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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dest21c 백제장 304호실

2007.02.18 13:34

Evangelista 조회 수:2178 추천:8

extra_vars1 제 1부 : Tower 
extra_vars2 C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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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선 양이 다니는 재화고등학교는 주거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남학생들 중 꽤 준수한 애들이 많아서 동네 친구들 몇 명이 낚는답시고 쫄랑쫄랑 가서 실제로 몇 명 업어온 적이 있지요 - 그런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거야 어쨌든 지금은 그냥 평범한 학교입니다. 특별히 무슨 대학을 많이 보내는 것도 아니고 자살하는 애도 없고. 하지만 이 학교에 불행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줄은 이 때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정도 생각하고 있을 때 사장님이 속력을 더 내서 그냥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놀라서 이유를 물어보니 하이라이트는 역시 맨 마지막이라던가, 역시 알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제일 처음 차를 세운 곳은 어느 대형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이었어요. 입구에서 현장감독님에게 김 경위님과 통화를 시켜 준 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우선 사장님이 정양석 씨에 대한 평판을 현장감독님에게 물어 보았어요. 예상대로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질문했지만 역시 정양석 씨를 모르는 사람 빼고는 다들 털털하고 좋은 분이었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사장님이 반은 만족하고 그 외에 얻은 것이 없어 반쯤 실망해 차에 오르려 할 때, 그 때 뒤에서 누군가 뛰어 왔습니다. 벽돌을 한가득 등에 진 좀 왜소하다 싶은 아저씨였는데 어떻게 그 상태로 그렇게 빨리 뛸 수 있는 거죠?


“무게가 나갈수록 가속도가 붙기 때문 아닐까?”


“그건 절대 아닐 거예요.”


이런 숙덕거림을 바람 속에 날려 보내며 인부는 우리 앞에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사장님 귀에 대고 뭔가 말하는 것 같았어요. 무슨 소리일까 입술에 손을 대고 살피고 있는데 문득 사장님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건 남자답다고 할 일이지 딱히 폭력적인 건 아닌데요.”


“하지만 그 자식은 진짜 툭하면 싸움에 끼는 게 퍽 즐거워 보였어! 분명히 사람들 앞에서는 아닌 척 하다가 구실을 잡아서 판을 뒤집는 게 취미였을 거라. 내 말 잘 기억해 둬야 해!”


그리고 그 사람은 돌아갔습니다. 사장님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고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현장감독님에게,


“저 사람, 정양석 씨와 사이가 안 좋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의외로 꽤 젊은, 그래도 삼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그 현장감독님은 과연 사람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음해? 신경 쓸 거 없겠네요.”


“기억해 둬서 나쁠 것도 없겠지.”


사장님과 함께 차를 타고 이번엔 아파트로 왔습니다. 입구에서 김 경위님에게 연락을 받았다는 경장 아저씨가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왠지 이파리 세 장이 보고 싶었지만 사복 경관이라 볼 수 없는 게 나름 유감이었지요. 어쨌든 아저씨를 따라 ‘현장’인 607호로 올라갔습니다. 20평쯤 되는 아파트의 현관은 생각과 달리 깔끔했습니다. 신발 몇 켤레가 흐트러져 있을 뿐 특별히 지저분한 구석은 볼 수 없었어요. 사장님이 쪼그려 앉아 신발들을 들춰 보고 신발장도 열어 확인한 후 말했습니다.


“역시 생각대로다. 잘 봐. 흙이 묻은 신발은 없다. 어떻게 된 거라고 봐?”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남자 신발이 없잖아. 구별하기 좀 힘든 운동화가 있지만 발 크기로 봐서는 정미선 양의 신발이겠지. 정양석 씨는 신발이 한 켤레 뿐이라는 거다. 지금 신고 있는 것. 하지만 부인 것과 정미선 양 신발을 합치면 대여섯 켤레 정도 된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 하나는 원래 그 사람이 이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또 하나는 뭘까?”


“……집에서 위치가 그렇게 높지 않다. 일까요?”


“그래. 그거야. 아무리 일용직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사실 가장이 신발을 하나만 쓴다는 건 이상해. 최소한 구두 하나 정도는 있어야 남의 경조사에 얼굴이라도 내밀 수 있는 거 아냐? 보통 일용직으로 일하는 사람은 비슷한 계층의 교우 관계가 꽤 되기 마련이야. 현장에서 정양석 씨를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증거가 되고. 그렇지만 집에서 그다지 발언권이 없었기에 구두조차 마련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어. 아니……. 이 경우엔…….”


