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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Fate / Battle Royal*

2008.04.25 10:19

◈ÐÆЯΚ◈찰드 조회 수:1022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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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스쿨드는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모두가 함께 살아서 나갈 수 있도록..."


 


"응."


 


이오 역시 자신의 서번트인 에도의 기억이 남아있는건지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꾹 참고 스쿨드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그럼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갑작스레 설하가 끼어들었다.


 


"마도사 서번트에게서는 무슨 이야기를 들으신 겁니까. 당신은 찰드가 나타났던 그 당시만 해도 제 마스터 일행과 함께 계셨다고 들었습니다만... 화합을 약속하지 않았던가요."


 


스쿨드는 설하의 말에 더더욱 할말을 잃었다. 그저 자신은 어디까지나 치요 이상으로 싸움이 두려웠고, 자신이 찾은 서번트 쉐로는 그녀에게 확실한 승리를 장담했다. 적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이 싸움을 단 한방에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대 위력의 마법... 자신이 찾은 서번트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보니 두렵지 않을 수 없었고, 친구들은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죽게 되는것은 무서웠기에, 그만 쉐로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한게 화근이었다.


이 이야기를 과연 눈 앞의 마술사 서번트 및 다른 친구들이 이해해 줄 것인가?


그 생각이 들자 스쿨드는 점점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졌다. 설하는 대답을 재촉하려는 눈빛이었고, 치요가 스쿨드의 기분을 안건지, 설하의 옷깃을 잡았다.


 


"설하님... 스쿨드 언니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 더이상 추궁하지는 말아주세요."


 


"사정이라고 하셨습니까. 그 마도사 서번트가 스쿨드님의 의사를 억지로 바꾸려 들지 않은 이상, 다른 사정은 생각하기가 힘듭니다만."


 


그렇진 않았다. 쉐로는 그의 이야기 그대로 전혀 스쿨드의 의사를 강제하려 하지 않았고, 이 대규모 마법은 어디까지나 스쿨드가 동의 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녀는 박살난 쉐로의 수정구슬을 우울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냥... 무서워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제 서번트는 확실히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고... 왠지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언젠가는 끔찍한걸 보게 될것 같았어요..."


 


확실히 이길 수 있는 방법. 그건 사실이었다. 실제로 쉐로의 마법이 발동하여 섬이 가라앉는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자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마도사 처럼 말도 안돼는 짓 까지 가능한 술사가 아니라면 플라이 마법이라고 해도 몇십분이 고작일 것이다. 더욱이 설하는 플라이 마법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론적으로 보면 완벽한 승리의 길. 마법을 준비해 놓고 버티면서, 침입자는 스스로 깔아둔 저주의 숲을 이용해 격퇴한다. 쉐로는 그 방법 만으로 그의 마스터를 납득시켰고, 마법은 발동 직전까지 왔다.


설하는 언짢은 듯 고개를 돌려버렸고, 치요는 배시시 웃으면서 몸을 기울여 설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기분 상하셨어요? 근데, 직접 배신을 당한 입장인 우리는 괜찮은데 왜 설하님이 그러세요."


 


"음..."


 


그 말에는 할말이 없었는지 설하는 헛기침을 한차례 내뱉고는 다시 스쿨드를 바라보았다.


 


"뭐, 서번트도 없어진 마당에 그런 일은 없겠지만, 제 마스터를 배신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네..."


 


간신히 설하가 마음을 트게 되었음을 느꼈는지 스쿨드는 그제서야 얼굴을 조금 펼 수 있었다. 이오가 씨익 웃으면서 스쿨드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아, 마침 아직 브리짓도 무사하던 참이야. 우리랑 같이 다니다보면 브리짓이랑 만날 수 있겠지."


 


"아... 그, 그래? 브리짓은 무사하구나..."


 


어찌보면 지금 상황에서 최고로 다행스러운 점이다. 몇차례 카드의 모서리가 빛을 잃기에 그 중에 브리짓이 있으면 어떡하나 하고 수차례 걱정해왔던 탓이다. 그 기색이 너무 얼굴에 드러났는지, 이오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그렇게 걱정할거면 애초에 적으로 돌아서질 말았어야지. 으이그... 브리짓 입에서 무슨 소리 나올지 걱정이다."


 


"......"


 


스쿨드가 다시 고개를 숙이자, 치요가 짐짓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자아. 그럼 마침 밤도 늦었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해요. 스쿨드 언니랑 쉐로가 계속 지내던 장소라서 그런지 쉬기에는 좋아 보이네요."


