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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Fate / Battle Royal*

2008.05.22 05:28

◈ÐÆЯΚ◈찰드 조회 수:1738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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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응... 응?"


 


슬쩍 눈을 뜬 아유무는 아직 잠에 취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태양이 점차 수평선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시각. 그리고 그 빛을 받아 아유무에게 실루엣만을 보여주고 있던 서번트는 나직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잘 쉬셨습니까, 아유무님. 일찍 일어나셨군요."


 


설하였다. 테오, 이오와 교대로 불침번을 선 것이다. 아유무는 배시시 웃어보였다.


 


"아, 네... .....혹시, 이오 다음으로 계속 서셨나요?"


 


"아닙니다. 절 깨운건 테오였습니다."


 


"아..."


 


아유무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더니 뭔가 생각났는지 얼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설하가 다시 말했다.


 


"간밤에 싸움이 있었습니다. 뭔가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더군요. 아마 지금껏 발휘되어 온 환술 중에 가장 강력한 환술이었던 모양입니다."


 


"환술이요?"


 


아유무가 깜짝 놀라 얼른 카드의 빛을 확인해보았다. 남은 빛은 3개. 설하와, 테오를 제외하면 버몬드, 늑소, 레이 셋중 하나일 텐데...


 


"환술이 발휘되어 싸움이 끝난거면 그 환술을 사용한 자가 아마도 승리했겠죠. 그렇다면 그 3명중 남은 서번트는 환영술사, 레이일 것입니다."


 


"레이가..... 그렇다면 나노하가 남은 거로군요."


 


아유무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설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확실한건 아닙니다. 꼭 환술 이후 싸움이 끝났다고 해서 그 사용자가 이겼다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가능성이 좀 높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혹시라도 레이가 상대한게 버몬드 였다면... 그 환술을 무시하고 달려들어 큰 환술을 사용하느라 동작에 제약이 있는 레이를 단칼에 갈라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아직 확률은 3분의 1 이죠."


 


"결국, 직접 만나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잠시 뭔가 생각해보던 아유무가 주변에 잠들어 있는 일행을 둘러보았다.


 


"그럼 움직여야죠. 모두 깨워야 겠어요."


 


"아니, 잠시 더 놔둡시다. 이제 적은 한명이 남았는데... 조급할 필요는 없죠. 쉴수 있을때 충분히 쉬어두는게 좋을 겁니다."


 


"네..."


 


아유무가 몸을 일으키더니 설하의 바로 옆에 앉았다. 설하와 나란히 일출을 감상하던 아유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어... 설하님."


 


"예."


 


"이런거... 여쭤봐도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


 


설하가 의아한 눈으로 아유무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테오였다면 냉큼 '그럼 하지마!' 라고 했을텐데.


 


"실은... 저, 어제 밤에 테오와 이오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스쿨드는 듣지 못한 모양이지만... 저는 어떤 주제의 이야기인지 깨닫고 얼른 자는척 해버렸지만..."


 


"어떤 이야기 였습니까?"


 


잠시 머뭇거리던 아유무가 뭐 부터 이야기를 해야 돼나 하는 표정을 짓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에... 준이 카가미를 죽일때 했던 이야기가 있어요."


 


".....?"


 


"아무리 우리끼리 화합을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마스터가 서번트를 사랑하게 되면... 막상 서번트가 사라질때 다른 마음을 먹을 수도 있을 거라고요."


 


"...염력술사의 마스터의 이야기로군요. 그러고보니, 아쉽게도 전 그분들을 만난 적이 없군요."


 


"네. 찰드는 그만큼 강한 서번트 였고... 카가미가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카가미를 최후의 승리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힘이 있었어요. 준은 그것을 두려워 했던 거였고... 사실 우리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었던건 아니었어요."


 


"음... 그랬습니까. 그럴수도 있겠군요.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그런데, 어제 테오는 설하님에게 너무 달라붙어 있으려 하는 치요쨩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예요."


 


"............."


 


설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아유무는 그런 설하의 눈치를 살피면서 다시 말했다.


 


"치요쨩 역시... 설하님이 너무도 좋아지면... 설하님이 사라지려 할때 그걸 그냥 보고만 있진 않을것 같다면서... 그것 때문에 치요쨩을 의심하는 거냐고 이오랑 싸웠었고요."