사장님이 일어나면서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턱에 대고 주위를 힐끔힐끔 보는 것 같았습니다. 추리인지 자신에 찬 생각인지를 듣고 있던 저는 이게 꽤 재미있었는지라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두근두근하며 그 입을 쳐다보고 있었고요.


“정양석 씨가 집에서 아주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그 정도까지 가능할까. 아무리 봐도 이 집은 정양석 씨 혼자 돈을 버는 것 같은데. 정상적인 가정 형태는 아니로군.”


집 안은 흙으로 더러워져 있었습니다. 아까 사장님이 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흙발자국이 막 찍혀 있는데 아까 사장님이 말한 추리는 틀린 거 아닌가요? 그 미선 양 정강이에 난 멍이라던가…….”


“바보야, 잘 봐. 전부 다른 발자국이 안방 쪽으로만 나 있지? 저건 현장에 왔던 구급대원들과 경찰관들 거야. 우린 그냥 한 마디 물어보는 정도로 끝낼 수 있어.”


그리고는 따라온 박 경장 아저씨에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맨 처음 현장에 흙먼지 묻은 운동화 자국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과묵한 그는 그렇게 짧게 대답하고 다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거 봐.”


사장님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피가 흥건히 묻은 장판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현장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어쩐지 비린내까지 나는 것 같아서 속이 메슥거렸어요. 그런 절 깨달은 듯 사장님이 웃으며 손짓으로 나가 있으라고 해 주었습니다.


나와서 아까의 사장님 추리를 생각해 보며 부엌과 안방까지의 거리를 재 보았습니다. 안방 문을 나서서 왼쪽 방향에 부엌이 있었는데 네 걸음 정도 될 것 같았습니다. 안방 중앙에서 부엌칼이 꽂혀 있는 거치대까지 간다면 대여섯 걸음 정도겠고요. 직선거리로는 두어 걸음이면 충분하지만 식탁이 있어 피해 가야 했거든요. 이번엔 거치대를 보았습니다. 구멍 크기에 따라 네 개의 부엌칼이 질서 있게 꽂혀서 손잡이 부분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습니다. 위에 세 개, 아래에 세 개 구멍이 나 있고 왼쪽 위에서부터 번호를 매겨 보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네 번째, 여섯 번째 구멍에 칼이 꽂혀 있었습니다.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가 이상한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답답하달까?


“박 경장님. 흉기는 어느 구멍에 꽂혀 있었습니까?”


어느샌가 등 뒤로 다가온 사장님이 말했습니다. 박 경장은 거치대 앞까지 가서 손가락으로 첫 번째 구멍을 가리켰습니다. 크기상 비교적 작은 다섯 번째에는 흉기인 부엌칼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최소한 이 사건이 우발적이지는 않다는 증거다. 왜 그런지는 예희가 설명해 볼까?”


“그만 물어요.”


자존심이 조금 상해서 뚱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사장님은 웃으며 손을 펴서 제 머리를 톡 톡 두드렸습니다. 어쩐지 화를 내고 싶어질 정도라 뭐라 말하려는 참에 사장님이,


