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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dest21c Cercatori

2007.02.15 07:46

Evangelista 조회 수:1725 추천:8

extra_vars1 방랑하는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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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카스파 하우저 사건 (6)




우주와 인간을 구성하는 ‘일곱 가지 본원적인 힘force’을
암시하는 이미지들은 여러 문화 전통에서 발견된다.
다양한 제례 전통과 일련의 신화에서 암시하는 것이 바로
이 ‘힘’과 그것의 활성화, 즉 ‘부활’이다.


P. G. 상소네티 (1941~), 성배와 연금술Graal et Alchimie; 제 2장 힘의 중심점들과 형태




그 일은 19세기 초반 독일에서 일어났다.


카스파 하우저를 살해한 범인은 좌우가 반대인 거울 문자로 자신을 M. L. O.라고 밝히고 있었다. 그러면서 카스파 하우저는 자신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썼다. 그 쪽지를 입수한 경찰은 수색을 강화했으나 범인은 물론 흉기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퓌러 목사는 이 사건에 대해서 자신이 아는 바를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카스파 하우저는…… 인공 인간이었네. 여러 설이 돌고 있고 우리 쪽에서도 이백 년 가까이 지난 일을 정확히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에스트가 말해준 것이라 모두들 믿고 있어.”


“서현 씨는 피리아를 만든 것이 세계 최초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묻자 유성연 씨가 몸을 의자에서 조금 일으켜 세우며 대답했다.


“성공작으로는 세계 최초지. 카스파 하우저는 여러 가지로 실패작이었어. 인격 형성에 크게 문제가 있었고 제대로 된 기억을 주입시키는 것에도 실패했지.”


“서현 씨가 생 제르맹이 맞다고 가정한다면 카스파 하우저를 만들어낸 건 서현 씨이겠군요?”


“아니야. 당시만 하더라도 생 제르맹은 역사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었고, 소일거리로라도 그런 눈에 띄는 짓을 할 리는 없어. 당시 백작은 무슨 생각을 해서인지 비교적 지식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게 연금술을 가르쳐 주었는데 그 중에 놈이 끼어 있었던 거야. 아담 바이스하우프트.”


이제 와서 놀랄 일이 아니긴 하지만 의외의 이름이기는 했다.


“바이스하우프트는 야심가였네. 프랑스에 자신의 국가를 만들려고 했지만 워낙 그는 인망이 없었어. 당연히 실패했고 독일에서 자신의 이름이 잊혀질 때 즈음 다시 바이에른으로 돌아갔지. 그리고 은둔 생활을 하던 생 제르맹 백작에게서 연금술을 배우고 기회를 보아 현자의 돌을 훔쳐내는 데 성공하게 되네. 그걸로 자기 명령에만 복종하는 군대를 만들 생각이었던 것 같아. 바이에른은 꽤 큰 국가였던만큼 바이에른을 장악하고 독일을 통일하게 되면 나폴레옹과도 맞설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게다가 그 와중에 나폴레옹이 실각해 버리고 유럽이 다시 혼란스러워지자 더욱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네. 그래서 시험작으로 만들어진 게 바로 카스파 하우저일세. 물론 얕은 지식으로 했으니 제대로 되었을 리가 없는 거고.”


“그렇군요……. 그래서 카스파 하우저는 늘 그런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살해당한……. 목사님. 그런데 누구에게 살해당한 겁니까? M. L. O.라는 건 뭐죠?”


그 때 유성연 씨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면서 일어섰다. 문득 신경 쓰고 있지 않았던 리나를 보니 자신도 바람을 좀 쐬겠다면서 유성연 씨를 따라갔다. 리나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저렇게 어색하게 자리를 피하면서까지 듣고 싶지 않은 걸까? 안색이 좋지 않았다. 나는 내 지식욕 때문에 결과적으로 리나의 마음을 어지럽힌 셈이다. 나중에라도 미안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왜 이렇게까지 알고 싶어 하는 걸까 - 그건 이제 평범하게 모른 척 하고 살 수는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생각을 다잡았다 - 그러나 모른 척 하고 살면 안 되는 건가? 세상은 영화가 아니다. 내가 이런저런 것을 알아버렸다고 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게다가 그런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은가.


결론은 그것이다. 모든 것은 그것으로 귀결된다. 아담이 먹은 선악과 - 사람의 눈을 뜨이게 하는 그것. 호기심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집어 삼키는 최대의 적이다. 집에서 라피스의 붉은 눈을 보았을 때부터 이미 호기심은 나를 조금씩 뜯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내 사고는 조용히 입을 연 퓌러 목사 때문에 중단되었다.


“바로 데 비바체가 속해 있는 비밀 결사 약어일세. 오르도 리브로 문디Ordo Libro Mundi, 세계의 도서관 회(會)라는 곳이지.”