 


"그랬군요."


 


설하는 언짢아 할 것이라는 아유무의 예상과는 달리 피식 웃어보였다.


 


"그녀석 답군요."


 


".....화를... 내지 않으시는 건가요?"


 


"무엇에 대해 화를 내야 합니까?"


 


아유무는 의아해 하면서도 얼른 물었다.


 


"설하님의 마스터를 의심했잖아요."


 


설하는 다시 일출을 바라보며 심사묵고 해보더니, 곧 다시 시선을 아유무에게로 돌렸다.


 


"화합을 약속했다는건... 어디까지나 마스터들의 약속입니다. 혹시 그걸 모르진 않으시겠죠."


 


"............"


 


아유무가 깜짝 놀라 설하를 바라보자, 설하가 다시 말했다.


 


"저든 테오든, 당장 마스터의 명령이 있다면 서로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테오는 항상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죠. 더구나 테오의 경우, 준이 배신을 하는 광경을 눈 앞에서 봤을 것이니 더욱 강하게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이 옳습니다. 같은 서번트의 입장에선, 테오의 태도는 오히려 칭찬을 해줘야 하겠죠."


 


"그.... 그래도.... 지금 마스터 끼리는 절대 싸우지 않을 것을 원하고... 서번트 분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잖아요?"


 


"그렇습니다. 저는 제 마스터인 치요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은 테오도 마찬가지 겠죠. 녀석도 아유무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테오가 치요님의 마음까지 알 수 있겠습니까?"


 


설하의 얼굴엔 언제부터인지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저 역시 아유무님의 본심이 어떤지, 알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미 한번 준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던 테오가 다른 마스터를 경계하고 있다는것, 전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는군요."


 


"............."


 


아유무가 힘겨운 얼굴을 하자, 설하가 그 표정을 보더니 다시 말했다.


 


"이렇게 이야기 해 볼까요. 제가 지금껏 뭘 하고 있었는지 아십니까?"


 


"네? ....어... 불침번을 서고 계셨잖아요."


 


"동시에 아유무님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아유무가 입을 쩍 벌리며 화들짝 설하에게서 떨어졌다. 지금 설하에게선 지금까지 느껴졌던 온화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 지금 설하는 아유무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 역시도 아유무님을 완전히 믿고 있는게 아닙니다. 화를 내셔도 할수 없습니다. 테오가 제 마스터를 경계하듯, 저 역시 당신을 경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번트란 그런 존재. 마스터의 의지에 따라 약이 될수도, 칼이 될수도 있는 존재입니다."


 


"그... 그런거군요..."


 


아유무가 손가락을 모아 꼼지락 거리며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제가, 절대 치요랑 설하님을 해칠 뜻이 없다고 말해도... 소용 없을까요?"


 


"사람이란 모르는 것입니다."


 


설하는 딱 잘라서 말했다.


 


"마스터분들 께서는 어느순간부터 잊고 계시는 듯 합니다만... 저희 역시, 이런 서번트의 사명을 받기 전까지는, 바꿔 말하면 불과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인간 이었죠. 그것도 그냥 인간이 아니라, 이미 인간 사회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또 이미 한번 죽음을 경험했던 존재들입니다. 테오야 전생에 해적이었고, 또 서번트가 된 이후에도 준에게서 배신을 당했던 터라 좀 더 정도가 심할 뿐, 다른 마스터를 완전히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저나 테오나 다를바 없습니다."


 


설하는 노려보던 얼굴을 거두고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저나 테오는, 아마 마찬가지 일 겁니다. 지금 같아서는 절대 먼저 배신을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린 상대의 배신을 항상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제서야 간신히, 아유무는 긴장감을 풀고 다시 설하와 나란히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아아..."


 


그때 갑자기 뒤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치요가 잠든체로 불안한 얼굴을 하며 설하가 누워있던 자리를 더듬고 있었다. 설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마스터께서... 몹시 무서운 꿈이라도 꾸시는 모양입니다."


 


"......"


 


아유무도 얼굴을 굳히며, 조용히 물었다.


 


"그럼... 이렇게 물어볼께요. 설하님이 보시기에... 치요쨩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것 같나요?"


 


"..........."


