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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polarbearjmg 바하카프 1회

2006.09.18 01:35

영원전설 조회 수:1514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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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히 북적거리는 이곳 '아룬 여관'은 요 몇 년 새에 눈부신 발전을 한 그들의 마을 - 이젠 도시인 - 피란다와 발 맞춰 이제는 여관 및 주점역활을 톡톡히 해냈다.  1층만 보자면 여관보다는 음식점 같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모여 앉아 술병을 마주치고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웃고 떠드는 곳 구석에 잠시 숨을 토해내며 무릎까지 오는 바지와 간단한 셔츠만을 입고 허리에단 앞치마를 두른 그녀는 긴 검은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넘기곤 자신의 목에 달려 있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린다.  
  
  은으로 도금된 역삼각형 모양에 겉은 루비가 박혀있는 곳을 중심으로 물결같이 세공 되어 있는 사람의 엄지손가락만 한 그것은 은은한 보라색 빛을 얇게 비추며 그녀의 관심을 자아낸다.  보통 때는 척 봐도 이런 비싸 보이는 물건은 품에 넣어둬야 하지만, 그녀는 힘들 때 마다 무심코 목걸이를 만지작거린다.  습관이 되었다 랄까, 하지만 확실히 안정이 되니까.  
  
  그녀는 만족한 듯 한 미소를 띠며 여관을 둘러본다.  돈이 생기니 예전에 칙칙한 여기 목재 대신 싸면서도 훨씬 밝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바론의 목재를 쓴 여관은 활기가 넘치다 못해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가까이에 위치한 길쭉한 테이블에서는 쟈브로 아저씨가 빙글빙글 웃으며 행인들에게 술을 따라주고 있다.  안에서는 아주머니가 음식과 전쟁을 벌이고 있겠지.  
  
  아저씨야 뭐, 음식 만들기에는 재주가 없으니까.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여관의 전체적인 운용과 그 비용관리, 그리고 이렇게 술을 따라주면서 손님 비위 마춰주기 이다.  
  
  제발, 누구 비위 맞춰주기 전에 저 여기저기 비쭉 솟은 저 검정색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 좀 어떻게 하지.  비위 따위가 맞춰지기도 전에 면상만 보고도 무지막지하게 떨어질 것 같단 말이다.

  "피넬!!  이것 좀 저쪽 테이블에 갔다 줘!!"

  한참 살랑살랑 손님과 빙그레를 취하던 쟈브로 아저씨가 갑자기 소리치자 피넬은 황급히 일어서며 그에게 달려간다.  
  
  이곳이 커진 이후로 그와 아주머니, 그리고 그녀로는 사람이 모자라 몇몇 아르바이트생들을 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손이 모자란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당연히 돈도 잘 버는 거지만, 이렇게 바빠서야 원, 차라리 여관 같은 거 때려치우고 그 돈으로 다른 사업을 하면 안 될까?  

  "저기, 덩치 큰 털보 놈들 3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곳에 비첼 통구이!  그 다음엔 저기 하얀 머리 몇 가닥 있는 할아버지한테 수프 한 그릇!  그 다음엔....!"

  "땡!!  두 테이블 이하!!  다른 건 다른 애들한테 좀 시키라고요!!!"

  "무슨 소리냐!!  이렇게 일을 많이 시키는 것은 당연히 여관 사장으로서의 믿음과 관심으로 인해..!!"

  "웬 여관 사장?!  다 필요 없으니까 빨리 날라야 할 거나 줘요!!"

  그녀는 사납게 외치며 쟁반 두개를 두 손에 들고 최대한 조심하면서도 재빨리 요리를 나른다.  별 불평불만을 다했지만 (실제로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가족회의에선 여관 때려 치라는 말까지 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타고난 웨이트레스, 그 자체다.  접시를 손에 든 체 체조를 하라 하면은 음식물을 단 한 점도 흘리지 않고도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이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최고 시리즈’ 축제에서 ‘최고의 웨이트레스’를 뽑는 데에 그녀들이 통과해야 되는 마지막 관문이 그것이며, 매년 오르브 각지의 내노라하는 웨이트레스들이 선보이는 그 묘기에 모든 종류의 남자들은 뜨겁게 열광했다.  피넬의 솔직한 생각으로 그런 서커스가 웨이트레스라는 일에 도대체 어떤 보탬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가자, 우리의 요정, 피넬-!  우리 피넬이 안 나가면 최고 축체를 최고라 부를 수 있나 !  우리 여관의 꽃이 그런데 에 나가지 않으면 남자들이 많이 울지-!  암!  승리는 보장된 거라..]

  - 퍼걱.

  예전 쟈브로 아저씨의 그런 권유에 피넬은 저녁을 준비하는 도중에 도마에 놓여 있던 생선 머리를 힘껏 잘랐다.  막 냉동마법에서 해동되어 살아 있던 것인 데다가 워낙에 힘껏 분리돼 버려서 그것의 피는 용솟음치고 머리는 저만치 날아가 벽에 처참하게 부딪혀 마치 물먹은 스펀지마냥 벽에다 피를 묻히면서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피넬의 분노의 식칼에 희생된 불쌍한 중생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요즘 그 놈의 축제준비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을 제대로 못자 귀가 먹은 듯해 제대로 듣지를 못했네요.  제가 어딜 나가야 한다고 하셨는지요?]    

