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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21c Ab Cæsar 893 : Der Blaue Löbe

2007.03.21 05:02

Evangelista 조회 수:2544 추천:4

extra_vars1 Der Blaue Löbe 
extra_vars2 C1-#4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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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심리전




Sed opera sapientiae certa lege vallantur et
in finem debitum efficaciter diriguntur
그러나, 지혜가 한 일은 법다워서 필경
그 효과를 거두게 하는 법


- Roger Bacon; Umberto Eco,『장미의 이름Il nome della rosa』(1980)에서 재인용




 


 


  푀르첸 대령과 에센 도르프가우어 소령, 아돌프 쥔제르만 대위, 마리안 폰 아우스터 대위, 에리히 라인하르트 대위, 마지막으로 요한 칼슈타트 폰 그라체하임 중위, 이상 6명이 벨파스트부르크 경찰군 장교단이었다. 벨파스트부르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교들은 더 있었지만 그들은 그저 부대 지휘자로 배속된 인원이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업무를 맡아 처리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다. 이들 중 아돌프 쥔제르만 대위는 정식 편제로 들어가 있지만 황도에서 파견된 감찰장교였기 때문에 푀르첸 대령과 사이가 좋지는 못했다.


  대령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지금 쥔제르만 대위가 휴가중이었다. 아마 지금쯤은 연락을 받고 바람처럼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본부로 복귀하기가 무섭게 대령은 쥔제르만 대위를 제외한 나머지 네 장교들을 불러모아 회의에 들어갔다. 안건은 새벽, 백작 저택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었으나 사실은 '크나우저 남작 로젠'에 관해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저는 말입니다."


  요한이 양피지를 수북이 쌓아 두고 마구 들춰가며 말했다.


  "그 자는 절대로 로젠 폰 유크리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그냥 감입니다..."


  아우스터 대위가 웃었다. 올해 스물 네살인 그녀는 아버지인 아우스터 후작 빌헬름의 후광을 입어 스물 두 살에 입대했음에도 2년만에 대위로 진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입대 연차로는 선배인 요한이 아무 말 없이, 오히려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내는 이유는 (귀족에게는 당연할지 몰라도) 그런 부적절한 승진이 타당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녀의 능력이 훌륭했떤 데다가 또, 그들이 연인이었던 데에 있다. 요한 자신은 그다지 알려지는 걸 바라지 않았으나 몇몇 사람이 아는 사실대로 그는 마흐너 폰 그라체하임 백작의 서자였기 때문에 그라체하임 성(姓)을 쓰지 못할 뿐, 신분상의 문제도 없어 - 제국에서 귀족 서자를 평민 취급하기 시작한 것은 1200년대 후반의 일이다 - 도르프가우어 소령처럼 남의 일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종종 대 놓고 "그렇게 좋으면 어서 결혼해 버려" 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두 남녀는 애매한 웃음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어쨌든 푀르첸 대령은 칼슈타트 중위를 노려보다가 말했따.


  "무슨 소릴 하든 상관없지만 더 이상 양피지 값으로 운영예산 잡아먹는 일은 관둬."


  "아, 마리안 대위, 그러고 보니 어딘가 노아 아가씨와 분위기가 비슷해 보이네요 오늘"


  웃으면서, "칭찬이야, 빈정대는 거야?" 마리안이 말을 받았다.


  "에센. 둘 다 2개월 5할 감봉하게."


  일그러진 두 사람의 표정을 무시한 채 푀르첸 대령은 "본제로 돌아가-" 하고 운을 띄웠다.


  "조금 더 제대로 된 의견을 내 봐.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닐세. 요즘 세상에 증거도 없이 잡아 놓고 캐내는 게 가능할 거라고 보나?"


  "하지만 인사경리장교는 접니다. 봉급 정도는..."


  요한이 딴소리를 했다. 의외로 대령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도르프가우어 소령에게 얼굴을 돌리며 지시했다.