 


설하는 어두운 표정 그대로 아유무를 바라보더니, 다시 치요를 바라보았다.


 


"알수 없군요. 그러나, 지금 마스터의 마음 만을 본다면... 최후의 승리자 따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스터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아마 마지막에 반드시 찾아올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혼란... 이라면...?"


 


설하가 슥 몸을 일으켜, 불안해하고 있는 치요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


 


"절... 몹시 좋아하고 계시니까요."


 


 


[때가 되어가는군.]


 


동굴을 가득 울리는 노인의 목소리. 그리고 그 속에 서 있는 보라색 단발의 소녀. 그녀가 목소리를 향해 물었다.


 


"협력한 저승사자 와의 이야기는....?"


 


[크큭... 물론 잘 되어가지.]


 


쉬이잉... 소녀가 소리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있는 벽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빛이 나는 부분은 모두 세 군데. 정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세개의 빛 한가운데에, 정 12각형 모습을 하고 있는 마법원이 희미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남은 서번트는 3명. ...그러나 잘 보아라.]


 


소녀의 시선이 문득 다른곳을 향했다. 3개의 빛 외에, 분명 뭔가 빛이 하나 더 있다. 그러나 새하얀 다른곳의 빛과는 달리, 그 빛만은 시뻘겋다.


 


"이건...?"


 


[바로 그것이 내가 준비하고 있는 너의 서번트다. 전에 말한 마지막 실험이기도 하지...]


 


".....여기에 있다는 것은... 기존에 있던 서번트 중 한명을 다시 소환하는 건가요?"


 


[흠... 결과적으로는 그런 셈이지.]


 


"따르지 않을것 같은데요."


 


소녀는 여전히 무감각한 얼굴로 말했고, 마법사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흐흐... 걱정 마라. 우리에게 협력하게 할 아주 좋은 흥정거리가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전 다시 싸움을 지켜보러 가겠어요."


 


[조심하려무나. 그 어리석은 자들에게 발각되어 네가 죽기라도 하면 모든 일이 틀어져 버린다.]


 


"네."


 


소녀는 다시 동굴을 나섰다.


 


 


"3개..."


 


치요가 카드를 들여다보며 우울하게 말하자, 아유무가 테오와 설하를 둘러보았다.


 


"드디어 결정적인 순간이 왔네요... 누가 남았을까요?"


 


"보가 남았겠지 뭐."


 


테오가 설하를 바라보며 입을 삐죽였고, 설하가 피식 웃었다.


 


"여기선 알 수 없군요. 뭐, 전력상으로 보면 늑소가 가장 가능성이 높지만..."


 


"어이! 안돼! 우린 그 빌어먹을 성기사 한테 볼일이 있었잖아! 벌써 다른놈한테 처리됐다면 그것만큼 분한 일도 없지."


 


"물론 그렇다."


 


두 서번트의 대화. 그리고 이오가 정리하듯 말했다.


 


"남은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남은 두명은 여기 모여있는 우리 라는걸 알고 있을거예요. 마술사와 성직자가 함께 있다는건 당연히 알고 있을테니, 혼자선 절대 정면으로 덤벼오진 않을 거예요."


 


"아... 물론 그렇죠."


 


치요가 딱, 손뼉을 쳤다.


 


"그렇다면... 결국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기습을 통해 일단 최대한 1:1의 상황을 만들고 보는 작전이겠네요."


 


"어떤 방법으로 기습을?"


 


스쿨드가 이마를 짚었다.


 


"남은 서번트가 누군지 알면 방법도 대충 감이 잡힐텐데... 통 누군지 모르겠네요."


 


"일단 좀 움직이면서 생각해볼까. 혹시 단서가 널부러져 있을지도 모르므로."


 


"단서라... 여태껏 단서 따위 발견된 적은 없었는데. 이런때 나타날리 있나."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즉각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이오와 테오는 그래도 간밤에 감정을 확실히 매듭 짓고 불침번 교대도 하고 했으니 딱히 둘 사이에 뭔가 어색한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아유무는 아침에 설하에게서 들은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슬쩍 치요를 돌아본다. 치요는 그것에 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이 설하 등과 잡담을 나누고 있다. 설하 역시, 딱히 아침의 아유무와의 대화를 신경쓰고 있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러한 문제를 치요에게 직접 물어볼 것인가? 아유무는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로 인해 치요의 마음이 또다시 복잡해진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할수 없다. 나중에 이오 한테라도 조용히 이야기를 해보는 수밖에.


