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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Fate / Battle Royal*

2008.05.26 12:06

◈ÐÆЯΚ◈찰드 조회 수:2424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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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무가 테오를 발견했을땐, 테오는 레이를 따라잡아 한창 전투중일 때였다. 헐떡 거리면서도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서번트 중에선 육탄전 전문에 해당하는 테오를 상대로 일반 칼질을 해대기엔 레이 쪽이 몹시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그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적절한 환술을 동반한 공격 덕분이리라.


환술 때문에 테오는 약오르게도 허공을 후려치는 일이 잦았다. 그가 허공을 공격해 잠시 틈이 생기면 어김없이 레이의 쇼트 스워드가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계속해서 레이에게 불리해져 갔다. 그만큼 더 환술을 사용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테오 역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긴 했으나 레이 만큼은 아니다.


 


"레... 레이...!"


 


저쪽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나노하가 보인다. 아유무는 살짝 심호흡을 하고는 야무진 표정으로 나노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아유무를 눈치 챈 나노하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아... 아유무...!"


 


나노하가 잇소리를 내며 점점 더 가까워지는 아유무를 바라보자 아유무는 잠시동안, 다른때의 그녀라면 생각해보기 힘든 엄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아유무 언니, 라고 불러. 꼬마야."


 


"..........."


 


나노하의 표정이 멍 해지자, 아유무가 다시 말했다.


 


"치요가 지금 널 어떻게 부르는지 알고는 있는거니?"


 


".....? 치요가....?"


 


푸욱.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엄한 표정을 풀리지 않았다.


 


"나노하 언니, 랜다. 아직도..."


 


"......."


 


"치요는 지금도 널 그렇게 부르고 있어."


 


한발짝, 아유무가 더 다가서자, 나노하는 이제부터 아유무의 얼굴을 마주보기 위해 고개를 조금 들어야 했다.


 


"아직도 언니 라고 부르고 있다고. 치요가 어째서 아직도 널 그렇게 부르는지, 뭔가 느껴지는게 전혀 없냐?"


 


".........."


 


"크어아악!"


 


빠각! 테오의 로드에 정통으로 옆구리를 얻어맞은 레이가 그대로 옆의 수풀 속으로 곤두박질 쳤다. 확실히 전에 늑소와 칼을 겨루던 때와는 틀리다. 테오의 로드에 비하면 늑소의 대거는 자비로운 것이었다.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던 아유무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노하를 바라보았다.


 


"계속 할까?"


 


".....흥...! 승부는 끝나 봐야 아는 법이야! 내 레이가 저 정도에 무릎을 꿇을 리가 없어!"


 


"내 말을 오해 하고 있구나."


 


아유무가 눈살을 찌푸렸다.


 


"유세를 부리고 있는게 아냐. 굳이 싸움을 계속 하려고 하느냐를 묻는거야."


 


"당연하지! 이 싸움은 단 한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싸움이야! 모두 다같이 섬을 탈출할 방법을 찾는다고? 그걸 협력해 주겠다고 하는 서번트들도 참 웃기네. 제 2의 삶을 원했기 때문에 서번트가 된거 아니었어?"


 


"모두가 다 그럴거란 착각은 하지 마시지. 우리 중에도 치요나 나처럼 다같이 무사히 섬을 나가길 원하는 애들도 있고 너처럼 싸워서 최후의 승자를 가리자는 애들도 있는 것처럼."


 


"그러니 난 싸울거야! 너희들한테 처발리더라도, 항복따위 안해!"


 


"나도 네가 항복한다고 용서할 생각은 없어."


 


정말 아유무 답지 않은 차가운 말투였다. 냉정한 어조로, 아무렇지도 않게 나노하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문제에 관해선 내 의지 보다는 치요가 결정하게 해주고 싶어. 너네는 그걸 모를테지... 너희가 작고 겁 많다고 무시하던 치요가... 지금 우리 사이에선 거의 리더나 다름 없다는 것 말이야."


 


"리더...? 치요가 리더라고? 하! 그래. 겁 많은 리더를 둬서 행복하겠구나. 그래서 일행의 컨셉도 오로지 화친이고, 지금 나에게도 은근슬쩍 화친을 강요하겠다는 거겠지?"


 


".........."


