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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Fate / Battle Royal*

2008.06.10 08:26

◈ÐÆЯΚ◈찰드 조회 수:2310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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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드는 이미 빛가루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시체가 되어 있는 나가토의 앞에 가만히 서 있던 설하는 구덩이 너머에서 초연한 표정으로 주저앉아있는 치요를 바라보았다.


 


"......"


 


터벅.


 


한걸음, 치요를 향해 다가간다. 그 걸음은 숨이 막힐듯이 느려보였고, 다시 구덩이 가장자리 까지 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듯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몇초 걸리지 않아 설하는 구덩이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설하는 입술 한번 꿈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링크(Blink) 스펠은 정확히 발동되어, 단숨에 설하의 몸을 구덩이 건너편에 있는 치요의 바로 앞 까지 데려다 놓았다.


 


"마스터..."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치요의 입에서 나온 말은 실제로 그렇진 않았으나 설하에게는 폭포가 터져나오는 것 처럼 들려왔다. 시끄럽게 떠들던 이가 모두 사라지고 이 넓은 섬에 단 둘만이 남아있는 탓에, 그런 느낌은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치요는 주저앉은 체로 설하를 향해 팔을 벌렸다.


 


"[치요]라고... 불러줘요..."


 


"......!"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바뀌었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설하는 무의식 중에 겁을 먹고 말았다. 혹시 이대로 다시 죽게 되는 것인가?


그렇진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정신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으며, 그러고 나서 보니 어느새 자신은 주저앉아있던 치요를 안아 일으켜 강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바닷물의 몸부림 소리. 실제로는 드넓기 그지없는 무인도 였으나, 그 어디에도 육지로 이어진 길 따윈 없다는 조건이 괜히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설상가상으로, 치요는 지금 이렇게 완벽하게 설하의 품 속으로 파고들어가 있다. 심히 답답할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용케 치요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 속에서 치요의 입이 움직이자 설하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치요라고... 불러주세요."


 


"......."


 


설하는 그 말 직후엔 차마 입을 열지 못하다가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치.......요."


 


"네."


 


"치...요..."


 


"네."


 


"치요..."


 


"네."


 


섬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숲이며 산이며 계곡 등에 영원히 메아리 칠 둘만의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대화였다.


 


"치요."


 


"네."


 


"치요!"


 


"네."


 


확!


설하와 치요는 왠지 모르게 동시에 힘이 빠져 끌어안은체 그대로 초원에 드러누워 버렸다. 강하게 끌어안고 있던 팔이 살짝 풀려, 치요는 그제서야 약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설하님."


 


"......."


 


설하는 말 없이 치요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치요는 설하의 가슴에서 손을 꼼지락 거리다가 미약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별... 이겠죠."


 


"......"


 


치요는 계속해서 설하의 가슴에다 대고 말했다.


 


"마법사는... 단지 자신의 실험을 위해 우리들을 이용했던 거잖아요... 원래부터 돌려보낼 생각 따위... 없었을 거예요."


 


"......"


 


"......"


 


잠시 침묵이 이어지자, 치요는 오히려 거기서 답답함을 느꼈는지 토라진 어조로 말했다.


 


"무... 무슨 말이든 좀 해줘요."


 


"치요..."


 


설하는 몸을 움직여 치요와 눈 높이를 맞추었다.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 잘 어울리게, 그 눈빛은 마구 흔들리고 있다.


 


"전... 전...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


 


설하는 간신히, 토해내듯 말했다.


 


"치요를... 사랑합니다."


 


"......아...?"


 


"제가... 치요를 처음 봤을때, 했던 말 생각나십니까?"


 


".....한마디만 기억나요."


 


아마도 절대 잊어버릴 수 없었던 말.


 


"아내였던 분이랑... 많이 닮았다고... 했었죠."


 


"예..."


 


설하의 얼굴에 차츰 미소가 섞였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치요는 처음 봤을 때부터... 반드시 지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서번트가 된 이유였던 두번째 삶 이라는 것 따위 잊어버리고서라도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설하님은... 그렇게 해주셨어요. 난... 난... 그게 너무 고마워요..."


 


비록 함께 나갈 수 있게 된 친구는 한명도 없지만... 실제로 치요는 그 생각이 든 건지, 밝게 웃으려 애쓰면서도 어느새 눈시울이 젖어들고 있었다.


 


"모두가... 모두가 그렇게 떠나갔는데... 아유무 언니도... 카가미 언니도... 이오 오빠도..."