“네가 이걸 보고 있지 않았다면 넘어가고 말았을지도 몰라. 잘 했어.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피해자가 부엌까지 뛰어와서 일부러 칼을 들고 안방으로 다시 간다는 건 굉장히 부자연스럽지. 만약 부인이 정양석 씨에게 손찌검이라도 당하고 있었다면 현장은 부엌이 됐을 거야. 때리던 사람은 상대가 도망가면 따라가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심증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확실해졌어. 처음에 노린 것이 부인인지 정양석 씨인지는 모르겠지만 흉기는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준비해서 부인에게 쥐어준 거야. 부인이 몸을 지키기 위해서 칼을 빼들었다면 그 혼잡한 와중에 분명 가장 가까이 있는 걸 집었겠지. 하지만 굳이 제일 멀리 있는 첫 번째 칼을 사용했다는 건 그 칼을 고른 범인이 꼼꼼하게 가장 살상력이 좋은 것을 준비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부인은 매일 부엌을 사용하니까 미리 알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기는 하겠지만 그런 이유로 부인이 폭력을 피하기 위해 그 칼을 골랐다는 덴 난 좀 부정적이야. 당장 남편에게 맞는 걸 피해야 하는 사람이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어? 그리고 맨손인 상대를 겁먹게 하는 데엔 아무 거나 날붙이이기만 하면 충분해. 내 생각은 이거야. 첫째로 정말로 부인이 정양석 씨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었을 경우. 이 때 두 가지 가능성이 생기지. 하나는 부인이 미리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그 날 정양석 씨를 죽일 의도로 그 칼에 대해 생각한 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럴 경우 부인이 첫 번째 칼을 고를 확률은 엄청나게 높아져. 또 하나는 누군가가 미리 흉기를 잘 보이도록 이 식탁에 올려 놓았을 경우. 하지만 아마 내 생각대로, 그리고 공사장에서 얻은 정보대로 보면 정양석 씨에겐 폭력 성향이 그렇게 높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전제 자체가 뒤틀리니까 이 가능성들은 그렇게 높다고 볼 수 없어. 특히 첫째 가능성은 거의 발생할 수 없다고 봐도 좋을 거야. 다만 누군가가 식탁에 흉기를 보이도록 방치했을 수는 있겠지. 이 경우에 최초로 그걸 이용해 누군가를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부인이겠군요?”


“그리고 정미선 양. 아까부터 굉장히 수상했어. 옆집 사람들과 학교에서 조사를 해 보면 어쩌면 그녀에게서 아버지나 어머니를 해칠 동기가 발견될 지도 몰라. 그것도 직접 하지 않고 부모 중 누군가의 손을 빌려서. 어쩌면 그녀는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그건 어째서죠?”


“우리가 병원에서 만난 그녀는 앞뒤도 안 맞고 정리되지 않은 행동을 했어. 처음부터 계획했다면 아마 그 후에 대해서도 다 생각이 있었을 거야. 완벽하게 어머니 혹은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고 갈 수 있도록. 어머니가 아버지를 찌를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한 것도 그 일환이겠지. 어머니가 집에서 아버지에게 폭행당한다는 사실을 확정할 수 있으면 동기도 마련되니까. 하지만 일이 틀어져서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살아남아버린 거야. 그 경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무리하게 정양석 씨에게 죄를 덮어씌우려다가 오류를 발생시켜 버린 것일 테고. 어디까지나 증거가 있는 건 아니라서 확실하진 않지만.”


“증거를 찾으면 되겠군요.”


아까 제 머리를 부드럽게 두드려 준 손이 이번엔 주먹을 쥐고 꿀밤을 먹였습니다.


“추리에 증거를 끼워 맞추는 건 위험한 발상이야. 다른 가능성은 배제한 채 해석을 잘못 하면 무고한 사람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고. 또 다른 증거를 발견하면 그에 따라서 추리가 바뀔 수도 있어. 너무 확신하는 건 좋지 않아.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이런 결과라는 것뿐이지. 박 경장님. 김 경위에게 제가 지금까지 말한 걸 전해 주세요. 특히 정미선 양은 도망치지 못하게 감시를 붙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박 경장 아저씨는 잠시 수첩을 들여다보더니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한동안 셋 사이에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아무도 말을 하려 하지 않고 아무도 물어보려 하지 않았어요. 이윽고 사장님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김 경위한테 제가 뭔가 찾아낸 것 같으니까 정미선 양에게 본인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감시를 붙이라고 전해 주세요.”


그제야 박 경장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는 집을 나와 옆 606호의 벨을 눌렀습니다. 살이 쪄서 걷기 힘들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나왔습니다. 사장님이 이번 일 때문에 경찰 관계로 알아볼 것이 있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평소에 자주 싸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다른 집만큼 싸운다는 정도일 거예요.”


“사건 당일 싸우는 소리가 들렸습니까?”


“이 놈의 아파트는 방음이 전혀 안 된다고요. 살기 힘들게. 그 날 엄청 크게 싸웠죠. 뭐라더라, 미선이 엄마가 돈도 못 벌어다 주면서 무슨……. 그래요. 바람을 피운다고 막 소리를 질렀어요. 아저씨가 바람을 피웠다고.”