 


힘든 전투 뒤라 그런지 반대의견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오의 경우엔 상처도 많아 응급처치가 필요했다. 그나마 그의 서번트 에도가 대부분 방패가 되어 주었던 덕에 이 정도로 끝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다.


 


이오와 스쿨드가 적당히 자리를 잡고 눕자, 단둘이 남은 치요와 설하는 일단 은근히 어색한 분위기를 느꼈다. 아니, 설하쪽은 괜찮은데 치요의 분위기가 수상쩍었다.


 


".....? 무슨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설하는 자꾸 자신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치요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물었고, 치요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음, 좀 춥거든요...?"


 


...거짓말이다. 오히려 더워보이는데. 아니, 애초에 서번트에게 거짓말을 한다는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설하는 말의 내용보다 그 말투에서 벌써 자신의 마스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눈치챘다.


설하는 전혀 급해보이지 않도록, 부드러운 동작으로 치요를 품어안았다.


 


"에엣..."


 


"마스터의 불안한 마음을 메꿔드리는 것 역시 서번트의 역할 이라고 생각됩니다. 당신의 뜻대로, 이러고 자도록 하죠."


 


"..........."


 


치요가 정말 하기 힘들었던 말을, 설하는 알아서 그렇게 다 해주고 있었고 그런게 이 어린 소녀에게는 정말 고마운 것이었다. 헤에, 하고 어린아이 다운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설하의 가슴에 깊숙히 고개를 파묻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흐릿흐릿한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은, 분명 바다였다.


그리고 시야의 아래쪽엔 갑판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배 위에 서있는게 틀림 없으렷다.


은근히 주변이 소란스럽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은근히 소란스러운게 아니라 대놓고 비명소리까지 들려왔다.


 


우지지지직!


 


팍! 뭔가가 옆으로 쓰러진다. 그 끄트머리에는 검은색 바탕에 해골 마크... 이것은 전형적인 해적 깃발이다.


 


[해적선장 놈을 찾아라! 놈은 반드시 이 배 어딘가에 있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발소리. 그 무대는 당연하게도 거대한 해적선 위였고, 한때 그 위용 만으로도 해상을 주름잡았을 해적선은 이미 상당부분 파손되어 있었다. 곳곳이 불타고 있고, 어쩐지 수면이 자꾸 높아지는게, 아마도 가라앉고 있는것 같았다.


 


선장은 서서히 물이 차기 시작하는 배의 가장 안쪽, 선장실에서 조용히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호화로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선장실은 의외로 가장 기초적인 생활용품 들만이 배치되어 있을뿐,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사치품 이라고 한다면 지금 책상 위에 놓인 와인, 그뿐이다.


 


[선장을 찾아라!]


 


신고를 받고 달려온 관군 이리라. 선장은 곧 녀석들이 이곳으로 들이닥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선장의 체포를 목적으로 배를 공격한 해군 병졸들이 가장 먼저 문을 박차고 들어가볼 곳은 정해져 있다.


 


콰광!


 


선장실 문이 거칠게 열린다. 무엇으로 쳤는지 잠금쇠는 통째로 부숴져 떨어져나갔다. 참... 요즘은 때려부수는 것도 기술이 참 좋다. 해적 두목인 그는 상황에 어룰리지 않게시리 그런 생각을 해내고는 쿡쿡 웃었다.


 


보안관이 앞으로 나서서 밧줄 끝을 흔들어 보였다.


 


[여기까지다, 이 해적 녀석. 얌전히 따른다면 정상참작의 기회는 준다.]


 


이만큼 배를 때려부숴놓고 이제와서 정상참작 이라니. 욕지거리가 나왔지만 그는 참는다.


어느 시대인지는 알길이 없다. 다만 복장들은 옛이야기에 흔히 나오는 중세유럽 풍이다. 시대는 알수 없으나 단 한가지, 지금 이 해적 두목 남자의 마음만은 느껴진다.


 


분노. 지금 시대는 더럽다. 썩었다...! 관군의 탈을 쓴 이 도적들은 단지 죄없는 약자들을 괴롭히는 악마들에 불과하다.


 


[요즘같은 단속 기간에 잘도 배를 움직였겠다. 그것도 이 검은 깃발을 달고!]


 


보안관이 내동댕이 친 것은 갑판에 있던 해골마크의 깃발이었다. 남자는 깃발을 보고 욱 했으나, 마지막 까지 참았다.


그는 태연하게 술잔을 내민다.


