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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나르실리온

2006.12.28 20:56

솔비 조회 수:2339 추천:6

extra_vars1 3장 - 도망쳐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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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그리곤 엔터테이먼트 (주) 개발 2팀 가람과 바람
시나리오 : 김보영
초안 : 김무광


 


본 소설은 게임 나르실리온의 시나리오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팬픽입니다.
내용은 기존의 시나리오와 같게 나가지만, 제 임의에 따라 많은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이것은 연습용이자 반쯤은 재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재 기간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19.




“ 자- 전리품 배분이요, 전리품 배분입니다. 늦으면 남는 것 없어요~ ”




어두운 우리 속에서 몸을 뉘이고 있던 어린 수인은 철창 밖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목소리에 주홍빛 눈을 반작 뜨며 철창 근처로 다가갔다. 철창 너머로 보이는 넓은 공터에는 수십의 사람이 각자 편안한 모습으로 앉거나 서 있었고, 그 한가운대에선 키가 작은 한명의 병사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떠들고 있었다.




“ 그럼 첫 번째 물건이요! 내가 행군중에 길에서 주운 최고급 구리반지! 이건 팔씨름 최우승자이신 오를레앙 피터경에게 돌아가겠습니다! 박수박수~ ”




키가 작은 병사 특유의 익살맞은 말투에, 곳곳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들 중 유난히 어깨가 넓은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와 멎적은듯 웃으며 반지를 받아갔다.




“ 자- 두 번째 물건이예요~ 이번엔 제 월급의 무려 천분의 일! 동전 한닢은 이번 전투에서 가장 빨리! 가장 용감하게! 그리고 가장 멋지게 뒤로 도망치신 미스터 톰 백작님께 돌아갔습니다! 이번에도 크나큰 박수를! ”




이번엔 박수와 웃음이외에도 야유까지 터져 나왔다. 이런 식으로 전리품 배분은 계속되어갔다. 때로는 진귀한 물건이, 때로는 보잘것없는 물건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이유로 배분되어 갔다. 이는 테미시온 소속의 군부대 안에서라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관경으로, 오랫동안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일종의 축제나 전통처럼 치부되고 있었다.




“ 그럼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마지막 보상을 소개합니다! ”




전리품 배분이 꽤 길어지자 어린 수인은 구경하는 것도 지겨워졌는지 다시 우리 구석으로가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그런 수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리품의 일환으로 배분된 술에 잔득 취한 병사들의 열기는 점차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 듣고 놀라지나 마시라! 전 테미시온을 공포에 떨게 만든 지옥의 사자! 무시무시한 공포의 괴물! 여러분도 이미 눈치 까셨겠지만, 퓨리와 일전을 겨룰 수 있는 기회!! ”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수인이었지만 ‘퓨리’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두 커다란 기가 쫑긋거렸다. 기억을 잃은 지금으로서는 그 단어가 뜻하는 바 까지는 몰랐겠지만 말이었다.




“ 누구든 저 우리 안에 들어가서 퓨리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스릴과 영광을 맛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게 전부가 아니죠! 그것에 성공할 시에는 또 다른 상품이 있다는 말씀!! ”




하지만 키가 작은 병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사들에게서 오늘을 통틀어 가장 커다란 야유가 터져 나왔다.




“ 우- 우! 너나 들어가라! ”




“ 이 엉터리 같으니라고! ”




“ 얌마, 우리더러 뒈지라는 거냐?! ”




대충 이런 분위기의 악설과 야유가 난무했고, 그것도 모자라 빈 술병을 집어던지는 병사도 있었다. 키가 작은 병사는 익숙한 듯 날렵하게 술병을 피하며 악을 쓰듯 크게 외쳤다.




“ 간만에 격식 차려서 높임말까지 써 줬더니만! 이 자식들! 상품이 뭔지도 안 들어 보고 이러기냐! 저놈을 찌를 놈이 있으면 내 일주일치 배식권을 내 놓겠단 말이다! ”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병사들 사이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 푸하하! 거 괜찮군! ”




“ 큭큭, 그거라면 이 목숨을 바쳐도 좋아! ”




“ 나다! 내가 한다! ”




“ 아니, 내가 하겠어! ”




거하게 취기가 오른 병사들 사이에서 수많은 도전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속출했다. 하지만 아마 그 관경을 맨 정신으로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면 분명히 웃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분명 도전자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실상 우리 근처로 다가가는 병사는 단 한명도 없었던 것이었다.




" 뭐어야- 근성 없는 놈들. 없냐? 진짜 없어? 에잇! 그럼 내가 들어간다! 내가 들어가면 네놈들이 나한테! 이 가르뎀님에게 배식권을 하나씩 다 주는거다? 엉? “




키가 작은 병사가 우리 앞에서 술병을 휘두르며 외치자 병사들은 하나같이 낄낄거리며 ‘ 네놈이 우리 문도 못 연다는데 한달치 배식권을 건다!’라고 빈정댔다.




“ 이익! 이것들이! 좋아! 간다! 진짜 들어간다?! 후회 없기다! 무르기 없기! 들어간다! 간다? 진짜 들어가? ”




“ 내가 들어가지. ”




우리 안에 들어갈 것이면 말없이 들어갈 것이지, 그 앞에서 뜸만 들이고 있던 병사는, 등 뒤에서 들려온 구원의 목소리에 히죽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 진작에 나올 것이지. 뜸들이... 우아악!! ”




키가 작은 병사는 등 뒤의 인물이 너무나도 의외의 인물이었기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만 엉덩방아를 찍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그런 모습에 여느 때처럼 웃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그저 모두 키가 작은 병사와 비슷한 표정이 되어 그 자리에 못밖힌듯 움직이지 못할 뿐이었다.




