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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polarbearjmg 바하카프 2회

2006.10.10 23:49

영원전설 조회 수:1962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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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봐, 할아범.  그딴 거 빨리 빨리 마시고 자리를 뜨는 게 어때?  이 자리 우리가 이제 전세 냈어."

  "...  뭐라고?  안 들려."

  “이.봐. 할.아.범.  그.딴. 거. 빨.리. 빨.리..  에잇, 이런 제기랄!”

  조금의 예절교육이라도 받은 사람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또박또박 다시 크게 할아버지께 말씀드리겠지만 말을 한 뻗친 갈색 머리의 오른손에 형태를 도저히 알아 볼 수 없는 싸구려 문신을 한 사내는 저 긴 대사를 다시 말하기 짜증났던지 어쨌는지 노인이 앉아있는 나무탁자를 주먹으로 세게 내리친다.  반쯤 먹었던 수프는 충격으로 인해 바닥으로 떨어져 깨지지만 노인은 그저 멀뚱히 그 인상 더러운 사내를 쳐다보기만 한다.
  
  이렇게 까지 소동을 벌이니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고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히 난폭한 사내놈들로 모여졌다.  피넬 역시 주문을 받다말고 소동의 장소로 고개를 돌린다.

  "이봐, 여기는 손님이 왔는데도 사람들이 주문 안 받나?!"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은 그들의 거친 말투와 인상 때문에 어쩔 줄을 몰라 그들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신입들은 어쩔 수 없나.  피넬은 한숨을 쉬며 그들에게 걸어간다.  하지만 주문을 받기도 전에 그녀는 그들을 쳐다보며 손가락을 테이블에 가리킨 체 냉큼 소리친다.

  "주문을 받기 전에 받아 둘게 있습니다만."

  "뭐?"

  "당신이 함부로 친 탁자, 저희 소유라고요.  기물 파손입니다."

  그들은 저희들끼리 비웃어 대며 그녀를 훑어본다.  가소롭다는 듯이.  그들이 누군가, 이 피란다 도시의 개미똥꼬만한...  아니, 하튼 간에 이 지역에서 배에 좀 힘주고 다닌다는 쌍쌍파의 일원들, 그리고 저기에 볼품없는 문신을 하고 있는 자는 바로 그 쌍쌍파의 두목이 아닌가?  비록 별 볼일 없다지만...  어이어이, 생각해보니 설명이 좀 이상하다.  어쨌든 그런 그들에게 이깟 탁자 하나로 꽥꽥거리는 여자가 가소로울 뿐이었다.  눈꼬리를 치켜뜬 그들의 한결 같은 표정을 보며 짐작컨대 그들은 이곳에 그 2년 전 전설의 웨이트레스가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오르브에서 천연기념물에 속할 만할 놈들인 듯하다.

  "이봐, 우리가.."

  "그리고 아까 전에 깨진 접시도 저희 소유입니다만.  게다가 들어오시기 전 문을 그렇게 세게 여닫으시니 그 건에 대해서도 돈을 받아야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리고 자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멋대로 들어와서는 기다리지도 못하고 힘없는 늙은이를 위협한 것을 목격한 자로서 이 일을 묵과 해줄 때의 보상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네요."

  "...  묵과?"

  그녀는 호주머니에서 동그란 디스크를 꺼낸다.  그녀가 눈을 감은 채 검지로 디스크 위에 문양을 새기자 디스크는 서로에게서 40도 안팎의 각도로 떨어져 있는 파란빛과 빨간빛을 조그맣게 발산하였다.

  "지금부터 10 분의 시간을 드리죠.  그 시간이 지나면 레디마를 사용해서 경비를 부를 겁니다."

  간략하게 줄여서 지금 이 연년은 자신들에게 협박과 함께 돈을 요구하고 있다.  소위 깡패, 불량배, 폭력배, 혹은 조폭이라 불리는 그들에게 삥을 뜯는 행위인 것이다.  성질 같으면 탁자를 엎어버리고 난리를 피우고 싶지만, 일단 인상이 험악해진 주위 사람들이 좀 많다.  
  