 


[아무리 이 주변이 다 물이라도 그렇지, 그렇게 노골적으로 머리에 불 피우면 쓰나. 한잔 할텐가?]


 


[집어치워!]


 


보안관은 주변의 병졸들에게 가차없이 명령한다.


 


[저놈을 포박해라!]


 


쨍그랑.


병졸들이 달려들어 남자의 팔을 봉쇄하는 와중에 떨어진 유리술잔은 땅바닥까지 직행하여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안에 있던 와인은 소금물을 타고 크게 번져 나갔다.


피 색깔.


검붉은 순수한 피의 색깔.


난리통에 술병 마저 박살난건지, 약하게 바닷물이 차고있던 선장실 바닥은 온통 와인의 붉은 빛깔로 변해갔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아, 아?"


 


번쩍, 눈을 뜬다.


현실로 돌아와보니 해적선의 풍경은 간곳이 없고 숲속에 누워있다. 아유무였다.


 


"아... 이, 이상한 꿈이네."


 


휘적휘적, 머리를 흔들고는 옆을 본다. 자신의 바로 옆에, 마스터 보호 본능(?)은 있는 건지 테오가 아유무 쪽으로 몸을 돌린체 맛깔나게 잠들어 있는 것이 보인다.


헤인과 브리짓도 잠들어 있었다. 다만 둘은 함께 자고있진 않았다. 헤인은 아마도 밤새 이 섬 전체를 스캔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잠들어 있다는건, 일단 나노하와 페이트의 위치를 발견하긴 했다는 뜻이겠지. 아무튼 그녀는 캐스팅을 하던 평평한 바위 위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져 있었다. 그녀와는 대조적으로 반듯한 평지에서, 남자애 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귀여운 얼굴을 한 브리짓이 잠들어 있다.


 


"에... 지금 시간이..."


 


슬쩍 동쪽 하늘을 본다. 저 멀리, 수평선에 태양이 반쯤 걸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지금은 여름철 이므로 해가 뜨고 있다는건 꽤나 이른 시간이라는 뜻이다.


잠시 태양을 바라보면서 완전히 잠을 쫓아보낸 아유무는 슬쩍 카드를 꺼내들었다.


빛을 머금은 모서리는 7개. 12명의 서번트 중 5명이 죽었다. 아유무는 대충 무슨무슨 서번트 들이 남았을까를 생각해본다.


일단 자신의 테오와 브리짓의 헤인이 남아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찾고 있는 나노하와 페이트 역시 남아있을 것이다. 이렇게 4명이 정해지고 나면, 나머지 3명 이라는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 한다.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치요와 이오는 절대적으로 무사하다고 믿고 싶었다. 따라서 그렇게 6명. 그렇다면 나노하와 페이트를 제외하면 적은 한명밖에 안남았단 말인가?


 


"그럴리가 없는데..."


 


"어... 음... 어? 뭐야, 마스터?"


 


잠시 멍청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왠지 이쪽을 보는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어... 아, 일어나 있었구나. 아아! 왜 잠 깼을때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으면 불안해지는거지, 난."


 


테오였다. 아유무가 배시시 웃으면서 돌아보았다.


 


"일찍 일어났네요?"


 


"뭐? 아니, 해가 뜨려고 하는데, 슬슬 일어나야지. 우리가 뭐 그렇게 속편히 자빠져 있을 상황도 아니고,"


 


슥, 잠든 헤인을 돌아보는 테오. 대책없이 코를 골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다 테오는 미심쩍은 눈으로 말했다.


 


"...제대로 찾고 자는 걸까?"


 


"...아마도요. 그래도 헤인님은 서번트니까... 아마 그 정도는 확실히 해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음... 그야 그렇지만."


 


테오가 피식 웃으면서 다시 아유무를 바라보았다.


 


"그럼 어쩌지? 지금 깨운다면 분명 오늘 하루는 피곤에 쩔어 지낼텐데. 그렇다고 알아서 깰때까지 놔두면 하루종일 잘것 같고."


 


"아... 그러네요. 그거 고민이예요."


 


아유무는 그렇게 대충 대답해 놓고는 아까의 꿈을 생각해봤다. 아무리 꿈이라도 자기 자신과 생판 관련도 없는 상황을 꿈꾸진 않을 것이고, 또 꿈이라고만 해두기엔 너무 시나리오가 뚜렷하다. 아유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테오. 잠깐 이야기 괜찮을까요?"


 


"음? 뭔데?"


 


꿈으로 인해 궁금해졌던 사항. 혹시라도 그의 우울한 모습을 보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안되는 바는 아니었지만.