“ 왜 그러지? 어서 우리의 문을 열어라. ”




“ 죄... 죄송합니다! 발렌티노님! 이건... 그러니까... 그냥 장난으로... ”




키가 작은 병사의 옷이 땀으로 점차 축축이 젖어갔다. 설마 평상시에 자신들을 천하게 생각하며, 근처에도 오지 않았던 발렌티노경이 이렇게 나타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 우리의 문을 열라고 말했다. 아니, 내가 직접 문을 열도록 하지. ”




“ 하...하오나, 이 정령은 성으로 보내야... ”




키가 작은 병사는 어찌해야 될 바를 모르겠다는 듯, 몸을 덜덜 떨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비록 힘을 잃었다고는 하나 이런 괴물의 우리 안으로 귀족인 발렌티노를 들여보내, 혹여 그의 몸에 생체기라도 나는 날엔 그 책임을 자신의 목숨으로 보상해야 될 판이었다.




하지만 철없는 기사님은 병사의 심정 따위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듯 자신의 의지를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 지금 정령을 성으로 보내야 된다고 말했나? 그렇다면 네놈은 그 귀한 정령을 그깟 장난놀음에 사용했다는 말이 되는군. 응? 그건 어떻게 설명할텐가. ”




“ 그... 그건... ”




“ 비켜! ”




찍소리도 하지 못하는 병사를 거칠게 밀친 발렌티노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새하얀 검신이 빛났다.




“ 크르르르- ”




발렌티노의 살기에 반응한 수인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철창너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수인의 공격범위 밖에 서있는 발렌티노는 여유롭게 웃으며 검으로 수인을 겨누었다.




“ 이봐, 네놈이 내 얼굴에 냈던 상처 아직도 아프다구? 그 대까는 네놈의 목숨으로 갚게 할 것이다! ”




챙강-!!




“ ?!! ”




“ 과격한 기사님이로군요. 누가 퓨리를 당신에게 주겠다고 말했죠? ”




철창 안에서 더 이상 도망칠 구석이 없는 수인을 향해 곧장 찔러 들어가던 검날이, 철창에 채 닿기도 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발렌티노는 자신의 검을 쳐낸 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검을 쳐낸 마력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 수인을 잡은 것은 우리입니다. 당신들에게 넘기겠다고 말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




마치 위험한 괴물, 혹은 더러운 쓰레기라도 나타난냥 수십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둘로 나뉘어 흩어졌다. 절반으로 갈라진 사람의 홍수 한 가운데는, 긴 금발을 늘어트린 아름다운 한명의 마도사와, 그녀를 지키는 두 명의 기사가 서 있었다. 바로 엘과 모리스, 그리고 레이나였다.




“ 이 건방진 것이... ”




마도사의 힘에 순식간에 굴복당한 발렌티노는 서슬 퍼런 눈으로 레이나를 노려보았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전쟁터에 배치된 그는 여느 기사가 그러하듯 마도사에게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 반감은 열등감과도 비슷한 것일지도 몰랐다.




“ 더 이상 방해하면 네년의 목을 베어버리겠다. ”




“ 당신에게 그럴 권리는 없어요. ”




레이나의 차갑고도 간결한 대답에 발렌티노는 더욱 바짝 약이 오른 듯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소리쳤다.




“ 여긴 궁성이 아냐! 내 부대 안에서 내가 뭘 하든 내 마음이다! ”




그는 화가 난 나머지 자신이 하는 말의 내용이 점점 더 유치해져 가고 있는것 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듯 보였다. 심지어는 이 소란을 듣고 말리기 위해 찾아온 고드프리까지 밀쳐내며, 레이나가 들으라는냥 험한 말들을 마구 뱉어냈다.




“ 고드프리경! 창피하지도 않아요?! 언제부터 우리가 마술사 따위에게 의존해서 싸웠단 말입니까? 알량한 마법 조금 쓴다고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를 이런 여자가... ”




레이나는 무표정하게 그의 모욕을 모두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옆에서 줄 곳 말없이 그녀를 지키던 엘이 돌연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레이나가 말릴 사이도 없이, 발렌티노가 인식조차 하기 전에, 그 단단한 주먹을 망설임 없이, 발렌티노의 얼굴으로 힘껏 날렸다.




뼈가 부서지는 듯 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발렌티노는 뒤로 쓰러져 나뒹굴었다. 엘은 자신의 주먹을 털며 무표정하게 발렌티노를 내려다보았다. 사실, 상당히 다혈질인 엘으로써는 이도 많이 참은 것이었다.




“ 우..우욱. 이 자식이.. 넌 뭐야! ”




입에서 검붉은 피를 철철 흘리며 발렌티노가 벌떡 일어나 엘의 멱살을 잡았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수많은 눈이 순식간에 엘과 발렌티노에게 모아졌다. 하지만 엘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은 모습으로 크게 외쳤다.




“ 마술사 따위의 기사 나부랭이다! 이 자식아! ”




“ 뭐야! ”




“ 내 이름은 엘이다! 나의 마도사님이 받은 모욕을 대신하여, 네게 결투를 신청한다! ”




그 순간 레이나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 아니, 단 한사람. 인간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는 수인만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하품을 하며 꼬리를 흔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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