걷고 있던 숲이 조금 더 울창해졌다. 그리고 뭔가 난투의 흔적이 발견됐다. 상당수의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 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는 것이다.


 


"아... 여기. 여기가 거기였네?"


 


"음... 아, 찰드님이 계실 때였죠. 이건 찰드님 솜씨였어요."


 


"여길 다시 지나가게 되는군."


 


일행의 대화에, 설하가 입을 딱 벌리며 말했다.


 


"찰드라면... 그 염력술사 서번트를 말하는 거군요."


 


"네, 맞아요. 찰드님이 그냥 슥 쳐다보기만 해도, 막 이런 통나무가 날아다니고 언덕이 무너져 버리고 그랬어요."


 


"...과연 무시무시하군요."


 


그 엄청난 난투의 흔적을 지나서, 울창한 숲이 조금 더 이어졌다. 정말, 이 섬엔 지금껏 며칠동안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무인도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숲, 언덕, 산(이라기엔 좀 규모가 작지만), 계곡, 평야, 백사장... 별의별 지형이 다 모여있는 굉장한 규모의 섬인 것이다.


그렇게 숲 속을 걷기를 10여분. 저 멀리로 좀 넓은 곳이 보인다.


 


"오, 드디어 숲이 끝나는군."


 


"음..."


 


그리고 일행이 막 숲지를 벗어나는 곳에 도착했을 때였다.


 


"어?"


 


뭔가 발견한 스쿨드가 잠시 그쪽을 응시하더니, 갑자기 소스라치게,


 


"꺄아아악!"


 


끔찍스러운 소리를 내지르며 화들짝 바로 옆에 있던 이오의 뒤로 숨었다.


 


"뭐, 뭐야? 왜그래?"


 


테오가 얼른 로드를 고쳐쥐었다.


 


"적이 나타났나?"


 


"그, 그게... 저기...! 누가 목이 잘린....!"


 


"에엑?"


 


일제히 스쿨드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다.


시체. 분명 시체 하나가 쓰러져 있다. 거기다 살벌하게시리 저 멀리 무덤도 하나 보였다.


시체는 목이 잘려있었고, 다음으로 그 모습을 확인한 치요 역시 비명을 지르며 설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건.....!"


 


테오가 성큼성큼 시체 쪽으로 다가갔다. 한칼에 동강이 난 것이리라. 테오가 바로 앞에 굴러다니는 머리를 잡아쥐고 들어올렸다.


 


"꺄아악!"


 


치요와 스쿨드는 다시금 비명을 질러올렸고, 아유무 역시 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오는 그렇게까진 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찌푸러지는 표정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머리를 들어 얼굴을 들여다보던 테오가 일행을 돌아보았다.


 


"샤나 라는 녀석인데?"


 


"에엣?"


 


의외의 이름이었다. 치요는 그 이름을 듣자 털썩 주저앉았고, 이오가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


 


"샤나... 늑소가 서번트 였을 텐데. 샤나가 여기 죽어있다는 것은......"


 


"늑소가 당했다는 말이군."


 


테오가 피식 웃으며 설하를 바라보았다.


 


"늑소는 보가 아니었군."


 


"버몬드, 늑소, 레이... 이 세명을 놓고 봤을때 승률이 가장 좋은 녀석은 늑소 인데. 역시... 상성의 벽을 넘지는 못한 것인가."


 


"그렇다는건... 레이가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인가."


 


툭. 머리를 내려놓은 테오가 손을 털면서 묻자 설하는 고개를 갸웃 했다.


 


"너도 알잖나. 서번트간의 싸움에 절대 라는건 없지. 그냥 가능성이 높을 뿐이라는 거다."


 


"으흠..."


 


뭔가 생각해보던 이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저 무덤은?"


 


".....무덤? 저거 무덤이었어?"


 


스쿨드의 질문. 그러다 설하가 뭔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아아. 그렇군요. 그러고보니 깜빡한게 있습니다."


 


그는 곧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어제 나노하, 페이트를 상대로 싸웠던 그곳이군요!"


