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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hwarang102 언덕 위 화려한 저택의 미망인

2008.07.06 10:27

Mr. J 조회 수:2150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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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돈이 매우 많은 미망인이었는데, 나이가 들고 살이 쪄 몸에 있는 주름 수가 가진 금화 개수만큼이나 많았습니다. 그녀는 어느 마을에 있는 언덕에 큰 집을 지어 살고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에게 그녀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따지자면 길에서 마주쳐도 별로 반가운 상대는 아니었지요. 그녀는 괴짜였거든요. 게다가 성격도 거만했습니다. 평범하지 못한 사상을 지닌 사람이 성격도 더럽다면 얼마나 난감하겠습니까. 다행히 그녀는 너무 살이 쪄서 두 작은 발이 살집 깊숙이 묻히는 바람에 밖을 걸어 돌아다닐 수는 없었답니다. 하지만 가끔씩 그녀의 엄청난 무게를 기꺼이 견뎌 내어줄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외출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은 병에 걸린 녀석이었지만, 마차 하나는 정말 잘 끌었습니다.


 


 핑크색과 병아리색으로 요란하게 칠해진 마차가 언덕길을 내려오기 시작하면, 마을사람들은 집으로 들어갔고, 거렁뱅이나 그녀가 매력적으로 보일 만큼 술을 마셔댄 사람들만이 거리에 남았습니다. 아까 말했듯 그 여자는 성격이 고약했거든요. 마치 그녀의 겉모습이 성격을 비추는 거울인 것처럼, 외모도 추하여 마녀가 따로 없었습니다. 치장을 좋아하는 그녀의 화려함에 몇몇 사람들은 커튼 사이로 그녀의 마차를 훔쳐 보기도 했습니다만, 어떤 사람들은 그 조차도 거부하였습니다.


 


 그녀의 저택은 마차만큼 화려했는데, 마치 온 세계의 건물들이 한데 모인 듯, 다양한 방식으로 지어진 건물이었습니다. 색은 또 밝은 핑크색으로 칠해져 있었고요. 그녀는 항상 저택을 바라보면서, 세계의 문화가 한데 모인 자신의 저택이야말로 최고이고, 그 저택을 짓도록 지시한 자신은 패션감각을 아는 사람, 유행을 따르는 사람, 그리고 기품과 교양도 갖춘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니죠. 남들이 보기에 그녀는 그저 생각이 모자라고 철이 들지 못한 노파였습니다. 그것도 고약한.


 


 그녀는 앞서나가는 문화인이었기 때문에 커다란 서재도 지어놓았습니다. 보지도 않는 어려운 책들만 잔뜩 꽂아놓았지요. 그래도 한 달에 한번은 생색을 내기 위해 서재를 찾아가 일부러 두껍고 어려워 보이는 책을 꺼내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그녀의 머리론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대충 읽다 보면 마치 자신이 그 책의 저자처럼 똑똑하게 느껴졌죠. 그렇게 지식인으로써의 자부심을 살리고 나면, 이제 마을로 내려갑니다. 그녀의 병든 말 한 마리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요. 마을 한편엔 나름 자신들을 학자라고 칭하는 무리들이 어울리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사실 그 사람들도 별일은 없지만 언덕 위 저택에 사는 멍청이 부인보단 나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미망인은 그 무리들에게 찾아가선 자신이 좀 전에 훑어 본 책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속으론 그녀를 비웃지만 꾹 참습니다. 그 시간이 오래가지는 않거든요. 워낙 머릿속에 든 것이 없는 여자였던지라 이야기할 거리가 금방 없어져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녀는 점잖은 체 하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곤 다시 병든 말 한 필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그녀의 핑크색 다문화 저택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이면 항상 헐벗고 다리나 팔 혹은 눈 한쪽이 없는 불구자 거지들이 더러운 손을 내밀고 구걸을 합니다. 미망인은 마차 창문 밖으로 은화 몇 개를 던져주고 그 병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월감을 느낍니다. 그녀는 그런 착각 속에 빠져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잘났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런 하층민보다 조금 잘났을 뿐이지 보통 사람 축에는 못 끼거든요. 아, 그녀의 병든 말이라면 그녀가 최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군요. 왜냐면 걔는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머리가 아프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