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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polarbearjmg 바하카프 3회

2006.10.31 00:18

영원전설 조회 수:1771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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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다 그대의 이름은 피넬.  천재의 천자에다 제곱을 올려놓은 듯 한 당신의 삐까번쩍이는 아이디어에 끊임없는 찬사를 보낸다.  크하하하..
  
  피넬은 나지막이 자화자찬격인 생각을 하며 탁자에 엎드린다.  어느 멍청한 근육돌이들 덕분에 일도 한결 덜 바빠졌고 게다가 의외에 수입까지 생겼으니.  물론 그 놈들은 주로 중노동(예를 들어 바깥에서 장작 패오기라든지)에 종사했지만.  그런 일이라도 어디야.  어떻게 좀 가르쳐 줬다고 그런 일까지 자신이 도맡아 했어야 했으니까.  이제부터 10일 동안은 그런 일들과 이별이구나, 이별이야-  크하하, 기분 좋다-  라곤 하지만, 진짜, 그렇게 부려먹었건만(녀석들은 나중에 어깨가 축 늘어진 상태로 여관을 나가더라) 피로가 그다지 가시진 않은 건 무슨 까닥일까.  지금 상태로 보건데 이런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하다간 분명 객사할거야, 객사.
  
  점심이 지난 후 사람이 뜸한 지금 그녀는 잠시 눈이라도 붙여 볼까 하고 몸에 힘을 뺀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온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을까.  9년 반?  이제는 잘 생각나지도 않는 과거 때 엄마를 잃고 누군가에 의해 쟈브로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집에서 자라온 그녀는 지금에서야 그 때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고 있다.  과거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어떤 소년이 그녀의 앞에 어른거린다.  어깨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  망토를..  했던가.  그의 얼굴은 아예 생각나지도 않았고 그가 입은 옷 같은 것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그로 인해 그녀와 그녀의 엄마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피넬은 기억한다.  
  
  복잡한 감정.  분명 그로 인해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와 같이 있던 때의 기억은 상당히 따뜻했으니.  피가 튀기고 눈물범벅인 기억 속에서 그에 대한 분노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하지만 아예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그런 것은 둘째 치더라도, 그는 누구였는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 하나 아는 사람 역시 없다.  쟈브로 아저씨나 아주머니는 그저 자신을 가엾게 여겨서 받아들인 것뿐이니..(아니, 생각해보면 일 할 식구가 필요했었을 지도..)
  
  요 몇 년 동안 모종의 자금을 위해 쟈브로 부부를 도우며 이곳에서 바쁘게 뛰어 다니던 새 작은 마을이었던 이곳은 어느새 오르브 국가에서 작은 마을들을 이어주는 시장마을로 변모하면서 도시로 커가기 시작했고 유일무일 한 여관이었던 그들의 작은 안식처는 어느새 큰 여관 및 주점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물론 점점 다른 곳에서도 여관이나 주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텃새가 있는지라 아직까지는 피란다 제일의 여관&주점으로 남아있다.
  
  얘기가 좀 세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에게 있어 이 아룬 여관은 이제 그녀의 집이다.  하지만 역시 피를 나누지 않은 남인 지라, 쟈브로 부부가 특별히 섭섭하게 그녀를 대한 적은 없지만 서도 왠지 모를 외로움과 그리움에 피넬은 가슴을 움켜쥘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가까운 숲 속에 있는, 그녀가 9년 반전에 살았던 오두막집으로 간다.  이제는 과거의 상흔밖에 남아있지 않는 폐허였지만 그곳에 가면 왠지 친근함이 느껴지고 포근해진다.  물론 이제 무너진 집을 자연스럽게 덮은 푸른 자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곳에 뿌려진 피조차 대지에 스며들어 꽃을 피우게 하고 나무를 자라게 하고 생명을 키워 다시 그녀를 맞이했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 오두막집의 뒤쪽, 숲 속 조금 더 깊숙이 가면 그곳엔 그녀의 어머니가 잠들어 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 수 있는 마을이 있었건만, 왜 그녀는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살았어야 했을까.  아마 그녀의 아버지 때문이 아닐까 하고 피넬은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인물이었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그에 대해 물을 때면 멋지고 훌륭한 분이라는 말 밖에 안하셨다.  뭐 한 번이라도 뵌 적이 있어야 멋지건 훌륭하건 알 텐데 말이지.
  
  항상 무덤에 가면 놀라는 것이지만 그곳엔 뿌리에서부터 떨어져 놓인 가지각색의 꽃들이 있다.  대부분은 주위에 널려 있는 하얀 꽃인 하루가 이었지만.  누군가가 여기에 자주 오는 것일까.  
  
  자신의 과거에 발자국을 남긴, 이젠 기억에서 점차 지워지는 그였을까.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를 만나면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까.  물론 무슨 기억 상실자라던 지 피넬은 그런 게 아니다.  그녀의 과거를 꼭 듣고 싶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이라는 존재를 좀 더 확고하게 만들고 싶다는 소원이 있다.  이 세상에 이제 그런 기억을 자신밖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있어 상당히 외로운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이라.  
  
  쟈브로 아저씨에게 자신을 그들에게 데려다준 분이 누구였냐고 언젠가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로브를 뒤집어썼고 밤이었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뭐, 도움이 안 되는 때가 많은 사람이니 기대를 건 자체가 잘못인지도.
  