  생선 피를 뚝뚝 흘리며 금방이라도 무언가 터트려도 제대로 터트릴 것 같은 실핏줄 여러 개 돋아난 얼굴을 한 주제에 미소를 머금은 게 워낙 괴기스러운 지라 쟈브로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응시했다.  정말, 이 일을 하는 것도 지긋 지긋한데 그런 광대놀음 짓거리라니!  얼굴에 흙을 파묻고 죽으면 죽었지 그런 쪽팔린 짓은 절대 못하지!
  
  하지만 이런 살인자 뺨을 애정을 듬뿍 담아 사정없이 후려갈기는 상황을 연출한 뒤에도 쟈브로 아저씨는 항상 그렇지만 진드기와 거머리를 한데 합쳐 붙인 것보다 끈질기셨으니.  결국엔 올게 오고야 말았다.

  [대회 참여시 지참금과 동시에 상금의 4할!!  참여 불참 시 월급 깎기!!]

  [에에엑?!]

  너무 하지 않는가.  사장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는 것이라도 사람의 도리라는 것이 있고 게다가 자신은 무려 그의 양딸이 아닌가?!  공짜로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엄연히 일을 해서 용돈을 버는 것인데 한낱 그의 쾌락을 위해 그녀의 돈줄을 흔들다니!  정말로 나이가 차면 영주에게 고용주는 노동자의 이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건의를 하던지 집을 나가던지..
  
  어쨌든 그 놈의 돈이 원수라.  결국엔 그런 꼴사나운 짓거리를 잘도 해버렸다는 슬픈 얘기.  그런데 이놈의 행사가 피넬의 예상보다 훨씬 유명했던 거라,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엄청난 실력으로 당당히 대회의 1인자로 우승하자마자 아룬 여관의 인기 역시 급상승, 이유는 물론 그런 엄청난 웨이트레스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개떼처럼 몰려온 남정네들 때문, 그리고 그 여파는 작년부터 질기게도 이어지고 있다.  
  
  웬만하면 좀 잊었으면 좋으련만,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오르브에선 부지기수라 이제는 그 일에 대해 입이라도 뻥끗하면 피넬은 정말 무지막지한 히스테리를 부린다나.  그나마 그러니까 그에 대한 소리는 더 이상 안 듣지.  
  
  그나저나 이런 별 같잖은 일 다 겪었음은 물론이고 그렇게나 불만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왜 그녀는 아직도 이 일을 하고 있나?  이유야 물론 이 일 말고는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도 있고, 또한 그녀는 모종의 계획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터였다.  그녀가 일찍이 생각하고, 착실히 준비한 계획.  그 계획을 위해 그녀는 자신의 본 속은 꾹 삼킨 체 방긋방긋 웃으며 오늘도 열심히 웨이트레스의 길을 걷는다.

  "자, 여기 비체 통구이 나왔습니다!"

  털보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녀는 등을 돌리면서 이번엔 노인네에게 수프를 테이블에 놓아준다.  이것은 하나의 기술이자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한 요령이다.  음식이 테이블에 빨리 빨리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재빨리 등을 돌려야 손님 놈들이 감히 무언가 귀찮은 것, 예를 들어 냅킨을 갔다달라는 둥은 약과고, 키에 맞게 의자 다리를 잘라 달라는 둥의 요구나(심지어 어떤 또라이 같은 자식은 자신이 젓가락을 때면 항상 바르게 갈라지지 않아 불행이 온다고 하면서 대신 해달라는, 그녀가 점원만 아니었으면 정말 개 패듯이 패 주었을 그런 별 같잖은 요구까지 한 적이 있다) 점원을 붙잡아 놓고 이 얘기 저 얘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을 수가 없을 것이 아닌가? (그 자리에서 손님 비위 맞춰주기 위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얘기를 웃어주고 들어주는 점원의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나?!  그런 시간 죽이기에 한 손님이 웃어도 다른 손님들이 인상을 구기니 울화통이 터지지 않겠느냐!)

  "이봐!  여기 맥주가 비었어!!"

  "네, 네, 갑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여기저기 오가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그녀는 문을 사납게 열며 들어오는 다섯 명 남짓 하는 험악한 인상의 남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볼 정신적 여유 같은 것은 없었다.  보통 조용한 곳이라면 사람들의 눈길이라도 끌련만, 워낙에 시끄럽고 정신없는 시간대에 저렇게 들어오는 것을 누가 신경 쓰랴.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아이가 자리가 없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것을 한 귀로 흘리며 성큼성큼 한 테이블에 다가간다.  그곳은 아까 전에 한 노인네가 수프를 시킨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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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에서야 안 거지만..

표지 그림이 사라져버렸다?!!!!

..  실수로 지워버린 모양이군요 OTL

에, 바하카프는 일단 그다지 쪽수가 많지 않습니다.  제 귀차니즘이 크리티칼 히트를 냈기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제자리 걸음이라죠 ( =ㅅ=)  똑바로 시간에 맞춰 연재하는 날은 언제나일까...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