“그건 O. L. M. 아닌가요?”


“거울 문자라고 말하지 않았나. 단순해 보이지만 그걸로 암호화를 시킨 걸세. 카스파 하우저를 죽인 바이스하우프트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만 자신이 그 정도 능력이 된다는 것, 그리고 탈취한 현자의 돌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걸 스승인 생 제르맹에게 알리고 싶었던 거야. 과시욕이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어쩌면 스승과 조용히 만나 알고 싶은 걸 캐내려는 수작이었겠지. 그도 그럴 것이 오르도 리브로 문디는 일루미나티가 프리메이슨에 완전히 흡수된 후 바이스하우프트가 자기 집단으로서 결성한 새로운 단체였으니까. 하지만 그 이후론 그 자에 대한 소식이 없네. 우린 자신만만하게 생 제르맹을 찾아간 그를 백작이 그대로 죽여 버렸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네. 하지만 그 단체는 지금까지 남아서 겉으로는 다른 비밀 결사들처럼 상류층의 클럽인 양 위장하며 조용히 활동하고 있지.”


“그래서 서현 씨가 생 제르맹이라면 당연히 데 비바체 씨와는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인가요?”


“그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걸세. 하지만 우리도 데 비바체 씨가 거기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몰라. 그저 말단일 뿐인지 아니면 고위 계급에 있는 건지…….”


이야기가 끝나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아까부터 궁금하던 걸 묻기로 했다.


“아까부터 ‘우리’라고 지칭하고 있는 그룹은 단지 소피아를 찾으러 렌느 르 샤토에 갔던 사람들만은 아니지요?”


“예리하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나?”


“그 사람들뿐이라고 본다면, 전 사장님이 돌아가신 이후 ‘우리’라고 해 봐야 엄밀히 말해서 목사님과 유성연 씨 둘 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어감 상 더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것 같아서요. 말하자면 그냥 느낌이 그랬다는 거죠.”


“자네 말이 맞네. 우리들은 오르도 리브로 문디에서 탈퇴한 사람들일세. 렌느 르 샤토에 동행했던 나와 유성연, 김정규는 파리에서 에스트와 만난 후 그에게 흠뻑 빠졌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날 데 비바체가 찾아와 에스트에게 가입 권유를 했어. 예전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그는 매우 반가워하면서 그 제의를 수락했네. 때마침 같이 있던 우리들도 새로운 지식이라는 함정에 빠져 함께 가입하게 되었지. 그 때 데 비바체는 마치 비슷한 계급의 동료인 것처럼 우리를 대해줬기 때문에 나중에 에스트가 그 밑에서 인공 인간을 만들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던 것일세. 그 후 피리아가 만들어졌고 우리 셋은 단체를 탈퇴했네. 어디까지나 단체 규율상 문제가 없는 방법으로 했기 때문에 입을 함부로 열지 않으면 별 일 없을 것이라고 안심했었지. 하지만 어느새 내게는 카츠가, 한국에 남은 둘에게는 쯔바이가 붙어서 감시하고 있었어. 김정규는 그렇게 허무하게 가 버리고…….”


“그룹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 사장님의 부고가 갔겠지요?”


그 장례식장에 와 있던 일부 외국인들이 생각났다. 당시에는 본사 사람들이겠거니 하고 그냥 넘겼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 그룹 일원들이었다고 생각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몇 명 장례에 갔었네. 그리고 돌아와서는 쯔바이의 미소가 너무 섬찟했다고 말하고는 우리 그룹까지 탈퇴해서 완전히 평범한 삶으로 가 버린 사람들도 있어.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네. 어떻게 보면 그게 당연한 걸세. 우리는 그저 과거의 동지들끼리 모인 친목회 정도밖에 안 돼. 오르도 리브로 문디에 대해서 어떤 공작을 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 때 전화가 걸려 왔다. 목사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미안하다고 말하고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그 자리에 굳어 섰다.


“주천희 군. 자네를……. 자네를 바꿔 달라고 하는군…….”


설마 라피스인가? 아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단 5초가 지나지 않아 목사가 나를 불렀다. 라피스가 나를 이 곳으로 가라고 하기는 했지만 정확히 이 시각에 여기에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목사는 확인의 대답인 동의하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쪽에 와 있을지도 모르는 서현 씨인가? 아니, 혹시 민시현 씨가 떠 보는 식으로 ‘그 곳에 주천희가 있지요? 바꿔 주십시오.’ 따위의 말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서 받게. 기다리고 있네.”


목사의 말에 힘이 없어졌다. 그는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다가가서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다.”


