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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hwarang102 Petulancy

2008.04.24 07:49

Mr. J 조회 수:2440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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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ulancy


 


 루만씨는 작은 램프라는 이름의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는 평범한 사십 대 남성이다. 동년배 친구들보다 머리가 더 많이 빠졌고, 배가 조금 더 나왔으며, 키가 좀 더 작다는 것만을 뺀다면 그는 정말로 평범한 모습의 중년 남자이다.


 그는 최근 들어 토요일마다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물론 그에겐 고등학교 시절부터 몰던 1970년식 로저가 있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최근 주말마다 주니어 럭비팀에 연습을 하러 가게 되는 바람에 택시를 타게 되었다. 버스를 탈수도 있지만 루만씨의 카페는 버스 정류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아침 손님들을 위해 이른 시간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 그에게 이십 분의 아침 산책은 조금 무리이다. 루만씨의 집엔 차가 한대밖에 없으니 그날만큼은 애들을 학교 운동장까지 데려다 주는 그의 아내가 낡은 로저를 차지한다. 택시 요금도 요금이지만 매일 아침마다 택시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평소 집에만 있던 루만 부인도 아이들을 운동장에 데려다 준 뒤, 그녀의 친구들과 드라이빙 따위를 하며 어울리기 시작하더니 남편에게 새 차를 구하자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루만씨는 아내를 위한 새 차를 구입할까 최근 고민 중이다.


 


 비교적 차를 험하게 모는 택시운전사들 덕분에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빨리 이동하지만, 때때로 평소보다 늦을 때가 있어 루만씨는 택시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저번 주 토요일엔 출근을 늦게 하게 되어 아침 손님들을 몽땅 놓친 적이 있었는데, 택시를 잡기 위해 삼십 분 동안이나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출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딱히 교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택시 수가 적어서도 아니었다. 루만씨가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내밀 때마다 번번히 무시하고 가버리는 택시들 때문이었다. 차를 세우기가 번거로웠는지 어쨌는지 이유는 절대 알 수 없었지만, 루만씨가 자기 차에 타고 싶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택시 운전사들은 지나쳐갔다. 결국 삼십 분 후에서야 마음씨 좋아 보이는 인도인(혹은 다른 중동 나라의) 운전사가 차를 세워주었지만 루만씨는 그날 아침 매상을 전부 날렸다.


 


 루만씨는 이렇게 생각한다: 승차 거부는 자유이고 승차 거부의 이유는 별로 알고 싶지 않지만 택시 운전사들은 한번쯤 거리에서 손을 내밀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고. 특히 이른 토요일 아침부터 택시를 잡기 위해 졸린 눈초리로 도로를 살피며 허둥지둥 대는 피곤한 사십 대 남자를 위해선 반드시. 또 그와 비슷한 눈초리를 하고 정신을 차려줄 뜨거운 커피를 찾는 직장인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당최 태울 생각이 없다면 제발 처량하게 인도 밖으로 손을 뻗고 있는 사람을 흘끗 보고선 지나쳐버리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