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dest21c Cercatori; Paris

2006.12.17 23:05

Evangelista 조회 수:2965 추천:15

extra_vars1 파리 유학생의 일기 
extra_vars2 2(完) 
extra_vars3 121648-1 
extra_vars4 15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extra_vars9  


  #2.


 


  밤 새도록 모아 둔 기사단 자료를 읽었다. 두 시간 정도 잤다.


  렌느 르 샤토의 '예수의 무덤' 근처엔 몇 명인가 관광객들이 있었다. 아마 나도 그들과 똑같이 보일 것이다.
  니콜라스 푸생은 여기서 무얼 보았을까?
  Et in arcadia Ego.


 


  오후 내내 주위를 서성댔다.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왜 여기에 온 것일까? 소피아에게 끌렸을 뿐이다. 나는 여기에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소피아를 기다리는 중일 게다. 담배를 세 갑 챙겨간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기다리는 동안 두 갑을 피웠다. 누군가 수상쩍은 듯 쳐다본다. 아무렴 그렇지. 이런 곳에서 동양인이 일 없이 담배만 피워대는 게 이 쪽 사람들 눈에는 정말 수상해 보일 게다. 아니다. 혹시 소피아의 정체를 알고 있는 기사단의 일원일지 누가 아는가?
  내가 정말 돌았다고 생각했다.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어제 본 것은 정말 환영이며 들은 것은 정말 환청이었을까?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그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확실히 난 돌아 버린 것이다. 뭔가 잊고 있는 게 있다. 그런데 뭘 잊고 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몸이 억지로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아둑시니가 내려왔다.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차에 올랐다. 그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수석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여전히 부드럽게 웃는다. 그녀가 입을 열어 말했다. 선돌. 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난 공포에 질려 있었을 것이다. 어제의 부드러운 환상과는 분명히 틀리다. 지금의 그녀는 사람을 압도하는 무엇인가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마치 뱀과 정면으로 맞딱뜨린 개구리처럼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내가 자신을 버렸다고 소피아는 말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내 생각을 읽은 듯 자신은 '소피아'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자신의 이름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내가 붙여 준 이름이라고 말했다.
  "당신은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인간을 완전히 초월하는 것만 빼고."
  그녀가 말했다. 어제에 이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소위 '비의 전수자'라는 인간들이 지껄이는 헛소리를 그럴 듯하게 재구성한 것 같았다.
  "지금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알고 있어요. 무슈 민서현. 당신과 함께 잠든 지 200년이 지났어요. 어째서 함께 깨어나지 않은 거죠?"
  역시 알 수 없는 소리를 다시 늘어놓기 시작했다.


 


  (한 장이 찢겨 있다)


 


  내게 어떤 사명감이 있는 건 아니다. 라피스는 아마 다시 날 찾아올 것이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른다. 아직 아무 것도 기억나는 게 없다. 그녀의 말대로 내가 그 기억을 찾을 수 있다면 - 그 말이 어디부터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듣기만 한다면 완전히 거짓말임이 틀림없으나 - 그 때가 될 것이다.
  라피스가 나에게 있어 소피아인 것은 분명하다. 나에게 이상적인. 지금은 그것으로 됐다.
  시현이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 서현 씨의 집은 완전히 가택 수사로 뒤집어져 있었지만 워낙 철저히 숨겨진 터라 이 일기장은 확보할 수 있었다. 다른 날짜의 다른 이야기도 쓰여 있었지만 내게 필요한 건 성탄절 이브와 당일의 이 이틀 분 뿐이다.
  찢어진 이 페이지는 서현 씨의 짓이라고 보는 게 아마 맞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 민시현 씨나 레코 씨라면 충분히 여기 접근할 수 있다. 뭔가 그들에게 불리한 말이 적혀 있었다고 생각하면 그들도 용의자가 된다.
  일단 라피스와 약속한 대로 이 일기장을 갖다 줘야겠다.


 


---------------------------------------


맨 마지막 문단은 본편 2부의 초반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2부의 전개를 상상해 보시는 것도 좋을 지도...?


 


서현 씨의 파리 일기 편은 이걸로 끝입니다. 다음 외전은


...1부에서 분위기상 다루지 못한 '리나 양의 스토킹 일기'로 해볼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9 Cercatori [9] file Evangelista 2007.02.09 2196
218 사은(詐隱)고교 사건모음집 [4] file 솔비 2007.01.19 4473
217 나르실리온 [8] file 솔비 2007.01.18 2812
216 Cercatori [16] file Evangelista 2007.01.17 2561
215 나르실리온 [13] file 솔비 2007.01.11 2763
214 Cercatori [21] file Evangelista 2007.01.09 2449
213 나르실리온 [7] file 솔비 2007.01.06 2416
212 나르실리온 [10] file 솔비 2007.01.05 3042
211 바하카프 7회 [6] file 영원전설 2006.12.31 3205
210 Cercatori [35] file Evangelista 2006.12.28 3459
209 나르실리온 [2] file 솔비 2006.12.28 2339
208 Cercatori [15] file Evangelista 2006.12.25 2412
207 Cercatori;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7] file Evangelista 2006.12.24 2499
206 Ab Cæsar 893 : Der Blaue Löbe [12] file Evangelista 2006.12.22 3250
205 Cercatori [29] file Evangelista 2006.12.21 2330
204 내가 떠난 뒤의 넌. [14] file 솔비 2006.12.20 2715
203 내가 떠난 뒤의 넌. [11] file 솔비 2006.12.19 2736
» Cercatori; Paris [9] file Evangelista 2006.12.17 2965
201 나르실리온 [2] file 솔비 2006.12.17 2157
200 Cercatori [18] file Evangelista 2006.12.17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