 


"......엑? 여기가?"


 


테오 역시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맞다. 그렇다! 이런. 나온 방향이 달라서 달라보였던 거군. 맞아. 그럼 저건 내가 처리한 페이트의 무덤이겠군."


 


"대충 상황을 알겠군. 여기서 페이트의 무덤을 만들고,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던 나노하에게 샤나가 덤벼든 것이다. 그래서 둘이 1:1을 붙게 된거고, 나노하가 이긴거겠지."


 


"멋진 추측이군. 이거, 그렇다면 보의 후보로 샤나와 늑소는 일단 빠진거네?"


 


"와! 정말 단서가 있긴 있었네요."


 


일행은 다시 걸음을 옮기려다 멈칫 했다. 아까부터 말이 없던 치요와 아유무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마스터?"


 


못 움직이고 있는건 치요였다. 그리고 그 옆에선 아유무가 치요를 위로하고 있었다. 테오가 다가섰다.


 


"뭐야? 치요 왜그래?"


 


".....시체가 샤나 라는걸 알더니..."


 


훌쩍. 치요에게서 눈물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울고 있는 것이다.


 


"아... 아녜요. 괜찮아요..."


 


후우, 하면서 울음을 멈춘 치요는 붉어진 눈을 들었다.


 


"아유무 언니... 우리... 여기 이제 막 표류했을때 혹시 생각 나요?"


 


"응? 으응... 맞아. 그러고보니 샤나를 제일 처음 만났었지."


 


".....싸움을 그만두고... 같이 섬을 나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확실히, 지금 싸움을 하고 있는 마스터들 모두가 처음부터 사이가 지금처럼 안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 정체모를 마법사가 일으킨 풍랑 이후 이 무인도에서 만나게 된 생존자 들이었고, 배틀로얄 게임과 서번트의 존재를 알게 되기 전까지는 다 같이 섬을 탈출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사람들이었다.


표류한 뒤, 생존자 들을 만난 이후부터 이제 살아있는 사람이 몇명 남지 않은 지금까지 그 생각 만큼은 변함 없었던 치요가, 그때 가장 처음 만났던, 친근한 모습만이 기억에 있던 샤나의 목 잘린 시체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너무도 분명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일행은 그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기어이 울음을 터뜨린 치요에게 딱히 뭐라고 할말은 없었다. 테오나 이오 정도가 그저,


 


"어쩔 수 없어... 사태는 이미 이렇게 됐으니까. 마음 굳게 먹는게 좋아. 이동하자구."


 


라는 말로 치요를 달랠 뿐이었다.


그리고 스쿨드가 아유무 대신 치요를 부축해 일으켰다.


 


"자아... 기운 내, 치요쨩. 여기 있는 우리들 만이라도, 다 같이 살아서 이 섬을 빠져나가는 거야. 알겠지?"


 


"네... 스쿨드 언니. 고마워요."


 


바로 그 타이밍.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해야 내 목적도 이루겠지?!"


 


저 앞에서 우렁차게 외치는 누군가가 있었다. 일행이 깜짝 놀라 놀아보니, 놀랍게도 그곳엔 샤나와 늑소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샤..... 샤나?!"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어린마음의 반사 작용일까. 치요는 눈 앞에 살아있는 샤나가 나타나자 입이 좍 벌어져서는 마구 달려나갔다.


 


"샤나 언니!!"


 


"치, 치요! 위험해!"


 


치요를 부축하고 있던 스쿨드를 비롯해 설하와 테오가 동시에 치요의 뒤를 쫓았다. 샤나의 옆에 있던 늑소가 두 팔을 촥 펼치며 외쳤다.


 


"키메라 5마리 자가 소환!"


 


늑소 주변에 키메라 5마리가 소리도 없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키메라와 테오는 두말없이 마주 달려들었지만 설하는 그런 키메라의 등장에 순간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몬스터들이 소환될때 저렇게 페이드 인으로 소환되던가?'


 


그리고 사건은 동시에 일어났다.


 


"하아아압!"


 


갑자기, 옆의 나무에서 뭔가가 크게 뛰어올라 치요와 스쿨드에게로 돌격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늑소도, 샤나도, 키메라도 모조리 사라졌다.


 


"환술?!"