 


"치요..."


 


설하는 살며시 손을 들어 그새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치요의 눈을 닦았다. 치요는 그 손길에 흠칫, 놀라 젖은 눈을 들어 설하를 바라보았고, 설하는 그 사이에 많이 진정된, 부드러운 표정으로 치요를 내려다 보다가,


 


"어린아이의 입술 까지도 탐낸다고... 욕하셔도 좋습니다."


 


그대로 치요의 자그마한 숨결에 자물쇠를 채웠다.


 


치요의 눈이 커졌다가, 순식간에 꽉 감긴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생전 처음 당해보고, 그래도 전혀 싫지 않은...


자신보다 너무도 강하고, 또 그만큼 자신을 소중히 감싸주고, 자신 역시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존재의 애정을...


어떻게 하면 서툴게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는데 온 신경을 쏟아부을 수 밖에 없다.


 


"하아..."


 


생각보다 설하의 입맞춤은 격렬했다. 전생에 아내의 몫 까지 다 생각해서 였을까? 둘의 입술은 떨어졌으나 그 두 입술 사이를 가느다란 침방울이 다시 길게 이어내었다.


 


"......마법사의 마나력이... 이제 슬슬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설하가 갑자기 말했다. 치요의 눈이 다시 커졌다. 좀전에 설하가 기습 할때와는 물론 다른 의미다.


 


"마나력이...?"


 


"그런데... 이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군요."


 


설하는 손을 내려 치요의 손을 꼬옥 잡아올렸다. 마주잡은 손을 내려다보던 치요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하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손 역시, 파란 빛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함께 육지로 돌려 보내려는 마법인지... 아니면 둘다 그냥 사라지는 마법인지..."


 


"........."


 


치요는 처음엔 불안한 표정을 지었으나, 차츰 평온한 얼굴이 되면서 다시 설하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나... 설하님이랑 같이, 그냥 사라지고 싶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둘이 마주잡은 손이 그 사이, 다 사라져 있다.


 


"당신과..."


 


그리고 팔이...


 


"헤어지는게..."


 


그리고 온몸이... 그렇게 파랗게 물들어 간다.


 


"두렵습니다."


 


"네..."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서로의 모습을, 은은한 미소를 띄운체 바라본다.


그 표정은, 이상하게도 행복하다.


 


[사랑해요....]


 


기쁘고,


 


평화로웠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미하마...!]


 


'....누구...?'


 


[미하마.....!]


 


'누구야...?'


 


[미하마...!!]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야! 치요스케!!"


 


딱! 유카리 선생이 자빠져 자고 있는 치요의 머리를 내리쳤다. 화들짝 잠에서 깬 치요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니가 웬일이냐? 수업 시간에 아주 침까지 흘리면서..."


 


"아... 아? ....어?"


 


아직까지 상황 파익이 되질 않는건지 치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바로 뒤에 큼지막해진 눈을 하고 있는 요미의 얼굴이 보인다.


 


"...너 자고 있었던 거니?"


 


"아... 네, 네... 그런것 같에요."


 


헤엣, 하고 웃어보인 치요는 얼른 다시 자세를 바로하고 어딘지도 전혀 알수 없는 "지금 나가고 있는 진도"를 찾아 책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너한테서 옮긴거야."


 


"무슨 소리야! 바로 너한테서 옮긴 거라구!"


 


"흥! 난 멍텅구리라서 천재한텐 옮겨줄게 없는데!"


 


"으엉?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치요의 잠을 놓고 토모와 카구라가 이렇게 옥신각신 하는 동안, 치요는 당혹스러운 미소와 함께 밥을 한숟가락 입에 넣었다. 요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치요. 무슨 꿈 꿨어? 유카리 선생님이 깨울때 보니까 무진장 놀라서 일어나던데."


 


"으음... 아... 상당히 실감나는 꿈이었어요."


 


고개를 갸웃, 하던 사카키가 물었다.


 


"무슨... 무서운 꿈이라도?"


 


"에... 무섭다면 무서운 거겠지만..."


 


잠시 꿈에 대해 생각해보던 치요는...


 


순간 멈칫, 했다.


 


뭔가가 없다.


 


주변을 둘러본다. 서로의 반찬을 탐내며 먹는건지 싸우는 건지 구별이 가지 않는 식사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카구라와 토모, 그리고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요미와 사카키.


 


......아유무는?


 


"저... 그런데, 오사카 언니는요?"