  "칼슈타트 중위와 아우스터 대위는 앞으로 사흘간 당직으로 편성하게. 절대 잠자지 못하게 해."


  민망한 듯 웃는 요한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마리안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약 5분에 걸쳐 '배운 사람'답게 장황한 연설을 늘어놓았는데, 결국은 '난 이번에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였다. 하지만 대령은 매우 당연하다는 듯 그 항변을 한 마디로 일축해 버렸던 것이다.


  "자네들은 세트메뉴야."




  벨파스트부르크 경찰군 본부에서 이런 영양가없는 만담이 오갈 즈음 로젠은 조용한 곳에서 하인리히 레하르트와 면담해 보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알트라이그는 아직 마취가 덜 풀린 하인리히의 상태를 우려해 반대하였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그대로 돌아왔다.


  루나츠는 애초에 와 있었다. 로젠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미 시장 바닥에 소문이 좍 퍼진지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가 어딜 다녀왔는지도 그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어디'보다는 '어떻게'에 대해 질문했다. 간단히 설명했다. 푀르첸 대령이나 요한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앞으로는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그는, 루나츠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그거 말예요."


  루나츠가 말했다.


  "아까 시장에서 어떤 여자를 만났어요. 그런데 날 유심히 보는 것 같더니 대뜸 다가와서 귀에 대고 말하더군요. '살아계셨군요' 하고."


  "사실입니까? 누구입니까?"


  "너무 놀라지 말아요. 아우스터 후작 영양 마리안이었어요."


  "놀라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그 여자는 이 년 전에 입대한 군인입니다! 여기 있다는 건 경찰군일지도 모른다는 소리 아닙니까? 비쩍 마른 영감이나 니글대는 중위놈한테 그 얘기가 흘러들어가면 우린 곧바로 체포되고 맙니다."


  흥분한 로젠과는 달리 루나츠는 굉장히 침착했다. 아무 문제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마리안은 제 친구예요. 예전엔 시녀였고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게 안심해도 된다는 보증은 못 됩니다. 전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는 가볍게 장난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 뒀는걸요."


  로젠은 가슴을 쳤다. 자기 생각대로 루나츠는 아직도 어린애였다. 한창 감성에 이끌리고 자신만이 옳다고 느낄 소녀 앞에서 그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그녀가 주장을 굽힐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움직이게 해야겠다.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 로젠은 결론을 내렸다. 이 일로 인해 어떤 원망을 받아도 좋다. 내 야심을 위해 황녀 전하 당신을 철저히 이용해 주겠다. 평화롭고 분쟁의 불씨가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 일이 잘 풀려 내가 황도로 복귀하면 모든 것은 이루어진다... 알트라이그의 평범한 삶도, 노아의 순진함도, 날 의심하는 푀르첸 대령이나 요한도 모두 내 손바닥 안에 있으니까. 마지막엔 - 그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로젠 폰 유크리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만 역사에 남아 다오.


  "알겠습니다, 전하. 당분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루나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튿날 아침 로젠은 출근하듯 백작 저택으로 향했다. 한숨 자고 난 후라 몸이 개운했지만 이번엔 반대로 알트라이그가 늦게 잠들어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먼저 와 있던 경찰군들은 요한이 차례로 소개해 주었다. 맨 먼저 도르프가우어 소령 (적당한 체구의 30대 중반인 그는 사람 좋게 웃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신사라는 걸 느끼게 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 대위를 소개한 후 휴가에서 복귀해 부랴부랴 출근한 쥔제르만 대위까지 소개하고는 마지막으로 '마리안 아우스터' 대위를 인사시켰다. 그들 중 마리안을 제외하고는 로젠과 면식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가 로젠에 대해 아는 척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수사라기보다는 토론 형식으로 그날 일과는 진행되었다. 로젠은 마리안과 함께 어디론가 가서 이야기를 해 보려 했으나 쉽지가 않았다. 그녀가 전혀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세 시간이나 지나 점심 때가 다 되어서야 어제 밤을 새서 피곤하다며 일어섰다. 로젠도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따라 나갔다. 이로서 그들의 의심은 한층 더 깊어진 셈이었다. 도로프가우어 소령의 지시에 따라 그녀는 그 시간에 일어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한과 푀르첸 대령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전날 마리안이 루나츠 - 클로테와 만났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의 생각은 기껏해야, 로젠이 진짜 황도에서 도망친 그 남자가 맞다면 마리안을 알아보고 대화를 시도하지 않겠는가. 그 정도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쥔제르만 대위가 혼자서 속으로 '마리안이 예쁘긴 예쁜가 보군' 지껄이면서 요한을 힐끔 쳐다보았을 뿐이다.