 


테오가 눈 앞에서 키메라가 사라지자 입을 쩍 벌렸고, 급히 나뭇잎 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보았으나 적은 벌써 너무도 가까웠다.


 


"치요쨩!!"


 


촤악!


날쌔게 휘둘러진 쇼트 스워드. 치요에게 붙어있던 스쿨드는 순간적으로 치요를 밀어냈다. 그리고 쇼트 스워드는 스쿨드를 정수리부터 절반으로 갈라버렸다.


 


"......빌어먹을!!"


 


두말할것도 없이 레이였다. 그는 설하의 마스터인 치요를 노리고 기습을 감행한 것이었다. 설하는 그대로 동작이 굳어버렸지만 테오는 반대로 이를 갈며 도주를 시작하는 레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아!! 스쿨드 언니!!"


 


치요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 털썩! 어찌된 일인지 설하 역시 주저앉아 버렸다. 치요의 충격이 서번트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오와 아유무 역시 불과 5초 정도 만에 벌어진 이 사태에 입을 쩍 벌린체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치요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 그 바람에 설하 역시 비틀 비틀 하더니 이내 쓰러져 버렸다.


소란은 순간적으로 벌어지고, 그런만큼 다시 조용해지는 것도 삽시간 이었다. 아유무는 공포스러운 눈으로 머리가 통째로 양분된 스쿨드를 바라보며 턱을 덜덜 떨고 있었다.


한참만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이오가 아유무를 바라보았다.


 


"테오가... 레이를 쫓아갔어... 아유무. 정신 차려. 우리라도 정신 차리고 있어야 돼. 아유무. 괜찮니?"


 


"어, 어, 어어... 나, 나도 괘, 괜찮아..."


 


사실 괜찮지가 않다. 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려 언제 힘을 잃고 쓰러질지 불안한 상태였고 눈은 너무 크게 떠져서 '깜빡거린다'라는 매우 자연스런 동작 마저도 하기가 힘들었다. 이오가 아유무의 양 볼을 잡아 자신에게로 돌렸다.


 


"아유무. 정신차려. 침착해야돼. 정신 안차리면 키스를 해서라도 정신 들게 해주겠어."


 


"지금... 상황에서... 대체 그게 무슨 말이니...?"


 


"농담처럼 들려?"


 


순간 이오는 정말로 아유무에게 입을 맞춰버렸다. 그 바람에 깜짝 놀란 아유무는 풀려있던 눈동자가 한순간에 원래대로 모여들었다.


 


"무... 무슨 짓이야!"


 


"애정표현이 아냐. 싸대기 치는것 대신이야. 알아들어? 테오가 레이를 쫓아갔어. 네가 정신 안차리면 테오는 전력으로 싸울 수가 없다고. 그리고, 여기 치요랑 설하님은 내가 보고 있을테니까, 얼른 테오의 뒤를 따라. 테오의 마스터잖아? 멀리는 안갔을 거야. 이 근처에서 다시 싸움이 벌어졌겠지."


 


"어... 어... 응!"


 


아유무가 얼른 테오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가고, 남겨진 이오는 쓰러져있는 치요와 설하를 돌아보았다. 그러다 굳은 표정으로 스쿨드를 바라보았다.


 


"...스쿨드..."


 


아무리 이오라도, 머리가 갈라져있는 시체를 보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스쿨드에게서 눈을 돌리고, 치요의 상태를 살폈다.


 


"치요쨩. 치요쨩..."


 


치요를 흔든다. 그러나 보통 충격으로 기절한게 아닌 만큼 깨우기도 쉽지 않았다. 다급하게 설하를 돌아본 이오가 다시 치요를 흔들었다.


 


"정신 차려! 치요쨩!"


 


지금은 치요가 정신이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테오가 레이를 상대로 그렇게 약세를 보이지야 않겠지만, 서번트간의 대결에 '절대'라고 하는 것은 없으며, 행여나 테오를 처리한 레이가 때를 놓치지 않고 기절해있는 치요와 설하를 처리하러 바로 달려온다면 모든게 끝장이다.


 


"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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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요! 일어나! 안그러면 이오가 또 키스해! ㅡ.ㅡ;;;;


 


자아... 이야기는 막장으로 치닫고 있습니다.