 


아유무는 이제 무서운 눈으로 나노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당장에 나노하를 짓밟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다시 말하지만 난 널 용서할 생각은 없어. 넌 이미 너무나 많은 친구들을 죽여 왔으니까... 너의 동료였던 유노 마저도 서번트가 죽자 두말 없이 죽여버렸고, 샤나도 그 목을 갈라버렸지. 그리고 쫌 전엔 우리 일행중 한명이었던 스쿨드 마저도 죽여버렸어."


 


"어차피 이 싸움은 최후의 승자 만이 살아남는다니까?!"


 


나노하가 울부짖듯 말했다.


 


"더이상 말 하지마! 말은 필요 없어! 어설프게 인정과 후회, 화합 및 동요를 강요하지 마! 유노군? 그래! 동료였지! 하지만 더 싸울 수 없는 이상 최후의 승자가 나올 수 없게 만들 뿐이야! 샤나? 싸움에 진 마스터니까 처리하는게 당연하잖아? 스쿨드? 유노와 마찬가지지! 마스터가 살아있는 이상 최후의 승자는 나올 수 없는걸 왜 모르는 거야!"


 


그리고 나노하는 레이를 향해 고함질렀다.


 


"레이! 뭐하는 거야! 굳이 성직자 따위한테 붙잡혀서 시간을 끌려 봤자 이득되는건 없어! 서번트가 이기기 어려우면 그 마스터를 노리면 되는거 아냐!"


 


".....!"


 


정신없이 테오의 로드를 피해내던 레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걸 눈치 챈 테오가 외쳤다.


 


"순순히 보내줄것 같냐!"


 


투헉! 레이가 틈을 만들어보려고 시선을 돌린 사이, 테오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로드 끝으로 레이의 배를 찍었다. 레이는 이를 악물고 빠르게 뒤로 물러났고, 테오가 다시 숨 톨릴 틈도 없이 달려들었다.


 


"허접 술사 주제에 아직도.....?"


 


그러나 말 끝이 매듭지어지질 않는다. 순간 레이의 모습이 여러개로 갈라지더니 정확히 10개의 레이가 테오의 앞을 막아 선 것이다. 테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 뭐야? 뭐가 진짜야?"


 


그리고 10명의 레이가 똑같이 입을 열어 말했다.


 


"어떠냐. 이것이 바로 환술로 할수 있는 최고의 훼방이다. 네가 엉뚱한 환영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가면 즉시 뒤를 찔러주지."


 


".........."


 


테오는 이를 갈면서 빠르게 10명의 레이를 둘러보았다. 도저히 분간할 수가 없다. 게다가 지금 이 레이 너머에는 아유무와 나노하가 있어 섣불리 행동할 수도 없다.


 


"이... 이런 짓까지 가능할 줄이야..."


 


"환영을 만들어내는데 불가능한게 있을것 같나? 내 환술은 날씨 까지도 헛것을 만드는게 가능하지."


 


10명의 레이가 동시에 쇼트 스워드를 치켜들었다.


 


"자비를 베풀어, 고민할 시간을 줄여주마."


 


그와 동시에, 잔인하게도 5명은 그대로 테오를 포위하고 5명은 몸을 돌려 아유무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입을 쩍 벌린 테오가 급히 도약했다.


 


'누가 진짜인지를 지금 걱정할 필요는 없다!'


 


테오가 크게 뛰어올라 레이의 포위망을 넘고 아유무를 향해 달려갔다.


 


'나노하는 마스터를 노리라고 명령한 셈이다. 진짜가 있다면 분명 마스터를 노리는 5명 중에 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한가지. 아유무를 일단 들춰안고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 한다. 무서운 속도로 아유무를 향해 달려가던 테오는 먼저 눈 앞에 보이는 레이 3명을 한방에 갈라버렸다.


푸학! 바람 새는 소리가 나며 3명이 소멸했으나 남은 2명이 그대로 아유무를 덮쳐 들어갔다.


 


"이 자식이!"


 


아유무 바로 앞까지 레이 2명과 동시에 도착한 테오는 한쪽을 발로 걷어참과 동시에 다른 쪽으로는 로드를 휘둘렀다. 다른때 같으면 절대로 할수 없는 기교였다. 아유무와 나노하의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진 테오의 상당한 무술 이다.


그러나 허망하게도 두명의 레이 조차 김빠지는 소리와 함께 소멸했고, 테오는 눈이 커졌다.


 


"그럴줄 알았다!"