  원래 이런 짓은 첫 방에 잔뜩 위압감을 주어 기세를 잡는 것이 순서인데 이 당돌한 년놈 때문에 위압감 같은 건 애초에 언덕 너머로 사라지고 군중들에게 그들이 지나가다 들린 시끄러운 개삐리리들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고, 개중엔 오르브의 그녀를 감히 건드리는 그들에게 맹렬한 적개심을 들어내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어차피 가까운 주변엔 경비가 없고 경비를 어떻게든 부른다 하더라도 그 시간차가 있으니 애초에 이런 협박이 통할 리 없지 않느냐, 하겠지만, 그들에겐 불행이도 쟈브로는 옛적부터 이곳 피란다에 연줄을 많이 놓았다.  이건 아룬 여관이 이곳에 거의 20년 동안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해온 것도 있지만 항상 여행자와 상인이 들 끊는 이곳의 치안을 위해 많은 인물들에게 용돈을 쥐어준 것도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쟈브로나 피넬이 호출만 한다면 그 동안의 정(?)을 보아 수십의 경비들이 순식간에 이곳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그런 고로 피넬일행은 깡패들을 상대로 이리 막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걸 이 놈들이 알 리는 없다.  지금 그들에게 그것보다 제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쟈브로가 꺼낸 레디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른 레디마의 마나 패턴을 자체에 기억해내 서로의 마나를 이으므로 서 장거리에서도 대화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이 신기한 물건은 레오릭에 위치하고 있는 대륙 최고의 마법사 길드인 청옥의 눈이 대량 생산해낸 마도구 중 하나.  물론 레디마의 마나가 기록된 사람에게만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그래도 전령이나 편지보다 훨씬 편리하지 않은가?  게다가 서로의 라디마를 라디아므라는 물건에 넣어 각자의 라디마에 기록돼있는 마나를 서로에게 전송할 수도 있고, 사용자가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의 마나 패턴에 암호를 덮어 씌워서 오직 자신만이 통신을 열 수 있도록 돼있으니 정말 획기적인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외지라면 또 몰라도 클 데로 커버린 이 피란다 도시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그것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사용한다면 경비들이 근무하는 곳으로 사람을 보낼 필요 없이 이것으로 그들에게 초고속으로 연락이 가능 할 테니.  
  물론 이 여관까지 경비들이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역시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마법를 쓰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가 급속도로 험악해지는 상황에서 이 들에겐 그런 계산을 할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듯싶었다.  설상가상으로 개중에 특히 험악하게 생긴 분들이 여관 문을 살며시 닫는 것을 보니 그나마 있던 1%의 논리적 사고를 할 능력마저도 사라져버렸다.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죽으란 법은 없지.  
  쌍쌍파의 일원들은 그들의 뇌 없는 머리를 터질듯이 굴리며 이 상황을 최대한 피해 없이 타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일이 이렇게 까지 돼 버렸지만, 어떻게든 삥을 뜯기는 사태까지는 막아야 하겠지?  돈도 돈이지만 그들의 자존심이 도마 위에 생선 꼴이 아닌가?
  
  "이런 싸가지가!  여기 종업원 같은데 손님을 이 따위로 다뤄도 되는 거야?!"

  그들 중 조금 몸이 작은 사내가 벌떡 일어나더니 삿대질을 하면서 그녀를 다그친다.  주위 일원들의 뭔 개소리하냐는 얼굴을 보아하니 이 남자가 그 중에서 가장 정신머리 없는 놈인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듣고 보니, 잘 봐주어 봤자 점원 주제에 등장이 좀 격하기는 했어도 손님에게 이럴 수 있을까?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인 듯 했으나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아무렴, 손님은 왕이라고.  이 세계에서 이런 식으로 손님에게 막 나가면 남는 건 손님 없는 유령의 집일 텐데 말이다.  
  
  그런고로 그들은 이 년놈이 이 말을 듣고 자신의 본분을 자각하여 알아서 길 것을 희망하였다.

  "저는 단지 당신들의 행동에 관한 결과로서 돈을 요구하는 것뿐입니다.  지금 당장 당신들은 저희의 손님이시기 전에 저희에게 돈을 빚져야 하는 신세인 상태인 신데, 상황판단이 안 되시나요?  정녕 감방에서 몇 년 푹 썩은 다음에야 돈을 갚으실 건가요?"

   씨도 안 먹힌다.  말 하는 게 이건 종업원이라기보다는 여사장님에 가깝다.  아니, 사장님은 저기 계시니까 이 분은 여부장님..  에에잇, 그 따위 것 상관없지 않나!  지금 돌아가는 꼴이 뭔 말을 해도 그녀는 돈을 받아낼 기세다.  걸린 놈들이 운이 지지리도 없다고 생각해야 되는 판국이다.  어디에 쳐들어가서 공짜 밥 얻어먹기 전에 오늘의 운세 같은 거라도 보는 건데 말이다.  그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서로 눈치를 보다가 싸구려 문신이 간신히 입을 땐다.

  ".. 크윽.  그래, 얼마냐?"

  "다 계산해 본 결과, 당신들의 기물파손에 관한 건은 50 루엔...."

  그들은 피넬이 제시한 파격적인 가격에 눈깔이 뒤집혀진다.  이 세계엔 돈 단위가 큰 순서대로 미르, 루엔, 그리고 하룬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보통 사람들이 한 달에 약 150 루엔 정도만 있으면 넉넉히 먹고 살수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50 루엔을 달라는 것 자체가 악독한 것이다.  
  
