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dest21c Cercatori;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2006.12.24 22:43

Evangelista 조회 수:2499 추천:10

extra_vars1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extra_vars2 AL-#1 
extra_vars3 121648-1 
extra_vars4 15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extra_vars9  


 

#1. 위대한 유랑자 소피아




소피아는 ‘프네우마’, 곧 데미우르고스의 영혼이라 불린다.


- 히폴리투스






렌느 르 샤토에서 돌아온 직후 나는 소피아에 대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녀의 말을 꾸며댄 거짓말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 있을 때 박식한 친구인 이탈리아인 레코가 찾아왔다. 이 녀석은 나보다 두 살 위로, 내 하숙방 두 층 아래 살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로부터 최근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과일을 사 왔다고 말했다.


“그노시스를 공부하시는 건가요?”


“응. 뭐, 신경 쓰이는 게 있거든.”


“그런 거나 잡고 있으니 아주머니가 걱정하시죠. 찾고 계신 거라도 있나요?”


“소피아에 대해서.”


레코는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그노시스주의에서 신성은 진정한 절대자와 그 배우자 소피아 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혹은 소피아가 절대자의 여성성이라는 이야기도 있죠. 그 상태를 영원한 충만, 즉 플레로마Pleroma라고 부릅니다. 여하간 소피아는 그 곳으로부터 데미우르고스, 한국말로 조물주라고 하죠? 그가 만든 이 세계로 내려옵니다. 데미우르고스와 진정한 절대자의 차이는 알고 계시나요?”


“데미우르고스는 절대자가 만든 창조자……. 이 불완전한 세계는 데미우르고스의 무지의 소산이라던가?”


“그렇습니다. 유대교 경전의 경우엔 야훼가 데미우르고스죠. 그 때문인지 그노시스주의자들은 야훼를 경멸합니다만, 하여간 소피아는 이 세계로 내려왔습니다. 만물의 중심이자 본질의 근원을 떠난 그 상태를 소피아의 타락으로 봅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비치는 한 줄기의 빛을 아버지의 빛이라고 생각하지만 심연에서 반사된 빛일 뿐이죠. 계속해서 심연으로 내려가는 겁니다. 여기에서 소피아는 분리하게 됩니다. 본질적 소피아는 다시금 상승하고 낮은 위계의 소피아는 소외된 채 그대로 남는 것입니다. 그 소피아가 고대 그리스의 4대 원소와 데미우르고스를 방출해 냅니다. 불완전한 소피아로부터 잉태되었으니 데미우르고스가 부정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요. 데미우르고스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자기 위의 신은 없으며 자신만이 유일한 신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배하는 피조물들에게 유일신 사상을 가르치는 거죠.”


“소피아는 계속해서 땅 위를 유랑하는 건가?”


“일단은요. 하지만 상위 체계의 신들이 절대자에게 소피아를 구하고 싶다고 탄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목적으로 지상에 내려온 것이 예수입니다. 여기부터는 상징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소피아가 자아를 가지고 하늘로 돌아가는 준비를 하게 만드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그리고 결국 소피아는 데미우르고스를 위시한 적들의 추격을 물리치고 하늘로 돌아갑니다. 이것이 소피아 전설입니다.”


“그렇다면 소피아는 지금의 세계 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겠군.”


“글쎄요. 그게 그렇게 만만한 문제가 아니더란 말입니다. 소피아의 구원 이야기는 예수가 승천하기 전 제자들에게 말한 것을 기록한 ‘피스티스 소피아’라는 문헌에 나오는 것입니다만 과연 이것이 다시 올 예수가 행할 일에 대한 예언인지 예수가 그 시대에 행한 일을 기록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서요. 그래서 연금학적 소피아가 재등장합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쓴 ‘떠오르는 새벽빛Aurora Consurgens’라는 문서를 보면 연금술에서의 금속의 변성 과정을 소피아의 해방 과정으로 비교하지요. 이것이 유럽 연금술의 기본 토대가 됩니다. 소피아는 끝없이 지상을 유랑하는 존재로 그려지지요. 소피아가 해방됨과 동시에 유랑하는 돌은 현자의 돌로 변성되어 완성하는 것입니다.”


레코는 말을 마쳤다.


 



 


소피아에게 바쳐진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


 


 


 


 


 


 


------------------------------


파리편에서 언급된 '소피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9 Cercatori [9] file Evangelista 2007.02.09 2196
218 사은(詐隱)고교 사건모음집 [4] file 솔비 2007.01.19 4473
217 나르실리온 [8] file 솔비 2007.01.18 2812
216 Cercatori [16] file Evangelista 2007.01.17 2561
215 나르실리온 [13] file 솔비 2007.01.11 2763
214 Cercatori [21] file Evangelista 2007.01.09 2449
213 나르실리온 [7] file 솔비 2007.01.06 2416
212 나르실리온 [10] file 솔비 2007.01.05 3042
211 바하카프 7회 [6] file 영원전설 2006.12.31 3205
210 Cercatori [35] file Evangelista 2006.12.28 3459
209 나르실리온 [2] file 솔비 2006.12.28 2339
208 Cercatori [15] file Evangelista 2006.12.25 2412
» Cercatori;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7] file Evangelista 2006.12.24 2499
206 Ab Cæsar 893 : Der Blaue Löbe [12] file Evangelista 2006.12.22 3250
205 Cercatori [29] file Evangelista 2006.12.21 2330
204 내가 떠난 뒤의 넌. [14] file 솔비 2006.12.20 2715
203 내가 떠난 뒤의 넌. [11] file 솔비 2006.12.19 2736
202 Cercatori; Paris [9] file Evangelista 2006.12.17 2965
201 나르실리온 [2] file 솔비 2006.12.17 2157
200 Cercatori [18] file Evangelista 2006.12.17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