 


바로 뒤에서 레이의 고함소리. 그대로 테오의 등에 회심의 일격이 날아들었다.


 


"아아악!"


 


사방으로 거칠게 튀는 피. 테오는 그대로 아유무를 덮쳐 안으며 사정없이 나동그라졌다. 로브는 당장 검붉게 물들어 갔고, 순식간에 그 피는 아유무에게까지 옮겨묻었다.


 


"테... 테오, 테오님!!"


 


"크으으으억...!"


 


등뼈가 갈라졌는지 테오는 꼼짝도 할수 없었다. 나노하가 입 끝이 귀에까지 걸려서는 레이에게로 달려갔다.


 


"역시! 최강의 환영술사! 아하하하! 레이! 넌 최강의 서번트였어! 네가 최후의 승리자가 된거야!"


 


"마스터........"


 


헉헉 거리던 레이가 그나마 얼굴을 펴며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나노하를 바라보았다. 잠시 레이를 끌어안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나노하는 그때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테오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유노와 같이 있을때 성자 루엘이 했던 말이 있지. 성직자나 성기사는 내장의 치료는 불가능 하다고 했어. 성자가 비록 성직자 보다 신력은 약해도, 그런 특수능력의 종류엔 몇가지 나뉘어져 있는게 있다고."


 


"예... 분명히 그랬지요."


 


"따라서 저렇게 등뼈가 박살난 이상 테오는 죽은 목숨이야. 저 아유무는 방금 전 나한테 헛소리를 한 관계로 서서히 고통을 주면서 처리하고 싶고 말야."


 


"음... 그랬습니까? 그렇다면 그것도 괜찮을것 같군요."


 


"그보다, 난 지금 남아있는 한녀석이 걱정이야. 아까 치요를 죽이려다 스쿨드 그 멍청한 계집애 때문에 실패했잖아. 근데 그 직후에 치요가 기절하는걸 봤어. 십중 팔구, 설하도 치요의 기절 때문에 제대로 된 힘은 발휘할 수 없을거야. 이때 걔네를 먼저 처리해야 돼."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저 둘은 잠시 내버려 두고 걱정스러운 놈들 먼저 처리하기로 하죠."


 


"가자!"


 


이오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설하는 단순히 전투 불능 상대인게 아니라 치요와 함께 기절 상대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아유무는 입을 쩍 벌리며 벌떡 일어났다.


 


"그..... 그건 안돼!"


 


돌아서려는 나노하와 레이에게 마구 달려오는 아유무를 무심히 바라보던 레이가 나노하에게 말했다.


 


"저렇게 죽여달라고 달려오는데, 그냥 바로 죽이면 안되겠습니까?"


 


"흐응... 뭐,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아직 이오는 살아있으니까, 이오 한테 화풀이 하자."


 


명령 일하, 레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아유무 앞으로 육박해 쇼트 스워드를 내질렀다.


 


".......!!"


 


아유무의 눈이 굳었다. 그녀의 왼쪽 가슴을 파고 든 쇼트 스워드는 참혹하게도 등을 뚫고 나왔고, 레이가 다시 검을 뽑자 비명도 지르체 못한체 허물어졌다. 그 모습을 즐거이 지켜보던 나노하가 혀를 찬다.


 


"그러게 나한테 그따위 헛소리만 안했어도... 그냥 평범하게 상대해주다 명예로운 죽음을 보장해 줬을텐데... 꼭 그렇게 개죽음을 자초한다니까. 화친파들은 이래서 마음에 안들어."


 


나노하가 다시 빙글 몸을 돌렸다.


 


"자, 가자! 레이. 밍기적 거리다가 설하가 기운을 되찾기라도 하면 그거 또 곤란해져."


 


"네."


 


멍한 눈 그대로 쓰러져 있는 아유무와, 꿈틀 꿈틀 거리고 있는 테오를 그대로 버려둔체 나노하와 레이는 다시 설하와 치요를 마저 끝장내러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치요는 천천히 눈을 떴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 잠에서 깨어날땐 항상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안아 주고 있는 설하의 얼굴이 보였겠지만 지금은 웬 여자같이 이쁘장한 소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치요쨩... 정신이 들어?"


 


다행스러운건... 아는 얼굴이며, 지금껏 자신과 함께 움직여준 친한 남자였다는 것.


 


"이오 오빠...?"


 


"다, 다행이야. 생각보다 빨리 정신이 들었네."