 


".....? 뭐?"


 


요미의 어리둥절 한 표정. 치요는 갑자기 그 얼굴이 세상에 그 어느것 보다 공포스럽게 보였다.


 


"아... 아유무 언니요! 아유무 언니 어디로 갔어요?!"


 


이러한 외침은 분명 뭔가 느껴지는 바가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취하게 되는 행동이리라. 요미와 사카키, 그리고 치요의 외침을 듣고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온 카구라와 토모가 알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무슨 일이야? 아유무는 또 누구고?"


 


"에엣! 토, 토모 언니! 그, 토모 언니가 별명을 붙인, 그... 오사카 언니 있잖아요!"


 


카구라가 토모를 바라보았다.


 


"아직 잠이 덜 깬 모양인데."


 


"그것 봐. 네가 옮겨서 그렇다니까."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 두배는 커진 눈동자. 기절할것 같은 머리. 요미가 당혹스럽게 웃었다.


 


"치... 치요? 왜 그래? 그러고 있으니까 무섭다, 얘."


 


"아... 아냐... 아냐!!"


 


팟! 치요는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대로 옥상 출입문을 온몸으로 부딪혀 연다.


 


"치요!!"


 


뒤에서 요미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치요는 멈추지 않았다. 급한 동작으로 계단을 밟는다.


 


아유무가 없다.


단지 없는게 아니라 아예 모두가 아유무를 기억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급하게 계단을 달려내려가던 중, 바로 앞에 사람이 나타났다.


 


"꺄아아아!"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치요는 비명을 지르며 그에게 부딪혀 들어갔다. 꼼짝없이 그와 함께 계단을 뒹굴 운명이었다.


 


".....!"


 


그러나 그는 놀랍게도, 마치 치요가 거기서 튀어나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남자는 자세를 낮추고 돌격해오는 치요를 온몸으로 받아내었다.


 


"꺄아아! 으아아아앙!"


 


그에게 안긴체로 치요는 발버둥을 쳤다. 아직까지 진정이 안되는 마음. 거기다 방금 전까지 계단에서 굴러버릴 것이라는데에서 오는 공포감. 치요는 그야말로 반쯤 미친 상태였다.


 


"진정하십시오. 치요!"


 


발광하던 그녀의 동작이 굳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품어안고 있는 남자를 올려다본다.


 


".....계단에서 그렇게 뛰어다니면... 다치십니다."


 


...여전히 평화로운 미소다.


 


 


"뭐...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일찍 안들어가 보셔도?"


 


교무실. 유카리는 걱정스럽게 물었고 설하는 부드럽게 웃었다.


 


"악몽 좀 꾼 정도로 어떻게 되진 않습니다. 타니자키 선생님. 그리고 미하마양과 면담 약속이 있어서요."


 


"에에? 치요의 담임은 전데요?"


 


"하하, 아뇨. 미술에 관한 겁니다."


 


"호호오... 그래요? 치요스케, 그녀석이... 이제는 미술까지 섭렵 하려는 것인가?"


 


하핫. 한차례 웃어보인 설하는 슥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술사의 능력은 사라졌지만, 밖에 치요가 와 있다는 것을 그는 알수 있었다.


 


 


미술실. 학생들 대부분이 귀가한 학교 자체가 이미 몹시 고요한데, 더구나 아무도 없는 미술실이라 더 조용하다.


설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치요와 저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업시간에 자고 있다 깨어나면서 현실로 돌아오셨다고 하셨지요?"


 


"네..."


 


우울한 얼굴의 치요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의자에 앉아있는 설하의 무릎 위에 앉았다.


 


"아유무 언니는... 아예 다들 기억도 못하고... 대신 설하님은 다 미술 선생님으로 알고 있고..."


 


"......"


 


설하는 치요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다가 나직히 말했다.


 


"꿈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이렇게 함께 치요의 세계로 와 있으니까요. 서번트에게 제 2의 삶을 준다던 그 말도,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


 


"그리고... 싸움중에 죽은 사람들도 모두...."


 


"........"


 


잠시 할말을 잃고 있던 치요가 두려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그 마법사는...."


 


뭔가 생각해보던 설하가 조용히 말했다.


 


"그가 필요하다고 한 영혼은 12명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아직 11명의 영혼밖에 안모였죠. 그 외의 일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 더는 알수 없습니다만..."


 


설하는 조용히, 치요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우린 여기서 아유무님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야 합니다."


 


".......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