 


"혹시... 원래 해적이었어요?"


 


라고, 그런대로 들어줄만한 목소리로 물어본다.


테오의 표정은 아유무로서는 의외였다. 아마도 그 꿈의 내용은 그가 죽기 직전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지금 테오는 생전의 기억을 좋은 쪽으로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테오의 표정을 별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표정이다.


 


"어떻게 알았지?"


 


"아니... 그게... 꿈을 꿨어요."


 


"꿈?"


 


테오는 고개를 갸웃했고, 아유무가 다시 말했다.


 


"뭔가... 그게, 해적의 신분이라 어쩔 수 없이 관군에게 체포되어 가는 분위기 였어요. 그래서 혹시 테오의 생전 모습이란 그 해적 두목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일단 성격이 너무 어울려요."


 


성격이란 싸우기 좋아하는 테오의 성질을 말하는 것이리라. 테오가 피식 웃었다.


 


"뭐, 감춰서 뭘 하나. 그것도 마스터에게. 그래. 해적이었지. 그것도 해적 두목. 근데 수배가 내걸릴 정도의 잔혹무도한 약탈은 하지 않았어."


 


"네? 그럼... 아니 해적이라면, 보통 약탈을 하잖아요?"


 


"그래, 맞아. 아예 안했다곤 하지 않았어. 난 어디까지나 식민지가 되어버린 힘없는 나라의 백성들이 힘 있는 빌어먹을 타국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죽지못해 살아가는 광경이 싫었을 뿐이야."


 


대충 예상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테오는 타국의 점령으로 인해 썩어버린 나라를 뜯어고치기 위해 의적이 된 것이고, 그 때문에 결국 반란군이라는 죄목으로 잡혀간 거겠지.


아유무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왜 서번트가 된 거죠? 역시 두번째 삶에 대한 갈망이었나요?"


 


"음......."


 


테오의 표정은 여전히 태연했다. 잠시 끄응, 하는 소리를 내더니 그 표정 그대로 아유무를 바라보았다.


 


"설하녀석 흉내 낸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솔직히 말하면 두번째 삶 따위 흥미 없어."


 


"네?"


 


아니, 처음 소환됐을때랑 말이 다르다. 그때는 두번째 삶 얻지 못하면 서번트가 된 의미 따위 없다고 했었다.


"그건... 처음에 말했던 것 과는..."


 


"...그래. 제길. 어떡하라고. 그때는 네가 이렇게 내 전생까지 들여다보게 될줄 알았냐?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기회가 온다면야 서번트로서의 삶이든 제 2의 삶이든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지."


 


"하고 싶었던 일...? 해적일에 관련된 건가요?"


 


도리도리. 테오가 힘없이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시대는 해적따위 안돌아다니는 시대 아닌가? 관군 이라고 해도 내 시대의 그런 허접하기 짝이없는 관군이 아닐거고. 내 소망이랑은 관계 없지."


 


"그럼...?"


 


그리고 마지막에, 그 얼굴은 그의 마스터를 향했다. 은은한 미소를 띈 얼굴이다.


 


"내 마지막과 관련이 되어 있어서. 지금은 말로 하기가 좀 그렇군."


 


"마지막... 그건, 죽을때...?"


 


"그렇지."


 


살짝 그의 고개가 내려간다.


 


"타국의 식민지로 나라가 넘어간 그때... 해적을 가장한 의적이 되겠다고 맹세한 그 순간부터 꼭 내 마지막은 그렇게 장식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빌어먹을 약탈자 놈들 때문에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그랬군요."


 


그 이야기의 끝에서 아유무는 간신히 한가지를 깨달았다. 테오가 서번트가 된 이유. 그는 다시한번 자신의 마지막을 자신의 뜻대로 써보고 싶었던 것이겠지.


 


"과연. 성직자 치고는 어쩐지 로드를 너무 살인적으로 잘 휘두른다 싶었어요."


 


목소리는 아유무의 것이 아니었다.


테오와 아유무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브리짓이 잠 다 깬 얼굴로 모로 누운체 이쪽을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테오가 피식 웃었다.


 


"남의 서번트와 마스터의 이야기를 엿듣다니. 양반은 아닐세 그려."


 


"...바로 옆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안들을 수 있나요."


 


브리짓이 슥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근데 의외네요. 해적 두목이라면 좀더 나이 든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뭐, 제대로 된 해적도 아니었으니까. 의적에 가까웠지. 반란군 주모자의 입장이다보니 시작하자마자 해적두목의 이름이 붙게 된거고."