 


"...스... 스쿨드 언니는...? 스쿨드 언니는 어떻게 됐어요....?"


 


"..........."


 


이오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지금 치요에게 '어! 멀리 여행을 갔어!'와도 같은 어마어마한 거짓말이 통할리는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현실을 바로 말해버리기엔 치요가 다시 기절할까봐 겁이 났다.


다행히도(?) 치요가 먼저 우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스쿨드 언니 마저... 스... 스쿨드 언니 마저........"


 


"치요....."


 


둘이 나란히 우는 얼굴을 하고 있을때 옆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설하 역시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우음... 이런... 머리가 아픈데."


 


설하가 슥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더니 비틀비틀 다가왔다.


 


"마스터... 마스터께선 무사하십니까?"


 


"네.. 서, 설하님... 스쿨드 언니가..."


 


치요가 다시 울음을 터뜨릴 얼굴을 하자, 설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쩌겠습니까. 적의 기습으로 당한것을요. 더구나 스쿨드님께선 마스터께 날아오던 일격을 대신 맞고 죽으신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일은, 스쿨드님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도록 강한 마음을 먹고 끝까지 살아남는 것입니다."


 


"맞아. 치요. 그게 옳아."


 


이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치요는 간신히 기운을 낼 '계기'는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풀려버린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여전했다.


잠시 그러고 있던 치요가 뭔가 깨달았는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어...? 테오님이랑 아유무 언니는요?"


 


이오가 조용히 대답한다.


 


"나노하와 레이를 쫓아갔어.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


 


".....그렇다면 저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군요. 서번트간의 싸움에 절대 라는건 없으니 대비를 해둬야 겠습니다."


 


말을 마친 설하는 아직 잠기운이 남아있는 동안에 최대한의 메모라이즈를 끝내 두려고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치요가 다시 이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유무 언니가 쫓아갔다면... 마, 만약에 테오님이 레이님을 이긴다면..."


 


"...이긴다면?"


 


치요의 어조가 우울해진다.


 


"아유무 언니는 그대로... 나노하 언니를 죽일까요?"


 


잠시 가느다란 눈으로 치요를 바라보던 이오는 타이르듯이 말했다.


 


"치요쨩. 너도 눈 앞에서 봤잖아? 나노하는 스쿨드 마저도 죽였다고. 게다가 애초부터 그 기습은 누가 봐도 널 노렸던 거였어. 넌 화도 안나냐? 아무리 아유무 라도 나노하를 살려두려고 할리 없어."


 


"..........."


 


치요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해갔다. 또다시, 그 어린 눈에 방울방울 눈물이 맺힐것 같다.


 


"기운 빠진 생쥐들이 어떻게 버티고 있나 보러 왔더니 생각보다는 여유롭군."


 


그리고 이오와 치요의 눈이 동시에 굳었다.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고 싶었으나 목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냥 다 포기한 모양이지, 뭐. 저쪽 서번트는 왜 저러고 앉아있어?"


 


그리고 소녀의 목소리. 치요가 턱을 덜덜 떨며 울듯이 말했다.


 


"테...... 테오님은? 아, 아유무 언니는.....?!"


 


레이가 쇼트스워드의 옆면으로 손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여유롭게 말했다.


 


"아. 거, 좀. 사람 좀 보면서 이야기 하지 않으련?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있으면 이 칼날이 안보이잖아. 이걸 보면 내가 말할 필요도 없을텐데."


 


피가 잔뜩 묻어있는 레이의 쇼트 스워드는 척 보기에도 몹시 참혹했다. 옆눈길로나마 간신히 그 모습을 본 치요의 눈에선 당장 눈물이 마구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아유무 언니....!"


 


"흐흐흐..."


 


"아유무 언니!!"


 


푸욱. 나노하가 한숨을 내쉬고는 레이의 어깨를 짚었다.


 


"징징 거리는거 듣기 싫어. 레이. 빨리 끝내자."


 


"예."


 


명령 일하, 두말없이 레이는 메모라이즈를 하느라 눈을 감고 앉아있던 설하에게 돌격해 들어갔다. 당장 위험요소가 될수 있는 서번트를 먼저 없애버리고 여유 있게 치요와 이오를 처리할 생각이었다.


이쯤되자 설하는 더이상 메모라이즈를 계속 할수 없었다.


 


"빌어먹을!!"