  복도에서 로젠은 앞서 걸어가고 있는 마리안을 불렀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고는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전하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않은 것 같군. 고마워."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공작 각하. 정치 관계의 일에 말려들어가는 건 딱 질색이에요. 또, 난 황녀님 편이니까. 여기서라도 느긋하게 잘 사셨으면 좋겠는데..."


  조금 애달픈 눈으로 말하며 그녀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래서야 곤란하지 - 속으로 뇌까리면서도 로젠은 따라서 슬픈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건 간에 눈감아 줘. 난 그저 전하를 행복하게 해 드리고 싶을 뿐이야."


  "알겠어요. 아무 얘기도 않을게요. 안심해요."


  로젠은 잠시 주위를 살폈다.


  "이제 돌아가서 나와 한 얘기를 저 사람들한테 말하기로 되어 있지?"


  "예. 역시 대단하네요 각하는. 옛날부터 그랬지만. 어디까지 간파하고 계신 거예요?"


  마리안이 그다지 놀라지 않은 표정으로 놀란 듯 목소리를 가장했다. 오래전부터 보아 왔던 터라 이런 장난 같지 않은 장난에도 익숙했다. 아니, 반가울 정도였다.


  "아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되겠죠?"


  "아니. 그래서야 당신이 방에서 나온 후 굳이 내가 따라나서기까지 했는데, 결국 당신이 의심받을 거야. 자연스럽게 하려면 내가 화장실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조용히 따라가 봤는데 자세히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도 확실히는 모르겠다 - 이 정도로 애매하게 만들어. 알겠지?"


  "언제나 한번씩 더 생각하는군요. 굉장해요, 참. 알았어요. 그대로 할게요."


  그리고 마리안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려다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런데 각하만큼 뛰어난 사람이 하나 더 있지요."


  대충 짐작이 가면서도 로젠은 짐짓 누구냐고 물었다.


  "요한 말예요. 어제 만났다고 하던데 혹시 눈치 못 채셨어요?"


  "...그 자가 왜?"


  "본명은 요한 칼슈타트에 몇 자를 더 붙여서 요한 칼슈타트 폰 그라체하임, 그라체하임 백작님의 서자랍니다."


  "뭐? 그 멋쟁이 아저씨가 기르던 괴물이 그 자식이야?"


  소문은 옛날부터 들었다. 그라체하임 백작 마흐너가 숨겨 두고 정실 자식보다 더 엄하게 가르치는 첩의 아들이 있다고 했다. 소문의 요지는 그렇게 영특한 자가 서자라는 이유로 정치를 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다는 것이었지만...


  "알았어. 가르쳐줘서 고마워. 조심하도록 하지."


  "하지만 그 사람한테 나쁜 짓을 하면 안 돼요."


  마리안이 양손을 허리 뒤로 돌려 잡으며 말했다. 로젠은 이유를 물으려다가 알겠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사이였군, 너희."


  "황녀님도 각하처럼 백 년에 한 번 나올 인재를 잡으셨는데 나라고 못할 게 있나요?"


  "아냐. 나와 황녀님은 그런 사이가..."


  "그래요?"



  그리고 둘은 몇 가지 시간을 끌면서 더 이야기한 후 헤어졌다. 마리안은 그대로 회의실로 돌아갔고 로젠은 하인리히 레하르트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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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下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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