상대편은 그렇게 말했다. 들은 지 한 달이 지난 목소리이지만 잊을 수 없다. 이 목소리의 주인은 -


“서현 씨! 혹시 근처에 계십니까?”


“글쎄. 한번 알아 맞춰 봐. 힌트는 내가 해 주는 말을 다 들은 다음 나갈 테니까. 지금 퓌러 선생하고 데 비바체 선생 얘기를 하고 있었지? 너희들이 모르는 걸 서비스 차원에서 가르쳐 줄게. 선생이 하신 말씀은 거의 다 맞아. 하지만 바이스하우프트 이야기는 조금 잘못됐어. 난 그 사람을 죽이지 않았거든.”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끝까지 들으라니까. 조용히 안 들으면 내가 있는 곳에 대한 힌트를 안 줄 테다. 여하간 바이스하우프트가 내 걸 훔쳐서 카스파 하우저를 만든 건 맞아. 신문을 보고 나도 금방 알아챘지. 그래서 약속을 정하고 만나기로 했어. 거기서 그 자는 내게 돌을 돌려주는 대신에 뭔가를 요구했다. 막간 퀴즈 하나. 그게 뭐였을 것 같아?”


“영원한 생명이라도 달라고 했나요?”


일그러진 내 얼굴에 식은땀과 함께 쓰린 미소가 스쳐지나간 것 같았다.


“아냐. 그럴 필요는 없었어. 원래 그 자는 그 전에 나한테서 나와 같은 몸을 받았었거든.”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16세기 영국에 존 디 박사라는 사람이 있었지. 마술사라고까지 불린, 어느 정도 비교에 지식이 있는 사람이었어. 아니, 일반인 관점에서 보면 엄청나게 해박했다고 할까. 하지만 역시 너무 사회생활을 많이 하다 보면 중상모략에 장사가 없는 법이야. 그 때 내가 그 사람을 죽은 걸로 처리해 버리고 암스테르담으로 도망가는 침례교 집단에 몰래 넣어 줬지. 그 때가 아마 1608년이었을 거야. 그 때 그 자가 가진 지식이 너무 아까워서 영원히 살게 해 주기로 했단다.”


“그런 얘기를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겁니까?”


“퓌러 선생 얘기는 믿으면서 들은 것 아니었어?”


말을 말자.


“어쨌든 못 맞추었으니 넌 몰라도 돼. 그리고 난 돌을 받은 후 그 요구를 들어 주지 않았거든. 그랬더니 이 자가 앙심을 품고 날 죽여 버린 거야. 돌은 무사히 지켰지만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기까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그래도 최근에 다시 만났지. 오랜만에 보니 반갑더군. 죽지 않게 되면 날 죽이려고 하는 사람도 사랑스러워 보인다니까.”


그러면서 수화기를 타고 웃음소리가 전해져 왔다.


“너도 아는 사람이야. 존 디 박사이면서 아담 바이스하우프트인 사람. 실제로 본 적은 없겠지만. 막간 퀴즈 두 번째.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생각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오르도 리브로 문디, 인공 인간의 제작, 서현 씨와 비교적 최근에 만난 사람…….


“데 비바체 사장…….”


내 입을 타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본사 사장의 이름이 흘러 나왔다.


“이번엔 맞췄군. 그렇게 된 거야. 결국 나와 데 비바체 선생의 관계는, 그 영화 제목 있지? 줄리아 로버츠 나온 거. 그래, 적과의 동침이라는 거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내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어쩌면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괴물일지도 모른다.


“그럼 힌트를 주마. 썰매. 캐롤. 이 두 개로 떠오르는 것은?”


“퓌러 목사님! 썰매와 캐롤로 떠오르는 것이 있으십니까?”


“너무 서두르지 말게. 더욱 생각이 안 나게 될 걸세.”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서현 씨를 반드시 붙잡아야 해요!”


“썰매와 캐롤이라면, 산타 클로스가 등장하는 캐롤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북유럽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르겠네.”


“아뇨. 분명히 이 근처 어디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가 여기에 있는 걸 그렇게 잘 알 리가 없어요!”


“맞아. 캐롤 중에 이런 게 있었지. 창밖을 보라.”


나는 지체 없이 달려가서 커튼을 걷었다. 길가 쪽에서는 그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골목 쪽 창으로 뛰어가 커튼을 올렸다. 그리고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창문 바로 앞에서 서현 씨가 안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쪽에는 쓰러진 유성연 씨와 머리를 감싸 쥔 채 바닥에 앉아 있는 리나…….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창문을 열려 했다. 그러나 그 창은 유리만 붙어 있을 뿐 열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뛰었다. 문을 걷어차듯 열고 나가 골목으로 들어갔다.


서현 씨는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골목 맞은편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그리고 입을 연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진정해. 사람이 우선 아니야?”


누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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