 


설하는 재빨리 몸을 날려 일격을 피했고, 덕분에 땅을 찌른 레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설하를 노려보았다.


 


"메모라이즈 중에도 상황감지는 하는 모양이군... 좀 비범한데?"


 


"......."


 


설하는 힘겨운 표정으로 대거를 꽉 쥐었다. 메모라이즈된 마법은 10개가 채 안된다. 평소 기본적으로 100여개 씩 해오던 메모라이즈 숫자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시간이 없어서 메모라이즈가 덜 된 모양이군. 그래서 그런 뭐씹은 표정이겠지. 그러나 아쉽게도 나의 환술은 무제한으로 사용이 가능하지."


 


씨익. 다시 땅에 박힌 쇼트스워드를 뽑아든 레이가 간교한 미소를 지으며 설하를 겨누었다.


 


"계속 해볼까? 네 마법이 바닥 날때까지 계속 환술로..."


 


"크로스 라이트닝(Cross Lightning)!"


 


파지직! 순간적으로 휘둘러진 설하의 손 끝에서 터져나간 전기 뭉치는 레이의 쇼트스워드를 타고 레이를 후려쳤다.


 


"크어억?!"


 


철그렁! 그 순간적인 충격에 쇼트스워드를 놓친 레이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레이가 이를 갈며 말했다.


 


"이... 빌어먹을 마술사 녀석이... 응?"


 


그러나 설하는 지금 자신에게 불리한 점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되었으면 속전속결이다. 잡담은 하지 않고 곧바로 대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레이가 다급히 일어났다.


 


"감히!"


 


카강! 쇼트 스워드와 대거가 거칠게 부딪힌다. 그러나 레이에 비해 설하는 검술이 약한 편이었고(당연하다. 화가가 무슨 싸움을 했었겠는가), 더구나 설하는 기절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않아 기력이 부족했으며 두통도 남아있다. 레이가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응전해오자 상황은 당장 설하에게 불리해졌다.


 


"....크어아아!"


 


더이상 보고만 있을순 없다고 생각한 이오는 굵직한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들고 달려들었다. 다른때 같으면 미친짓 이었으나 레이가 지금 아무리 유리하다고 해도 상대하고 있는건 서번트다. 그 상황에서라면 이오의 지원도 생각보다 효과가 큰 것이다.


 


빡!


 


"으악?!"


 


갑자기 뒤에서 날아온 몽둥이에 레이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설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하아압!"


 


촤아악! 크게 내지른 대거가 레이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레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저만큼 나가떨어졌고, 설하는 박살날것 같은 머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레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매직 미사일(Magic Missile)!"


 


기묘한 소리와 함께 설하의 몸 주변에 생성된 빛의 화살 수십개가 레이에게 날아들었다. 옆구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레이는 이를 악물고 다람쥐처럼 몸을 날렸다.


쾅! 콰콰광! 콰광! 사정없이 바닥을 부숴버리는 빛의 화살을 정신없이 피해내던 레이의 동작이 한순간 둔해지자 남아있던 서너개의 미사일이 그대로 레이를 후려쳤다.


 


"크악!"


 


옆구리에 칼 맞고... 매직 미사일을 몇방 얻어맞고 하는 사이 레이 역시 꽤나 큰 부상을 입었다. 이대로는 자신 역시 언제까지나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 레이는 슬쩍 눈만 움직여 치요를 바라보았다.


반사적으로 나노하를 바라본다. 나노하 역시 안타까운 표정 속에서도 힐끔 힐끔 치요 쪽을 턱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좋아....! 레이는 절뚝 거리며 일어섰다. 환술을 동반한 마스터의 암살에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다.


 


'어디, 넌 어떻게 하나 보자.'


 


테오에게 사용했던 방법을 똑같이 쓸 속셈이었다. 레이가 씨익 웃어보였다.


 


"안됐군, 설하. 이 싸움은 내 승리다."


 


"......말로 해서 끝나버릴 승부라면 이렇게 피를 볼 이유도 없었겠지."


 


"그렇게 계속 여유를 부려봐라. 마지막은 처벌한 비명 뿐이겠지만."


 


그리고 순식간에, 레이의 몸이 10개로 갈라졌다. 설하의 눈이 커지는 찰나, 또다시 10명으로 늘어난 레이가 설하와 이오를 포위했다. 이오가 입을 딱 벌리며 말했다.


