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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dest21c 사람이 되고 싶은 인어

2008.06.12 03:04

Evangelista 조회 수:1664 추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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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고싶은 인어


 




옛날 어느 바다에, 그 해로 열다섯 살이 된 순진하고 착한 인어가 살았습니다. 가족들과 이웃들은 모두 장차 훌륭한 인어로 클 것이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했습니다.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그녀는 세상이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인어는 사람들이 있는 해안으로 놀러 가 보기로 했습니다. 먼 발치에서 본 그들은, 물론 너무나 깊은 이 쪽으로는 올 수 없었지만 물에서도, 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던 그녀는 자기에게 붙어 있는 지느러미 대신 사람들에게는 다리가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쩐지 모를 부러움에 고민하던 인어는 인어의 임금님에게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에 임금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안 돼.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람에게 푹 빠져버린 그녀는 막무가내였습니다. 결국 한참을 고민하던 임금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사흘 안에 사람들에게 착한 일을 세 가지 해 주도록 해라. 그러면 너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다.”


주위의 인어들은 언제나 착한 아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이제 쉽게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는, 인어는 몹시 기뻐하며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는 곧바로 해안으로 나갔습니다. 누군가 없나 둘러보다 보니 구석 그늘에 멍하니 앉아 있는 아저씨가 보입니다. 다가가서 왜 다른 사람과 놀지 않고 혼자 있는지 여쭈어 보니,


“나는 대머리란다. 여름 햇볕 아래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눈이 부셔 마음껏 놀 수가 없어.”


그러면서 침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인어는 아저씨를 안심시키고는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손에는 해초가 들려 있었습니다.


“이 해초를 엮어서 가발로 만들면 될 거예요.”


그런데 잠시 지켜보던 아저씨는 오히려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너 지금 나를 놀리는 거냐? 이건 비린내가 나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다가 남들이 보면 모두 놀릴 거야. 어른에게 장난을 치다니. 고약한 녀석.”


그리고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버렸습니다. 인어는 시무룩해져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찾아보았지만 그 날은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해가 아직 수평선에 걸려 있는데도 급히 물 위로 올라왔습니다. 수면에 커다란 배가 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물건을 싣고 장사하러 가는 이웃 나라의 무역선입니다. 주위를 빙빙 돌며 누가 없나 살피는데 갑자기 배 위에서 사람이 아래로 풍덩 하고 떨어져 내렸습니다. 다가가 보니 어느 청년이 물에 뜬 채로 위쪽을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실수하는 바람에 갑판에서 발을 헛디뎠나 봅니다. 그런데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는지 나타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어는 마침 잘 됐다 생각되어 크게 외쳤습니다.


“여기 사람이 물에 빠졌어요!”


그러자 청년이 깜짝 놀라며 이 쪽을 바라봅니다. 갑판 위에는 남자들이 몰려 나옵니다.


“바보야! 이 배는 해적들한테 붙잡혔단 말이야!”


그리고 곧바로 총소리가 들리며 총알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인어가 재빨리 물 아래로 숨으려는데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에잇, 멍청한 인어 때문에 들켰잖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대로 바다 밑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안 좋은 이야기를 들어 다시 위로 올라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인어는 청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사흘째가 되었습니다. 이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인어들과 달라서 도움을 받는 법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해가 수평선에 나타나려 할 때쯤부터 부리나케 해안으로 향했습니다. 어느 정도 헤엄쳐 가고 있는데 보트가 한 척 서 떠다닙니다. 아무리 보아도 어제처럼 해적에게 붙잡힌 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뱃머리를 살펴보니 잘 생긴 남자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어가 앞으로 헤엄쳐 갔습니다.


“뭐 하고 계세요?”


“보다시피 낚시하고 있단다.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다가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야.”


“커다란 물고기라고요?”


그리고 인어는 커다란 물고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침 좋은 게 떠오릅니다.


“기다리세요. 데리고 올게요.”


그리고 물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곧 보트 아래로 시커먼 그림자가 다가옵니다. 남자가 깜짝 놀라고 있는 참에 인어가 수면으로 불쑥 올라와 묻습니다.


“이 정도면 될까요?”


“안 돼, 안 돼. 고래는 너무 큰 데다가 정확히 말하자면 물고기도 아니거든.”


그 말을 듣고 인어는 다시 풀이 죽었지만 포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람은 자기가 실수했는데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다시 물고기를 찾던 그녀의 눈에 딱 좋은 것이 들어왔습니다.


남자는 계속해서 아무 것도 낚이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수면에 무언가 올라왔습니다. 확인하려고 몸을 내밀어 보니 단단한 남색 지느러미가 두 개나, 천천히 주위를 배회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할 말을 잃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그에게, 막 수면에 올라온 인어가 생긋 웃으며 말합니다.


“이 정도면 적당한가요?”


남자는 아무 대답 없이 스크류를 최고 출력으로 돌리고 쏜살같이 해안 방향으로 도망쳐 버렸습니다. 상어는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멍하니 있는 인어를 데리고 바다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임금님이 인어를 불러오라고 합니다. 신하들이 그녀를 데려오자 임금님은 곧바로 질문했습니다.


“세 가지 착한 일은 했느냐?”


인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람들이 기뻐했고?”


인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건 어떻게 된 일이지?”


결국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그치고는,


“전 좋은 뜻에서 다들 도와주려 한 건데 아무도 필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모두들 화를 내면서 가 버렸어요.”


그렇게 투덜투덜 화를 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한테 필요 없는 걸 권해 주었다고 해서 오히려 네게 화를 냈다 이거지?”


“네.”


“다들 너무 자기중심적이구나.”


“맞아요. 제가 운이 없어서 사흘 동안 그런 사람들밖에 못 만났어요.”


인어는 굉장히 분한 것 같았습니다. 임금님은 껄껄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사람이란다. 너는 그들이 정말 무얼 필요로 하는지 알려고 했었니?”


인어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임금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습니다.


“넌 사람들을 위해 일한 게 아니라 네가 착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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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동화입니다. 학교에서 창작수업시간에 쓴 건데 작가란도 안쓴지 백년된지라 그냥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