  그녀는 다시 목에 걸고 있는 그 목걸이를 만지작거린다.  그녀의 손가락은 도금 되어있는 물결의 길을 따라 가운데의 부드러운 구체로 되어있는 루비를 그 끝으로 느낀다.  그녀의 기억으론 이것은 그가 준 선물.  어떤 의미로 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에 대한 기억은 슬프고 혼란스럽다.  
  
  결국 그녀의 과거와 그에 대한 단서는 이것 뿐.  이것만으로 기억에도 없는 그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아무나 붙잡고 이 목걸이가 당신 것이냐 물으면 백이면 백 다 그렇다고 할 테니.  그녀가 봐도 상당히 비쌀 것 같은 목걸이이니 말이다.  그래도 역시..

  “한가해 보이는 구나.”

  쟈브로 아저씨가 웃는 낯짝으로 피넬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지만 그녀는 심드렁한 표정이다.

  “왜요.  조금 한가할 때 이렇게 쉬는 걸 보니까 속이 뒤틀리세요?”

  “그럴 리가.  허나 이 한가한 시간이 그리 오래지 않을 거 같아 내 가슴이 찢어질 것 같구나.  그런 의미로 시장 좀 보고 와라.”

  그런 의미가 도대체 어떤 의미?  

  “그런 걸 굳이 연약한 딸내미에게 시켜야 하겠어요?”

  “그럼 내가 하리?”

  “한 번쯤은 해 봐요.  나름대로 산뜻한 경험이 되니까.”

  쟈브로 아저씨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예절을 밥 말아 먹었구나.”

  “예절은 애를 혹사시키는 게 아니에요.”

  “내가 너만 했을 때는 아버지가 시키는 일은 모든지 했다.  그게 도리였거든.  왜, 예전에 아버지가 수박이 먹고 싶다면서 수박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내가 수박을 어떻게 가져오겠나.  돈은 안줬지, 그렇다고 우리가 수박 키웠냐.  남은 건 서리밖에 없지 - 이쯤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같이 대책 없는 사람이란 게 훤히 들어난다.  뭐, 피넬에겐 그다지 새로운 뉴스가 아니었지만 - 그래서 뜻있는 친구들을 모아서 가까운 이웃집 토토씨에게”

  “그거 절대로 지어낸 이름이죠?”

  “그런 거 별로 상관없잖아.  옛날 일이니까.  어쨌든 난 토토씨에게 극상의 미소로 반갑게 인사를 하.. 에, 그런 느낌이 전해질만한 에, 잡혔을 때 해둘 사죄의 말을 생각하면서 적진에 용감하게 뛰어들었는데, 에, 처음에는 상당히 은밀하게 진행되었거든.  근데 저쪽에서 우리 동료라고 생각되는 놈의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무언가 빠르게 수박밭을 헤집는 거야.  나중에 그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왔는지도 모르는 멧돼지씨란 것을 알았지만, 그때야 당연히 어두울 때에 행동을 개시했으니 우리로서는 알 리가 없지.  그저 혼비백산해서 사방으로 튀었는데, 왜 그때 소란에 놀란 토토씨에게 나만 수박을 든 채로 잡혔는지.  뭐, 멧돼지씨에게도 멧돼지씨만의 사정이 있겠지만, 이래서야 돈은 누가 먹고 재주는 누가 부렸다는 격이지.  어쨌든 그렇게 잡힌 이상 서리하기 전에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사죄의 말을 줄줄이 늘어놓았지만 역시 이렇게나 소동을 벌인 이상 말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그거겠지.  아무리 그래도 정작 난리를 펴 놓은 것은 그 멧돼지씨였는데 말이야.  왜 우리가, 아니, 왜 나만 탄압을 받으면 안 돼는 거였지?  왜 나만 그런 처절한 사죄를 해야 하고 아버지에게 수박으로 얻어맞아야 하는 거였지?  굉장했다고, 그거.  정작 화를 내야 하는 사람이 자기 수박이 내 머리통에 직격하면서 깨지고 있는데도 오히려 사람 죽이겠다고 말렸다고.  근데 말이지, 어째 아버지 눈을 보면 서리를 했다고 패는 게 아니라 ‘몰래’ 서리를 하지 않아서 열 받은 듯 했단 말이야.  내 착각일까?”

  절대 착각이겠지.  아무리 나와 아저씨사이라도 그렇게까지 막나가지는 않으니까 피로 이어진 부자 관계라면 야 분명..  에, 아저씨 아버지라면야 왠지 절대 그럴 거라는 느낌은 도대체 왜?
  
  피넬은 조그마한 한숨을 쉬며 미리 앞에 놓여 있는 돈주머니를 쥔다.  분명 저런 상태로 한 시간은 가겠지.  얘기를 하면 자신만의 세계로 떨어져버리는, 이젠 하도 많아서 딱히 결점이다, 라고 할 수 없는 아저씨의 결점이다.  딱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필요는 없지.  분명 이것들은 저녁거리 심부름일터인데 아저씨에게 맡겼다간 오늘 저녁은 굶을 수도 있으니 후딱 갔다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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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와서 바하카프 때립니다.  물론 이건 비축분 =ㅅ=  시험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다시 써야겠죠 =ㅅ=  아직 몇개 더 남았삼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