 


"뭐..... 뭐가 진짜야?"


 


"......이놈...!"


 


사방에서 큭큭 거리던 10명의 레이가 동시에 말했다.


 


"난 느긋하게, 네놈이 엉뚱한 환영을 공격할때 등을 찔러주마. 빨리 결정을 내리는게 좋을 것이다."


 


물론 설하와 이오는 섣불리 누굴 공격할 수 없었다. 10분의 1의 확률이다. 그 어떤 도박의 달인이라도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수치였다.


 


"...아무래도 내가 좀 도와줘야겠군."


 


슥. 포위하고 있던 레이 중 5명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바라본 방향에는 치요의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그걸 눈치 챈 설하가 악을 썼다.


 


"마스터!! ...이 개자식! 당당히 술사 끼리 승부를 내자!"


 


"미안. 확실한 승부수를 내버려두고 뻘짓을 하는 취향이 아니라서."


 


확! 순간 5명의 레이가 몸을 돌려 치요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격해 들어갔다. 설하는 치요의 서번트 였고, 상황이 이렇다면 당연히 먼저 마스터를 지키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5명을 뒤따라 달려가면 남아있던 5명중 섞여있던 진짜 레이가 그대로 뒤를 칠 생각이었다. 그 계산을 한 레이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 순간,


 


"블링크(blink)!"


 


마술사 답다고 해야 할까. 순식간에 치요의 앞에 다시 나타난 설하가 달려들고 있던 5명의 레이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파이어 볼(Fire Ball)!"


 


푸화학! 설하와 치요의 바로 앞에 작렬한 불덩어리에 닿자마자 5명의 환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행이다! 이들은 환영이었어. 치요를 가까스로 지켜낸 안도감을 느끼며 불 옆으로 피해 남아있는 레이를 노려보려고 했다.


 


"멍청한..."


 


그러나 설하와 치요의 움직임이 동시에 굳었다. 레이가 이오를 뒤에서 봉쇄한 체로 이오의 목에 쇼트 스워드를 들어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덤비겠다면 우선 이녀석의 모가지 부터 잘라내겠다."


 


".......이런..."


 


설하가 더이상 어쩌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찰나.


 


"설하님!! 전 여기에 있어요!"


 


약간 더 떨어진 나무 뒤에서 이오가 고함을 질렀다. 깜짝 놀라 이오를 바라본 설하는 반사적으로 이오를 인질로 잡고 있던 레이를 돌아보았다.


 


...없다.


 


"이렇게 멍청할 수가!"


 


촤악! 바로 옆에서 피가 튄다. 설하는 그와 동시에 그야말로 심장이 구겨지는 고통을 느꼈다.


옆에서 달려든 레이가 치요에게 기습을 날린 것이다. 치요 역시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움직이느라 급소는 피했으나, 어깨부터 시작해서 겨드랑이 까지는 완전히 떨어져 나가버렸다.


 


"꺄아아아악!!"


 


찢어질듯한 비명 소리. 팔이 어깨부터 해서 통째로 갈라져 나가느라 쏟아진 피는 정말 어마어마 하다. 급소만 피했다 뿐이지 극심한 고통과 과다 출혈이 즉시 그 뒤를 따라 치요의 생명을 빠르게 꺼뜨려 갔다.


 


"아하하하! 이겼어! 레이! 드디어 우리가 최후의 승리자가 된거야!!"


 


벌벌 떨리는 손으로 마구 품을 뒤져 카드를 꺼내 든 나노하가 빛이 사라져가는 순간을 보기 위해 마구 흥분된 얼굴로 카드를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카드의 빛은 지금은 분명히 2개여야 했다. 설하가 곧 죽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은 빛은 하나가 된다. 그 순간을 보기 위해 지금 급히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빛이 3개 인 것일까?


 


"뭐..... 뭐지?"


 


나노하가 어리둥절 한 표정을 짓는 그 뒤로,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나노하를 덮어갔다. 나노하가 표정을 딱 굳히며 돌아보려고 하는 찰나였다.


 


"하아아아아압!"


 


귀를 찢는 어마어마한 기합 소리. 그것은 성치 않은 신체를 최대한 혹사시켜가며 쥐어짜는 힘으로 일격을 날릴때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합이었다. 그리고 로드는 정확하게 나노하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지직!


 


나노하의 목뼈가 한순간에 기괴한 각도로 뒤틀렸다. 이 광경을 전에도 봤던 기억이 난다.