“진짜로 그랬나요? 정양석 씨가 외도를 했습니까?”


“그건 모르죠.”


“……정양석 씨 부부가 자주 싸우지 않은 건 확실하죠? 정양석 씨가 시비를 건다거나 그런 일도 없었겠죠?”


“아유, 아저씨가 기가 얼마나 약한데요. 너무 사람이 좋아서 미선이 엄마가 소리 한번 지르면 꼬리를 내려 버려요. 진짜로 화나지 않으면 도망을 가니까 싸우는 자체가 없는 거죠.”


사장님이 웃으며 감사합니다, 하고는 절 잡아끌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침 박 경장님이 전화를 끊고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사장님은 그를 붙잡고 그대로 물었습니다.


“혹시 여자 이름이 적힌 전화번호 쪽지라던가 성인 업소 명함 같은 거 발견된 거 없습니까?”


“부부싸움이 치정 문제란 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게 있었다면 진즉 눈여겨봤겠죠.”


“그렇다면 정양석 씨에게 걸려온 휴대폰 통화기록을 조사해 주세요. 통신업체에 알려서 되도록 빨리. 사건 당일 정양석 씨가 퇴근해서부터 사건이 벌어진 시각까지 전부! 그리고 만일 피해자가 정양석 씨의 외도를 안 계기가 전화번호라던가 명함이었다면 그건 분명 이 집 안에 있을 테니 제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김 경위한테 연락해 주세요.”


박 경장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김 경위님에게 전화를 거는 것 같았습니다. 사장님이 절 데리고 미선 양의 방으로 와서는 입을 열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지. 정미선 양이 범인이라면 입고 있던 옷 그대로 병원에 실려 갔을 가능성이 높아. 물론 그 전에 불리한 증거는 숨겼을 테고. 아마 그걸 휴지통에 버리진 않았겠지. 들킬 수도 있으니까.”


“잠깐만요. 왜 그렇게 명함이니 전화번호에 신경을 쓰는 거예요? 그게 나온다고 해서 문제가 되나요?”


“정미선 양이 조작한 거라면 지문이 남았을 수도 있잖아.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마. 그보다 같은 여자애 관점에서 생각을 해 보라고.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당시 경찰들은 그 애가 용의자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그걸 예상했다면 방 안에 감추었을 가능성도 있어.”


“경찰들은 대부분 남자니까 속옷 장에 숨겼을지도 모르겠네요.”


“불안하긴 해. 병원에 있는 게 길어지면 누가 발견할 수도 있고……. 역시 여기엔 없을까.”


“잘게 찢어서 화장실에 내려 보냈을 가능성은요?”


“충분하지…….”


“먹었을 수도 있겠네요.”


“쪽지라면 그렇겠지만 광고용 명함은 종이가 빳빳해서 삼키기 힘드니까 그건 아닐걸. 게다가 병원으로 갈 생각이었을 테니 탈이라도 나면 내시경 따위 때문에 걸릴 수도 있고. 역시 화장실에 내려 보낸 건가. 아아. 골치 아프군. 그래선 증거가 없어지는데.”


사장님은 잠시 선 채로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역시 안 되겠다. 일단 정미선 양 학교로 가 보자. 뭐라도 얻을 수 있으면 그걸로 좋은 거지.”


그래서 우리는 아파트를 나와 맨 처음 보았던 미선 양의 학교로 향했습니다. 차를 타고 달리면서 생각했습니다. 평소엔 헐렁해 보이던 이 사람 머리 속에는 대체 뭐가 있을까 하고요. 마치 범인 본인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하는 게 정말로 굉장한 사람은 아닐까, 그리고 김 경위님이 와서 가지게 된 의문. 이 사람은 정확히 무얼 하는 사람일까.


연비 좋은 외제차는 재화 고등학교를 향해, 점심시간을 끝내고 회사로 돌아가는 차들에 섞여 좁은 도로를 느릿느릿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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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은 누구일까요= 3= 우리모두 생각해 봅시다.


토키와 사장은 언제나 확증이 없으면 추리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라


아직까지도 자기 생각대로 정미선이 범인일 거라고는 확신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3자가 됐든, 가족 중에 있든, 박 경장이 됐든, 옆집 아줌마가 됐든 범인은 있긴 있겠지요.


 


P.S. 김전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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