  물론 5명이 나눠보면 10루엔이 되는 것이지만, 10루엔도 하루에 쓰기엔 큰돈이지.

  "뭐, 뭐얏?!  잠깐, 잠깐, 잠깐!!  바가지도 정도가 있지!!"

  "물론 이것은 기물이 파손됨으로 인해 더해진 저희의 정신적 피해 보상금을 합한 거죠"

  "그딴 게 어디 있어?!  정신적 피해는 개뿔...?!"

  "...  6 분 남았는데요."

  확실히 디스크의 빨간빛과 파란빛의 사이가 좁혀져 있었다.  제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밥 먹으러 왔다가 된통 걸려서 팔자에도 없는 빵에 갈 처지였다.   본래 이런 일 정도에 경비를 불러내는 일도, 불러낸다 한들 잡혀가는 일도 없으련만, 여관의 규모와 그들을 심하게 보는 군중들을 보아하니 이 선에서 해결을 못 보면 분명 잡혀간다!  

  깡패주제에 감옥 간다는 것에 왜 저리 호들갑을 떠는 거야, 하겠지마는 이 곳 시스템이란 것이 죄인의 안전이나 권리 같은 것은 애초에 안중에도 없이 자리가 있으면 아무데나 쳐 넣어서 지정 기간 동안 가둬놓기 때문에 한번 운이 나빠 변태라든지 막나가는 놈과 자리를 같이 하게 되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의 순수(?)는 물론이고 목숨부지마저 힘들다.  게다가 그들은 위에 설명에서 조금이라도 대단하게 보이려 했지만 어차피 그저 별 볼일 없는 동네 깡패일 뿐이다.  
  
  감옥에서 좀 썩은 다음 살아남아 환골탈태해 나쁜 쪽으로 좀 더 유능한 놈들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런 경험 따위 겪고 싶지 않다.  별 볼일 없어도 동네깡패가 편한 것이다.  고로 그들은 인상을 구기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주머니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꺼내기 시작한다.

  "..  야, 임마, 어찌 된 놈이 1 루엔 20 미르밖에 없는 거냐.."

  "네녀석은 뭐 다를 게 있는 줄 아냐.  2 루엔 밖에 없는 주제에.."

  "야, 이 새끼야, 너 저번에 10 루엔 꼬불친 거 있으면서 왜 빼는 거냐!!"

  "무..  무슨 소리냐!!  너야말로 저번에 20 루엔..."

  처음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용돈들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자신들 몸에 깊숙이 숨겨져 있는 비자금얘기까지 나온다.  조금 있으면 서로 비자금을 얻은 경로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할 기세다.  피넬은 한심하다는 듯 눈을 굴리며 나지막이 그들에게 말한다.

  "설마 잡혀가시면서 까지 돈 계산하실 생각은 아니죠?"

  그녀의 말에 그들은 잠에서 깨어나듯 황급히 자신들의 안주머니를 털어 어떻게 그럭저럭 50 루엔을 모아 테이블에 놓는다.  어이구, 저 돈들 봐라.  저 돈이면 여기서도 기똥차게 밥 쳐 먹을 수 있었을 텐데.  괜히 돈 좀 아껴본다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왔다가 쪽박을 차네.

  "아,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이 돈은 입막음 요가 포함되지 않은 건데요."

  그러니까, 지금 낸 50 루엔은 피해보상비다 이 말이렷다. 그래 까짓 것.. 라고 수긍할 것 같으냐?!  얼마냐를 떠나서 50루엔 마저도 무리해서 낸 그들이다!!  거기서 더 낼 수 있을 리 없지 않나!  분노에 몸을 떠는 그들을 바라보며 피넬은 살포시 웃으며 그들에게 그 예의 시간을 재는 기계를 보여준다.  시간은 이제 약 5분 정도가 남은 듯 했다.

  “아, 물론 이걸 굳이 돈으로 해결 할 필요도 없고, 제가 원하는 것 몇 가지만 들어주실 수 있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죠.  어떡하실래요?”

  이건 그들로서도 반가운 제안이었다.  안 그래도 이 년이 50루엔 더 달라고 말해도 도저히 그런 요구를 들어줄 비용이 없었기에 꼼짝없이 잡혀 들어가나 보다 하고 얼굴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는데 말이다.  물론 어떤 제안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렴 철장 뒤보다 나쁠까.
  
  ..  근데 왠지 그녀의 썩은 미소가 심상치가 않다.

  “별건 아니고, 여기 일 좀 도와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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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린세스 올리는 김에 써 놓았던 바하카프 같이 올립니다 =ㅁ=  아, 요즘에 글 쓸 시간이 없어서 미쵸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