후에 중지의 룬을 세기지 않으면 밀착된 물건의 냉각을 멈추지 않는데, 거기다 충전된 마나까지 다 쓰면 사용자의 마나를 소모하면서까지 냉각을 하기에 조심성이 없으면 위험한 물건이다.  초기엔 이 사실을 까먹은 몇몇 상인들이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고 한다.  예전에 아는 한 사람은 온 몸이 얼어버려서 해동 후 지독한 감기에 시달렸지.  

  “슬슬 그 마법사한테 가서 충전을 시키고 와야 하나.”

  “그런 건 정말 미리미리 해 놓는 게 좋잖아요.  충전한 마력이 떨어지면 사용자의 마력을 끌어다 먹는 거니까.”

  “요즘에 그런 사태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설치될 거라고는 하던데.”

  “비싸지 않을까요?”

  “신제품이 비싸지 않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그놈들 그 세계에선 독점이니까.  아직은 다행이도 이런 도구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지만, 언제 이런 것들이 보통사람들은 손도 못될 고급품이 될지는 알 수 없지.  그러니까 이 정도 비싼 건 어쩔 수 없어.”

  “다른 마법사 길드들도 요즘 도구들을 만든다고 들었는데.”

  “그렇다고 청옥의 눈을 떨어뜨릴 세력은 아직 없지.  뭐니 뭐니 해도 국가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집단이니까.  세력만으로 따지자면 그 곳과 맞먹을 수 있는 길드는 마이더스의 손뿐이랄까.”

  “그 길드도 마법도구를?”

  “전문적이지 않아서 역시 밀리지만 말이야.  그 쪽은 워낙에 재력이 빵빵하니까.  굳이 마법도구를 다루지 않아도 충분히 비대하지만, 역시 독점하는 꼴은 못 보는 모양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조그마한 가죽 주머니에 담긴 시원한 과일음료를 마신다.  참 세상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날에 이런 차가운 것도 마실 수 있다니.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지.

  “흠?.”

  그녀의 눈에 몇 십 명의 경비가 모포로 덮여있는 짐을 호위하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것만이라면 그저 무시해도 될 듯 했지만, 짐의 크기도 크기고, 게다가 상당히 긴 행렬이 줄을 지어 성문을 지나는 것이 꽤 장관이었다.  경비의 숫자와 저기 짐 위에 앉아있는 검은 색의 이상한 인영을 보더라도 상당히 중요한 물건들을 호송하는 듯하다.

  “거상이라도 되는 건가?  아니면 영주에게 받치는 공물이라든지?”

  “신경 꺼, 신경 꺼.  저런 류는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다루는 게 좋아.”

  “있는 듯 없는 듯?”

  “저거 안 보여?”

  상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과연, 몇 몇 짐의 모포에 흑색 문장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인다.  검은 십자가, 그리고 각각의 끝 부분에 시계방향으로 그려져 있는 날카로운 무기의 날.

  “..  혼야의 인도자..”

  “어?  알아?”

  “제가 아는 걸 알면서 가리키신 게 아니었어요?”

  “무슨.  저건 길드 물건이다, 란 말만 할 예정이었다고, 난.  그저 본다고 시비까지야 걸지 않겠지만 보다시피 중요한 물건인 듯 하니까.  눈 딱 감고 신경 끄는 게 정신건강에 좋지.  게다가 다른 때 보다 더 날카로워 보이는 걸, 저 녀석들.”

  주위 사람들도 힐끔힐끔 그 쪽을 쳐다보는 듯 하다 이내 자신들의 일과로 되돌아간다.  쓸데없는 데에 신경 쓰다 흙 먹지 말고 자기 일들이나 보시구려, 라는 기운이 물씬 풍기고 있으니 보고 싶어도 해코지를 당할까봐 거북하다.  호기심정도야 정신력으로 무시할 수 있는 것.  길드 소유의 물건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면 귀찮아 질지도 모르니 무시 무시..  하려 했으나, 모포가 바람에 잠시 펄럭이면서 철장이라 생각되는 짐 안의 무언가를 무심코 보고 말았다.

  세로로 찢어진 날카로운 눈.  그녀를 바라보는 노란 빛의 안광.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살벌한 눈이건만, 슬픔이 베어져 나오는 것은 그녀의 착각인가.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은 그야말로 찰나.  하지만 그 철장 속 무언가의 눈빛은 그녀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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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올립니다...  에, 근데 벌써 비축분이 얼마 안 남았네.. OTL  빨리 써야 할 터인데 말이어요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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