 


'.......페이트 쨩.'


 


나노하는 이 순간, 떠오르는 그리운 이름을 속으로 읊조렸다.


 


'이거... 이렇게 아픈거였구나...'


 


서서히... 나노하의 몸이 허물어져갔다. 저 멀리 치요를 베어버린 자세 그대로 굳어있던 레이는, 더 움직이지 못하고 이쪽의 광경을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털썩. 나노하가 바닥에 몸을 뉘인체 꿈틀꿈틀 하자, 혼신의 힘으로 그 목뼈를 날렸던 성직자는 다시 바들바들 떨리는 팔로 로드를 들어 팔에 엄청난 힘을 넣으며 비명 아닌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아!!"


 


등뼈의 고통 때문이리라. 이 정도 힘으로 로드로는 사람 몸을 관통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한 그는 아예 로드를 내리찍음과 동시에 몸을 로드 위로 날렸다.


 


푸우욱!


 


로드의 끝은 나노하의 가슴을 정통으로 뚫고 나가 땅에 박혀버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로드 끝에 있던 문양상은 성직자의 배를 파고들어가 박히면서 부러져 버렸다. 그의 배에서도 당장 피가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마....."


 


터벅. 레이가 나노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스터......!!"


 


"후우... 후우..."


 


바닥에 대자로 쓰러진체 가느다랗게 숨을 헐떡이고 있는 테오는 미약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 내... 내 순진하기 짝이 없는 내 마스터 아유무는...."


 


터벅. 레이가 한걸음 더 다가갔다. 그러나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오른쪽 심장이다, 병(X)아..."


 


"커거가가각...!"


 


길게. 여지껏 대부분의 마스터를 잃은 서번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레이 역시 길게 입으로 피를 토하며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나노하의 눈에서 완벽히 빛이 사라지고 나자, 레이 역시 빛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숨 돌릴 틈도 없이, 테오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미약하게 말했다.


 


"이오... 이오... 시간이 없다... 이리로 와봐..."


 


굳은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오가 재빨리 정신을 차려 테오에게로 달려갔다. 목이 꺾이고 심장을 로드에 관통당해 있는 나노하의 시체를 걷어차 버리고는 테오의 옆에 앉아 귀를 기울였다.


 


"테오..... 테오! 살아있었군요!"


 


"아니... 내 마스터는... 아직 살아있긴 하지만... 곧 죽어... 왼쪽 가슴을 완전히 관통당해서... 벌써 몸이 엄청나게 식어있다고."


 


".....치료할 방법은... 없는건가요?"


 


"불가능해... 가능했으면 마스터나 나나 얼른 다 치료해버리고 훨씬 빨리 도착했을 거야... 그보다, 지금은 시간이 없다. 그나마 지금 네가 기운이 남아 있으니까..."


 


"뭐, 뭘 하면 돼죠?!"


 


이오가 다급하게 묻자, 테오가 헉 헉 거리면서 여전히 들릴듯 말듯 한 크기로 말했다.


 


"날... 날 들춰업고 빨리 치요에게로 데려다 다오. 지금 치요를 살리면... 설하도 다시 눈을 뜰거야..."


 


"....네, 네!"


 


내장을 치료할 수 없다면서 어떻게 치요를 살리겠다는건지 믿어지진 않았지만 일단 지금은 뭐라도 해보는것이 옳다. 이오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보다는 훨씬 덩치가 큰 테오를 들춰업고 비틀비틀 치요에게로 걸어갔다.


설하는 치요가 정신을 잃자 또다시 혼절해 있었고, 치요는 말 그대로 출혈 과다로 인해 죽어가는 상황이었다. 업혀가면서 테오가 말했다.


 


"치요가 죽으면 설하도 사라지지... 그 뒤에는 치요를 살려봐야 설하는 되살리지 못한단 말야... 서둘러야 해..."


 


"어... 어떻게 치요를 살린단 말이예요?"


 


이야기 하는 도중에 치요에게로 도착했다. 치요 앞에 쓰러진 테오는 힘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손을 들어 치요의 들려버린 어깨를 짚었다. 기절해 있는 치요는 그저 꿈틀꿈틀 할 뿐, 상처를 그대로 잡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난 잠시 후면 죽을 운명이야."