 


"음... 그렇군요."


 


테오가 허리를 쭉 펴면서 물었다.


 


"그런데, 어떡할건가. 네 서번트는 밤새도록 이 드넓으신 무인도를 스캔하느라 지쳐서 곯아떨어져 있는데.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니 마냥 기다리는건 좀 그런데."


 


"그렇죠. 그렇다고 지금 깨우면 오늘 온종일 피곤에 쩔어 지내게 될거고..."


 


"여어....!"


 


목소리는 갑작스럽게 들려왔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중에는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없는데... 게다가 지금 목소리는 다른 쪽에서 들려왔다.


 


"오랜만이군요. 편히 쉬셨나요?"


 


철그렁. 철그렁. 육중한 갑옷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근육질의 남자가 한명, 그리고 그 앞에서 남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냘퍼 보이는 소녀가 한명. 편히 쉬셨냐는 말은 물론 그 소녀에게서 나온 것이다.


 


"나가토.....!"


 


그렇다. 나가토와 그녀의 서번트 성기사, 버몬드 였다.


테오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건..... 어디서 한번 봤던 모습인데."


 


그러고보니, 테오와 버몬드가 만난건 정확히 두번째 였다. 그러나 직접 싸워본 적은 없다. 성기사와 성직자의 싸움. 이쪽은 브리짓과 헤인도 있지만, 헤인은 아직 지쳐서 잠들어 있으니 일어나 봐야 무기력할 것이고, 또 메모라이즈 시간도 필요하다.


따라서 이건 버몬드와 테오의 1:1 싸움이라는 얘긴데... 상대는 신성계열 술사 이면서도 육탄전의 달인이다.


 


"..........테오..."


 


문득 사실을 깨달은건지 아유무는 살짝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테오를 바라보았다.


 


"어이, 내 마스터께서 아침 인사를 하시잖나. 대답 정도는 해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아유무는 평정심을 되찾기로 했다. 침착하게 나가토를 바라본다.


 


"다음에 만나면 결판을 내자고 했었지."


 


"그랬었지요. 지금이 바로 그 때인것 같네요."


 


"...신성계열의 상대를 만난건 저번에 성자년 뿐이었는데. 그러고보니 이쪽은 아직 싸워본적이 없군."


 


스르릉! 턱! 예의 그 거대한 검을 뽑아든 버몬드가 검을 어깨위에 척 걸치더니 테오를 바라보았다.


 


"그때는 그렇게도 싸우고 싶어하더니, 네놈 성격으로는 잘된거 아닌가. 훗. 마스터. 이번에는 싸우겠지?"


 


나가토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요. 그때 분명 다음 기회에 결판을 약속했었고... 확실히 지금은 또 한명의 경쟁자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걸요. 어쩌면 거기 뒤에 있는 브리짓 까지 같이 처리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럼 두명이 줄어드는 셈이네요."


 


".........."


 


말을 마치고, 나가토는 알아서 요리하라는 듯 버몬드에게 눈짓을 해보이고는 물러났다. 버몬드가 검을 슥 내리면서 앞으로 나섰다.


 


"그래... 어디, 맥없이 기도질이나 해대는 성직자 나부랭이가 싸울땐 어떤 방법을 쓰는지 구경좀 해보도록 하지. 오너라!"


 


바우웅! 한차례 휘둘러진 검. 저건 도저히 검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그렇게 버몬드는 자세를 고쳐잡았고, 브리짓은 헤인을 깨울까 말까 극심한 고민에 빠졌으며, 아유무는 다시한번 테오를 바라보았다.


 


"아유무."


 


문득, 테오가 조용히 그의 마스터를 불렀다.


 


"네, 네?"


 


테오가 아유무를 이름으로 직접 부른적은 없었기에 아유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테오는 버몬드를 응시한체 등 뒤의 아유무에게 물었다.


 


"이번엔 어떡할건가.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데."


 


".....확실히 결판을 내자고 했었죠. 마침 상대도 성기사네요. 테오의 힘을 보여주시겠어요?"


 


"좋아..."


 


테오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살짝 표정 하나 바뀐것 만으로도 그는 예전의 해적 두목으로 돌아간다.


 


"...죽여버려도 상관 없는 거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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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_+


 


.....근데 진짜 테오랑 버몬드랑 만난게 그때 결판 약속만 하고 쌈 없이 넘어간 거 한번밖에 없던가 ㅡ.ㅡ;


 


불안하심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