 


테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서 빛이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사라지려는 빛이 아니다. 놀랍게도 지금 테오는 만신창이가 된 몸 상태로 신력을 사용 중이었다.


 


"그리고... 난 이 순간을 위해 서번트가 되었지."


 


한층 진정된 목소리다. 테오의 생명이 사라져가는 과정에서, 몸의 고통도 함께 사라지는 탓에 오히려 안정이 되는 것이다.


 


"킥킥... 이오. 예전에 우리 한 말 기억나나?"


 


테오에게서 스며나오던 빛은 서서히 치요에게로 옮겨가고 있었다. 이오는 입을 딱 벌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테오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말... 이요? 어제 그 대화?"


 


"그래... 내가 치요를 안믿듯, 너도 날 안믿는다고 했지."


 


테오의 미소 지은 눈이 살짝 올라가 치요를 바라본다.


 


"난... 해적이 되면서, 우리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 버린 침략자들을 향한 반란군을 결성하면서... 항상 이 순간을 꿈꿔 왔었어. 웃기냐? 그래. 웃긴거 안다. 하지만 이런게 정말, 희한하게도 진짜 빌어먹을 정도로 해보고 싶었던걸 어떡하라고."


 


"테오... 대체 그게 무슨..."


 


테오의 눈이 다시 이오를 바라보았다.


 


"내 죽음은... 남을 살리는데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이오의 눈빛이 흔들렸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아나. 난 부활 따위 못해. 그건 너무 큰 신력이지. 그런데 어떻게 치요를 살릴 수 있을까?"


 


"......설마..."


 


뭔가 예상되는게 있는지 이오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반사적으로 그는 치오에게로 옮겨가고 있는 빛을 돌아보았다.


 


"생명 전이(生命 轉移)다... 난 아직 살아있고... 그런 내 생명을 통째로 날려먹는 댓가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되찾아줄 수 있지. 물론 박살나 버린 몸도 서비스로 완쾌시키고 말야. 큭큭... 어때? 이만하면 믿을 수 있겠나?"


 


"테오.....!"


 


이오는 괜히 안타까워지는 마음에 테오의 다른 손을 꽉 잡았다. 잠시 이오의 눈을 마주보던 테오가 기분나쁘게 웃었다.


 


"뭐같네. 제길... 난 남자놈은 싫은데 말야. 넌 너무 예쁘장하게 생겨서 싫지가 않아. 키스라도 받아내고 싶은걸."


 


"이, 이 상황에서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이오가 윽박 지르듯 말했다.


 


"그럼 그걸로 아유무를 살리면 됐잖아요! 이 해적! 뭐 얻을게 있다고 여기까지 와서 남을 살려요!"


 


"에이... 이쁘장한 입에서 거친 말만 나오는군."


 


테오는 그래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내 목숨을 날려서 아유무를 살리라고...? 뭔 소용이야. 이왕 내 목숨 날려서 살릴 거면 한명 보다는 두명이, 아니군. 네놈도 있지. 세명이 훨씬 보람 있지 않겠어? 거기다 이 싸움 만들었다던 마법사 놈이 서번트 죽었다는 핑계로 아유무를 되돌려보내주지 않으면 그땐 어떡할건데."


 


"............."


 


테오의 눈이 스르륵 감긴다. 그의 몸에도 신력의 빛이 아닌, 서번트가 소멸되어 갈때의 빛가루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난... 미련 없어. 두번째 삶 따위. 전생에 이런 식으로 최후를 맞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게 미련이 남았을 뿐이야. 이건 아유무 한테도 몇번 말했던 거지..."


 


치요의 어깨가 제 자리로 가서 붙고, 출혈 때문에 새하얗게 됐던 피부도 원래 색깔을 찾기 시작했다. 이오는 줄줄 흐르는 눈물을 무시하고 테오의 손을 꽉 잡은체 놓지 않았고, 테오는 그렇게 소멸되어 가면서,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편안한 어조로 말했다.


 


"서번트가 된 순간부터... 이미 난 제 2의 삶을 얻었다. 눈물 따위 보이지 마. 행복해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냐."


 


그리고 이오는 곧 허공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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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 이렇게 해서 설하님과 치요가 됐는데 ㅡ.ㅡ;


이젠 설하, 치요, 이오... 이렇게 셋이서 섬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하는걸까!


 


하지만 아직, 안뒤지고 멀쩡히 살아있는 마스터가 한명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으신 분은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